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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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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희 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반……갑네요. 선배님.”

기묘한 기류가 오가는 둘.

박정우와 조서희.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상당히 경계어린 눈을 하고 있었다.

‘얘가 대체 왜 여깄지?

‘이 사람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웃는 낯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묘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최근 높은 평가를 받는 젊은 연기파 배우들에겐 있을 수 없는 어색한 연기가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낀 당사자.

‘어쩌다…… 이렇게 됐지?

주서연은 연극이 끝난 후를 천천히 되짚었다.

그러니까, 대략 한 시간 전.

“오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특히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후라면, 다들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법이다

수많은 관객 앞에서 보인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며.

그리고, 그 화려한 장면들을 떠올리며.

“서연 씨,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정말정말 살았어요.”

먼저 말을 꺼낸 건 송민서의 이혜진이었다.

서연이 아니었다면, 자칫 무대를 망칠 뻔했으니 당연했다.

“혜진 배우님이 잘 받아주셔서 그래요.”

“아유, 말도 이쁘게 해.”

“정말 오늘 관객 반응 봤죠? 이거, 첫 타임에 이렇게 반응 좋은 거 오랜만입니다. 진짜.”

오늘 있었던 무대를 몇 번이고 머릿속에 새긴다.

과했던 기대감에 부응하는 무대.

그것을 해냈다는 것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우리 회식 한 번 해야죠! 시간이 좀 이르지만 갑시다!”

흥분해서 말한 이는 조도율이었다.

그는 자신이 쏜다며, 큰 소리로 외치던 중.

“근데 서연 씨는 학교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연출은 남으셔야죠.”

“…….”

늘 그렇듯 초를 치듯 말하는 심청석의 말에 입을 닫았다.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서연은 고등학생이었다.

회식에서 술이라도 꺼내면 자칫 논란이 생길지도.

그렇다고 빼고 갈 수도 없다.

이번 연극의 슈퍼스타가 누구인가.

잠시 휘청이던 극을 구한 이가 바로 주서연이다.

주서연 없는 회식은 없다!

“아, 저 학교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허락도 다 맡아서.”

“진짜요?”

“네, 최소 출석 일수만 채우면 괜찮아요.”

담담한 서연의 말에 모두 갑시다, 갑시다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연은 서연대로 조금 우쭐해졌다.

‘오늘 좀 잘했지.

아역 시절과는 다르다.

그때는 모두가 서연을 배려하는 게 느껴졌다.

스스로도 부족함을 알았기에, 마지막 연기를 제외하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공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자기 전에 홀로 머릿속으로 감상하는 ‘주서연 매드무비’가 하나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꿀잠을 자겠구나.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서연은 홀로 그런 생각을 하며 들떠있었다.

서연의 어머니, 수아가 말했듯.

서연은 남이 자신을 띄워주는 걸 좋아한다.

오늘은 바로 그 절정.

무표정한 얼굴에 볼이 살짝 상기된 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이미 와버린 상황에 묻는 것도 웃기지만, 고깃집 괜찮아?”

“네.”

아침부터 고깃집 좌석을 채우고 앉은 배우들을 바라보던 서연은, 문득 공연이 끝난 후 손을 씻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참고로 조도율은 다음 공연 때문에 결국 남았다.

대신 심청석에게 배우들을 맡긴 모양.

정작 심청석은 경력도,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어째 공연 때부터 다른 배우들을 이끄는 역할이 되어버렸다.

“아, 저 잠시 손 좀 씻고 와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있다.”

다른 배우들의 주문을 들으며 심청석이 답했다.

서연은 활기찬 배우들을 바라본 후, 기분 좋게 식당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

음식점의 입구에 서 있는 두 남녀를 보았다.

‘어.

서연에겐 다 익숙한 사람들이다.

먼저 남자.

커다란 선글라스에, 머리에 쓴 모자.

얼굴에 쓴 검은 마스크에 캐주얼한 복장.

하지만 잘생긴 얼굴과, 그 수려한 얼굴 선은 서연에게 아주 익숙했다.

박정우.

바로 얼마 전 예능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

그리고.

“흐응.”

콧소리를 내며 남자를 바라보는 여성.

복장은 서연과 같은 교복.

분명 서연이 기억하기로, 서울에서 유명한 예고의 교복이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에, 안경을 쓴 여자.

말해서 뭣하겠나.

