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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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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있는 학급의 반장, 길다현은 사실 스릴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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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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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보러 갈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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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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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이 찍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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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의 말에 생긴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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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길다현은 공부 때문에 딱히 영상매체를 많이 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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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유튜브,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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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영화 정도나 간혹 접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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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이번에 축제 때도 귀신 연기 진짜 잘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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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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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때 서연이 보였던 귀신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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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길다현은 제대로 그것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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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관리하느라 바빴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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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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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미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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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심장 멎을 뻔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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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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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땠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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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길다현은 귀신의 집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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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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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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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쾌히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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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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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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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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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의 주변의 반경 2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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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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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배역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만큼 인상이 강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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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연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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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된 친구들은 서연을 보며,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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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서연아, 정말 연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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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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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차서아라는 존재는 영화에서 2시간 내내 공포로 군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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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서연이가 표정이 없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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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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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마저 들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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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서연의 붉은 눈이 신경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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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붉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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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가끔 빨갛게 변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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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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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면서 차서아의 얼굴과 겹쳐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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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동안 편의점도 못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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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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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방 도끼를 쥔 서연의 모습과, 영화 속 서연의 모습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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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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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쫓아가던 차서아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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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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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말을 걸자, 학생들의 시선이 스스스슥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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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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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스스슥 멀어지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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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민망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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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딱히 피하는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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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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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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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해도 몸은 정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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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서연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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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서연에게 시선이 아예 가지 않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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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시선은 죄다 서연의 시선으로 향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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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차서아의 손에 쥐어진 도끼,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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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흉기가 지금도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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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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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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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가까워진 거리가, 큰 벼랑을 둔 것처럼 멀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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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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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며 서연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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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친구 만들기는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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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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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가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배역을 맡으면 대중에 영향을 끼친다는데, 지금이 딱 그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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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 이미지를 잘 상쇄해주길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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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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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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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 걸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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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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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서연을 본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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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길다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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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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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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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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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주기 위함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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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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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순수하게 팬으로서,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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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배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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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연기를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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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그리고 의 광고에서 보았던 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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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의 서연은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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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무서웠고,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길다현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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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험은 분명 아찔했지만, 동시에 길다현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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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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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꼭 재밌게 봤다고 말해야지. 아, 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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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꼭 챙겨봐야겠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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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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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입소문이란 물결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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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물결이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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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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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가 관람하고 왔는데, 걍 미쳤습니다. 이게 진짜 얼마만에 나온 제대로 된 국산 스릴러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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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런 말을 떠든 건, 120만 유튜버를 향해가는 한봉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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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포일러가 되니까 말을 못하는데요. 범인이 이게 체구도 작고, 여자 잖아요? 아, 성차별 아닙니다. 분위기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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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식은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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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여성인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 동양권이 그런데, 그 탓인지 그런 감성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게,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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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들갑 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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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보고 왔는데 딱 이느낌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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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정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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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그정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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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는 사정이 있습니다. 나름의 이유도 있는데, 이게 범인의 서사로 작용해요. 그렇다고 이유가 있으니 불쌍하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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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식은 자신이 보았던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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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차서아는 동정할 만한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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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동정하기엔 너무나 잔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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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봐야 압니다. 이거 무조건 천만 봅니다. 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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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식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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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천만 못 가면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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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 영화 시장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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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외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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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첫 물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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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그렇게 재밌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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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한번 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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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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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영화 보는 내내 눈 감은 게 절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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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진짜 장난 아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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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진짜 너무 무섭더라. 