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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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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민도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소리를 듣고 페인트탄을 피해?
소름이 돋았다.
이 장면이 찍혀서 나간다면, 분명 큰 소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근접전을 이어서 했으면.
본래 민도하는 멀리서 사격 후, 실패하면 근접전으로 유도하려 했다.
여리여리한 여고생 따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절대, 무리야.
대체 그 반응속도는 뭐지?
그리고 눈은 왜 빛나는데, 무섭게.
“헉, 헉헉.”
민도하는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장애물을 뛰어넘었다.
세트장에는 몸을 숨길 만한 다양한 엄폐물이 다양했다.
즉, 장애물이 많기에 그것을 뛰어넘으며 도망간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런 민도하의 기대처럼 자신을 쫓아오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후우우.”
민도하는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세트장을 가로지르며 뛴 탓에 숨이 가파르게 차올랐다.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란이 들렸다.
총을 쏘는 소리, 액션 연기를 위해 나름 준비한 대사를 외치는 소리.
‘연기, 연기라.
민도하는 문득 자신이 연기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역시 위험해도 그 자리에서 근접전을…… 아니 역시 그건 아니야.
‘응?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니, 문득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무심코 시선을 위로 올리자.
“…….”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검은 머리칼이었다.
하얀 피부.
거기에 붉은 눈과, 입가에 맺힌 미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입이 천천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찾았다.」
“꺄아아아악!!”
민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려다 다리가 풀렸다.
그리고, 그대로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서연은, 그런 민도하를 향해 권총을 겨누다…… 천천히 내렸다.
‘연기 잘하네.
감탄했다.
순간 진짜로 비명을 지르는 줄 알았을 정도.
거기에 다리가 풀려 기어서 도망가는 열연까지.
서연이 민도하를 순순히 보내준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이게 연기라면 합을 맞출 대상이 필요해.
자신이 캐릭터를 잡았다고 해도, 그 캐릭터에 맞춰줄 대상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민도하는 꽤 괜찮은 캐릭터였다.
분명 민도하는 신체 강화 능력을 선택했었지.
그래서 쫓을 때도 적당히 속도를 맞춰서 뛰었다.
재생 능력자가 신체 강화 능력자보다 빠르게 뛰는 건 이상해 보일 수 있었으니까.
‘강해져서 돌아와라.
서연은 우선 민도하를 보내주었다.
당장 쫓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과 합을 맞춰줄 짝으로 정했으니 이대로 아웃시키기에는 아까웠다.
그리고.
‘묘하게, 나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은 느낌.
서연은 천천히 눈동자를 움직여 주변을 살폈다.
처음에 서연을 주목하던 사람은 다섯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너무 뛰어다녀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휙!
뭔가가 날아와 서연의 발치에 떨어졌다.
“응?”
마침 어깨 쪽으로 날아온 페인트탄을 피하며 그것을 주웠다.
‘이어폰?
아니 좀 다르게 생겼는데.
귀에 끼는 거라는 건 알 것 같았다.
혹시 제작진이 준비한 특수한 아이템 같은 건가, 하는 생각으로 귀에 끼자.
「목소리 들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조서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걸 어떻게 가져왔냐, 라고 말하려 했지만.
‘영화에 필요한 소품은 들고 와도 된다고 했지.
무기나 이런 종류만 아니라면, 제작진의 검수 후에 반입 가능.
분명 조서희는 설정상, 재벌이고 머리가 좋은 천재……라는 설정이었다는 느낌.
‘그러니 소품을 활용하려는 거구나.
아니 그보다 얘는 지금 어딨는 거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움직이자.
재차 총탄이 두세 발 날아왔다.
무심코 한 발은 손으로 쳐낸 탓에, 또 점수가 1점.
「우리 동맹 맺자.」
“네?”
「혼자선 힘들 거 아냐. 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거든. 위치도 높아서 다른 사람들 잘 보여.」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서포트 캐릭터처럼, 조서희는 그렇게 말했다.
그제야 서연은 조서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가방 쪽이 아니라, 그 반대에 있는 곳으로 향했구나.
세트장 언덕 부근에 있는 높은 스티로폼 폐허.
그 위에 몸을 낮추고 숨어있는 게 분명했다.
「……나도 도망치는 도중에 다섯 발이나 맞아서 5점이거든.」
흥, 하고 조서희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무튼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인가.