지금 당장 그 뒤에 있는 간판에 당사자의 얼굴이 박혀있는데.

조서희.

어린 시절 서연과 ‘태양을 숨긴 달’ 오디션에서 만났던 소녀.

“……응?”

“어?”

뒤늦게 둘이 서연을 보았는지 고개가 움직였다.

동시에, 둘 다 흠칫 했다.

뒤늦게 자신들이 어떻게 보일지 자각한 모양이다.

기묘한 정적.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한 채 서로의 눈치만 살피던 공백의 시간.

“오해야.”

먼저 입을 연 건 조서희였다.

“나는 그냥 오늘 연극을 보고, 조금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

조서희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농담은 아닌 모양이다.

“……대화요?”

“응.”

서연은 그런 서희를 보았다.

어렸을 때 보고 실물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솔직히 내심 감탄했다.

역변 없이 자란 조서희의 얼굴에.

‘예쁘네.

전체적으로 고양이상이다.

서연과는 비슷하면서 달랐다.

서연은 나른한 고양이면, 이쪽은 날카로운 고양이다.

발톱도 세우고, 털도 세운.

아무튼 성격이 좋아 보이진 않는 고양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물론 서연 자신의 주먹은 더 강할 테니, 얼마든지 덤벼도 괜찮다.

“근데.”

서연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 저희…….”

딱히 그런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하지 않잖아?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왔으나, 굳이 말하진 않았다.

그야 그렇지 않은가.

‘아, 낙하산?

했던 게 사실상 조서희와 서연의 유일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워낙 광고를 많이 봐서 내적 친밀감은 쌓여 있다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아니, 오히려 조서희에게 묻고 싶었다.

정말 왜 왔지?

“아.”

서연은 뒷말을 내뱉지 않았지만, 대충 뭘 말하려고 했는지는 대략 알 수 있었다.

덕분에 할 말이 없어진 조서희가 굳어버리자.

“훗.”

박정우가 피식 웃으며, 팔짱을 풀었다.

“서희 씨. 이거 곤란해요.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연예인이라고 막 찾아오는 거.”

“…….”

“흠, 저는 함께 드라마도 출연했고. 최근 예능도 같이 해서 예.의.상. 그리고 친.분.이 있어 왔거든요.”

“…….”

그런 박정우의 말에 조서희가 이를 아득 깨물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박정우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체구도 작고, 자신보다 3살이나 어린 조서희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가?

서연은 언제부터 정우와 그리 친분이 있었나 싶긴 했다.

음, 뭐 조서희보단 많긴 하지.

최근 예능도 같이 하긴 했고…….

설마 연극까지 직접 보러 왔을 줄은 미처 생각 못 했지만.

“…흐, 흥.”

조서희는 이내 침착함을 되찾으며, 생긋 웃었다.

“그래도 후배로서 충고 드리자면 조금은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남배우가 함부로 여배우와 접촉하면…… 아시죠?”

“…….”

“그리고, 저에게 서연 씨는 아주 고마운 사람이라 인사를 하러 왔어요. 네, 그런 거죠.”

그런 서희의 말에 오히려 서연이 궁금해졌다.

박정우야 대충 이해가 갔지만 조서희는 정말 예상외였으니까.

“고마운 사람?”

“그래요. 10년 전, 태양을 숨긴 달 오디션.”

서희는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때 서연 씨에게 ‘연화공주’ 역을 두고 패배한 것. 좋은 약이 되었으니까요.”

이건 진심이다.

그때 당시 조서희는 어린 나이에 오만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자신감 넘치는 그녀지만, 오만한 것과 자신감이 있는 건 다르다.

“그래서 꼭 만나고 싶었어요. 서연 씨가 돌아오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 가요?”

“네. 아, 그리고 이번에 제가…….”

조서희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가자, 박정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대략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잠…….”

그것을 박정우가 급히 막으려던 순간.

“손 씻으러 간다더니 왜 이렇게 안 와? ……응?”

깜깜무소식인 서연을 부르러 나온 심청석이 박정우와 조서희를 보았다.

게슴츠레한 눈.

심드렁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본 그는.

“뭐야, 이거. 몰래 카메라냐?”

그렇게 생각할 만큼의 멤버 구성이었다.


심청석의 등장으로, 박정우와 조서희는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둘의 성격이라면 자연스럽게 끼어들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

그런 둘을 멀뚱히 바라보던 심청석이 내게 물었다.

