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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상당히 억울했다.
분명 자신이 혼자 할 때는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이랑 잡히지 않았으니까.
근데 5인으로 하니까, 뭔가 평소에 하던 게임과 달랐다.
탑이 무엇인가.
남자의 라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의 논리만이 오가는 장소다.
그래서 서연은 탑을 좋아했다.
‘졸렬하게 독침이나 날리는 잡것.’
그래서 서연은 티모를 싫어했다.
누가 봐도 약해 보이고, 독침이나 날리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캐릭터.
- 티모 : 님 게임 처음 함???
그런 놈에게 독침으로 능욕당하면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연이 티모를 상대해 본 건 처음이 아니었다.
근데, 평소 자신이 상대하던 티모들보다 잘했다.
그냥 보통 잘하는 게 아니었다.
도무지 스턴이 맞지를 않았다.
‘패치 전이었다면.’
저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을 텐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 이 세계에는 가상현실 게임이 없을까?’
보통 TS하면 가상현실 게임으로 상대들을 도륙 내버리고, 인방 BJ와 매칭 후에 또 도륙을 내버리고!
공격을 하면 패링! 와 대단해!
라는 말을 들었을 신체 능력과 반응속도를 서연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지만!
푝!
패링!
아악!!
푝!
패링!!
아아악!!
- 티모 : ㅋ
독침은 패링할 수 없다.
이 롤이라는 쓰레기 게임은 패링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가상현실 게임이었으면 독침을 패링하고, 아! 독침을 어떻게 패링하나요!
그런 감탄을 듣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독침에 머리가 구멍날 뿐이다.
“조, 조금만 기다려. 이거만 먹고 올라갈게.”
“……아뇨.”
백근수가 서연의 눈치를 보며 말했지만,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괜찮다.
서연은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어지간한 일에는 화를 내본 적도 없었다.
이전에 ‘여름소녀’를 만났을 때는 다른 멤버들이 차나희를 대하는 행동에 화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임에 꽤 진심인 아버지에게 늘 엄마가 하던 말을 떠올린다.
‘진정해요, 그냥 게임이잖아요.’
서연도 그런 수아의 말에는 공감했다.
게임은 즐거우려고 하는 것 아닌가?
“제가 이길 수 있어요!”
서연은 당당히 말했다.
아니, 애초에 이 신성한 탑에 다른 이의 개입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마치 그럼 자신이 못해서 타인의 도움을 빌린 것 같지 않은가!
그렇게 3데스, 4데스.
슬슬 플레이 시간보다 회색 화면을 본 시간이 더 많아졌을 무렵.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만약 티모에게서 한 마디가 날아오지 않았다면.
- 님 여자임?
바로, 그때였다.
서연이 쥐고 있던 마우스가 폭발한 건.
“소, 손 괜찮아?”
백근수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
게임을 하던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났고, 그것은 비단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 다친 거 아냐?’
‘배우잖아. 이거 혹시 큰일 난 거 아냐?’
갑자기 마우스가 폭발하다니!
상상도 못 한 사고였다. 설마 안에 있던 배터리가 폭발한 건가?
서연에게 준 건 분명 평범한 로지텍 마우스였을 텐데?
백근수가 캐릭터를 세워두고 달려오자, 서연이 손을 들었다.
그 손은 백옥같이 매끄러웠다.
마우스가 폭발했다기엔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 손.
“괜찮아요.”
묘하게 침착한 목소리.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느꼈다.
저 고요한 목소리에 담긴 깊은 분노를.
티모를 현실에서 만나면 반으로 찢어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분노!
“자.”
에휴, 하고 그런 서연을 보면서 한숨을 쉰 지연이 마우스를 꺼내 쥐여주었다.
“내가 게임할 때 쓰는 거니까……, 부수면 안 된다?”
의외로 지연은 오늘 서연이 이스포츠부에 간다는 말을 듣고 챙겨왔다.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부의 비품을 부수는 것보단, 개인의 것을 부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게임 할 때 쓰는 것이라면.’
서연은 지연이 준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비교적 새것이었다.
아마 방송 때문에 산 마우스겠지.
즉, 라미엘이 게임을 할 때 쓰는 마우스!
티모를 향해 치솟았던 분노가 서서히 식는 느낌이었다.
도리어 의욕이 고취되었다.
