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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있는 배우 중, 서연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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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화제가 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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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청춘 드라마로서 시청률 20퍼센트를 돌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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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에만 출연했어도 눈길을 끌었을 것을, 양쪽 다 출연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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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비중이 적은 역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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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다 여러 의미로 화제를 끌었고, 그 화제는 전부 연기에서 비롯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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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범한 연기와 액션 연기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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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절대 운동신경이 없다면 찍을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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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경우, 대역이 대신 찍었다고 해도, 는 그럴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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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왔다고? 농담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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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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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누군가에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워낙 조용했기에 꽤 또렷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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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다섯 정거장을 달려왔다는 것 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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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지친 기색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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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도 흘리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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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어필하기 위함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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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슬쩍 눈동자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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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설치된 카메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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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후, 예능에 이번 미팅 영상들도 찍혀서 나가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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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였다면 이미지가 상할 만한 발언들은 알아서 컷하겠지만, 종편의 경우 날것 그대로 내보낼 수도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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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되도록 입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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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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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도 그런 그들의 생각을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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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자신의 신체능력이 특별하다는 것 정도는 어린 시절부터 쭉 자각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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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떤 의미로는 과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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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세계관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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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서연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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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본인이 못한다고 농담으로 치부하는 건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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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옆에 앉아 있던 조서희가 픽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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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혼잣말이었지만, 당연히 적막한 이곳에서 그 말을 듣지 못한 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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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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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가 얼굴을 찡그리며, 조서희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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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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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서희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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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배우로서 급부터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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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 본인부터 여러 원로 배우와 친했고, 방송국에도 아군이 많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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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바로는, 애초에 재벌 3세라는 소문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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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부유한 집안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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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신감은 말 그대로 민도하를 비롯한 배우들에게 큰 압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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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 같은 건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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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몸을 쓰는 연기는 못하기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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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자리에 나온 게 이상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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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도하가 그것을 힐난하자니, 조서희의 눈빛에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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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가진 배경 따위 아무래도 좋았지만, 그 서늘한 시선과 외모로 압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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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악역이 저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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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신보다 연하일 텐데, 마치 뱀 한 마리를 앞에 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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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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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이어 말하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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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조서희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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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싶어 보자, 서연이 눈짓으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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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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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카메라에, 눈에 띌 짓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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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그저 민도하가 말한 편협한 발언을 지적한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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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렇게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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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서희의 성격상 이 자리에서 민도하를 완전히 밟아버리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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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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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자신을 걱정해준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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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아예 신경도 안 썼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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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던 조서희의 시선이 부드럽게 풀리자, 그제야 다른 배우들이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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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무시무시한 코브라를 피리 하나로 조련하는 조련사를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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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친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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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관계지? 상당히 친한 것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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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함께 출연한 작품은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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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우들의 분석은 대체로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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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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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서희의 입장에선 아무 이유 없이 서연에게 친근감을 가진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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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가 또래 배우에게 처음으로 연기에 진 대상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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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서연의 연기에 반한 팬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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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서연에 대한 반가움,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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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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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대략적인 조서희의 행동양식에 대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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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친구 호소인 조서희는 서연에게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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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맹견 한 마리가 자신에게 좋다고 달라붙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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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물고, 물어뜯는 통에 도무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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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교성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지 않았나? 대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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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외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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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보게 된 공포 만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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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쁘지만, 묘하게 무서운. 토미……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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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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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조금 늦게 온 배우들도 하나둘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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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인 배우들이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긴장하고 있던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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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들 도착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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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 장소에 앉아서 대기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살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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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인상의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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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를 본 배우들은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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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배우 중 하나인 차민규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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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곁에는 중년의 사내가 서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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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라고 합니다. 이번 하이퍼 액션의 프로듀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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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자신을 그리 소개하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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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이번 하이퍼 액션에는 총 백 명의 배우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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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이라는 말에 배우들이 크게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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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A조. 20명씩 한 조이며, 총 다섯 조로 구성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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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략적인 하이퍼 액션의 룰에 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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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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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가장 돋보이는 다섯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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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로 오디션을 진행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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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스물다섯의 출연자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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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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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미팅은 조별로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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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차피 당장 경쟁자는 A조에 속한 스물다섯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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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미션을 통해 인상적인 다섯을 심사위원이 선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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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라운드에서 예선 라운드를 통과한 스무 명의 배우가 겨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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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이나 된다면, 배우들만으로 채워진 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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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어지간한 배우들은 죄다 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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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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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르는 이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배우가 아닌 스턴트 배우들도 다수 섞여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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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배우가 될 기회를 잡기 위해 참여한 스턴트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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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청홍 액션 스쿨에서 본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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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의 배역이 아니어도, 예능에서 제대로 얼굴을 알리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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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운동 신경에 자신 있는 여배우들이라면 죄다 모여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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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인지도가 간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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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더 치열한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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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은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면 진행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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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PD는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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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마련된 자리이니, 가볍게 맛보기로 진행해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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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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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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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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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던 실내가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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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블라인드가 일제히 올라가며, 여태 가려져 있던 창문의 모습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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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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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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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말처럼 창문의 앞에는 여러 개의 밧줄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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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펠 액션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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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연 건, 여태 이기태의 옆에 있던 차민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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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영화에서 자주 나오죠.