“친구야?”

“……네, 뭐어.”

“흐음.”

친구라고 해야 되나.

박정우야 어쨌거나 조서희는 의외였다.

나를 그렇게나 신경 쓰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설마 과거보다 훨씬 잘 된 것에 그런 이유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것에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둘을 본 감상이 그게 전부?

나름 탑급 배우인 둘을 보고도 겨우 저런 반응이라니.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가는 심청석의 모습에 그가 왜 훗날 드라마 촬영에서 가혹행위를 받았는지, 그 편린을 조금 본 느낌이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공연도 힘내죠!”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회식.

다음날 학교에서 그에 대한 것을 이지연에게 말해주자.

“참고로 나도 공연 봤어.”

“진짜?”

그럼 같이 밥이나 먹지.

그런 마음을 담아 보자.

“그런 자리에 남이 끼면 민폐야. 아마 그 둘도 그걸 아니까 내뺀 거겠지.”

“그래?”

그렇게 배려가 깊은 사람들이었나.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지연의 말이 이러하니 그렇겠지.

‘그나저나.

나는 늘 지연과 함께 점심시간에 시간을 보내는 벤치에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전과 분위기가 달라진 걸 느꼈다.

예능을 찍고, 계속 연극 때문에 바빠 학교에 오지 않았던 탓인가.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는 건 처음이다.

“아주 난리도 아니야.”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지연이 말했다.

“다 나한테 왜 숨겼냐고 말해. 내가 숨겼나? 자기들이 못 알아본 거지.”

“음, 그 정돈가?”

“뭐가 그 정도야, 주서연. 아저씨 말 따라 할래?”

지연이 도리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참고로 지연이 말하는 아저씨는 우리 아빠다.

그리곤 당장 이쪽을 주시하는 시선들을 향해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기, 저기.”

교사 건물 위.

교실 창밖으로.

자판기를 이용하며 슬쩍슬쩍.

지연의 손가락이 향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학생들이 도망가서 조금 재밌었다.

학교에서 예능을 촬영한 게 어지간히 영향이 컸던 모양이다.

‘여전히 친구는 생기지 않았는데.

그럼 조금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면 안 되나.

오늘도 등교하고 내가 대화를 한 건, 스마트폰의 박스비 뿐이었다.

아, 물론 이지연을 제외하고.

“그리고.”

대충 시선을 제거한 지연이 말했다.

“슬슬 소속사 구해야지. 어떡할래?”

“어떡하냐니.”

“예전부터 가고 싶은 곳 있다고 했잖아.”

생각해둔 곳은 있었다.

과거, 함께 CF를 촬영했던 김정하 배우가 소속된 소속사.

본래는 이지연에게 추천했던 곳이다.

슬슬 김정하 배우가 날아오를 시기이기도 하고, 현재는 애매한 평가를 듣는 곳이라 지금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들어갈 수 있겠지.

하지만.

“……너희 소속사 자리 비었어?”

“뭘 당연한 걸 물어. 네가 온 다고 하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 줄 텐데.”

지연이 속한 소속사, 노바 엔터.

은하 엔터 이후로, 지연이 옮기게 된 소속사.

그때는 중견정도 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꽤 덩치가 커진 곳이다.

물론 대형 소속사라기엔 여러모로 부족하고 그 끗발이 약하다.

하지만 오래 살아남아 인맥도 넓고, 추후 확실히 ‘대형 소속사’로 성장하는 곳이었다.

‘많이 얼굴을 봐서 익숙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지연과 오래 함께 지내서 얼굴도 익다.

모든 걸 고려해보면 노바 엔터만한 곳이 없겠지.

‘그래, 그렇게 하자.

서연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던 순간.

우우웅!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야?”

“아, 그게.”

스마트폰을 화면하자 발신자의 이름이 떠 있었다.

조도율.

‘눈을 감고’의 연출.

서연은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 차분히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주서연입니다.”

「아, 서연 씨. 점심시간이죠? 갑자기 연락 미안해요.」

“아니에요. 무슨 일이세요?”

오늘 서연은 저녁 타임이라 여유가 있었다.

대략 네 시까지 가면 됐으니까.

「다름이 아니라, 제가 아는 감독님이 한 분 계신데.」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서연은 깨달았다.

「혹시, 영화 출연해볼 생각 있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