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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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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엑스의 로우.
유독 범죄율이 높은 저스트엑스의 멤버 중에서도 그의 입지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가 후에 운영하게 되는 클럽 '샤인 문'에서 마약 관련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드니까.
심지어 그는 자신과 얽힌 다른 연예인들이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금방 풀려났다.
그때 커뮤니티가 크게 분노에 떨었던 기억이 있어, 유독 또렷하게 기억에 남은 편.
'설령 이 비상식적인 기억이 없었어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 정도로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사건이나 마찬가지.
"아, 언제냐고요? 아직 조금 남았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오픈이거든요."
다음 주.
그 말은 즉, 아직 사건이 터진 클럽이 열리지 않았다는 뜻.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모았구나.'
서연은 그런 로우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전생에도 '접대'니 뭐니 말이 많았던 장소.
당연히 서연은 저기 모여있는 이들이 영 좋게 보이지 않았다.
"뭘 그렇게 봐?"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조서희는 그런 서연의 시선을 따라 둘러보다가, 로우를 보곤 눈을 찌푸렸다.
그리곤 미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되도록 어울리지 않는 게 좋아."
"그런가요? 그래도, 저스트엑스는 최근 잘 나가는 아이돌이잖아요."
"잘 나가지. 근데 소문이 좋지 않아."
부채로 입가를 가린 채, 조서희는 서연만 들을 수 있도록 작게 말했다.
"……로우는 RY의 대표와 여러모로 연관이 있다고 들었어. 이번에 여는 클럽도 RY의 자본이 들어갔다는 말이 있거든."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예요."
"흥, 다 아는 법이 있어."
그렇게 말하며 웃는 조서희의 모습은 진심으로 로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모습만 보면 역시 같은 또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조서희의 부모님은 누굴까?'
슬슬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보아하니, 보통 금수저도 아닌 모양.
이런 곳에 초대 받을 정도면, 분명 이름 있는 집안의 자제인 게 분명했다.
'진짜 악역 영애네.'
나는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 배신도 잘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서희를 바라보자, 조서희가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아, 아니 왜 대답 잘 해줬는데 그렇게 봐?"
"……그냥, 예능에서의 일이 떠올랐어요."
"그, 그건 예, 예능이잖니. 예능."
조서희가 한 행동은 확실히 예능에서 빛을 발하는 행동이었고.
그에 대해 서연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시청자들도 다들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그와 별개로.
'두 번이나 당한 게 분해.'
민도하를 쫓아다니다 당한 게 두 번이라, 마치 미끼로 유인당한 짐승이 된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새치름한 눈으로 서연이 노려보자, 조서희는 식은땀을 흘렸다.
'네가 그렇게 바라보면 무섭거든?'
괜히 차서아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묘하게 외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희박해서, 저렇게 빤히 바라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거기다 외모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우니, 더욱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
'남들이 나를 보며 무서워하는 이유를 조금 알겠네.'
이래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고 하던가.
조서희는 남들이 자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연예인 외에도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많네.'
인터넷 방송인도 있었고, 운동선수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엔 조서희의 말처럼 서연에게 다가오려는 이들이 있었으나.
촥!
하는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부채에 죄다 깜짝 놀라 물러났다.
아무래도 곁에 있는 조서희를 넘어 다가오긴 어려웠던 듯싶다.
물론, 그런 부채의 벽을 넘어오는 이들도 있었으니.
"어머, 서희 언니. 왔네요?"
이번 생일 파티의 주최자인 어린 소녀.
나이는 우리보다 한 살 어리다고 했던가.
굉장히 화려한 옷차림에, 명품 백을 손에 든 이였다.
"안 온다고 하더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그리고 이쪽은……, 아! 차서아?"
"주서연 배우야. 내…… 으흠. 치, 친구거든."
그렇게 말한 조서희는 힐끔거리며 서연의 눈치를 살폈다.
조서희의 시선에 서연은 멀뚱멀뚱 그녀를 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친구라고 불러도 괜찮은가 보네!
그렇게 생각하자 조서희는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안녕하세요. 채민영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서연은 그녀의 인사를 담담히 받았다.
놀람 한 스푼 없는 그 심플한 반응에, 채민영은 괜히 눈을 찌푸렸다.
"부모님은 현재 효영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시고요."
"아하."
"……."
서연은 그냥 조금 감탄하고 말았다.
그 기계적인 감탄사에 채민영은 눈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으니까.
"너 그런 거 하지 마."
대신 괜히 조서희가 몸서리치며 반응했다.
"진짜 없어 보여."
