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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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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있는 배우 중, 서연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영화, .

그리고 청춘 드라마로서 시청률 20퍼센트를 돌파한 .

둘 중 하나에만 출연했어도 눈길을 끌었을 것을, 양쪽 다 출연했으니까.

심지어 비중이 적은 역도 아니었다.

양쪽 다 여러 의미로 화제를 끌었고, 그 화제는 전부 연기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평범한 연기와 액션 연기는 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절대 운동신경이 없다면 찍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의 경우, 대역이 대신 찍었다고 해도, 는 그럴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달려왔다고? 농담 재밌네.”

민도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딱히 누군가에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워낙 조용했기에 꽤 또렷이 들렸다.

‘하긴 다섯 정거장을 달려왔다는 것 치고는…….

‘딱히 지친 기색도 없잖아?

‘땀도 흘리지 않았고.

그냥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어필하기 위함인 건가.

배우들은 슬쩍 눈동자를 움직였다.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들.

아마 이후, 예능에 이번 미팅 영상들도 찍혀서 나가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공중파였다면 이미지가 상할 만한 발언들은 알아서 컷하겠지만, 종편의 경우 날것 그대로 내보낼 수도 있을 터.

그러니 되도록 입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뭐, 그럴 수 있지.

서연도 그런 그들의 생각을 딱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 또한 자신의 신체능력이 특별하다는 것 정도는 어린 시절부터 쭉 자각이 있었으니까.

……아니, 어떤 의미로는 과하기까지 하다.

조금 세계관이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

하지만, 그런 서연과 달리.

“어머, 본인이 못한다고 농담으로 치부하는 건 그렇지 않나.”

서연의 옆에 앉아 있던 조서희가 픽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 또한 혼잣말이었지만, 당연히 적막한 이곳에서 그 말을 듣지 못한 자는 없었다.

‘이게.

민도하가 얼굴을 찡그리며, 조서희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왜?”

흥, 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서희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애초에 배우로서 급부터 달랐다.

조서희 본인부터 여러 원로 배우와 친했고, 방송국에도 아군이 많은 배우다.

들은 바로는, 애초에 재벌 3세라는 소문도 있었고.

여러모로 부유한 집안인 모양.

그런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신감은 말 그대로 민도하를 비롯한 배우들에게 큰 압박이 되었다.

‘……액션 연기 같은 건 못하면서.

동시에 몸을 쓰는 연기는 못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니 이 자리에 나온 게 이상할 정도.

하지만 민도하가 그것을 힐난하자니, 조서희의 눈빛에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조서희가 가진 배경 따위 아무래도 좋았지만, 그 서늘한 시선과 외모로 압도된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악역이 저러할까.

분명 자신보다 연하일 텐데, 마치 뱀 한 마리를 앞에 둔 심정이었다.

“당신…….”

조서희가 이어 말하려던 그때.

서연이 조서희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자, 서연이 눈짓으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흐응.”

솔직히 카메라에, 눈에 띌 짓은 하지 않았다.

조서희는 그저 민도하가 말한 편협한 발언을 지적한 것뿐.

적어도 그렇게 비칠 것이다.

하지만 조서희의 성격상 이 자리에서 민도하를 완전히 밟아버리고 싶었으나.

“알겠어.”

서연이 자신을 걱정해준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이라면 아예 신경도 안 썼을 텐데.

날카롭던 조서희의 시선이 부드럽게 풀리자, 그제야 다른 배우들이 숨을 내쉬었다.

마치 무시무시한 코브라를 피리 하나로 조련하는 조련사를 보는 느낌.

‘둘이 친한 건가?

‘대체 무슨 관계지? 상당히 친한 것 같은 느낌이…….

‘분명 함께 출연한 작품은 없지 않나?

그런 배우들의 분석은 대체로 정확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물론 조서희의 입장에선 아무 이유 없이 서연에게 친근감을 가진 건 아니다.

조서희가 또래 배우에게 처음으로 연기에 진 대상이었으며.

순수하게 서연의 연기에 반한 팬이었다는 것.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서연에 대한 반가움,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그렇다 해도 잘 모르겠지만.

서연은 대략적인 조서희의 행동양식에 대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친구 호소인 조서희는 서연에게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마치 맹견 한 마리가 자신에게 좋다고 달라붙는 기분…….

아무나 물고, 물어뜯는 통에 도무지 쉽지 않았다.

분명 사교성이 좋다고 정평이 나 있지 않았나? 대체 어째서.

‘거기다 외모도…….

인터넷으로 보게 된 공포 만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와 닮았다.

아주 예쁘지만, 묘하게 무서운. 토미…… 뭐였지?

