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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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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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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고 페인트탄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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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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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찍혀서 나간다면, 분명 큰 소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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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전을 이어서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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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민도하는 멀리서 사격 후, 실패하면 근접전으로 유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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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여리한 여고생 따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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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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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무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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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반응속도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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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은 왜 빛나는데, 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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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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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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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장에는 몸을 숨길 만한 다양한 엄폐물이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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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장애물이 많기에 그것을 뛰어넘으며 도망간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으리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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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민도하의 기대처럼 자신을 쫓아오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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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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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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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장을 가로지르며 뛴 탓에 숨이 가파르게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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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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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란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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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쏘는 소리, 액션 연기를 위해 나름 준비한 대사를 외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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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연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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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문득 자신이 연기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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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위험해도 그 자리에서 근접전을…… 아니 역시 그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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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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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니, 문득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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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심코 시선을 위로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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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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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은 머리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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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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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붉은 눈과, 입가에 맺힌 미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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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입이 천천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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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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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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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려다 다리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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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로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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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민도하를 향해 권총을 겨누다…… 천천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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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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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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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진짜로 비명을 지르는 줄 알았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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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다리가 풀려 기어서 도망가는 열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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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민도하를 순순히 보내준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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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연기라면 합을 맞출 대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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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캐릭터를 잡았다고 해도, 그 캐릭터에 맞춰줄 대상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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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민도하는 꽤 괜찮은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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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민도하는 신체 강화 능력을 선택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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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쫓을 때도 적당히 속도를 맞춰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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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능력자가 신체 강화 능력자보다 빠르게 뛰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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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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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우선 민도하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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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쫓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과 합을 맞춰줄 짝으로 정했으니 이대로 아웃시키기에는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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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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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나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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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천천히 눈동자를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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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서연을 주목하던 사람은 다섯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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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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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뛰어다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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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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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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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가 날아와 서연의 발치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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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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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어깨 쪽으로 날아온 페인트탄을 피하며 그것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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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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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다르게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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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끼는 거라는 건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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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작진이 준비한 특수한 아이템 같은 건가, 하는 생각으로 귀에 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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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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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하게, 조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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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어떻게 가져왔냐, 라고 말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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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필요한 소품은 들고 와도 된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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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나 이런 종류만 아니라면, 제작진의 검수 후에 반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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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조서희는 설정상, 재벌이고 머리가 좋은 천재……라는 설정이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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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소품을 활용하려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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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얘는 지금 어딨는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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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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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총탄이 두세 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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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한 발은 손으로 쳐낸 탓에, 또 점수가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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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맹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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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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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선 힘들 거 아냐. 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거든. 위치도 높아서 다른 사람들 잘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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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서포트 캐릭터처럼, 조서희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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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서연은 조서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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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쪽이 아니라, 그 반대에 있는 곳으로 향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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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장 언덕 부근에 있는 높은 스티로폼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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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몸을 낮추고 숨어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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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도망치는 도중에 다섯 발이나 맞아서 5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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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하고 조서희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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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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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가방이 나올 시간이라 도망 다니는 조서희를 두고 움직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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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연기라면 무력하게 도망치는 대상을 쫓는 건 또 맛이 안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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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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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또한 그런 조서희의 행동에 의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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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통과할 생각이 아예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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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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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위치가 꽤 높아서, 아래쪽이 잘 보여. 아무리 너라도 시야가 전부 닿지는 않을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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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 닿아도 대충 다 알 수 있지만,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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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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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갑자기 조서희의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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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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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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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보고 위치를 알려줄게. 그런 동맹,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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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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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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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내심 아까 셋이 덤벼들던 배우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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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시간에 팀을 이루고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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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연도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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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서희가 이렇게 먼저 제안을 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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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마치 수신기로 상대의 위치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그림도 썩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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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우선 그쪽에 너를 보는 사람이 넷이야. 나머지는 슬슬 가방 쪽으로 향하고 있고. 