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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은 ‘더 체이서’라고 하는데, 서연 씨를 꼭 캐스팅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셔서요.」
‘더 체이서’.
조도율이 말한 제목은 서연의 기억에 남은 영화와 동일했다.
과거에 이 영화의 성적이 어떠했냐면.
개봉 기간 동안 총 관객 수 250만.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무난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 성적의 배경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생각하면 도리어 엄청난 숫자였다.
「이게, 제가 할 말은 아닌데, 너무 좋은 기회라 서연 씨도 한 번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도율은 어지간히 서연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런 말까지 남겼다.
그야, 그럴 만했다.
더 체이서는 본디, GH 그룹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였다.
투자도 상당했고, 참여한 배우들도 꽤 괜찮은 편.
하지만.
“주서연?”
이지연이 의아한 얼굴로 서연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눈이었다.
“음.”
서연은 손바닥으로 양 볼을 짝, 하고 두드린 뒤에 지연을 보았다.
우선 영화 캐스팅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소속사.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여러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하지만, 더 좋은 회사가 자신에게 더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혹시 오늘 대표님과 이야기가 가능해?”
계속 미뤄두었던 것을 결정지을 때였다.
“그거 들었어요? 이번에 복귀 했다는, 주서연있잖아요.”
“아, 연극 봤냐고요? 봤죠. 이야, 진짜 분위기가 장난 아니던데?”
“아니, 그게 아니라.”
한국 3대 기획사 중 하나라 불리는 RY 엔터테인먼트.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최근 인기 있다는 스타들을 마구잡이로 섭외 중인 기획사.
그들의 귀에 최근 들려온 배우가 하나 있었다.
“소속사가 없다네요.”
“네? 지금 말하신 거 주서연이죠?”
이번 연극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도무지 그 나이 대로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젊은 배우에게서 그 정도의 전율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박정우나 조서희, 그리고 그보다 못해도 최근 위로 치고 올라오는 또래 배우들이 그러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런 배우가 아직 소속사도 구하지 않고 프리하다?
이걸 듣고 가만히 있을 기획사가 몇 이나 있을까.
“송 과장.”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RY 엔터 '배우 매니지먼트 본부'에서도 한창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주서연 배우, 어때?”
“음, 아직 보여준 게 연극 뿐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기대 되는 배우죠.”
우선 최근 예능 에서 보여준 파급력은 상당했다.
망해가던 예능의 시청률을 2배 조금 넘게 올렸으니까.
하지만.
워낙 시청률이 저조했던 탓에 확 와닿지 않는 게 있었다.
“말도 많이 나오고, 기사도 상당히 걸리고 있으니. 아마 지금이 이름값이 가장 높을 시기일 확률도 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복귀 후 첫 작품이라는 프리미엄은 이제 써버렸으니, 흠.”
배우 매니지먼트의 본부장, 이휘록은 턱을 엄지로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고 또 다른 곳에 내어주기엔 아깝단 말이지. 우선 마스크가 좋잖아.”
“그쵸. 어렸을 때도 귀여웠는데 진짜 역변 없이 잘 컸더군요.”
“연기력도 보아하니 썩 괜찮은 것 같고. 작품 하나 잘 물어다 주면 꽤 그림이 괜찮아 보여.”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내 결정을 내렸다.
굳이 나도는 매물을 잡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심지어 최근 화제가 된 배우를 잡는다면 주가에도 영향을 줄 터.
“송 과장, 그러니 잘 좀 부탁하네. 알지? 조건은 어디 보자…… 계약금을 A급 배우 급으로 내어주면 너무 많이 주는 것 같고.”
“딱 B에서 C사이죠?”
“그렇지. B도 많이 줬다. 딱 C. 그것도 최근 화제성으로 펌핑된 수치인 거 알지?”
“물론이죠.”
C보다는 조금 좋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오케이 사인을 건넸다.
일반적으로 계약금은 배우가 계약 기간 중 벌어 들일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금액의 30프로 정도로 책정된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18등급으로 나뉘며, 아역은 보통 가장 낮은 1~5등급.
서연의 커리어는 아역이 전부이고, 그마저 10년 만에 복귀했으니 당연히 급도 그리 높지 않을 터.
오히려 그들로선 굉장히 많이 쳐준 편이었다.
“아마 3대 기획사 중에 나서는 건 저희 정도일거라, 계약 확실히 따오라고 말해두겠습니다.”
“그래, 말 좀 잘하고 빠릿빠릿한 놈으로 보네.”
그들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이미 계약을 성공적으로 끝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이름만 말하면 아는 3대 기획사.
서연과 같은 신인이라면 절을 해서 라도 들어오고 싶어 할 테니까.
그러니, 그들의 생각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노바 엔터테인먼트.
지연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이자, 업계에선 대략 3군 쯤 되는 위치에 있는 매니지먼트였다.
사실, 3군만 되어도 충분히 괜찮은 편이었다.
대다수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매니지먼트가 무수히 많았으니까.
“아이고, 우리 서연이 드디어, 드디어 계약할 마음이 생긴 거니?!”
그런 노바 엔터에 가자, 노바 엔터의 대표 강찬율이 뛰어나와 서연을 반겼다.
이제 마흔이 조금 넘은 나이였으나, 외모만 보면 30대 언저리로 보이는 외모의 사내였다.
머리는 밝은 금발.
참 언제나 젊게 사시는 분이구나. 라고 서연은 새삼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뭘. 지연이에게 말은 들었어. 소속사 구한다고?”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강찬율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게 이미 10년이나 얼굴을 본 사이였다.