슬슬 가방이 나올 시간이라 도망 다니는 조서희를 두고 움직인 모양이다.
이것이 연기라면 무력하게 도망치는 대상을 쫓는 건 또 맛이 안 나오고.
‘포기했나?
서연 또한 그런 조서희의 행동에 의아해졌다.
정말 통과할 생각이 아예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행동.
「여기 위치가 꽤 높아서, 아래쪽이 잘 보여. 아무리 너라도 시야가 전부 닿지는 않을 거 아냐.」
사실 안 닿아도 대충 다 알 수 있지만,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동시에 갑자기 조서희의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냥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 거겠지.
「내가 여기서 보고 위치를 알려줄게. 그런 동맹, 어때?」
“……네. 알겠어요.”
동맹!
서연은 내심 아까 셋이 덤벼들던 배우들이 부러웠다.
그 짧은 시간에 팀을 이루고 올 줄이야.
솔직히 서연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조서희가 이렇게 먼저 제안을 줄 줄이야.
거기다 마치 수신기로 상대의 위치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그림도 썩 괜찮았다.
「좋아. 우선 그쪽에 너를 보는 사람이 넷이야. 나머지는 슬슬 가방 쪽으로 향하고 있고. 아, 뒤!」
그와 동시에 발포 음이 들렸다.
서연은 뒤를 돌아보며, 그것을, 몸을 젖혀 피했다.
서연과 시선이 마주친 상대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주 총을 겨누다, 이내 손을 내렸다.
‘장거리에서 쏘는 건, 역시 맛이 없어.
서연은 권총을 흘깃 보며 눈을 찌푸렸다.
역시 권총은 서연에게 그다지 맞지 않았다.
타격감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서연은, 차서아 때처럼 근접 쪽이 취향이었다.
말하자면 손도끼 같은 거.
자신의 붉은 눈과 제법 잘 어울리지 않는가.
……장르가 좀 다른 느낌이지만.
「그럼, 말해줄게. 나 믿지?」
“……조금.”
「그 정도가 딱 좋아.」
조서희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서연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이들을 향해 달렸다.
몸을 낮추고, 날아드는 총탄을 손으로 쳐내며.
그렇게.
[주서연 : 38점]
서연의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
“와, 저게 뭐지?”
슬슬 다시 140만 유튜버로 향해가는 한봉식이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영상에 나오는 걸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진짜 뭐임?
- 페인트탄 이젠 그냥 보지도 않고 피하네
- 조서희가 알려줘서 그런거아님?
- 알려줘서 다 잘하면 난 수능 만점이었지
- ㄹㅇㅋㅋㅋ
화면에는 조서희가 잡혔다.
스티로폼 폐허에 몸을 숨기고, 높은 지대에서 전장을 살피는 조서희.
그녀가 말할 때마다, 서연의 몸이 움직였다.
거의 독주.
그런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 조서희가 위치를 알려주니 저격도 안 되잖음
- 애초에 하나하나 찾아가서 조지고 있는데?
- 주서연이 누구임? 원래저럼?
- ㅇㅇ원래저럼
- ?????
- 애들 순진하네 당연히 예능이니 다 대본이지
- 시발 저게 어떻게 대본이야 미친 새끼야
- 저게 대본이면 내 인생도 대본이지...
분명 군데군데, 나름 연기를 펼치며 저마다 총격전을 하는 무리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 주서연이 나타났다!
- 시발 닌자냐고
갑자기 튀어나온 주서연에 의해 아수라장.
하필 또 재생 능력이라, 어지간해선 죽일 수도 없었다.
치명상을 입을 것 같으면 양손으로 막아버리니까.
“그래도 이게, 나름 캐릭터는 확실히 지키고 있어요. 그래서 이게 더 무서운 거야.”
서연은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겠지.
지금 자신의 방송에서 채팅을 치는 이들도 같을 것이다.
“팔과 다리를 맞추면 저지가 돼요. 근데, 이게 좀 웃긴 게…….”
- 맞아준 것 같지 않음?
- ?
“……그런 느낌이 있어요. 이게 전에 말씀드렸죠. 이게 액션 연기가 합을 맞춰야 한다고.”
한봉식 영상을 보며 0.25배속으로 재생했다.
서연에게 겨눠지는 총구.
날아드는 탄환들.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는데, 서연의 눈동자가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게 보였다.
즉, 서연은 페인트탄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피한다.
그게 가능한지는 둘째치고.
