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05 lines
13 KiB
Markdown
405 lines
13 KiB
Markdown
|
||
사실 서연은 학교에 이스포츠부가 있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다.
|
||
|
||
다만 거기에 가지 않은 건, 순수하게 바빴을 뿐이었다.
|
||
|
||
‘게임!’
|
||
|
||
게임은 서연에게 필수적인 요소였다.
|
||
|
||
자고로 TS한 인물들은 대체로 게임 실력을 기본으로 깔고 가지 않은가?
|
||
|
||
그러니 서연은 당연히 자신도 게임을 잘하리라 여기고 있었다.
|
||
|
||
적어도, 예능을 찍기 전까진.
|
||
|
||
“그건 콘솔 게임이라 그래.”
|
||
|
||
“? 누가 뭐라니?”
|
||
|
||
서연은 나름의 변명을 담아 지연에게 그리 변명했지만, 지연은 아무래도 좋은 얼굴이었다.
|
||
|
||
게임의 중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얼굴.
|
||
|
||
서연은 뚱해져서 그런 지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
||
|
||
물론 이번에는 지연도 그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
||
|
||
아무튼.
|
||
|
||
‘PC 게임이라면 다르지.’
|
||
|
||
사실, 흔히 TS물에 나오는 신체 능력으로 컨트롤하는 VR 게임이나, 대충 그런 초과학적인 게임기기가 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
||
|
||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
||
|
||
하지만, 당연히 그런 게 있을 리 없으니, 서연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손에 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
“게임은 집에서 하면 되잖아?”
|
||
|
||
“못 해.”
|
||
|
||
지연의 물음에 서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
||
|
||
“아줌마랑 아저씨가 네가 게임을 하는 걸 막을 것 같지는 않은데.”
|
||
|
||
“그건, 맞지만…….”
|
||
|
||
지연의 말처럼 수아와 영빈은 딸이 하고 싶은 걸 막는 타입이 아니었다.
|
||
|
||
다만.
|
||
|
||
“보렴, 딸아. 너의 고능한 플레이에 우매한 플레이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구나.”
|
||
|
||
“…….”
|
||
|
||
“분명 이 애비는 너를 R키를 누르지 못하는 아이로 키우지 않았는데…….”
|
||
|
||
“…….”
|
||
|
||
“아무무가 아빠를 찾는구나, 옆에 계신다고 말해주렴.”
|
||
|
||
게임을 하고 있으면 계속 옆에서 깐죽거리는 통에 게임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
||
|
||
그럴 때, 액자에 걸어둔 반으로 찢긴 방검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조용해지곤 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
||
|
||
서연이 게임만 하면 쫄래쫄래 옆으로 와서 구경하는 영빈 때문에 서연은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
|
||
|
||
“아빠보다 티어 높아진 후에 할 거야.”
|
||
|
||
“……그러니. 그럼, 소속사에서 하지 그래?”
|
||
|
||
“그건 눈치 보여.”
|
||
|
||
이미 콘솔 게임은 회사에 있었다.
|
||
|
||
하지만 PC까지 가져다 두는 건 아무리 서연이라도 눈치가 보는 일이다.
|
||
|
||
여배우가 소속사에서 딸칵딸칵 롤을 하고 있으면 무슨 시선을 받겠는가.
|
||
|
||
이건 이미지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
||
|
||
‘얘는 은근히 이런 걸 신경 쓴단 말이야.’
|
||
|
||
지연은 그런 서연의 말이 신기했다.
|
||
|
||
행동만 보면 타인의 신경은 전혀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서연은 사실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었다.
|
||
|
||
정확히는 시선을 즐기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
||
|
||
아마 타인에게 칭찬받는 걸 워낙 좋아하기에 그런 게 아닐까.
|
||
|
||
막연히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
||
|
||
‘근데 걱정이네.’
|
||
|
||
무척 기대된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서연을 보며 지연은 걱정했다.
|
||
|
||
오늘 서연이 찾아가는 곳은 이스포츠부.
