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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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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드라마 촬영 중 대본이 교체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시청자의 반응이 지나치게 안 좋아 급히 수정이 들어간 경우.

혹은 드라마 작가 도중에 하차하거나, 교체된 경우.

대본의 집필 속도가 촬영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을 때.

당연히 준비된 대본은 수정 전이 대부분이기에 새롭게 준비된 대본은 촬영 당일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거 맞아?”

“…….”

아이돌 출신 배우, 마연우와 차나희, 그리고 에이든은 굉장히 표정이 복잡했다.

그나마 차나희는 연기 경험이 있었지만, 나머지 둘은 이번이 첫 연기 도전이었다.

그렇다고 차나희가 사정이 낫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쪽 대본은 처음인데…….

벌써부터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야, 현재 에서 가장 욕을 먹는 게 누구냐면 바로 송소하.

즉, 차나희가 맡은 배역이었다.

‘나 때문에 조하린의 비중이 계속 줄었어.

물론 김필석 감독은 임진하 작가의 개인적인 사욕으로 수정된 대본이라 해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만약 사욕이 아니었다고 해도, 대본은 분명 수정되었을 것이다.

등장 비중이 적은 조하린이 송소하와 커뮤니티에서 언급량이 비슷했다.

그 정도로 얼추 비슷하게 존재감을 가져간다는 것.

이는, 차나희가 맡은 송소하가 역으로 존재감이 적다는 뜻이었다.

“…….”

극을 이끌어가는 여주인공으로서 이건 좋지 않다.

김필석 감독도 점점 차나희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있었다.

조하린이 여기서 비중이 늘어나, 더욱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이 드라마의 주연은 결국 송소하다.

송소하가 살아나지 못하면 결국 드라마는 죽는다.

‘고민이 많은 얼굴이군.

급히 수정된 쪽대본이 주어지자, 배우들의 표정이 대체로 어두워졌다.

태연한 건 단 두 명.

박정우와, 주서연.

특히 박정우의 경우에는 아역부터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물론 스물 언저리의 나이에 베테랑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실제로 그랬다.

‘저 아이는, 도무지 10년 만에 연기에 복귀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야.

갑자기 비중이 늘어났다.

그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질 만도 했지만, 서연은 딱히 표정 변화가 없었다.

갑자기 늘어난 대사도 전혀 부담이 없는 얼굴이었다.

도리어.

‘조하린의 비중이 왜 이렇게 늘어났어?

대본을 확인하던 마연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팔씨름을 하다 부상을 당할 뻔한 이후, 서연에게 얌전해진 마연우였지만 최근에는 그 상태가 호전되던 상황이었다.

‘팔을 부러트릴 뻔한 것과 별개로 딱히 흉포한 성격은 아닌 것 같군’

대충 그런 식으로 인지한 후, 나름 촬영장에서는 이름으로 부르며 친근하게 지내고 있었다.

서연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고.

하지만.

이틀 전, 저스트 엑스의 멤버들과 다 함께 를 보고 온 후.

“와, 걔가 걔지?”

“이번에 연우랑 찍는 여자애잖아.”

“정말 동일 인물이냐? 와, 진짜 그때 안 건드리길 잘했네.”

저스트 엑스의 멤버들은 저마다 그런 말을 내뱉으며 마연우를 보았다.

그리고 마연우 또한,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다.

대체로 동정하는 시선이었으니까.

‘……어차피 연기인데 뭐.

그렇게 생각했지만, 영화에서 나온 차서아는 쉽게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빗속에서 빛나던 붉은 눈.

손에 든 소방 도끼.

마지막 경찰관과 싸울 때 악을 쓰며 덤벼들던 짐승과 같은 모습.

자신의 팔을 꺾어버리던 서연의 모습에 오버랩됐다.

“…….”

아니라는 걸 알아도 사람의 이미지라는 게 그런 것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에서 조하린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마주쳐도 서연은 기껏해야 머리가 꾸벅 숙여 인사하는 정도.

대화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대하기 부담스러울 것도 없었다.

분명 오늘까지는 그랬다.

“저, 박 선배. 이게 맞아요? 대본이 막 이렇게 휙휙 수정되기도 합니까?”

사실 나이 자체는 마연우가 박정우보다 4 살 많았다.

스물넷.

저스트 엑스 중에선 두 번째로 많은 나이.

하지만, 배우 판에 온 이상 그래도 박정우에게는 되도록 농담처럼 선배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는 편이었다.