“그럼 피할 수 있을 텐데 맞았죠.”
잠깐 서연이 저지되면 그대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덤벼들면.
“얄짤없이 사망이고요.”
- 뭔 타일런트냐고 ㅋㅋ
- 근데 다른 사람들 초능력 안 씀?
- 거기까지 생각이 안 되는 듯?
그런 채팅의 말처럼, 초능력 연기를 펼치는 배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마치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때.
- 한소유!
- 이건 도망치는 게 맞지 않냐?
제법 귀여운 얼굴을 지닌 여성이 화면에 잡혔다.
화면에는 즉석에서 자막으로 ‘한소유의 능력은 염동력’이라고 잡혔다.
이미 출연진이 나올 때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설명문이었다.
물론, 설명에 나온 초능력을 제대로 사용한 인물은 여태 없었다.
지금까지는.
“이게.”
봉식은 주서연의 눈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한소유와 서로 시선이 마주치고, 그녀의 권총을 쥐지 않은 왼손이 서연에게 향했다.
그때 카메라가 당겨지며 한소유에게 가까이 잡혔다.
아마 카메라맨이 한소유가 무얼 하려는지 눈치챈 모양.
“아까 말하려 했던 건데요. 이게 초능력 연기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 당연한 말 아님? CG가 없으면 개 헛짓이지
“그러니 특히 지금 한소유가 하려는 염동력. 특히 이런 게 그래요. 눈에 보이는 게 없잖아.”
서연의 재생 능력이나 신체 강화는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CG가 필요한 초능력은 당연히 우스워 보인다.
“하지만, 그나마 염동력은 CG가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 ?
- 무슨 소리임
봉식은 여태까지의 서연을 떠올렸다.
우습게도, 마구잡이로 날뛴 것 같은 서연이었지만, 일종의 규칙은 있었다.
우선 상대의 초능력에 대해 먼저 인지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염 초능력을 가진 이라면, 되도록 가까이 다가가지 않거나 무언가를 경계하는 기색이 강했다.
정작 그 당사자는 무작정 권총을 갈길 뿐이라 무의미했지만.
‘총격전을 한 건, 단순히 액션을 보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런 극한 상황에서, 제대로 초능력 연기를 펼칠 수 있는지 보기 위함이겠지.
아마 한소유는 알았을 것이다.
지금 봉식이 본 것처럼, 주서연의 행동 논리를.
그렇다면, 자신의 염동력에 어떻게 반응해 줄지도.
“즉. 그런 겁니다.”
한소유의 손이 서연에게 향한다.
그러자, 서연의 눈이 커지며.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붕, 하고 근처의 스티로폼 건물을 향해.
“혹시 WWE라고 아십니까? 말하자면 미국의 프로 레슬링인데요. 거기서 액션 연기를 펼칠 때, 받아주는 걸 접수라고 합니다.”
상대가 기술을 펼칠 때 그것을 받아주는 역할.
그것이 ‘초능력’을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애초에 염동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서연은 그걸 '접수'하여 제대로 몸을 날려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이걸 또 전체 화면으로 보면 유치해 보여요. CG가 안 좋은 특촬물처럼.”
그러니 카메라를 앞으로 당긴 것이다.
몸의 전체가 나오기보단, 일부만 나오는 방향으로.
이후 서연이 붕 날아가는 장면만 보면, 정말 무언가에 치여 날아간 것 같았다.
- 진짜네
- 이거 촬영진 실력이 대단한 거 아님?
“이건 광고판이죠. 이번 영화를 위해 GH 그룹이 칼을 갈았다고 알려주는 광고판.”
봉식은 서연과 한소유를 보았다.
예상처럼 서연은 한소유의 염동력에 제대로 반응해 주었다.
왼손을 앞으로 뻗는 게 발동 조건.
시야가 닿는 쪽으로 능력이 발현된다.
그것이 대본에 적힌 한소유의 능력이다.
이전에도 한소유는 어린이 드라마에서 마법사 역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귀엽게,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연기였으나.
상대가 어떠냐에 따라선, 정말 위협적인 염동력이 될 수도 잇는 것이다.
-
- 뭔가, 좀 진짜 같은데
서연이 한소유의 손을 피해 시야 밖으로 돌아서 움직이는 게 보인다.
방금 일격으로 한소유의 초능력이 얼마나 위협적인 걸 알기에.
