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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뜬 기사.
그것을 본 RY엔터테인먼트, 배우 매니지먼트 본부장 이휘록은 눈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분명 엊그제였다.
주서연과 계약을 진행하라는 말이 나왔던 게.
그리고 다음 날, 학교로 직접 찾아가기까지.
“그런데 이미 계약했다고 하더니.”
RY 엔터를 까고 들어간 곳이 노바 엔터?
실소가 나왔다.
나쁜 곳은 아니다.
하지만 RY와 비교하면 글쎄.
‘멍청하게 먼저 계약을 해버려서 못 한 모양이군.’
쯧, 하고 혀를 찼지만 그뿐이다.
좋은 매물이라 생각했지만, 이게 다 자신의 복 아닌가?
‘아직 애라 역시 성급해.’
당황스럽긴 했지만, RY 쪽에서 굳이 매달리거나 연연할 정도의 배우는 아니다.
당첨 확률이 좀 높은 복권, 그 정도가 아닐까.
“역시 사람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줄 알아야지.”
그는 픽 웃으며, 이내 인터넷 기사를 껐다.
주서연이라는 배우에 대해선 잊기로 하며.
이휘록이 한창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고 있을 무렵.
서연은 연극을 마치고, 인근 카페에서 의 감독 배진환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서연 씨, 잘 생각한 거예요. 이런 자리가 흔치 않거든요.”
서연의 소개를 담당한 조도율은 화색인 얼굴로 말했다.
‘간간히 연극에도 얼굴을 비춰주면 좋겠지만.’
이번 서연의 연기를 본 조도율은 조금 아쉽긴 했다.
그녀가 가진 화제성을 생각하면 연극판을 더 키우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서연이 배우로서 더 높은 곳으로 갈 기회를 놓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연극 배우의 위치가 낮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많은 이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
혹시 모르지 않은가?
OTT 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는 지금이라면, 해외까지 그 이름이 퍼져나가게 될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더 체이서’의 감독을 맡은 배진환입니다.”
인상 좋은 중년의 사내가 그런 말을 하며 악수를 건넸다.
잠시 당황하던 서연은 그 손을 급히 마주 잡았다.
“노바 엔터 소속의 주서연이라고 합니다.”
“아, 소속사 구했다는 기사 보았습니다. 노바 엔터 좋은 곳이죠. 황민화 배우도 좋은 배우이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으리라 봅니다.”
황민화.
서연도 최근 보았던 천만 영화 에 출연한 배우다.
이전에도 쟁쟁한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여, 노바 엔터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배우.
그 이름을 들은 서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마 올해에 떠나지 않던가?’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기억나는 건 ‘더 체이서’가 개봉하기 전에 노바 엔터를 떠났다는 것.
그것을 생각하면, 아마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황민화가 옮기게 된 소속사는 호라이즌 컴퍼니.
나름 2군으로 분류되는 기획사다.
말하자면 노바 엔터보단 한 단계 윗급의 소속사라 할 수 있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게 좋아요. 언제나 배우는 자세.”
물론 이런 서연의 생각을 알리 없는 배진환은 헛헛 웃었다.
그는 서연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
마치 귀한 집 아가씨 같은 소녀가 무대에서 보여준 재능.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감.
“혹시 ‘더 체이서’에 대해선 조금 들은 바가 있습니까? 이미 꽤 이슈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더 체이서의 제작 발표는 꽤 전에 되었다.
몇 개월 전이었나.
그동안 배우를 모으고, 각본을 가다듬고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단 한 명, 더 체이서의 악역 ‘차서아’의 배우를 구하지 못했을 뿐.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내일부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다.
“들어봤어요. 스릴러 영화라고요. GH 그룹에서 투자를 했다는 말도…….”
“네, 맞습니다. GH에서 투자한 기대작이죠.”
배진환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꽤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GH그룹에서 투자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
그러니 자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능력이 검증된 감독이었고, 예산도 넘쳤으며.
GH그룹이 밀어준다면 홍보도, 영화가 걸릴 관의 개수도 신경 쓸 필요 없을 터.
사실상 어느 정도 성적에 대한 확신이 있을 거다.
단지 얼마나 대박 치느냐 못 치느냐에 달렸을 뿐.
‘하지만.’
서연은 알고 있다.
본디 는 큰 흥행을 모으지 못한다.
바로, 메인 악역으로 나오는 차서아 역의 배우가 큰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표지우.
그녀가 홀로 클럽으로 쳐들어가 칼부림한 사건.
그것이 온 매체에 대서특필되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탓이다.
살인미수로 형을 받은 배우.
그 배우가 실제로 살인마로 나오는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았겠는가?
개봉은 미뤄지고, 욕은 욕대로 먹고.
물론 반대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 수는 많지 않았다.
표지우가 등장한 파트를 급히 다른 배우를 섭외하여 재촬영.
이후, 투자 비용이라도 회수하고자 관에 걸리고, 내려갈 때까지 총 관객수는 250만.
온갖 악재와 걸린 관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나온 수치.
그리고 서연은, 그 250만 명의 관객 중 하나였다.
‘급히 섭외한 배우가 많이 아쉬웠지.’
예고편에서 보았던 표지우의 악역 연기보다 한참 못했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좋았다.
아마, 전생의 자신이 ‘좋았다’라는 감정을 느낀 몇 안 되는 경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서연에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
“더 체이서는 스릴러 영화죠. 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쫓는 형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한 후, 아. 하고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정확히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극 중 형사가 그리 생각하며 뒤쫓긴 하지만요.”
“네, 알고 있어요.”
그래, 아주 잘 알고 있다.