대충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서연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조금 늦게 온 배우들도 하나둘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모인 배우들이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긴장하고 있던 그대.

“우선 다들 도착한 것 같군요.”

그들은 이 장소에 앉아서 대기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살갑게 웃었다.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였다.

하지만, 그를 본 배우들은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게,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배우 중 하나인 차민규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곁에는 중년의 사내가 서 있었는데.

“이기태라고 합니다. 이번 하이퍼 액션의 프로듀서죠.”

그는 그렇게 자신을 그리 소개하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먼저 말하자면, 이번 하이퍼 액션에는 총 백 명의 배우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백 명이라는 말에 배우들이 크게 술렁였다.

“여기가 A조. 20명씩 한 조이며, 총 다섯 조로 구성되어 있죠.”

그는 대략적인 하이퍼 액션의 룰에 관해 설명했다.

딱히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돋보이는 다섯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조별로 오디션을 진행하는 건가?

서연은 스물다섯의 출연자들을 보았다.

혼란스러운 얼굴.

아마 미팅은 조별로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즉, 어차피 당장 경쟁자는 A조에 속한 스물다섯 명.

그중 미션을 통해 인상적인 다섯을 심사위원이 선발하며.

최종 라운드에서 예선 라운드를 통과한 스무 명의 배우가 겨루게 된다.

100명이나 된다면, 배우들만으로 채워진 건 아닐 거야.

서연은 어지간한 배우들은 죄다 외우고 있었다.

정확히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 모르는 이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배우가 아닌 스턴트 배우들도 다수 섞여 있는 거겠지.

액션 배우가 될 기회를 잡기 위해 참여한 스턴트 배우들.

개중에는 청홍 액션 스쿨에서 본 이들도 많았다.

이번 영화의 배역이 아니어도, 예능에서 제대로 얼굴을 알리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테니까.

자신의 운동 신경에 자신 있는 여배우들이라면 죄다 모여들었겠지.

주로 인지도가 간절한.

그렇기에 더 치열한 오디션.

“미션은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면 진행되지만…….”

이기태 PD는 말끝을 흐렸다.

“기껏 마련된 자리이니, 가볍게 맛보기로 진행해 보도록 하죠.”

맛보기?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

어둡던 실내가 밝아졌다.

정확히는 블라인드가 일제히 올라가며, 여태 가려져 있던 창문의 모습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밧줄?”

누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말처럼 창문의 앞에는 여러 개의 밧줄이 놓여있었다.

“레펠 액션이라고 합니다.”

입을 연 건, 여태 이기태의 옆에 있던 차민규 배우였다.

“미션 임파서블과 같은 영화에서 자주 나오죠.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액션.”

물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다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3층의 건물.

3층 건물 아래로 레펠 액션을 보여주며 내려가라는 뜻.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바로 시도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미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대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내려가셔도 되죠.”

다만, 이 ‘하이퍼 액션’은 예능이다.

지금 이 모든 장면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 중.

후에 시청자 투표도 들어가게 된다면, 이 모든 장면이 모두 평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연기란 결국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만 했으니까.

“그럼 차 배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이기태의 말에 차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인 안전장치를 몸에 걸고, 창 아래쪽에 시선을 던졌다.

당연히 창문 밖에는 만약 떨어질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전부 되어있었다.

3층의 높이.

창문의 앞에 선 순간, 순하던 차민규의 얼굴이 단번에 날카롭게 변했다.

마치, 정예 요원 같은 모습.

‘연기.

모두가 그리 생각하는 것처럼, 차민규는 마치 훈련받은 요원처럼 레펠을 타고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갔다.

그 능숙한 모습에, 배우들이 일제히 감탄했다.

단순히 내려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해.

캐릭터를 보여줘야 했다.

그것을 지금 차민규가 몸소 보여준 것이다.

“자, 그럼 누가 먼저 하시겠습니까?”

그런 이기태의 말에,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민도하였다.

그녀는 자신 있는 얼굴로, 다른 배우들을 훑어본 후.

“제가 먼저 하죠.”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특히 레펠.

그녀의 취미는 번지점프였고, 실제로 비슷한 연기를 이미 해본 경험이 있었다.

능숙하게 장비를 착용하고 창문 앞에 선, 그녀는 조금의 겁도 없어 보였다.

마치, 방금 차민규가 보여준 연기처럼, 마치 정예 요원을 떠올리게 했다.

“참, 미리 말하자면.”

그런 민도하를 향해, 이기태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이번에 저희가 찍을 영화는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초능력?

그런 이기태의 말에 민도하가 순간 당황했다.

