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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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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좋아하는 아저씨들, 혹은 힐링 예능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 예능이었다.

두 배우의 입담도 무척이나 뛰어나며,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한 만큼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무난히 잘 진행하는 편이었으니까.

다만, 그렇다고 하여 가리는 게스트가 없는 건 아니다.

“주서연? 얘가 누구야?”

“ 안 보셨어요?”

“안 봤어. 극장에 가지 않은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뭔 더 체이서여.”

영화도, 드라마도 볼 일이 없는 이들에게 주서연은 무척 낯선 연예인이다.

애초에 TV로 보는 게 예능뿐인 이들이 최근 뜨기 시작한 스타를 누가 알겠는가.

“거기다 같이 등장한 사내놈도 비리비리하고.”

“할아버지 손주에요.”

“아, 호승이여?”

아무튼, 이번에 첫 예능에 출연한 리암, 아니 호승의 가족들도 옹기종기 모여 시청하고.

인터넷에서도 에 게스트로 출연한 주서연에 대한 말이 나왔다.

  • 두 번 연속 히트했으니 예능 나올 줄은 알았는데 스타어부???

  • 스타어부 무난히 좋잖아

  • 내가 스타어부에서 여자 게스트나와서 재밌는 꼴을 못 봤는데

  • 주서연은 무인 서바이벌보면 ㄱㅊㄱㅊ

  • 작살로도 물고기 잡는 년임 ㅋㅋㅋ

  • 그게 바다낚시랑 같냐? 아오 주서연 빠는 놈들 다 몰려왔네

이제는 제법 생긴 팬들이나, 에서 서연을 봤던 이들은 서연의 등장을 반겼으나, 애초에 배우가 누군지 구분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은 서연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보통 는 진지한 낚시 예능이기도 했고, 여자 게스트가 나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방송 직후 불과 10분 만에 깨졌다.

배를 타고 나가자마자, 주서연이 낚시를 시작하는 시점.

신나서 낚싯대에 미끼를 걸고 캐스팅(낚싯대에 줄을 잡고 휘두르는 것) 장면이 나오자.

  • ?

  • 방금 뭔가 소리가 이상한데

  • 나 스타어부 처음인데 원래 저런 거냐?

  • ㄴㄴㄴ

피융, 소리를 내며 쏘아진 미끼가 바다를 꿰뚫었다.

소리만 듣는다면 누가 총이라도 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허, 허허, 서연 양 자세가 좋네.”

“그쵸? 연습했어요.”

서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 뭐가 그쵸인데

  • 나만 방금 장면 이상하다고 생각함?

  • 낚싯대 맞았으면 사람이 사/람 되었을 느낌이긴 했음 ㅇㅇ

아무튼 조금 이상한 면이 있었지만, 서연은 예상보다 훨씬 호감인 인물이었다.

인상은 귀한 집 아가씨와도 같아서 낚시하는데 흐름이나 깨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 혼자 연습도 한 것 같고

  • 체력 좋네 저거 저킹하는 거 개빡셈

  • 저킹이 뭐임?

  • 저거 찌에 거는 메탈 지그를 흔들어서 작은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는 거임

하지만 그것도 신나서 쉬지 않고 흔들고 있는 것을 보자니, 오히려 보는 쪽이 팔이 아파질 지경이었다.

  • 아이돌놈은 빠졌네 쟤 누구냐?

  • 썬더스트라던데

  • 그러니까 걔가 누군데

  • 주서연 쟤는 안지치냐? 혹시 반복 재생 아니야?

만약 반대편에 초췌해진 리암이 없었다면, 반복 재생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열심히 팔을 흔드는 서연의 모습이 들뜬 기분을 화면 너머까지 전달했다.

“서연 양? 내 모자 줄까?”

“아뇨, 괜찮아요. 태양 빛은 저를 어쩌지 못하거든요.”

그 씩씩한 목소리에 이상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 주서연 쟤 혹시 4차원이냐?

  • ㅋㅋㅋㅋㅋ 뭔 시발 무슨 영화대사냐?

  • 순간 귀를 의심했네 저게 여배우가 할말인가

  • ‘태양은 날 어쩌지 못한다’ 무슨 태양을 극복한 뱀파이어가 할 말 아님?

그런 시덥잖은 대화가 오가며 10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서연의 찌에 입질이 왔다.