메인 빌런인 ‘차서아’가 어떤 인물인지 서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서연 씨가 맡게 될 배역, 차서아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하자면…….”
배진환은 서연을 바라보며,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차서아는 그만큼 복잡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이었으니까.
“아마 서연 씨는 잘 모를 텐데요,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그는 그리 말하며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감정을 올바르게 느끼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질병이죠. 상상이나 갑니까? 제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는 게.”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이렇게 들으니,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다.
그래, 감정이.
“차서아는 그래서 어린 시절 학대 받았죠. 그렇게 망가진 여성입니다.”
극 중 차서아의 동기는 아주 심플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심장에 날카로운 칼에 찔리는 통증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 이들을 쫓아가 죽인다.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감정표현 불능증이 무서운 건, 감정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말이 맞다.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인지를 못하는 것에 가깝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 나타내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러니 고통도 느끼고, 경우에 따라선 즐거움도 느낀다.
뇌가 그걸 올바르게 판단 못할 뿐.
그러니 전생의 자신이 일상의 감정을 표현하기까지는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
그마저도 연기로 나타냈었지.
“그래서 죽인 거죠. 본인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분노와 질투로. 차서아는 그런 악역입니다. 그리고 악역이지만…… 조금 슬픈 사람이죠.”
배진환은 그리 말하며 서연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표현하기 어려운 배역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극을 보고 느꼈습니다. 서연 씨라면 이런 차서아를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그의 말에 서연은 차가운 물방울이 맺힌 유리컵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양손으로 쥐어 조금 뜨겁게 달아오른 머릿속을 식혔다.
“네.”
서연은 차분한 어조로 배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 있어요.”
의 홍정희 역을 표지우가 누구보다 잘 표현했던 것처럼.
서연은 의 차서아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전생의 자신.
“맡을게요. 꼭, 하고 싶습니다.”
선량한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 때의 자신이었으니까.
“언니!”
집으로 돌아오자 도도도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주수연, 일곱 살의 어린 여동생.
나는 그런 수연이를 양손으로 잡고 번쩍 들어 빙빙 돌린다.
“아하하, 높아, 높아!”
아이 답게 까르르 웃는 수연을 보며 나는 옅게 웃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했는데 수연이를 보니 조금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 서연이 왔니? 오늘 늦었네?”
“영화 관련으로 미팅이 있었어요.”
“아, 그랬지.”
국자를 든 엄마가 수연이를 번쩍 들고 있는 나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그, 우리 딸 힘 세네…….”
수연이의 무게는 족히 20kg이 넘는다.
그걸 양손으로 그냥 수직으로 들어 빙빙 돌리고 있으니, 엄마로선 황당했던 모양이다.
근력이야 이제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근데, 전에 들은 기억으론 악역이었던 것 같은데 괜찮니?”
엄마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저녁 식사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늦게 돌아온 딸이 오면 주려고 미리 준비해둔 식사였다.
식탁 앞에 앉자 스믈스믈 내 무릎 위로 기어 올라온 여동생이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이며 물었다.
“언니 또 나쁜 사람 역할이야?”
또 라니.
하지만 연화공주 후에, 연속해서 두 번 그런 역을 맡은 건 사실이다.
‘거기다 수연이는 연화공주를 본 적도 없으니.’
동생이 보기엔 나쁜 역만 맡는 건가?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네.
“그래서, 드라마든 예능이든 하나 함께 할까 고민 중이에요.”
“그건 너무 바쁘지 않겠어?”
“영화 촬영이 끝나고, 시작하면 얼추 맞출 수 있을 거예요.”
일반적으로 영화의 촬영 기간은 석 달 정도.
끝내고 바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간다면 영화 개봉과 얼추 비슷하던지 좀 더 빠르게 드라마가 방영될 것이다.
‘그건 또 뭘 할지 고민해봐야겠지만.’
확실히 이번 를 생각하면 악역으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박힐 가능성도 있었다.
전생에야 중간에 배우가 교체되어 좋은 평을 듣지 못했지만, 작중 ‘차서아’의 비중은 엄청나다.
조금만 좋은 연기를 보인다면 배우 이미지에 분명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럼, 로맨스 드라마가 어떠니?”
“……네?”
“어머, 왜 그렇게 봐. 악역 연기를 해서 이미지가 걱정되면, 사랑스런 연기를 하면 나아지는 거 아니니? 우리 딸, 너무 무뚝뚝해서 엄마는 걱정이란다.”
그런가?
그게 그렇게 되나?
나는 냉수를 한 모금 마셨다.
으음.
잠시 고민해 보았다. 로맨스 연기라……… 그건.
‘지금은 안 될 것 같고.’
엄마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은 무리.
진짜로.
아무튼 로맨스 연기는 아니어도, 괜찮은 배역이 있나 한 번 차분히 생각해봐야겠다.
“그리고 밥 먹을 때, 유튜브 그만 보고.”
“네.”
대충 식탁 위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달랜다.
더 체이서도 그렇고, 앞으로의 배역도 그렇고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았다.
‘전생에는 이럴 때 라미엘의 채널을 보며 힐링했는데.’
정확한 감정은 몰랐지만, 아마 힐링이었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시청자의 상담을 해주곤 했던 라미엘이었고, 나도 몇 번 받은 적이 있었다.
‘힝.’
유튜브 검색창에 오지 않을 님을 그리며 ‘라미엘’이라는 이름을 꾹꾹 누르며 적자.
뭔가 이상한 게 떴다.
“응?”
이라는 못 보던 채널이 개설되어 있었다.
“으으응???”
영상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스마트폰에 얼굴을 처박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아니지?’
엄마가 자세 바로 하고 어서 밥을 먹으라고 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