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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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발포 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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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뒤를 돌아보며, 그것을, 몸을 젖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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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과 시선이 마주친 상대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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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주 총을 겨누다, 이내 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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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에서 쏘는 건, 역시 맛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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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권총을 흘깃 보며 눈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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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권총은 서연에게 그다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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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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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서연은, 차서아 때처럼 근접 쪽이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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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손도끼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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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붉은 눈과 제법 잘 어울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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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좀 다른 느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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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해줄게. 나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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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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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가 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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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서연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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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이들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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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추고, 날아드는 총탄을 손으로 쳐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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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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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 3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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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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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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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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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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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다시 140만 유튜버로 향해가는 한봉식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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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지금 영상에 나오는 걸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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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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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인트탄 이젠 그냥 보지도 않고 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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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서희가 알려줘서 그런거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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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줘서 다 잘하면 난 수능 만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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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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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는 조서희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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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폐허에 몸을 숨기고, 높은 지대에서 전장을 살피는 조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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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할 때마다, 서연의 몸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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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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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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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서희가 위치를 알려주니 저격도 안 되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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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하나하나 찾아가서 조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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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서연이 누구임? 원래저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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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원래저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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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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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 순진하네 당연히 예능이니 다 대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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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저게 어떻게 대본이야 미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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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대본이면 내 인생도 대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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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군데군데, 나름 연기를 펼치며 저마다 총격전을 하는 무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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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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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서연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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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닌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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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튀어나온 주서연에 의해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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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또 재생 능력이라, 어지간해선 죽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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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상을 입을 것 같으면 양손으로 막아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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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게, 나름 캐릭터는 확실히 지키고 있어요. 그래서 이게 더 무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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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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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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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방송에서 채팅을 치는 이들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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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를 맞추면 저지가 돼요. 근데, 이게 좀 웃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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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준 것 같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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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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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느낌이 있어요. 이게 전에 말씀드렸죠. 이게 액션 연기가 합을 맞춰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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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식 영상을 보며 0.25배속으로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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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게 겨눠지는 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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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드는 탄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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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서연의 눈동자가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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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서연은 페인트탄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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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한지는 둘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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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피할 수 있을 텐데 맞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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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서연이 저지되면 그대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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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덤벼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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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짤없이 사망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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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 타일런트냐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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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다른 사람들 초능력 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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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까지 생각이 안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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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채팅의 말처럼, 초능력 연기를 펼치는 배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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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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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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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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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도망치는 게 맞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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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귀여운 얼굴을 지닌 여성이 화면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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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는 즉석에서 자막으로 ‘한소유의 능력은 염동력’이라고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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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출연진이 나올 때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설명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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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설명에 나온 초능력을 제대로 사용한 인물은 여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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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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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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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식은 주서연의 눈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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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유와 서로 시선이 마주치고, 그녀의 권총을 쥐지 않은 왼손이 서연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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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카메라가 당겨지며 한소유에게 가까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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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카메라맨이 한소유가 무얼 하려는지 눈치챈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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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말하려 했던 건데요. 이게 초능력 연기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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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말 아님? CG가 없으면 개 헛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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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특히 지금 한소유가 하려는 염동력. 특히 이런 게 그래요. 눈에 보이는 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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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재생 능력이나 신체 강화는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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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CG가 필요한 초능력은 당연히 우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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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나마 염동력은 CG가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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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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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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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식은 여태까지의 서연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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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마구잡이로 날뛴 것 같은 서연이었지만, 일종의 규칙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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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상대의 초능력에 대해 먼저 인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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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화염 초능력을 가진 이라면, 되도록 가까이 다가가지 않거나 무언가를 경계하는 기색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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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 당사자는 무작정 권총을 갈길 뿐이라 무의미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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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격전을 한 건, 단순히 액션을 보기 위함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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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극한 상황에서, 제대로 초능력 연기를 펼칠 수 있는지 보기 위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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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한소유는 알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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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봉식이 본 것처럼, 주서연의 행동 논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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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신의 염동력에 어떻게 반응해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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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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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유의 손이 서연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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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서연의 눈이 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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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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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 하고 근처의 스티로폼 건물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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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WWE라고 아십니까? 말하자면 미국의 프로 레슬링인데요. 