0/7/0 이라는 KDA는 이제 서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백근수는 생각한다.
롤이라는 게임은 피지컬만으로 할 수 없는 게임이다.
암기할 것도 많았고, 머리를 써야 할 부분도 많다.
교전에서 어떻게 해야 이득을 취하는지, 그것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승리를 쟁취할 수있다.
‘확실히 좀, 잘하는데?’
처음 서연의 플레이를 봤을 때, 백근수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다.
CS도 실버치고는 잘 먹고, 실제로 컨트롤은 좋았다.
만약 상대가 타겟팅 스킬을 사용하는 캐릭터만 아니었으면, 그 피지컬이 좀 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
‘……교전은, 크흠.’
당연히 백근수는 서연을 케어해주기 위해, 늘 탑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니 알 수밖에 없었다.
서연은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우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머리를 그다지 쓰지 않았다.
뭐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는 너를 때릴 수 있다는 건가?
물론 그럴 리 없었다.
서연은 그렇게 죽었다.
그렇게 7데스.
하지만 의외로 게임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반반 가고 있는 상황.
티모가 왕귀를 했으나, 이쪽도 충분히 자신이 잘 컸으니까 할 만했다.
‘그리고 이렐리아도 CS는 나름 잘 먹었고.’
죽어가며 먹은 건가.
엄청난 근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서연에게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말했듯, 롤은 피지컬만으로 되는 게임이 아니니까.
아니었는데…….
“어?”
시작된 한타.
백근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갑작스러운 바론 앞의 한타에서, 이렐리아가 날아들었다.
가끔 있다.
조금 저능한 플레이를 해도, 어떻게든 되는 캐릭터가.
이렐리아가 그랬다.
몰락한 왕의 검, 그 아이템이 하나만 나와도 어떻게든 되는 캐릭터인 것이다!
대충 미드가 궁 썼어! 하면서 진입한 이렐리아가 종횡무진 날아다녔다.
아니, 정말 저게 되나? 반응속도는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이긴 했다.
논타겟 스킬은 거의 맞지를 않았으니까.
티모가 백근수를 물러온 통에 이렐리아를 견제할 것도 없었고.
상대가 대부분 논타겟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트리플킬!
그와 동시에 죽기는 했지만, 저능한 플레이에선 있을 수 없는 엄청난 성과.
‘박치기 공룡의 대승리…….’
백근수는 크게 개안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피지컬만 좋아도 어떻게든 되는구나…….
심지어 백근수와 이스포츠부 멤버들의 티어나 MMR이 워낙 높은 탓에 상대도 최소 다이아 이상은 걸렸을 텐데.
아무튼 그렇게.
모니터 화면에 그런 말이 뜨는 동시에, 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 손에는 지연의 마우스와, 처참한 꼴을 한 부서진 마우스가 쥐어져 있었다.
마치, 전리품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는 다음에 물어줄게요.”
아무튼 서연은 성공적으로 이스포츠부 견학을 마칠 수 있었다.
다만, 산산이 부서진 마우스, 벌집이 된 키보드는 물어줘야만 했다.
‘앞으로도 자주 갈 테니 비싼 걸로 바꿔야지.’
자고로 장비가 좋아야 게임도 잘한다.
그게 서연의 지론.
이스포츠부에도 제대로 입부 신청서도 넣었다.
“진짜하게?”
“응.”
지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설마 그 자리에서 바로 입부 신청서를 쓸 줄이야.
백근수와 다른 이스포츠 동아리 멤버들이 당황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렇게 바쁜데 게임 할 여력이 되나?
‘아니, 뭐 얘야 될 것 같기도 한데.’
주서연의 체력은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솔직히 지연도 살면서 서연이 지치는 꼴을 본 적이 없었다.
남들보다 두 배는 시간을 쓰며 살아가는 느낌.
그게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은 한다.
설령 체력이 있어도, 저렇게 부지런히 사는 사람은 보통 없으니까.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배우도 그렇듯, 프로라면 확실히 일반인과 다르다.
방송으로 여러 번 고수들의 플레이를 봤지만, 실제로 함께하는 건 또 느낌이 달랐다.
여럿 배운 것도 있었기에, 매우매우 만족스러운 체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건 진짜로 버튜버할 때 쓸 수도 있고.’
