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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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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녀 라빈은 생전 그런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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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3D 아바타로 무슨 방송을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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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슨 장난치는 건 줄 알았는데, 정말로 저런 게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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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고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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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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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다른 여름소녀의 멤버 소은의 말에 심히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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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가 시대에 뒤처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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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뭐라 항의하기엔, 옆에 조용히 지켜보는 존재가 너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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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분명 자신의 소속사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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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이나, 경비나 뭐 그런 건 태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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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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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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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아저씨는 500원을 반으로 접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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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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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보내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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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치국가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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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억울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어찌할 도리도 없는 터라 얌전히 수업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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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얌전히 보컬 트레이닝 받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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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차나희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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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좀 예쁘고, 노래 좀 잘하고 춤만 잘 추면 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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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연기도 할 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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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그냥 다 가졌네. 라빈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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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녀가 이번 OST에서 반쯤 태업한 건, 그런 라빈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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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차나희에게 얹혀가는 여름소녀라는 이미지만 한층 강해질 상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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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들으면 배가 부르다고 할 만했으나, 라빈은 본인의 자존심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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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녀가 나고! 내가 여름소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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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희의 커리어에 OST 한 줄 추가해 주고 싶지 않아서, 아득바득 버텼으나 이제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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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곡은 확인했는데, 난이도는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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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선생님 에르체베트의 말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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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고개도 돌리고, 귀도 막고 그러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서연의 손에 쥐어진 500원짜리 동전이 날아들지도 모르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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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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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진짜 제대로 가르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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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과는 별개로, 여름소녀의 멤버들은 내심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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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감정선이나, 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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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이드를 굉장히 세세하게 잘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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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들도 가수이니 부른다면 제대로 부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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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로운 노래를 부를 때면 역시 연습이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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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돕는 게 보컬 트레이너였고, 선생님 에르체베트는 그걸 아주 훌륭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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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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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셨죠? 대략 이런 느낌이 좋아요. 소은 씨 파트는 좀 더 발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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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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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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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라빈은 혼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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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런 게 노래를 이렇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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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저런 아바타를 쓰고 장난이나 치는 게 전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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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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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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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보다 잘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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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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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는 듯 속을 긁는 소은의 말에 라빈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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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했으면 욕이 나올 뻔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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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저것보다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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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차나희에 이어 저런 거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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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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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라빈의 분노의 불씨는 나직한 서연의 목소리에 단숨에 진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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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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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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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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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는 라빈에게 서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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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안에 사람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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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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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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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죠, 있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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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슬쩍 자신을 멀뚱멀뚱 보는 에르체베트에게 시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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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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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도 때려 부수고 다 끝장을 내버리고 싶었지만, 옆의 서연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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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오늘은 친절하게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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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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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시렁구시렁하고 있자, 서연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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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붉은 기가 도는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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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서연의 손에 쥐어진 500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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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무사했지만, 마치 저 500원이 접히면 자신도 접힐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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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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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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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연도 그런 라빈의 기색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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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서연이 조금만 움직여도 움찔, 하품이라도 하면 자지러질 듯 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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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둔한 서연이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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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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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폭력적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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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이 서연의 얼굴이 불퉁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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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서연은 매우 친절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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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라미엘은 아니어도, 버튜버에 대한 합법적인 포교 활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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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때 화를 낸 건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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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여름소녀가 나희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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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연은 무던한 성격이었으며, 어지간한 일로는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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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런 걸 본다고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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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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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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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본능적으로 지뢰를 밟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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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이제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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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분도 바쁜 분이라 어렵게 초빙한 거예요. 열심히 해주시지 않으면 곤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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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가요? 대, 대단한 분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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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오늘 아이돌이라는 것에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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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안의 사람에게 열심히 박수를 친 라빈은 정신이 점점 현실과 동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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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트레이너 내쫓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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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얼마 전 대표에게 땡깡을 부렸던 게 너무나 후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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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건 악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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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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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여고생이 500원짜리 동전을 접는 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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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마 꿈인지 확인해 볼 용기가 라빈에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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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컬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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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을 좀 해보려 해도, 옆에 서연이 동전을 접고 피고 하는 통에 얌전히 트레이닝 받기를 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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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좋아요. 