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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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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유튜버.

여름소녀 라빈은 생전 그런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

저런 3D 아바타로 무슨 방송을 한단 말인가?

처음에는 무슨 장난치는 건 줄 알았는데, 정말로 저런 게 있다고??

"저는 알고 있었는데요."

"진짜???"

라빈은 다른 여름소녀의 멤버 소은의 말에 심히 당혹스러웠다.

설마 내가 시대에 뒤처진 건가?

아무튼 뭐라 항의하기엔, 옆에 조용히 지켜보는 존재가 너무 무서웠다.

여기는 분명 자신의 소속사가 아니었던가.

경호원이나, 경비나 뭐 그런 건 태업했어?

"언니."

"왜?"

"경호원 아저씨는 500원을 반으로 접을 수 있을까요?"

"……못하지 않을까?"

"그러면 보내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 법치국가 아니었어?"

아무튼 그런 억울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어찌할 도리도 없는 터라 얌전히 수업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얌전히 보컬 트레이닝 받을걸.

'이게 다 차나희 때문이야.'

얼굴 좀 예쁘고, 노래 좀 잘하고 춤만 잘 추면 다냐?

이젠 연기도 할 줄 알지.

아주 그냥 다 가졌네. 라빈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여름소녀가 이번 OST에서 반쯤 태업한 건, 그런 라빈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상 차나희에게 얹혀가는 여름소녀라는 이미지만 한층 강해질 상황이었으니까.

남들이 들으면 배가 부르다고 할 만했으나, 라빈은 본인의 자존심이 더 중요했다.

여름소녀가 나고! 내가 여름소녀인데!

차나희의 커리어에 OST 한 줄 추가해 주고 싶지 않아서, 아득바득 버텼으나 이제 한계였다.

「우선 곡은 확인했는데, 난이도는 어렵지 않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선생님 에르체베트의 말은 계속되었다.

마음 같아선 고개도 돌리고, 귀도 막고 그러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서연의 손에 쥐어진 500원짜리 동전이 날아들지도 모르는 상황.

'아니 근데.'

'생각보다 진짜 제대로 가르치는데요.'

라빈과는 별개로, 여름소녀의 멤버들은 내심 감탄했다.

노래의 감정선이나, 창법.

그런 가이드를 굉장히 세세하게 잘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그녀들도 가수이니 부른다면 제대로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노래를 부를 때면 역시 연습이 필요한 법.

그걸 돕는 게 보컬 트레이너였고, 선생님 에르체베트는 그걸 아주 훌륭히 해냈다.

심지어.

「들으셨죠? 대략 이런 느낌이 좋아요. 소은 씨 파트는 좀 더 발랄하게.」

노래도 잘했다.

아니 진짜로 잘하는데.

슬슬 라빈은 혼란스러워졌다.

'뭔데 이런 게 노래를 이렇게 잘해?'

단순히 저런 아바타를 쓰고 장난이나 치는 게 전부 아냐?

정말,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언니보다 잘하는데요."

"야이씨!!"

기다렸다는 듯 속을 긁는 소은의 말에 라빈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자칫했으면 욕이 나올 뻔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저것보다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이젠 차나희에 이어 저런 거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라빈 씨."

물론 그런 라빈의 분노의 불씨는 나직한 서연의 목소리에 단숨에 진압되었다.

"네, 넵."

"그러면 안 돼요."

"그, 그런가요.."

당황하는 라빈에게 서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모니터 안에 사람이 있잖아요."

"……."

"없어요?"

"있죠, 있고 말고요."

라빈은 슬쩍 자신을 멀뚱멀뚱 보는 에르체베트에게 시선을 주었다.

'……마음 같아선.'

모니터도 때려 부수고 다 끝장을 내버리고 싶었지만, 옆의 서연이 무서웠다.

왜 또 오늘은 친절하게 말하는 거야.

더 무서워.

그렇게 구시렁구시렁하고 있자, 서연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묘하게 붉은 기가 도는 눈동자.