"읏! 그, 그냥 모를 것 같아서 말해준 거예요! "
채민영은 그리 말하더니, 빽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어, 언니는 우리 그룹이랑은 절대 일 못할 줄 알아요!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흥, 마음대로 하렴. 무섭다 야."
협박 아닌 협박에도 코웃음 치는 조서희의 모습에, 채민영은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연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사라졌다.
'그래도 예의는 있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다고 했던가.
그래서 인지 서연은 내심.
"조금 귀엽네요."
"……저게?"
마치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니?
그런 얼굴로 조서희는 서연을 보았다.
아니 그보다. 나한테도 그런 말은 해준 적이 없잖아.
"주서연, 너."
그렇게 조서희가 그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아, 여기서 보네."
열심히 클럽을 홍보하고 있던 로우가, 둘에게 말을 걸어왔다.
조서희가 아닌 서연을 보고 다가온 듯, 그는 시원스레 손을 흔들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잘 모르겠네요."
관심도 없고.
그 매정한 말에 로우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부드럽게 휘어졌다.
"이것도 인연이네, 혹시 나중에 관심 있으면 한 번 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명함을 내밀었다.
곧 그가 여는 의 주소가 적힌 명함.
그걸 본 조서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미쳤어요? 우리 미성년자예요."
"응? 뭐야. 그래? 그냥 그런 컨셉 아니었어?"
그런 컨셉이라니.
서연은 내심 충격받았다.
조서희가 오해받는 것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자신이 그런 취급을 받은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삭아 보인다는 게 아니야. 그냥 그런 아우라가 있잖아? 난 당연히 성인인 줄."
그리곤 잠시 조서희의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숙여 작은 목소리로 서연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미성년자라고 꼭 클럽을 이용 못 하는 건 아니거든? 관심 있으면 말해도 괜찮아."
"……."
서연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떴고.
그 시선을 받은 로우는 순간 움찔했으나.
"아, 농담이야. 농담."
그리 말하며, 휙 하고 사라졌다.
옆에 조서희가 있으니, 더 말해봐야 의미가 없겠다 싶은 모양이었다.
"……제정신이 아니네."
조서희는 그런 로우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농담이라도 할 게 있고, 해선 안 될 게 있다.
미성년자에게 클럽이라니.
하물며 여배우이기에 더 안 좋게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혹시 뭔가 있나?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그거 그냥 버려."
"네."
서연은 손에 쥐어진 샤인문의 명함을 보았다.
물론 조서희의 말처럼 그냥 버릴 생각은 없었다.
혹시 또 사용할 만한 일이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그리고.'
서연은 로우가 이번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채민영과 그 무리에 말을 거는 것이 보였다.
단순히 아이돌이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채민영과 그 무리가 새 된 비명을 지르며 그를 반겼다.
'팬?'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 반응.
채민영에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를 보며, 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묘한 불쾌감.
속의 감정을 끈적하게 만드는 기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근본적으로 자신과는 다른 존재를 마주한 느낌.
혐오감.
그래, 이게 혐오감이구나.
서연은 그를 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많은 감정을 배웠으나.
오늘 느낀 감정은 유독 불쾌했으니까.
***
그 후로 파티에서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
여러 상류층 사람을 만나는 건 분명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으니까.
또한.
"어떻게 말을 걸 방법이 없나?"
"옆에 조서희가 있어서……."
자신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기회이기도 했다.
실제로 서연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은 무척 많았다.
대부분 조서희가 걷어내서 그렇지.
새삼 조서희의 집안이 어디이기에 다들 부채 한 번이면 물러나나 싶기는 했다.
"걔가 초대한 사람들이 유독 졸부가 많아서 도움이 안 된 거지. 가끔 괜찮은 파티도 있어."
돌아오는 길에 조서희는 그렇게 말했다.
"주최자가 연예인이면, 이쪽 업계 사람들이 자주 오거든."
주로 이런 파티는 인맥을 관리하고 만들기 위해 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순히 이런 생일 파티만이 아닌, 특별한 날을 만들어 가볍게 즐긴다나.
"그때, 잘해서 조금 높은 분과 친분을 만들기도 해. 뭐, 너야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혹시 관심이 있으면 나중에 말하라고 했다.
물론 서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 이후에 더 나가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었다.
어차피 작품은 그렇게 안 해도 알아서 잘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니까.
'저스트엑스의 로우.'
그보다 그쪽이 마음에 걸렸다.
채민영과 접촉하던 모습도 그렇고.
설마 아니라고 여기고 싶지만, 자신에게 이런 명함을 준 것을 보면 또 모르는 일이었다.
'……지우 언니에게 말해볼까.'
참고로 말하면, 그때 표지우가 홀로 썰어버렸던 클럽이, 이 '샤인문'보다 더 크다.