|
||
|
||
의외로 꽤 진지한 동아리였다.
|
||
|
||
준프로급도 둘이나 있었고.
|
||
|
||
이미 게임단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있었다.
|
||
|
||
연화 고등학교는 예체능에 크게 힘을 주는 편.
|
||
|
||
이스포츠 역시 연화 고등학교에서 큰 실적을 거둔 동아리였기에, 여러모로 지원이 짱짱했다.
|
||
|
||
‘그 탓에 상대적으로 성적은 떨어지긴 하지만…….’
|
||
|
||
아무렴 어떤가.
|
||
|
||
이 학교에서 수능을 봐서 진학할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
||
|
||
‘사고만 안 쳤으면.’
|
||
|
||
본래 오늘 이스포츠부에 가는 건 서연 혼자였다.
|
||
|
||
신나서 혼자 걸어가던 서연을 본 지연이 뒤늦게 쫓아온 것이다.
|
||
|
||
혼자 두면 분명 사고를 친다, 그런 막연한 예감이 들었으니까.
|
||
|
||
“근데 지연이는 게임 안 좋아하잖아.”
|
||
|
||
“나도 해. 최근에 많이 했어.”
|
||
|
||
그런가?
|
||
|
||
하고 생각하던 서연은 문득 최근, ‘마법사 에르체베트’와 합방을 한 라미엘을 떠올렸다.
|
||
|
||
둘은 딱히 LOL과 같은 AOS 게임을 하지 않았다.
|
||
|
||
최근 봤던 건 발로란트라는 FPS 게임.
|
||
|
||
둘이 참 즐겁게도 방송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
||
|
||
“……왜 그렇게 보니.”
|
||
|
||
“아무것도 아니야.”
|
||
|
||
서연은 빤히 지연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
||
|
||
아무튼 그런 것이다.
|
||
|
||
버튜버에게 게임은 필수항목.
|
||
|
||
게임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지연도 결국 할 수밖에 없는 것.
|
||
|
||
문제는.
|
||
|
||
‘좀 잘하던데.’
|
||
|
||
서연은 조금 위기감을 느꼈다.
|
||
|
||
그날 마법사에게 FPS 게임을 처음해본 라미엘의 실력은 초보치고는 아주 뛰어났다.
|
||
|
||
시작한지 2시간쯤 되었을 때는 날아다녔다.
|
||
|
||
‘생각해보면 라미엘, 게임 잘했지…….’
|
||
|
||
알고는 있었다.
|
||
|
||
알고는 있었는데…… 2시간 만에 그렇게 잘하는 건 좀 불합리하지 않나?
|
||
|
||
마법사 씨도 상당히 놀랐던 모양.
|
||
|
||
‘뭐, 나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
||
|
||
잘할 자신이 있었다.
|
||
|
||
말했듯, 버튜버에게 게임은 꽤 필수적인 항목.
|
||
|
||
‘콘솔과는 달라, 콘솔과는.’
|
||
|
||
당연히 잘하리라 그렇게 여기며 당당히 이스포츠부의 문을 열었다.
|
||
|
||
그것이 서연이 이스포츠부에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이었다.
|
||
|
||
***
|
||
|
||
이스포츠부의 남학생들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꼈다.
|
||
|
||
특히 이스포츠부의 부장, 백근수는 무척, 아니 엄청나게 당혹스러웠다.
|
||
|
||
‘뭐지? 꿈인가?’
|
||
|
||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
||
|
||
수업이 끝나고, 게임단에 가기 전에 한 게임을 하면서 손이나 풀 생각이었다.
|
||
|
||
친구들이랑 하는 것과 선수들이랑 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으니까.
|
||
|
||
그렇게 막 PC를 작동시키고 손을 풀고 있던 순간.
|
||
|
||
“안녕하세요.”
|
||
|
||
부실의 문을 열고 두 여학생이 들어왔다.
|
||
|
||
긴 검은 머리칼, 그와 대조되는 새하얀 피부.
|
||
|
||
붉은 기가 도는 눈동자.
