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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엑스의 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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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범죄율이 높은 저스트엑스의 멤버 중에서도 그의 입지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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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후에 운영하게 되는 클럽 '샤인 문'에서 마약 관련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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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는 자신과 얽힌 다른 연예인들이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금방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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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커뮤니티가 크게 분노에 떨었던 기억이 있어, 유독 또렷하게 기억에 남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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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이 비상식적인 기억이 없었어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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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사건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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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냐고요? 아직 조금 남았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오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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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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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즉, 아직 사건이 터진 클럽이 열리지 않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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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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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로우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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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도 '접대'니 뭐니 말이 많았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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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서연은 저기 모여있는 이들이 영 좋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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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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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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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그런 서연의 시선을 따라 둘러보다가, 로우를 보곤 눈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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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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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어울리지 않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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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그래도, 저스트엑스는 최근 잘 나가는 아이돌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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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지. 근데 소문이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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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조서희는 서연만 들을 수 있도록 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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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는 RY의 대표와 여러모로 연관이 있다고 들었어. 이번에 여는 클럽도 RY의 자본이 들어갔다는 말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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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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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다 아는 법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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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웃는 조서희의 모습은 진심으로 로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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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만 보면 역시 같은 또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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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서희의 부모님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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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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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하니, 보통 금수저도 아닌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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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초대 받을 정도면, 분명 이름 있는 집안의 자제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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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악역 영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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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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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배신도 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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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조서희를 바라보자, 조서희가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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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왜 대답 잘 해줬는데 그렇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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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능에서의 일이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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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예, 예능이잖니.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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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한 행동은 확실히 예능에서 빛을 발하는 행동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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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서연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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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청자들도 다들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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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와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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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당한 게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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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를 쫓아다니다 당한 게 두 번이라, 마치 미끼로 유인당한 짐승이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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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새치름한 눈으로 서연이 노려보자, 조서희는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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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바라보면 무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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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차서아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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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외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희박해서, 저렇게 빤히 바라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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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외모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우니, 더욱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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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를 보며 무서워하는 이유를 조금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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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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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남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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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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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외에도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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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인도 있었고, 운동선수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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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중엔 조서희의 말처럼 서연에게 다가오려는 이들이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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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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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부채에 죄다 깜짝 놀라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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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곁에 있는 조서희를 넘어 다가오긴 어려웠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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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부채의 벽을 넘어오는 이들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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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서희 언니.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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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 파티의 주최자인 어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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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우리보다 한 살 어리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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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화려한 옷차림에, 명품 백을 손에 든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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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온다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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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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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쪽은……, 아! 차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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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배우야. 내…… 으흠. 치, 친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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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한 조서희는 힐끔거리며 서연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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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의 시선에 서연은 멀뚱멀뚱 그녀를 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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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고 불러도 괜찮은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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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자 조서희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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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채민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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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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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녀의 인사를 담담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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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람 한 스푼 없는 그 심플한 반응에, 채민영은 괜히 눈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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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현재 효영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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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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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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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냥 조금 감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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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계적인 감탄사에 채민영은 눈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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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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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런 거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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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괜히 조서희가 몸서리치며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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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없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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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그, 그냥 모를 것 같아서 말해준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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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영은 그리 말하더니, 빽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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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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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언니는 우리 그룹이랑은 절대 일 못할 줄 알아요!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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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마음대로 하렴. 무섭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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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아닌 협박에도 코웃음 치는 조서희의 모습에, 채민영은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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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연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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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예의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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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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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지 서연은 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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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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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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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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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얼굴로 조서희는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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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나한테도 그런 말은 해준 적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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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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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서희가 그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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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서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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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클럽을 홍보하고 있던 로우가, 둘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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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아닌 서연을 보고 다가온 듯, 그는 시원스레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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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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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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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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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매정한 말에 로우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부드럽게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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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인연이네, 혹시 나중에 관심 있으면 한 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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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명함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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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가 여는 의 주소가 적힌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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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본 조서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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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요? 우리 미성년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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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야. 그래? 그냥 그런 컨셉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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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컨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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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내심 충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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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오해받는 것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자신이 그런 취급을 받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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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삭아 보인다는 게 아니야. 그냥 그런 아우라가 있잖아? 난 당연히 성인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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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잠시 조서희의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숙여 작은 목소리로 서연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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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성년자라고 꼭 클럽을 이용 못 하는 건 아니거든? 관심 있으면 말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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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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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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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을 받은 로우는 순간 움찔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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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농담이야.