문득 서연의 손에 쥐어진 500원이 보였다.

아직은 무사했지만, 마치 저 500원이 접히면 자신도 접힐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라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물론 서연도 그런 라빈의 기색을 느꼈다.

그야 서연이 조금만 움직여도 움찔, 하품이라도 하면 자지러질 듯 놀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둔한 서연이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뭘 했다고.'

마치 폭력적인 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느낌.

덕분이 서연의 얼굴이 불퉁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서연은 매우 친절한 상태.

그야 라미엘은 아니어도, 버튜버에 대한 합법적인 포교 활동인 것이다.

'확실히 그때 화를 낸 건 맞지만.'

그건 여름소녀가 나희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연은 무던한 성격이었으며, 어지간한 일로는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근데 저런 걸 본다고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저런 거?"

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라빈은 본능적으로 지뢰를 밟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뇨, 이제 열심히 할게요!"

"네, 저분도 바쁜 분이라 어렵게 초빙한 거예요. 열심히 해주시지 않으면 곤란해요."

"그, 그런가요? 대, 대단한 분이었군요."

라빈은 오늘 아이돌이라는 것에 처음으로 회의를 느꼈다.

모니터 안의 사람에게 열심히 박수를 친 라빈은 정신이 점점 현실과 동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보컬 트레이너 내쫓지 말걸.'

라빈은 얼마 전 대표에게 땡깡을 부렸던 게 너무나 후회되었다.

혹시 이건 악몽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애초에 여고생이 500원짜리 동전을 접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차마 꿈인지 확인해 볼 용기가 라빈에게는 없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된 보컬 트레이닝.

반항을 좀 해보려 해도, 옆에 서연이 동전을 접고 피고 하는 통에 얌전히 트레이닝 받기를 두 시간.

「좋아요, 좋아요. 오늘은 이쯤 하죠.」

'오늘은?'

실로 두려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하루로 끝나는 게 아냐?'

그런 생각을 하며 서연을 보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OST를 제대로 부를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듣기론 다른 보컬 트레이너도 없다고 하시던데……."

그런 서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라빈에게 향했다.

이번 일에 원흉이 된 인물.

라빈은 그런 동료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이 끔찍한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으니까.

'어서 보컬 트레이너를 구해야 해!!'

라빈이 이토록 필사적이었 적인 대체 언제였던가.

연습생 때도 이렇게 절실하지 않았다.

그녀는 호연 엔터 대표의 조카였기에, 이미 데뷔가 확정되어 있었으니까.

'저 힘으로 서열을 정리하는 짐승 년의 출입을 금지하고 말겠다.'

굳이 보컬 트레이너를 구할 필요가 있나?

애초에 주서연을 막으면 그만인데!

라빈은 이 나라의 치안을 믿었다.

흉포한 생물 하나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라빈아!!"

밝게 웃으며 달려오는 호연 엔터의 대표 신택준의 모습에 라빈은 당황했다.

삼촌은 쉽게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회사의 매출이 크게 올랐을 때나 저렇게 함박웃음을 지을 텐데.

'혹시 여름소녀 신곡 매출이 잘 나왔나?'

그렇게 생각하니 라빈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이번 신곡은 라빈의 보컬 파트가 특히 많은 곡.

이번 곡이 잘 됐다면 그 차나희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앨범이 잘 팔렸어요?"

"아니."

너무 쉽게 대답해서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 뭐 알고는 있었다. 온갖 차트에서 권외라는 건 진작 알았으니까.

그냥 혹시나 한 거다.

진짜로.

"그런 것보다."

"그런 것보다 라니요."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우리 라빈이 주서연이랑은 언제 친분이 생긴 거니? 임 실장이 말해주더라! 오늘 주서연이 우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아니, 그게."

분명 도와주러 왔냐고 하면 맞다.

모니터 안의 보컬 트레이너가 예상 이상으로 실력이 좋은 것도 맞고.

"꼭 잡아."

"……네?"