근데 재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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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관심을 가진 관객들이 극장가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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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가 약세를 보이던 터라 갑자기 흥행하기 시작한 작품에 눈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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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호들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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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재미없기만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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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영화에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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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반인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의 이름을 외운 경우는 정말 이름값이 확실한 배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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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주서연이라는 이름은 낯선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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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추억에, 그리고 예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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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비중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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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차서아’를 어떤 배우가 맡았는지는 큰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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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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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된 순간, 선입견 없이 배우를 처음으로 목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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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렬함을 처음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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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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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며 등장하는 차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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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정하게 시체를 처리하는 그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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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이코패스를 연상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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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습을 했음에도, 인간을 닮은 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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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들은 이 근처에 있는 경찰서에서 일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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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그럼 전화하면 바로 오시는 거죠? 평소 얼마나 걸리세요? 바로 오실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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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의 평온한 목소리가 영화관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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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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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사와 처음으로 대면한 장면에서, 차서아는 마치 지나가듯 가볍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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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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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경음악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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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게 왜 궁금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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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도 그것을 느꼈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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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는 차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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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떠나기까지 적막 속에서 유지되는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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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화임에도, 관객은 차서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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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며 지어진 그녀의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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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할 정도로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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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색함이 불쾌함을 불러왔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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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함은 이어지는 차서아의 행동에 공포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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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리가 뭘 잘못했어요? 대체,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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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처럼 외치는 피해자를 보며 차서아는 아무런 말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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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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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들의 반응을 즐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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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어떤 답을 찾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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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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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그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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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의 머리에 도끼가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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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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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섬뜩한 소리만으로 사람들의 몸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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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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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늦게 도착한 임승철 형사가 분노를 터트리며, 차서아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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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흉기를 처리한 직후이기에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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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그녀를 향해, 임승철이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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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추격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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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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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행동에 공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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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장면이었으나, 차서아는 계속 임승철을 곁눈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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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떨어진 쇠파이프를 발견하자마자, 몸을 돌려 임승철의 머리를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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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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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임승철의 몸이 비틀거리며 뒤로 쓰러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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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주머니에 넣어둔 커터칼을 꺼내 다가가는 순간, 다른 발소리가 들리자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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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괜찮으니까. 저기로 갔어. 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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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도착한 동료, 서광일 형사에게 피에 젖은 얼굴로 외치는 임승철은 처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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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광일 형사는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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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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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임승철의 출혈이 심했다. 아무래도 쇠파이프에 머리가 찢어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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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발, 내가 무능해서 놓쳤다. 내가,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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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섞인 눈물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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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비통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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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임승철에게 관객들은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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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기에 집중하여, 차서아에게 더욱 분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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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철과, 서광일은 절치부심하여 이후 유력한 용의자 차서아의 행적을 쫓아, 하나하나 단서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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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차서아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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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인자가 되기 까지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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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학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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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부모한테 학대를 받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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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이 알고 신고했지만, 차서아는 그후로도 한참 부모의 손에 길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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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 불능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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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차서아 환자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요. 표현하는 법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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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사의 말이 겹쳐지며, 차서아는 다음 표적을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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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마지막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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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차서아에게 친절히 말을 걸어주었던 한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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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쫓아, 기절시키고 천천히 그녀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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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그 자리에서 살해했을 차서아였지만, 그녀의 손이 순간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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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혹은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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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그것이 떠올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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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차서아가 한예화를 보고 그것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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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신을 보면 여기가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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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서아는 전신을 청테이프로 감은 한예화를 내려보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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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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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죠? 하긴, 알 리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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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그리 중얼중얼 거리며, 공구를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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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톱,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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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구해온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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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이상해요. 아주 뜨겁고, 아주, 아주……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아, 화가 나는 건가? 아니면 억울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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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이름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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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올바르게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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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한예화에게 향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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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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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히 대해줬는데 분노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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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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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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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죽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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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이나, 도덕성 그런 거창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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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까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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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히 죽이기엔 그저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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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는 차서아의 심장에 자극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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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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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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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었고, 그녀를 다른 이들처럼 평범히 살해한다면 그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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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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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차서아가 스크린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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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점멸하듯, 깜박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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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받은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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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친구들에게 당한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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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쿵, 쿵, 쿵. 뛰는 심장 박동 소리가 관객들의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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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손에 망치를 쥐고, 다가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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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멈춰. 이 살인마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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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의 집 문을 부수며, 서광일 형사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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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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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든 피 묻은 망치를 쥔 채로, 차서아의 머리가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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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녀의 기분을 나타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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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죽이고, 관객들은 화면에 가득 잡힌 차서아의 얼굴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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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차서아의 입매가 삐뚜름하게 비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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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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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토하듯, 차서아가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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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좆같다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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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가 망치를 들고 서광일 형사를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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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덩치가 배는 큰, 남성을 향해 일말의 공포조차 느끼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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