“꽤 흔하죠.”

“그, 그래요?”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평탄한 음성으로 묻는 박정우의 얼굴에 마연우는 침을 꼴깍 삼켰다.

마연우도 엄연히 인기 아이돌이니 선남선녀는 수없이 보았지만, 그중에서 박정우는 유독 튀었다.

흔히, 아무리 외모가 뛰어난 아이돌도 배우의 곁에 있으면 빛을 바랜다는 말이 있다.

마연우는 딱히 그것을 인정하진 않았지만, 박정우에겐 확실히 어느 정도 통용되는 느낌이었다.

외모도 외모였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다.

마치 서연이 가진 것과 같은.

그런 마연우의 모습에, 박정우는 역으로 안 됐다는 시선을 보냈다.

‘……확실히 부담스러울 만하지.

갑작스러운 대본 변경은 배우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연기에 첫 도전하는 아이돌에게 그런 일이 생겼으니.

심지어 그 상대가 서연이었다.

‘그 녀석, 연기는 정말 보통이 아니니까.

박정우도 를 보았다.

그것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구나.

감탄과 경탄.

솔직히 조하린의 연기보다 훨씬 나았다.

가공할 싱크로율, 스크린 너머까지 전달되는 날카로운 감정.

배우로서 도달해야 할 어떤 기준점.

서연의 차서아 연기는 그 정도였다.

심지어 정우의 아버지인 박선웅 배우도 이렇게 말했을 정도였다.

“서연 양이 연기를 잘하는 건 알았지만, 차서아는 좀 다르더구나.”

“……다르다?”

“너도 느꼈을 거다. 서연 양의 장기는 메소드 연기, 라고 알려져 있지. 하지만 차서아는 그런 게 아니었어.”

애초에 서연은 연기에 복귀한 이후 딱히 메소드 연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굳이 그 정도로 몰입할 배역도 없었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10년간 배운 연기 기술로 충분히 해결해 왔다.

하지만, 차서아는 다르다.

‘본인.

거의 본인이라 부를 수 있었다.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의 생생함.

정우가 그렇게 느꼈다면, 관객들은 보다 날 것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영화에서 차서아의 비중은 분명 높으나, 막상 모습을 비춘 시간은 많지 않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조금씩.

그리고 아르바이트 장면.

두 형사가 차서아의 흔적을 쫓을 때마다 나오는 짤막한 과거 회상 파트.

고작 그게 전부였으나, 이 정도 화제를 불러왔다.

본래 천만 배우라고 하면 해당 영화를 찍은 주연들에게 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누구도 차서아를 맡은 서연에게 ‘천만 배우’라는 칭호를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은 건 그런 이유였다.

‘……혹시 정말 그런 병을…….

감정표현 불능증이라고 하던가.

그 이해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연기만으로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 불쾌함.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기괴함.

박정우는 문득 서연이 그 질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실제로 함께 영화를 본 조서희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까.

“나중에 꼭 찾아가 봐야겠어요,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지.”

그리 말하며 쌩하고 사라졌을 정도.

‘근데 그렇게 걱정할 만큼 친했나?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지만, 유독 조서희는 이래저래 서연에게 잔뜩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뭐, 그런 병을 앓고 있을 리는 없겠지.

에서 서연을 쫓아다니며 느꼈다.

서연은 누구보다 감정적이고, 감성이 풍부했다.

단지 그것이 튀어나오기까지 과정이 필요할 뿐.

그러니 정우는 서연이 그런 무서운 질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연기를 펼친 서연에게, 내심 승부욕마저 일었다.

“너무 서연 씨 연기에 부담을 느낄 필요 없습니다. 그 녀석이라면 알아서 잘 맞춰줄 테니까요.”

아무튼 박정우는 마연우가 느끼는 부담이, 서연의 그런 막강한 연기력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이돌치곤 제법이었지만 가장 많은 ‘발연기’ 논란에 시달리는 마연우였으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닌데.

마연우는 박정우에게 더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차마 여배우가 무서워서 연기하기 어렵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바, 박정우 배우님!”

그때, 작은 체구의 여성이 급히 정우에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번에 새롭게 교체되었다는 드라마 작가 민세희였다.

“예?”

“호, 혹시 주서연 배우님이 어디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저쪽입니다. ……근데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아뇨! 단지, 가장 많이 달라진 만큼 여러모로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요.”

“아, 네.”