애초에 그 일이 이슈된 건, 해당 클럽의 가드 수가 무려 서른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다 뚫고 목표를 쑤셔버린 표지우라면 어떻게든 끝장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
물론 반쯤은 농담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현대사회에서 그러면 안 되지.
뉴스에 나올 게 뻔한 일.
아무튼.
'그래도 대략 알겠어.'
서연은 에서 주인공인 이유주가 느꼈을 감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염세적인 성정.
그리고 타인에게 품는 혐오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에게 학벌에 미친 부모들은 모두 그렇게 보인 게 아닐까.
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포함하여.
그러니.
"오늘은 대본 리딩을 진행할 겁니다."
서연은 손에 쥔 대본을 들었다.
오늘은 첫 대본 리딩, 서연을 마주한 시선들이 평소보다 따가웠다.
마치, '주인공'의 실력을 보겠다는 것처럼.
'첫 주연.'
서연이 대본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태 꽤 많은 배역을 맡았고 주어진 것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악역, 그리고 주연급 조연.
하나 같이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역할들이었으나.
결국 진정한 의미로 '주인공'이라 할 수는 없었다.
당장, 이번 파티에서 느낀 게 있다.
"주서연이면, 차서아 역 아니야?"
"진짜? 나 봤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서연은 여전히 '차서아'였다.
간간히 의 조하린도 언급이 되었으나, 차서아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
아마 차서아가 작중 흐름을 이끄는 악역이었기 때문이겠지.
서연의 대표작을 꼽는다면 현재까지는 모두가 를 꼽을 것이다.
다른 작품은, 사실 곁다리로 볼지도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 하늘 정원은 달라.'
주인공.
사실상, 서연이 진정한 의미로 배우로서의 격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주인공이 받는 프레셔는 다른 배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네가 못하면, 다 죽는다.'
사실상 그런 눈빛.
맞는 말이다.
어떤 창작물이나 주인공에게 독자나 시청자가 몰입할 수 없다면, 그걸로 작품은 죽는다.
배역에 몰입하고, 시청자들을 따라오게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로 주인공이라 칭할 수 있겠지.
"다들 읽고 오셨겠지만, 작중 분위기는 마치 스릴러를 찍는다고 생각하고 찍어주세요."
내용은 전부 인지했을 터.
김일수 감독은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 작품은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연기의 톤도 그에 맞춰야 하죠."
그는 그렇게 말한 후, 서연을 보았다.
대본을 쥔 서연의 모습은 초연 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린 여배우.
김일수는 서연의 연기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의심하기엔 여태 보여준 게 너무 많았으니까.
젊은 배우들은 그녀가 사전에 캐스팅된 게 불만인 모양이었으나, 그는 아니었다.
물론 연기력도 없는 아이돌을 이렇게 낙하산처럼 배정했으면 화가 났겠지.
하지만 서연은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현 드라마국장인 하태오 또한 그런 억지를 부릴 인물이 아니었고.
'국장님의 눈은 정확해.'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서연을 제외한다면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드라마에 배역을 꽂아 넣은 적도 없었고.
그러니 오히려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
서연이 어떤 식으로 연기를 보여줄지.
그리고.
"먼저 해볼 건 17번 씬인가요?"
"예, 그게 좋을 것 같네요."
"으음, 알겠습니다."
김일수의 말에 답한 건, 중년 여배우였다.
이번에 에서 '이혁수 가(家)'의 안주인.
이혁수의 아내 역을 맡은, 이미란 배우였다.
'감정 연기가 특기라고 했지.'
이미란은 조용한 서연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배역과는 잘 어울리는 특기일 지도 모른다.
이번에 자신이 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에 출연했던 김대헌 배우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을 맡은 서연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칠 겁니다."
"만만하게 보진 않아요."
"아니, 아무래도 그게 마주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리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어리잖아요? 경력도 사실, 그리 길지 않고."
아역 시절부터 생각하면 10년.
하지만, 대부분이 공백기였고, 제대로 출연한 작품은 아직 두 개가 전부다.
경력만 보자면, 실력에 의심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보면 압니다."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김대헌 배우가 단언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했던 것처럼.
"후."
서연의 숨을 내쉬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평온했던 눈동자가 묘하게 달라졌다.
아니, 그 기세부터가 전혀 달라지는 걸 느꼈다.
아마 대본 리딩을 위해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지독한, 혐오감이 깃든 서연의 눈동자.
아니, 이미 눈앞에 있는 건 서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맡은 배역.
'이유주'.
그녀가 이미란의 눈앞에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그 황당할 정도의 변화에, 이미란 배우는 무심코 헛웃음을 짓고 말았을 정도.
그건, 도무지 어린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