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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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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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3층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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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건물 아래로 레펠 액션을 보여주며 내려가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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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바로 시도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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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대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내려가셔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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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하이퍼 액션’은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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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모든 장면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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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시청자 투표도 들어가게 된다면, 이 모든 장면이 모두 평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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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란 결국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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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차 배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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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기태의 말에 차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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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안전장치를 몸에 걸고, 창 아래쪽에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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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창문 밖에는 만약 떨어질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전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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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의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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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의 앞에 선 순간, 순하던 차민규의 얼굴이 단번에 날카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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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정예 요원 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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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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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리 생각하는 것처럼, 차민규는 마치 훈련받은 요원처럼 레펠을 타고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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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능숙한 모습에, 배우들이 일제히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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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내려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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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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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보여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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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지금 차민규가 몸소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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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누가 먼저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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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기태의 말에,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민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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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 있는 얼굴로, 다른 배우들을 훑어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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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먼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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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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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레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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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취미는 번지점프였고, 실제로 비슷한 연기를 이미 해본 경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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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장비를 착용하고 창문 앞에 선, 그녀는 조금의 겁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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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방금 차민규가 보여준 연기처럼, 마치 정예 요원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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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미리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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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민도하를 향해, 이기태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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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희가 찍을 영화는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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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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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기태의 말에 민도하가 순간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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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초능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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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딱히 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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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재주껏 상상해서 연기하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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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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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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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펠 액션에서 초능력으로 보여줄 게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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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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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초능력을 펼치는 연기를 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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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특수 효과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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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CG 작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능력이나 마법을 펼치는 연기는 단순히 우스꽝스러울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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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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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 펼쳐야 했기에, 당장 민도하는 초능력 관련은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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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급하게 시작한 탓에 초능력을 구상할 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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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레펠 액션만 제대로 보여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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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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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모습에 배우들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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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선 창밖에서 레펠하는 민도하의 모습이 TV 화면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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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외부에서 이 모든 광경을 촬영하고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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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1층에 내려서는 그녀의 모습은, 차민규보다는 못해도 무척 능숙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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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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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보던 이기태는 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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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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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기태의 말에, 배우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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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어떤 초능력을 연기하며 뛰어내릴지 생각도 못 했을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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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면 분명 민도하와 비교될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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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적당히 못 한 배우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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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생각하는 바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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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의 모습에 조서희가 혀를 차며 손을 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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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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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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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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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 170cm가 넘는 민도하에 비하면 작고 가녀린 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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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심 안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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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연이 액션 연기를 잘할 외견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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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잠시 창 아래로, 바닥에 깔린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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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떨어지더라도 다치지 않게 마련된 푹신한 에어 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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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본 서연은 점차 창문에서 천천히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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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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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모습에 이기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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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서연은 아직 레펠용 안전장치도 허리에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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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밧줄을 손에 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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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무서워서 피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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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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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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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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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서연이 창문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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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창틀을 집고 넘어,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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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층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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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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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초능력을 생각하며 뛰어내렸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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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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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내려온 차민규 배우는, 민도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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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민도하는 마땅한 대답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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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히 초능력 연기를 생각하고 뛰어내린 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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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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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 사격 능력? 아, 눈이 엄청 좋다는…… 그런 초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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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떠오른 히어로 영화를 떠올리며 그리 말하자, 차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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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대로 머리를 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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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좋다면, 딱히 레펠을 할 때 특수한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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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내려오기 전 미리 눈이 특출나게 좋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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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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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차민태의 말에 민도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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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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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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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붕 날아와 에어매트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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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튕기듯, 아래로 내려와 깔끔한 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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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조금 불만스러운 눈으로 에어매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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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에어매트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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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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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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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사람이라면 충분히 크게 다칠 높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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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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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냥 뛰어내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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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가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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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몸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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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런 거…… 레펠 액션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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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차민규도 마찬가지였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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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름 에어매트를 믿고 뛰어내린 담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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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펠 액션이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내려왔다면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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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초능력을 생각하며 뛰어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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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하에게 물었던 질문을, 서연에게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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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매트에 시선을 주었던 서연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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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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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차민규는 그런 서연의 눈빛에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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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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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얼마 전 보았던 의 차서아가 서 있는 것 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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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늘한 분위기가 서연에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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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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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모든 것이 그 연기의 일환이라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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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차민규의 반응을 즐기듯 서연이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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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능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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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히어로물에서 '힐링 팩터'라 불리는 초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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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전장치 없이 뛰어내려도 하등 문제 될 게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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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연도 다른 것보단 그편이 연기하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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