계약도 맺지 않고 지연을 따라 쫄래쫄래 소속사에 들락날락했으니 친근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결 같이 자신을 저리 반겨주는 강찬율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젠 배우가 급하지도 않을 텐데.’
막 지연이 들어갈 시점만 해도 노바 엔터는 훨씬 작은 곳이었다.
물론 기존 지연이 속해있던 ‘은하 엔터’보단 컸으나, 흔한 어중이떠중이 매니지먼트 중 하나.
지연 정도만 되어도 썩 괜찮은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매니지먼트였으나.
10년 간 아등바등 버티며 소소한 성장을 거듭했고, 나름 3군에 이름을 올릴만한 매니지먼트가 되었다.
배우나 소속된 가수의 수도 이제 거의 40명이 넘었다.
그중에 나름 중견급 이상의 배우도 꽤 되었고, 나름 A급으로 칠만한 연예인도 있었다.
간판으로 치는 연예인은 황민화.
최근 천만 관객 영화에 출연하여, 이름값이 크게 올라간 배우였다.
‘이 이후에, 아이돌 하나가 크게 대박이 터져서 2군까지 올라가게 되지만.’
그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노바 엔터는 전생에서 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기획사.
1군에 아슬아슬하게 미치지 못하나, 구설수가 없었던 곳이다.
몇 번 크게 휘청일 만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
“조건은, 예전에 말했던 것과 그대로야.”
“……진짜요?”
“그럼, 이건 친분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란다.”
그들은 회사 내에 마련된 접객실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앉았다.
지연은 밖에서 기다리는 중이었고, 이 자리에는 서연과 강찬율 뿐.
그는 가벼웠던 모습과 달리,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가 가진 건 없지만, 하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강찬율.
그는 본래 3대 기획사 중 하나, XN 엔터테인먼트에서 나름 높은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이었다.
그때부터 업계에 들어와 독립 후, 회사를 차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연예인을 보았다.
“사람 보는 눈이 썩 괜찮다는 거.”
“……그런가요?”
약간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서연에게 그는 쓴 웃음을 보였다.
“예전에 박선웅 배우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지. 그분은 스타의 재능을 별빛이라 했어.”
스타.
그들이 가질 수 있는 본질적인 재능.
타인의 시선을 눈을 끄는 빛을 내는 것.
그는 그것을 별빛이라 칭했다.
“추상적인 표현이지.”
배우라 그런가, 박선웅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좋아했다.
마치 연극을 하듯.
“불씨를 품은 자와, 별빛을 품은 자.”
어느 것도 스타의 자질이다.
‘하지만.’
강찬율은 박선웅과 한 번 서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혹시 자신이 서연에게 보았던 것을, 그도 보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별빛과 같은 아이라고.
“이건 투자야.”
강찬율은 말했다.
“나는 주서연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그에 대한 투자를 하는 거다. 그러니 조건은……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거지.”
A급 배우에 준하는 계약금.
사실 마음 같아선 S급으로 주고 싶었지만, 그건 이사들이 반대할 테니 그가 재량 것 줄 수 있는 최대치였다.
하지만, 성과를 조금만 거둔다면, 언제든 S급으로 올릴 수 있었다.
이 업계가 본디 그런 법이니까.
“…….”
서연은 이미 마음을 먹고 왔음에도 역시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오히려 친분이 있기에, 그렇기에 더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민 계약 조건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 비율도 8:2.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소속사와 계약할 때 7:3으로 계약한다.
연예인이 7이고, 소속사가 3.
그게 업계 평균이니까.
근데 처음부터 8:2라는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심지어 이 비율도 더 올려준다고 했으니.
솔직히 서연은 자신이 있었다.
재능.
분명 자신은 그것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별빛.
강찬율이, 그리고 박선웅이 말했던 것처럼 거창한 재능인지는 모른다.
그녀가 겪어온 전생.
그리고 환생한 주서연이라는 인물의 능력.
어떤 작품이 성공할지 아는, 미래의 지식까지.
그래도 본능적인 두려움이 남았지만.
“……네. 결정했어요.”
서연은 강찬율을 바라보며 말했다.
망설일 시간은 이제 없었다.
얼마 전, 연극을 끝내고 자신을 만나러 온 둘을 떠올렸다.
10년 전.
딱 한 작품에서 마주쳤을 뿐인 인연들이다.
이미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 이들.
승부욕.
아마, 그렇게 생각할 불씨가 서연의 심장에 지펴졌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 드릴게요.”
탑 스타.
언젠가 친구의 앞에서 했던 약속.
그것을 지키기 위해선 이제 달려야 할 때였다.
그리고 다음날.
“안녕하십니까.”
수업을 마치고, 막 연극을 위해 하교를 하던 서연을 향해 말을 거는 남자가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산뜻한 인상의 남자.
그는 서연을 훑어본 뒤에 밝게 웃었다.
“RY 엔터테인먼트의 신민철 대리라고 합니다.”
“아, 네.”
그는 서연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확실히 외모 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겠어.’
여기에 TV에서 본 수준의 연기력만 있다면, 배우로서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민철은 거기까지 생각한 후,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눈을 감고’와 ‘과거, 추억을 보다’의 활약을 인상 깊게 보아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의 말에 서연은 멀뚱멀뚱 그를 보았다.
‘왜 저러지?’
당장 날 듯이 기뻐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이 든 신민철이었지만, 워낙 놀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말씀드리자면 저희 RY 엔터테인먼트에서 주서연 배우님을…….”
“저 계약했어요.”
신민철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담담히 답하는 서연의 말.
그것을 들은 신민철은 어땠냐면.
“……네?”
멍하니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