오늘은 이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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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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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두려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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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루로 끝나는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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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서연을 보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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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를 제대로 부를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듣기론 다른 보컬 트레이너도 없다고 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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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라빈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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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에 원흉이 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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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그런 동료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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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이 끔찍한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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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보컬 트레이너를 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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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이 이토록 필사적이었 적인 대체 언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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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때도 이렇게 절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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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호연 엔터 대표의 조카였기에, 이미 데뷔가 확정되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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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힘으로 서열을 정리하는 짐승 년의 출입을 금지하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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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보컬 트레이너를 구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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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주서연을 막으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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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이 나라의 치안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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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포한 생물 하나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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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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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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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으며 달려오는 호연 엔터의 대표 신택준의 모습에 라빈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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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쉽게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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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매출이 크게 올랐을 때나 저렇게 함박웃음을 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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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름소녀 신곡 매출이 잘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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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니 라빈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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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곡은 라빈의 보컬 파트가 특히 많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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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곡이 잘 됐다면 그 차나희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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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앨범이 잘 팔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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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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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대답해서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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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알고는 있었다. 온갖 차트에서 권외라는 건 진작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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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혹시나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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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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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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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보다 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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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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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라빈이 주서연이랑은 언제 친분이 생긴 거니? 임 실장이 말해주더라! 오늘 주서연이 우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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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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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도와주러 왔냐고 하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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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안의 보컬 트레이너가 예상 이상으로 실력이 좋은 것도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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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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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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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말이다. 요즘 알지? 잘 나가는 거. 우리 라빈이가 참 드디어 한 건을 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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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차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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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희와 친해서 온 거라고 말하기엔 여러모로 자존심도 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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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임 실장이 서연을 막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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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가 조금 간당간당한 거 알지?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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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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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연은 굉장히 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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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름소녀의 자매 그룹인 윈터리스가 한 때 대 히트를 쳤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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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절반이 중국 멤버라, 절반은 중국으로 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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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멤버들은 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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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호연은 '윈터리스의 성공을 그대로 재현한다!' 라는 모토로 열심히 공장 찍듯 걸그룹을 찍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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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남은 게 여름소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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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돈은 여전히 많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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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들어올 구석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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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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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트레이너를 구해달라고 할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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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컬 트레이너를 구하면 서연을 만나는 일 자체가 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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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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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차나희가 재해를 불러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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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젠 차나희에게 해코지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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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은 500원짜리에 맞아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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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여름소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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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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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 오늘도 열심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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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모니터 안의 사람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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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의 모습을 서연은 뿌듯한 얼굴로 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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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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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일을 끝내고 온 차나희는 혼란에 빠진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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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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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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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마법사의 도움으로 여름소녀의 OST 준비는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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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라빈이 예상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나선 덕에, 서연은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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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 언니도 고맙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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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마법사와 만나고 싶었으면, 요즘 라빈은 또 언제 오는지 하나하나 묻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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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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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아이돌들이 자신의 팬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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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잘하면 합방으로 부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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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튜버 방송에 아이돌이 나왔다는 말은 들은 적 없지만, 못 할 것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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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여름소녀가 버튜버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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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출신은 제법 있지만, 걸그룹이 통째로 넘어온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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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실력파 버튜버들이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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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법사도 순식간에 커질 테고, 라미엘도 덩달아 수혜를 받을 테니 순식간에 대기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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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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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무 커지는 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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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생만큼만 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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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커지면 슈퍼챗 쏴도 반응도 안 해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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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생각하니, 서연은 조금 침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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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갈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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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긴장을 덜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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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현재 의 출연진과 첫 만남을 가지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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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감독과 피디만 만났지만, 이제는 주요 출연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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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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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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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만 있으면 언제든 찍을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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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하늘 정원의 출연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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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배우가 바뀌지 않았다면, 차나희를 제외하면 전부 초면인 이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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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보다 또래 배우가 많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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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아,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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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온 차나희가 서연에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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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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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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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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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문득,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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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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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먼저 와있던 또래 배우들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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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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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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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젊은 배우들의 시선이 더더욱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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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적대적인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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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조서희가 이렇게 말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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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배우들일수록 기싸움이 강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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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조서희는 늘 화려하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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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기만 하면, 얕보여.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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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기에, 치기 어린 감정이 앞서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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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지금, 그런 조서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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