이상수 배우가 천천히 릴을 감으라는 요청에, 서연이 신중히 팔을 움직이며 릴을 감기 시작했다.

끼긱, 끼긱.

“부서질 것 같은데요?”

“안 부서져, 안 부서져. 그거 낚싯대 엄청 비싼 거야. 튼튼한 거라, 절대 안 부서지니 괜찮아.”

그런 이상수의 말에 서연은 더 열심히 릴을 감았다.

이때까지는 누구도 뭐가 잡혔는지 몰랐다.

그야 큰 게 잡혔다고 하기에는 서연이 너무 태연했으니까.

이어, 서연은 팽팽한 낚싯대를 당기기 시작했다.

낚싯대가 수상할 정도로 크게 휘어졌지만, 서연은 딱히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 보아하니 참돔인가? 완도면.

  • 참돔 ㅋㅋ 저런 여배우면 참돔에 질질 끌려감 절대 아님

  • ㄴㄴ요령만 있으면 그럴 일 없음

  • 낚시 초보면 저럴 수 있다 ㅇㅇ

대략 3짜 4짜 정도의 참돔을 모두가 예상했을 무렵.

카메라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 모두 서연 양을 도와요!!”

바다 쪽을 살피던 정승현 PD가 그리 외치며 말했다.

카메라가 바다 쪽으로 향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급박한 상황이었다.

  • 뭐임?

  • 저거 무슨 물고기냐? 좀 큰 거 같은데?

카메라가 처음 바다 쪽으로 향했을 때는 시청자들도 무슨 일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아직 물고기 바다 아래쪽에 있어 그 외견이 불명확했으니까.

“서연 양! 줄, 줄 풀면서…… 아니다, 위험하면 낚싯대 무리해서 당기지 마요!!”

평소 얄미운 말을 하며 게스트들을 놀리던 정승현 PD가 벌떡 일어나며 그리 말했다.

다른 이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짓했으나.

“괜찮아요! 제가 더 강해요!”

라는 용맹한 외침에 다들 멈칫하고 만 것이다.

  • 진짜 미친년이냐

  • 제가 더 강해요 ㅋㅋㅋㅋ

  • 강한 게 문제가 아니라 위험하다고!!!!!!!!!

  • 이거 무슨 물고기랑 싸우는 예능임?

부러질 듯 휘어진 낚싯대가 움직이자 물고기가 질질 끌려오는 게 보였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광경.

그 얼굴이 보이자, 점차 커뮤니티의 반응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 저거 돗돔 아님??? 크기 미쳤는데???

  • 돗돔이 뭐임?

  • 와 시발 돗돔을 모르냐? 저거 크면 2미터까지 커지는 물고기임;;

  • 한해에 수십 마리 밖에 안잡히고 저거 잡는 게 꿈인 사람들도 있을 정도ㅇㅇ

  • 무게만 100kg 넘음 저거 혼자 낚싯대 혼자 어캐 잡고 있냐??

  • 아직 바닷속이라 그런 거 아닐까??

돗돔.

본래 심해에 사는 어종이다.

산란기가 되는 5~7월 사이에나 위로 올라오며, 보통 그때가 낚시로 잡히는 타이밍.

당연히 그걸 잡는 건 천운이 따라야 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방송에서도 제대로 잡히는 영상이 없을 정도로 희귀한 물고기가, 무려 케이블 예능에서 잡힌 거다.

  • 미쳤다

  • 이게 예능방송에서 잡히네

  • 아니 그보다 지금 저거 혼자 당기는 거야?

  • 옆에 게스트들이 도와주잖아

  • 도와? 주고? 있는건가?????

아무튼 낚싯대를 힘차게 당기며 릴을 감던 서연의 낚싯대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부서질 것만 같았다.

서연이 낚싯대로 열심히 돗돔을 끌어 올리는 동안 다른 이들은 다른 도구들을 챙겨와 거대한 그물망과 같은 것들을 들고 와 받치려 했지만, 돗돔이 워낙 커서 말처럼 쉽지 않았다.

  • 스타 어부 처음 보는데 힐링 예능 아니었냐?

  • 무슨 노인과 바다임?

방송에 돗돔이 저항하는 모습들이 잡혔고.

그리고.

“얍!!”

  • 얍?

서연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붕! 하고 돗돔이 날았다.

“어?”

모두가 당황하는 동시에 쿵!! 하고 배 위로 떨어지는 돗돔.