어떤 초능력인데?

그건 딱히 말해주지 않았다.

마치 재주껏 상상해서 연기하라는 것처럼.

‘아니, 아니야.

민도하는 고개를 저었다.

레펠 액션에서 초능력으로 보여줄 게 뭐가 있겠는가.

‘읏!

심지어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초능력을 펼치는 연기를 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런 특수 효과도 없고.

딱히 CG 작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능력이나 마법을 펼치는 연기는 단순히 우스꽝스러울 뿐이니까.

오직 상상.

그것만으로 펼쳐야 했기에, 당장 민도하는 초능력 관련은 포기하기로 했다.

애초에 급하게 시작한 탓에 초능력을 구상할 시간도 없었다.

그러니, 레펠 액션만 제대로 보여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배우들이 감탄했다.

실내에선 창밖에서 레펠하는 민도하의 모습이 TV 화면으로 잡혔다.

아마 외부에서 이 모든 광경을 촬영하고 있는 모양.

능숙하게 1층에 내려서는 그녀의 모습은, 차민규보다는 못해도 무척 능숙한 모습이었다.

“흠…….”

그것을 보던 이기태는 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그럼, 다음 하실 분?”

그런 이기태의 말에, 배우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당장 어떤 초능력을 연기하며 뛰어내릴지 생각도 못 했을뿐더러.

‘지금 하면 분명 민도하와 비교될 게 분명해.

‘한다면 적당히 못 한 배우 다음에…….

대부분 생각하는 바가 비슷했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조서희가 혀를 차며 손을 들던 순간.

“제가 할게요.”

서연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신장이 170cm가 넘는 민도하에 비하면 작고 가녀린 체구.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심 안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솔직히 서연이 액션 연기를 잘할 외견은 아니었으니까.

서연은 잠시 창 아래로, 바닥에 깔린 것을 보았다.

만약 떨어지더라도 다치지 않게 마련된 푹신한 에어 매트.

그것을 본 서연은 점차 창문에서 천천히 물러섰다.

“서연 씨?”

그런 서연의 모습에 이기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게, 서연은 아직 레펠용 안전장치도 허리에 걸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밧줄을 손에 쥐지 않았다.

‘설마 무서워서 피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던 순간.

“어?”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갑자기 서연이 창문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창틀을 집고 넘어,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3층 아래로.


“무슨 초능력을 생각하며 뛰어내렸습니까?”

먼저 내려온 차민규 배우는, 민도하에게 물었다.

그 말에 민도하는 마땅한 대답을 못 했다.

딱히 초능력 연기를 생각하고 뛰어내린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사, 사격 능력? 아, 눈이 엄청 좋다는…… 그런 초능력입니다.”

마침, 떠오른 히어로 영화를 떠올리며 그리 말하자, 차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머리를 쓴 대답이었다.

눈이 좋다면, 딱히 레펠을 할 때 특수한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내려오기 전 미리 눈이 특출나게 좋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군요.”

“……예.”

그런 차민태의 말에 민도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답했다.

뼈아픈 실책.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던 순간.

무언가가 붕 날아와 에어매트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튕기듯, 아래로 내려와 깔끔한 착지.

그리곤 조금 불만스러운 눈으로 에어매트를 바라보았다.

마치, 에어매트가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시선.

‘주, 주서연?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다.

3층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사람이라면 충분히 크게 다칠 높이였으니까.

아니 그보다.

‘방금 그냥 뛰어내린 건가?

민도하가 입을 벌렸다.

서연의 몸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으니까.

‘아니, 저런 거…… 레펠 액션이 아니잖아.

그건 차민규도 마찬가지였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나름 에어매트를 믿고 뛰어내린 담력은 대단했다.

어차피 레펠 액션이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내려왔다면 충분했으니까.

“무슨…… 초능력을 생각하며 뛰어내렸죠?”

민도하에게 물었던 질문을, 서연에게 묻자.

에어매트에 시선을 주었던 서연이 고개를 돌렸다.

“……!”

순간, 차민규는 그런 서연의 눈빛에 움찔했다.

붉은 눈.

마치, 얼마 전 보았던 의 차서아가 서 있는 것 같은 모습.

그런 서늘한 분위기가 서연에게 느껴졌다.

연기.

지금 이 모든 것이 그 연기의 일환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차민규의 반응을 즐기듯 서연이 싱긋 웃었다.

“재생능력이요.”

흔히 히어로물에서 '힐링 팩터'라 불리는 초능력.

그럼 안전장치 없이 뛰어내려도 하등 문제 될 게 없었으니까.

그리고, 서연도 다른 것보단 그편이 연기하기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