|
||
|
||
그 특징적인 모습에, 백근수도 알 수밖에 없었다.
|
||
|
||
‘주서연!’
|
||
|
||
그리고 곁에 있는 이지연인게 분명했다.
|
||
|
||
아마, 이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이를 꼽자면 반드시 들어갈 두 명.
|
||
|
||
특히 주서연의 경우엔 최근 이름이 알려진 탓에, 더더욱 알 수밖에 없었다.
|
||
|
||
‘와,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네.’
|
||
|
||
흔히, 학교 내에서 서연을 보면 ‘부담스럽다’는 말이 가장 많이 들려왔다.
|
||
|
||
그건 성격적인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닌, 외모에 관한 말이었다.
|
||
|
||
부담스럽게 예쁘다, 그런 식.
|
||
|
||
이전에 있었던 때 백근수는 연화공주를 연기하는 서연을 못 봤다.
|
||
|
||
그때 그는 게임단의 연습실에서 한창 대회 준비를 하던 중이었으니까.
|
||
|
||
그러니 실물로 본 건 이번이 처음.
|
||
|
||
그 감상을 말하자면 ‘부담스럽다’라는 말이 딱 이해되는 외모였다.
|
||
|
||
배우가 가진 특유의 아우라.
|
||
|
||
거기다,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철벽같은 무표정.
|
||
|
||
거기다 묘하게 서늘한 분위기와 외모에, 이스포츠 남학생들은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
|
||
|
||
솔직히 또래 같다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
||
|
||
‘대회에서 본 아나운서……는 비교도 안 되네.’
|
||
|
||
심지어 미인으로 이름 높은 아나운서였지만, 역시 진짜배기 배우들에겐 안 되는 것이다.
|
||
|
||
그건 서연만이 아니라, 비단 지연도 마찬가지였다.
|
||
|
||
지연 또한 눈매가 고양이 같이 치켜 올라간 탓에,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
|
||
|
||
거기다 외모도 보통 예쁜 게 아니니, 이래저래 이스포츠 남학생들에겐 가히 천적과도 같은 외모였다.
|
||
|
||
대체 왜?
|
||
|
||
어째서?
|
||
|
||
둘 다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데?
|
||
|
||
‘요즘 이스포츠의 위상이 이렇게 올라갔나?’
|
||
|
||
요즘 셀럽들이 인스타에 경기를 보고 인증샷을 올리는 경우도 제법 보았다.
|
||
|
||
직접 찾아온 것도 보긴 봤고.
|
||
|
||
솔직히 그냥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
||
|
||
“저기.”
|
||
|
||
그렇게 망상으로 빠지던 백근수를 붙잡은 건, 떨떠름한 지연의 목소리였다.
|
||
|
||
“우리 계속 여기 서 있어요?”
|
||
|
||
“아뇨, 아닙니다. 아니, 아니!”
|
||
|
||
당황하며 손을 내젓는 백근수를 보며, 주변의 다른 이스포츠부원들이 한심한 눈으로 보았다.
|
||
|
||
여자랑 대화 한번 못 해본 티를 저런 식으로 내다니 괜히 이쪽이 창피한 기분이었다.
|
||
|
||
“그래서…….”
|
||
|
||
백근수는 방금 서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
||
|
||
서연은 인사 후에 이렇게 말했다.
|
||
|
||
“네, 이스포츠를 체험해 보고 싶어요. 제가 동아리 활동을 아직 안 하거든요.”
|
||
|
||
그런 서연의 말에 주변은 더욱 아리송한 분위기가 되었다.
|
||
|
||
‘보통 배우면 연극부에 들어가지 않나?’
|
||
|
||
당장 곁에 있는 이지연도 연극부에 속해있다.
|
||
|
||
활동은 그다지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소속은 그쪽이다.
|
||
|
||
동아리 활동하면 내신에도 가점이 들어가기에, 보통 활동은 안 해도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
||
|
||
“그, 게임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할 줄…… 아니지. 아시나요?”