모두의 시선이, 서연이 그 초능력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기대하게 된다.
「이게!!」
한소유의 눈이 표독하게 일그러진다.
그 한마디, 표정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단번에 이미지가 잡힌다.
‘악역을 자처했다.
봉식은 한소유가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초능력만으론 결국 서연을 아웃시킬 수 없다.
규칙상,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일격은 페인트탄으로 상대를 명중시키는 것.
초능력은 연기 점수 외에는 명확히 사망조건을 특정할 수 없었다.
상대가 그런 식으로 연기를 받아주지 않는 한.
애초에 신체능력부터 압도적인 서연을 한소유가 이기는 건 무리.
그걸 판단한 한소유는 스스로를 ‘강한 악역’으로 설정했다.
여태 다른 이들을 압도적으로 쓰러트리던 서연이, 염동력에 가볍게 날아가는 것만으로 큰 위기감을 주었으니까.
분위기가 반전되면, 그 이후는 간단하다.
한소유의 손길을 피하며 서연이 접근한다.
마치 염동력에 팔이 꺾인 것처럼 오른팔이 뒤틀리며, 권총을 떨어트린다.
그것을, 서연은 발로 권총을 차 앞으로 날리고.
“힉!!”
순간 비명을 지르는 한소유를 향해 앞으로 달려가 멀쩡한 왼손으로 낚아 챈다.
황급히 한소유가 왼손을 앞으로 뻗는 동시에, 서연의 총구가 한소유의 가슴에 닿는다.
타타탕!!
경쾌한 총격음.
[주서연 : 68점]
그리고, 과반수 이상을 홀로 아웃시켰다는 점수와 함께.
“!!”
가방을 품에 안고 숨어있던 민도하가 숨을 들이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스럽던 주변이 조용해진 기분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서연에게 도망친 시점에서 완전히 의욕이 꺾인 민도하다.
그래도 가방만은 어떻게 얻을 수 있어서, 이대로 가방만 사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애초에, 그런 거랑 싸우는 건 잘못된 거야.
아니 페인트탄을 피하는데 어떻게 싸우라고.
민도하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혹시 무슨 특수훈련이라도 한 애일까?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가방만 사수하면 30점은…….
「여기 있었구나.」
“…….”
민도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서연의 점수는 가방까지 얻으며 사실상 80점 오버.
아마 제작진도 감히 예상치 못한 점수가 아닐까 싶었다.
절반으로 깎여도 1등일 정도였으니까.
여기에 연기 점수가 들어간다면 100점도 넘을 정도.
사실상 압도적이었기에, 같이 참여한 참가자들도 그저 허탈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설령 서연에게 당했어도, 결국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건 점수로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죽음은 결국 어디까지나 연기에 불과했으니까.
실제로 죽음에 이른 상처를 입었어도 돌아다닌 이들이 많았다.
연기 점수가 깎여도 다른 점수라도 얻기 위해.
‘그래도, 상위 10명에는 들었다.
‘역시 이런 연기는 나한테 맞지 않았던 거야.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촬영 시간은 이제 5분 정도 남은 상황.
생존자라고 해봐야, 이제 둘 뿐이었다.
서연과 조서희.
가방을 챙긴 서연은, 서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조금 페인트탄이 묻기는 했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깔끔한 조서희가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서연은 전광판을 힐끗 보았다.
조서희의 점수는 표시되지 않았다.
사실상 0점.
누가 봐도 탈락인 상황이었다.
설령 서연이 손에 쥔 가방을 주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서연이 서희에게 가까이 다가가 괜찮냐고 물으려고 하던 때였다.
「어머, 고생했어. 우리 요원님.」
서희가 눈웃음을 지으며 생긋 웃었다.
그런 서희의 태도에, 서연은 순간 멈칫했다.
‘연기.
왜 하필 이때?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탕.
경쾌한 발포음.
서연은 시선을 내렸다.
가슴팍에 묻은 페인트탄.
재생 능력을 가진 서연의 유일한 약점인 심장에.
너무 지근거리라.
그리고 방심한 틈에 피할 새도 없이.
[조서희 : +34점]
단번에 5위권 언저리로 올라갈 정도의 점수였다.
이전에 몇 발을 맞은 탓에 29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연은 전광판에 표시된 점수를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조서희를 보았다.
“미안. 그래도 가방은 줄게.”
나름 달래듯 이야기하는 조서희의 말에.
서연은 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