"주서연 말이다. 요즘 알지? 잘 나가는 거. 우리 라빈이가 참 드디어 한 건을 해주는구나!!"

이쯤 되면 차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차나희와 친해서 온 거라고 말하기엔 여러모로 자존심도 상했으니까.

이제야 임 실장이 서연을 막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 회사가 조금 간당간당한 거 알지?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그, 네."

사실 호연은 굉장히 돈이 많았다.

바로, 여름소녀의 자매 그룹인 윈터리스가 한 때 대 히트를 쳤기 때문.

근데 절반이 중국 멤버라, 절반은 중국으로 튀었고.

한국인 멤버들은 태업했다.

그래서 호연은 '윈터리스의 성공을 그대로 재현한다!' 라는 모토로 열심히 공장 찍듯 걸그룹을 찍어냈고.

그 결과 남은 게 여름소녀 뿐이었다.

뭐, 그래도 돈은 여전히 많긴 하다.

단지, 들어올 구석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데 이러면.'

보컬 트레이너를 구해달라고 할 수 없잖아.

여기서 보컬 트레이너를 구하면 서연을 만나는 일 자체가 사라질 테니까.

'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이게 전부 차나희가 재해를 불러온 탓이다.

그렇다고 이젠 차나희에게 해코지할 수도 없었다.

라빈은 500원짜리에 맞아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여름소녀는.

"……잘 부탁해요."

「네, 우리 오늘도 열심히 해요!」

졸지에 모니터 안의 사람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서연은 뿌듯한 얼굴로 보았고.

'?'

막 일을 끝내고 온 차나희는 혼란에 빠진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아무튼 마법사의 도움으로 여름소녀의 OST 준비는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았다.

특히 라빈이 예상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나선 덕에, 서연은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나희 언니도 고맙다고 했고.'

얼마나 마법사와 만나고 싶었으면, 요즘 라빈은 또 언제 오는지 하나하나 묻기까지 했다.

마법사는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무려 아이돌들이 자신의 팬이 되었는데.

'나중에 잘하면 합방으로 부를 수 있을지도?'

버튜버 방송에 아이돌이 나왔다는 말은 들은 적 없지만, 못 할 것도 없지 않을까?

'아니면 여름소녀가 버튜버가 되는 거야.'

걸그룹 출신은 제법 있지만, 걸그룹이 통째로 넘어온 경우는 없다.

초 실력파 버튜버들이 데뷔!

그럼 마법사도 순식간에 커질 테고, 라미엘도 덩달아 수혜를 받을 테니 순식간에 대기업이…….

'…….'

너, 너무 커지는 건 그렇고.

그 전생만큼만 커지면 좋겠다.

너무 커지면 슈퍼챗 쏴도 반응도 안 해줄지도 모르니.

거기까지 생각하니, 서연은 조금 침착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갈 일은 없겠지.

'덕분에 긴장을 덜었네.'

서연은 현재 의 출연진과 첫 만남을 가지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이전에는 감독과 피디만 만났지만, 이제는 주요 출연진 전부,

'그런데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그만큼 준비가 다 되어있었다는 말이다.

배우만 있으면 언제든 찍을 수 있을 만큼.

'그러고 보니, 하늘 정원의 출연진은…….'

분명 배우가 바뀌지 않았다면, 차나희를 제외하면 전부 초면인 이들뿐이었다.

거기다 보다 또래 배우가 많은 편.

"서연아, 이쪽."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온 차나희가 서연에게 손짓했다.

역시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

서연은 문득,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으니까.

그것도, 먼저 와있던 또래 배우들에게서.

'흐음.'

서연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젊은 배우들의 시선이 더더욱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주로, 적대적인 의미로.

'그러고 보니 조서희가 이렇게 말했었지.'

젊은 배우들일수록 기싸움이 강하다는 말.

그러니, 조서희는 늘 화려하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겸손하기만 하면, 얕보여. 명심해."

어리기에, 치기 어린 감정이 앞서는 경우도 있다.

서연은 지금, 그런 조서희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