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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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휙 하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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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조서희가 있으니, 더 말해봐야 의미가 없겠다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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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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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그런 로우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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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라도 할 게 있고, 해선 안 될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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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게 클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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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여배우이기에 더 안 좋게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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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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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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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그냥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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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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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손에 쥐어진 샤인문의 명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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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서희의 말처럼 그냥 버릴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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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또 사용할 만한 일이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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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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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로우가 이번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채민영과 그 무리에 말을 거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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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이돌이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채민영과 그 무리가 새 된 비명을 지르며 그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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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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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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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영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를 보며, 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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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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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의 감정을 끈적하게 만드는 기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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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자신과는 다른 존재를 마주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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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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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혐오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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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를 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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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감정을 배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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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느낀 감정은 유독 불쾌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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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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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파티에서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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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상류층 사람을 만나는 건 분명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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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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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을 걸 방법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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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조서희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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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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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연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은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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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조서희가 걷어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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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조서희의 집안이 어디이기에 다들 부채 한 번이면 물러나나 싶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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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초대한 사람들이 유독 졸부가 많아서 도움이 안 된 거지. 가끔 괜찮은 파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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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조서희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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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자가 연예인이면, 이쪽 업계 사람들이 자주 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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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이런 파티는 인맥을 관리하고 만들기 위해 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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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이런 생일 파티만이 아닌, 특별한 날을 만들어 가볍게 즐긴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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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잘해서 조금 높은 분과 친분을 만들기도 해. 뭐, 너야 상관없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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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관심이 있으면 나중에 말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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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 이후에 더 나가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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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작품은 그렇게 안 해도 알아서 잘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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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엑스의 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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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그쪽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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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영과 접촉하던 모습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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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니라고 여기고 싶지만, 자신에게 이런 명함을 준 것을 보면 또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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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언니에게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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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말하면, 그때 표지우가 홀로 썰어버렸던 클럽이, 이 '샤인문'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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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 일이 이슈된 건, 해당 클럽의 가드 수가 무려 서른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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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다 뚫고 목표를 쑤셔버린 표지우라면 어떻게든 끝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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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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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쯤은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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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현대사회에서 그러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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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나올 게 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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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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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략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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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에서 주인공인 이유주가 느꼈을 감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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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염세적인 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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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타인에게 품는 혐오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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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학벌에 미친 부모들은 모두 그렇게 보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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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포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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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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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본 리딩을 진행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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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손에 쥔 대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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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첫 대본 리딩, 서연을 마주한 시선들이 평소보다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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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인공'의 실력을 보겠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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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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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대본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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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꽤 많은 배역을 맡았고 주어진 것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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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그리고 주연급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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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같이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역할들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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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정한 의미로 '주인공'이라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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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번 파티에서 느낀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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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이면, 차서아 역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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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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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연은 여전히 '차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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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의 조하린도 언급이 되었으나, 차서아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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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차서아가 작중 흐름을 이끄는 악역이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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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대표작을 꼽는다면 현재까지는 모두가 를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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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은, 사실 곁다리로 볼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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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하늘 정원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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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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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서연이 진정한 의미로 배우로서의 격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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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공이 받는 프레셔는 다른 배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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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못하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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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런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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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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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창작물이나 주인공에게 독자나 시청자가 몰입할 수 없다면, 그걸로 작품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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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에 몰입하고, 시청자들을 따라오게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로 주인공이라 칭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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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읽고 오셨겠지만, 작중 분위기는 마치 스릴러를 찍는다고 생각하고 찍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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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전부 인지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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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 감독은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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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연기의 톤도 그에 맞춰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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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말한 후,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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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쥔 서연의 모습은 초연 해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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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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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는 서연의 연기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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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기엔 여태 보여준 게 너무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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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배우들은 그녀가 사전에 캐스팅된 게 불만인 모양이었으나, 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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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기력도 없는 아이돌을 이렇게 낙하산처럼 배정했으면 화가 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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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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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드라마국장인 하태오 또한 그런 억지를 부릴 인물이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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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님의 눈은 정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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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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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을 제외한다면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드라마에 배역을 꽂아 넣은 적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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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오히려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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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어떤 식으로 연기를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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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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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볼 건 17번 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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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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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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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수의 말에 답한 건, 중년 여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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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에서 '이혁수 가(家)'의 안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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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수의 아내 역을 맡은, 이미란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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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연기가 특기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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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은 조용한 서연을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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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번 배역과는 잘 어울리는 특기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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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자신이 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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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출연했던 김대헌 배우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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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주인공을 맡은 서연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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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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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게 보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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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래도 그게 마주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리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어리잖아요? 경력도 사실, 그리 길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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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시절부터 생각하면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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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이 공백기였고, 제대로 출연한 작품은 아직 두 개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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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만 보자면, 실력에 의심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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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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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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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김대헌 배우가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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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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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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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숨을 내쉬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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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평온했던 눈동자가 묘하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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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기세부터가 전혀 달라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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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본 리딩을 위해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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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혐오감이 깃든 서연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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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미 눈앞에 있는 건 서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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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맡은 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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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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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이미란의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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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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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황당할 정도의 변화에, 이미란 배우는 무심코 헛웃음을 짓고 말았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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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도무지 어린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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