갑자기 날아든 거대한 물고기에 사람들이 크게 당황하며, 애꿎은 그물망만 휘휘 흔들었다.

  • 와 미쳤네

  • 저거 위험한 거 아님?

  • 애가 커서 힘이 장난 아닌데??;;;

날뛰는 돗돔을 잡기 위해, 모두가 다가가던 그때.

반쯤 꺾인 낚싯대를 손에 들고 힐끗 서연은 잠시 눈치를 살폈다.

비싼 낚싯대라고 한 탓에 내심 신경이 쓰였는지, 슬쩍 안 보이는 곳에 던져둔 뒤, 날뛰는 돗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틈에 끼었고.

은근슬쩍 다가온 서연의 손이 움직이더니, 돗돔의 머리를 주먹으로 갈겼다.

그 모습은 카메라에 아주 어렴풋이 잡혔을 정도였다.

퍼, 덕

돗돔이 눈이 풀리며 축 늘어졌다.

“오! 지쳤나 봐요!”

“물 밖에 나오면 아무리 큰 놈도 어쩔 수 없지.”

물론 정신없이 돗돔을 제압한 이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 뭐냐? 갑자기 왜 돗돔 기절함?

  • 방금 주서연이 주먹으로 때린 거 아님?

  • 돗돔이 주먹으로 때린다고 기절하는 물고기냐?

  • 근데 기절한 거 맞냐 죽은 거 같은데

그나마 어렴풋이 화면에 잡힌 것을 본 시청자들도 서연의 주먹에 돗돔이 기절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냥 지쳤구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했고.

“와! 돗돔입니다, 돗돔!!”

“이거 내가 진짜 잡아보는 게 평생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잡네.”

“대박이네. 이거 이미 승부 끝났어. 와, 진짜.”

가장 처음 잡힌 물고기가 돗돔이니, 사실상 승부는 무의미해졌다.

낚시가 취미인 이상수나 송광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 안아 봐도 괜찮아요?”

그런 서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당연하지 자자, 우리가 다 같이 잡아줄 테니…….”

이상수가 서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돗돔을 잡은 여배우.

세상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혼자서 안아들고 싶었던 서연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눈치가 좀 보였다.

다 같이 잡은 건데, 혼자 독차지하는 건 좀.

그렇게 사진도 한 장.

모두가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서연이 안고 있던 돗돔을 놓았다.

그 모습에, 리암이 마른침을 삼켰다.

‘저거 100kg쯤 넘는다고 하지 않았나?

다들 잡아준다고 했지만, 그렇다 해도 서연은 너무 쉽게 들고 옮기지 않나?

그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리암은 보았다.

‘분명…… 돗돔의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갈긴 것 같은데…….

다들 정신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어리숙하게 물러서 있던 리암은 똑똑히 보았다.

서연의 주먹에 얻어맞는 순간 축 늘어지던 돗돔을.

‘…….

돗돔의 크기는 170cm. 거기에 저 무게를 생각하면 리암보다도 체급이 큰 물고기였다.

덤비지 말아야지.

리암은 내심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돗돔을 잡은 후, 저마다 무용담을 털어놓으려던 찰나.

“이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 먹나요?”

“네?”

“보통 물고기 잡으면 매운탕 같은 거 해 먹는 거 봤거든요.”

서연이 드물게 굉장히 들뜬 얼굴로 말했다.

  • 아니.

  • 누가 돗돔으로 매운탕을 해 먹어

  • 제발 그러지마

  • 야이 미친년아!!!!!!!!!!! 제발 그만해!!!!!!

  • 돗돔을 살려다오...

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기를 일으킬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수, 송광민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잡은 당사자가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뭘 어쩌겠는가.

또 이게 돗돔을 잡는 여배우라고 하니, 이게 또 참 예뻐 보이고 말을 하나라도 더 들어주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큰 데…… 거 조금은 괜찮겠지.”

“이거 근데 어디부터 잘라내죠? 저도 이거 돗돔은 영상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다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눈물을 흩뿌리며 말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두 대배우가 서연의 말에 얌전히 따른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렇게 난데없이 대박을 건진 는.

[전설의 물고기를 건진 !! 시청률도 함께 낚다!!]

[주서연 돗돔 매운탕 논란. 돗돔이 맛있었어요]

위키에 서연의 첫 사건사고, 논란 항목으로 박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