가끔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변명처럼 중얼거리는 말이 되어버렸지만, 이번엔 진짜다.
특히 지연과 함께 게임을 하려면 실력을 좀 키울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라미…… 아니. 이지연, 너 티어가 어디였지?”
분명 기억하기로 지연이 롤을 시작한 지는 두 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에 방송에 나왔을 때는 아마 플레티넘 정도였…….
“다이아.”
“…….”
참고로 서연의 티어는 실버였다.
그야말로 까마득한 차이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심지어 지연은 게임도 그리 많이 하지 않았는데!
“참, 주서연.”
“응?”
“나 대본 받았거든.”
대본.
그게 무엇인지는 서연도 알고 있었다.
바로 의 오디션을 위해 받은 대본이겠지.
‘오디션장에서 주는 게 아니라, 미리 주는 건가?’
꽤 친절한 오디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리딩 후 진행하는 게 보통 대부분이었으니까.
“……그, 다음에 연습하고 싶은데.”
아, 혹시 도와달라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혹시 조서희 좀 불러줄 수 있어?”
“…….”
그런 지연의 말에 서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신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이, 둘이 예상보다 훨씬 친해진 느낌이었으니까.
.
종편 예능에 불과했지만, 그 인지도는 어지간한 공중파를 뛰어넘은 기대작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게, 10분짜리 예고편이 보통 인상적인 게 아니었으니까.
지금까지 오디션 프로는 다양한 장르로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중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아이돌 오디션뿐.
다른 오디션은 있었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은 망했고.
그 규모에 따라 막대한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번 에서 중심으로 잡을 캐릭터는 크게 다섯 정도네요.”
이기태 PD는 제작진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특히 투자자의 입장에서 많이 나와주길 바라는 배우도 명확했다.
“주서연.”
가장 먼저 꼽힌 인물.
사실 말할 것도 없다.
예고편이 이렇게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건 3층 건물에서 말 그대로 ‘뛰어내린’ 서연 덕분이었으니까.
아무리 아래에 에어 매트가 있다고 해도, 그대로 뛰어내릴 수 있는 강심장.
다만, 그 이후 크게 지적받기도 했다.
아무리 에어 매트여도 백 퍼센트 안전은 확신할 수 없기에, 제작진이 안이했다는 반응.
변명할 것도 없어서, 촬영진은 앞으로 안전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거기서 누가 몸을 던질 생각을 하냐고.’
‘그쵸, 상식적으로 줄도 안 매고 뛰어내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말릴 틈도 없었다.
잠깐 아래를 보더니 그냥 냅다 뛰어버린 배우를 어찌 잡는단 말인가.
그래도 이 정도 화제성을 모을 수 있다면 차라리 한 소리를 듣는 게 낫기는 하다.
“그 외에는 조서희…… 또 한소유.”
그렇게 말하면서 한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민도하는 좀 아쉽네.”
“너무 평범하게 잘했죠.”
“그래도, 보통 이런 쪽이 우승자가 될 확률이 높죠.”
솔직히 조서희나 이런 쪽이 우승자가 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조서희는 액션 연기를 그다지 해본 적이 없었다.
주서연의 경우엔 그나마 에서 액션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김홍백 교수에게 극찬받았다는 것.
“하지만 이게 또 진짜 스턴트 배우들과는 달라서.”
악과 근성.
그런 집념이 스턴트 배우들에게 있었다.
이번 주연 자리가 그들에겐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들을 이 평범한 여배우들이 이길 수 있나 하면 그건 또 모른다.
액션만 하는 배우와, 액션도 하는 배우는 다른 법이다.
하지만, 이번 는 ‘액션’을 가장 크게 봤다.
그게 변수.
“그래서, 다음엔 조별로 미션을 주고 장면을 찍는 거였죠? A조가 뽑은 장면이 정확히 어떤 거였습니까?”
이기태 PD가 그리 묻자, 제작진들이 다음 찍을 내용을 살폈다.
A조가 서연이 속한 조.
그리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조이기도 했다.
참고로 장면은 조별로 랜덤 뽑기.
그 장면은 이미 촬영한 상태였다.
그때 분명 A조가 뽑았던 장면이…….
“총격전입니다. 조금의 추격전을 곁들인, 그런 거.”
도심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그것을 장면으로 구성하여 연기한다.
그것이 이번 의 미션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