|
||
|
||
“근데, 저보다 연상인데 왜 그렇게 말해요?”
|
||
|
||
더듬더듬 말하는 부장의 말에 서연이 물었다.
|
||
|
||
백근수는 서연보다 한 살 위의 선배였다.
|
||
|
||
그런데 태도만 보면 마치 후배처럼 저자세였다.
|
||
|
||
“크, 크흠! 그러면 말 편하게 할게.”
|
||
|
||
“네.”
|
||
|
||
“근데 게임은 할 줄 아는 거지?”
|
||
|
||
“당연하죠.”
|
||
|
||
뭘 그렇게 묻냐는 듯 눈을 찡그리는 서연.
|
||
|
||
그 탓에 남학생들의 시선이 백근수에게 날아와 꽂혔다.
|
||
|
||
“아니, 아니! 어느 정도 실력인지 제대로 알아야 하잖아.”
|
||
|
||
“근데 보통 실력이 궁금했으면 그렇게 안 물어보지.”
|
||
|
||
“으휴.”
|
||
|
||
비난 어린 부원들의 말에, 백근수는 할 말이 없어졌다.
|
||
|
||
그럼, 너희가 대화하던가.
|
||
|
||
죄다 2미터는 떨어져서 대화하는 꼴이 우스워서 참았다.
|
||
|
||
“그럼…… 알겠어.”
|
||
|
||
대충 서연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랬다.
|
||
|
||
서연은 이스포츠, 그중에서도 LOL을 선호하는 편.
|
||
|
||
리그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인터넷 방송에서도 많이 하니까.
|
||
|
||
대충 그런 이유인 것 같았다.
|
||
|
||
“한번…… 같이 한 게임해볼래?”
|
||
|
||
“네!”
|
||
|
||
서연은 의욕에 가득 차서 답했다.
|
||
|
||
드디어 왔구나.
|
||
|
||
‘집에선 아빠 때문에 집중을 못 했지만.’
|
||
|
||
여기서라면 분명 다를 것이다.
|
||
|
||
솔직히 콘솔 게임과 달리 이쪽은 내심 자신이 있었다.
|
||
|
||
본래 TS 녀는 AOS 게임의 고수가 되는 게 또 기본이 아닌가.
|
||
|
||
‘불안한데…….’
|
||
|
||
지연은 딱히 함께 참여하진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
||
|
||
롤에 대해선 지연도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
||
|
||
어쨌든 라미엘로 활동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
|
||
시청자들의 화제에도 어울려야 했으니, 딱히 플레이는 하지 않아도 관련 지식은 전부 아는 편이다.
|
||
|
||
그런 의미에서, 서연의 픽은 여러모로 불안할 뿐이었다.
|
||
|
||
“탑?”
|
||
|
||
그렇게 시작된 5인큐.
|
||
|
||
서연은 시작하자마자 탑 캐릭터를 골랐다.
|
||
|
||
모두의 시선이 서연에게 향했다.
|
||
|
||
여기서 탑을?
|
||
|
||
서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
|
||
“저 잘해요.”
|
||
|
||
“아, 그래.”
|
||
|
||
잘한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
||
|
||
심지어 이렐리아다.
|
||
|
||
최근 리워크 되며 난이도가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초보가 다루기는 어려운…….
|
||
|
||
‘아니, 잘한다고 했으니 잘하겠지.’
|
||
|
||
함부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남을 무시하는 거다.
|
||
|
||
그렇게 생각하며, 백근수는 미드로 향했다.
|
||
|
||
그리고 정확히 10분 후.
|
||
|
||
서연의 캐릭터가 타워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
||
|
||
탭을 눌러보면 떠 있는 [이렐리아 0/7/0].
|
||
|
||
상대편 티모가 말했다.
|
||
|
||
- 티모 : ? 겜 포기함? 왜 안 움직임?
|
||
|
||
물론 그 말처럼 서연도 움직이고 싶었다.
|
||
|
||
움직일 마우스가 파편만 남지 않았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