“그럼 감사합니다!!”

허리를 꾸벅 숙이고 사라지려는 민세희의 모습에, 박정우는 재차 대본을 떠올렸다.

‘수정된 대본에 관해 설명해 주려는 거겠지.

비중이 늘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분명 러브라인도 있었다.

마연우와.

그러니 직접 그에 대해 전할 것이 많을 것이다.

“…….”

박정우는 잠시 턱을 엄지로 쓸었다.

러브 라인이라……, 애초에 본래 들어갔어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비중이 줄어들며 그런 부분이 죄다 빠진 상태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마연우와 러브라인을 서연과 잡아주기 싫었던 건지.

이건 아마 그런 이유는 아닐 거다.

분량을 빼다 보니 뺄만한 부분이 거기밖에 없던 거겠지.

러브라인이 늘어나면 어찌 됐든 그에 따른 서사가 늘어나는 것이다.

애초에 본인이 마연우와 다른 배우의 러브라인을 넣은 만큼, 그게 싫어서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박정우는 표정이 진지해졌다.

여태까지 서연의 연기.

그리고 수정된 대본.

무인도에서 보았던 서연의 모습과 감정.

그리고 이 대본을 비교하면…….

“민세희 작가님.”

“예?”

막 등을 돌리려던 민세희를 정우가 붙잡았다.

“대본에 관해 조금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네?!”

갑자기 진지하게 묻는 박정우의 얼굴에, 민세희는 얼어버렸다.

그가 보통 이렇게 말할 때면 아주아주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바뀐 대본을 본 서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기존 의 내용은 전부 서연의 머릿속에 있었다.

본래 가 어떤 식으로 성공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분명 는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다 7화쯤부터 역주행을 시작할 텐데.

그 시청률 변화는 전생과 거의 비슷했다.

유독 높았던 건 서연이 대활약했던 1화뿐이었다.

서연의 대활약으로 15퍼센트를 찍었지만, 본래 전생에서 1화의 시청률은 단 7퍼센트.

그 두 배를 1화에 찍었고, 이후에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이 또한 전생보다 높았다.

본래라면 이 이후, 가 7화부터 역주행을 시작하며 시청률이 크게 오르게 되고.

최종적으로 시청률을 20퍼센트 찍으며 마무리.

조하린은 7화 언저리에서 비중이 줄어들어 그 수혜를 크게 누리지 못했으나 서연은 그래도 괜찮았다.

8화 이후는 대체로 드라마의 후반부에 속하기에 보다 러브 라인이 깊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8화부터 비중이 줄어드는 조하린의 경우엔 그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박민율과 얽히는 게 늘었어.

박민율, 즉 마연우가 맡은 배역.

서연의 인기를 증명하듯, 확실히 그 비중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7화 이후, 비중이 늘어났다는 건 연애 파트가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애초에 그 감정이 뭔지 제대로 공감도 못 하는 판에.

“주주주, 주서연 배우님!!”

다다다, 소리가 나며 민세희 작가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그 곁에는 김필석 감독.

아마 곧 시작될 촬영 전, 연기 지도를 온 게 분명했다.

“대, 대본 대사 몇 개 고쳐도 될까요?”

“네?”

그렇게 추가 된, 몇 가지 대본 수정.

새로운 연기 지도.

메인 작가 교체 이후, 의 첫 촬영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 이번 주에는 괜찮을까요? 더 떨어지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KMB 드라마국의 직원들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5퍼센트로 준수하게 시작된 드라마가 이래저래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으니까.

그 탓에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MDC의 드라마가 아주 활짝 웃고 있었다.

“작가가 교체됐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반등이 될까요?”

“안 되지. 보통은.”

작가가 교체되는 건 오히려 악재에 속했다.

쪽 대본은 결국 허술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전에는 실황으로 중계되는 채팅창의 반응을 보는 게 즐거웠지만, 이제는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시청률은 확인해야지. 지금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나? 몇 퍼야?”

분명 시작 때는 이전과 얼추 비슷했다. 10분 전에도 비슷했고.

그러니 이번에도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 14퍼센트입니다.”

“그래, 14퍼센트…… 응?”

14퍼센트

1화 최고 시청률에 근접하는 수치였다.

“다, 당장 프로듀서님께 말씀드려, 빨리!!”

“넵!!”

그는 황급히 의 실황 중계 채팅을 뒤늦게 훑어보았다.

고작 10분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일었는지 알아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