거기서 액션 연기를 펼칠 때, 받아주는 걸 접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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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기술을 펼칠 때 그것을 받아주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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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초능력’을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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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염동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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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서연은 그걸 '접수'하여 제대로 몸을 날려 표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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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걸 또 전체 화면으로 보면 유치해 보여요. CG가 안 좋은 특촬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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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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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카메라를 앞으로 당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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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몸의 전체가 나오기보단, 일부만 나오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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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후 서연이 붕 날아가는 장면만 보면, 정말 무언가에 치여 날아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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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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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 촬영진 실력이 대단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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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광고판이죠. 이번 영화를 위해 GH 그룹이 칼을 갈았다고 알려주는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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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식은 서연과 한소유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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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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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처럼 서연은 한소유의 염동력에 제대로 반응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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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을 앞으로 뻗는 게 발동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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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가 닿는 쪽으로 능력이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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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것이 대본에 적힌 한소유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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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도 한소유는 어린이 드라마에서 마법사 역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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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그저 귀엽게,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연기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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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어떠냐에 따라선, 정말 위협적인 염동력이 될 수도 잇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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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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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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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뭔가, 좀 진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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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이 한소유의 손을 피해 시야 밖으로 돌아서 움직이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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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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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일격으로 한소유의 초능력이 얼마나 위협적인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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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시선이, 서연이 그 초능력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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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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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유의 눈이 표독하게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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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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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한마디, 표정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단번에 이미지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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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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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역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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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식은 한소유가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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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만으론 결국 서연을 아웃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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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상,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일격은 페인트탄으로 상대를 명중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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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은 연기 점수 외에는 명확히 사망조건을 특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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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그런 식으로 연기를 받아주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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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신체능력부터 압도적인 서연을 한소유가 이기는 건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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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판단한 한소유는 스스로를 ‘강한 악역’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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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다른 이들을 압도적으로 쓰러트리던 서연이, 염동력에 가볍게 날아가는 것만으로 큰 위기감을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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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반전되면, 그 이후는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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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유의 손길을 피하며 서연이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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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염동력에 팔이 꺾인 것처럼 오른팔이 뒤틀리며, 권총을 떨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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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서연은 발로 권총을 차 앞으로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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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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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비명을 지르는 한소유를 향해 앞으로 달려가 멀쩡한 왼손으로 낚아 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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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한소유가 왼손을 앞으로 뻗는 동시에, 서연의 총구가 한소유의 가슴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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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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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총격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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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 6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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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반수 이상을 홀로 아웃시켰다는 점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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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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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품에 안고 숨어있던 민도하가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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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주변이 조용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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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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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게 도망친 시점에서 완전히 의욕이 꺾인 민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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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방만은 어떻게 얻을 수 있어서, 이대로 가방만 사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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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런 거랑 싸우는 건 잘못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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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페인트탄을 피하는데 어떻게 싸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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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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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슨 특수훈련이라도 한 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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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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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방만 사수하면 30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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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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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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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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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점수는 가방까지 얻으며 사실상 80점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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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작진도 감히 예상치 못한 점수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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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으로 깎여도 1등일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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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연기 점수가 들어간다면 100점도 넘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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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압도적이었기에, 같이 참여한 참가자들도 그저 허탈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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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서연에게 당했어도, 결국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건 점수로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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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결국 어디까지나 연기에 불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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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죽음에 이른 상처를 입었어도 돌아다닌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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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점수가 깎여도 다른 점수라도 얻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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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상위 10명에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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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 연기는 나한테 맞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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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촬영 시간은 이제 5분 정도 남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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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라고 해봐야, 이제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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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과 조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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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챙긴 서연은, 서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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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페인트탄이 묻기는 했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깔끔한 조서희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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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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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전광판을 힐끗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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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의 점수는 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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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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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탈락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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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서연이 손에 쥔 가방을 주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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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연이 서희에게 가까이 다가가 괜찮냐고 물으려고 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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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고생했어. 우리 요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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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가 눈웃음을 지으며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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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희의 태도에, 서연은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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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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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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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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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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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발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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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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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팍에 묻은 페인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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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능력을 가진 서연의 유일한 약점인 심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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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근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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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심한 틈에 피할 새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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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 : +3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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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5위권 언저리로 올라갈 정도의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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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몇 발을 맞은 탓에 29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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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전광판에 표시된 점수를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조서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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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그래도 가방은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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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달래듯 이야기하는 조서희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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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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