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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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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조서희가 영화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건 바로 얼마 전이었다.

이래저래 아역 시절부터 오랜시간 활동해온 조서희는 이래저래 인맥이 넓은 편이었다.

원로 배우인 정은선 배우가 조서희를 워낙 이뻐한 것도 있었지만, 조서희 본인도 주변의 인맥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라는 것도 있었다.

‘배우 판은 결국 다 보는 얼굴.

그러니 되도록 좋은 관계를 만들어두는 게 좋다.

어린 시절부터 그리 생각해 왔고, 그건 성장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백민 감독은, 그중에서도 조서희와 꽤 오랜 인연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정은선 배우의 소개로.

그리고 조금 성장한 이후에는 라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경성, 아가씨요?”

처음에는 단순히 묘한 제목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배경은 일제 강점기.

흔히 말하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영화인가 싶었다.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에 도움이 될지도.

조서희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인상이 상당히 날카로운 조서희는 이런저런 안 좋은 여론도 많았다.

일진이 아니냐느니, 발랑까진 것 같다느니.

아무튼 그런 여론이 상당했기에 꽤 달가운 일이었다.

‘장렬하게 죽는 역할이면 좋겠는걸.

감성팔이를 제대로 하면, 썩 나쁘지 않을 느낌이었다.

거기다.

‘연기력으로 승부 보기도 좋고.

주서연.

조서희는 백민 감독의 영화에 대해 권유했던 소녀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의 인상이 남았지만, 훌륭히 성장한 여배우.

아직 찍은 건 영화 한 편에 불과했지만, 조서희는 알았다.

금방 위로 올라올 잠재력을 가진 이라는 걸.

아직도 잊지 않았다.

어린 시절 느꼈던 그 무력감을.

아역이 아닌 성인인 배우들과 경쟁하던 서연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했기에.

‘이번에는 다를 거야.

자신은 이제 아역이 아니다.

여전히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아역이 아닌 배우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이게 동성애 영화거든.”

“푸흡!!!”

하지만 그런 백민 감독의 말에 조서희는 커피를 뿜고 말았다.

결연하게 의지를 다지던 순간에,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제, 제가 지금 잘 못 들은 것 같아요, 감독님.”

“응, 아냐. 제대로 들었어.”

조서희가 뿜은 아메리카노를 뒤집어쓴 채 백민 감독이 웃었다.

“아, 아! 죄, 죄송해요. 여기 손수건…….”

“괜찮아.”

해맑게 웃는 백민 감독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이제 서른 중반의 젊은 감독.

하지만, 그 재능은 젊은 감독 중 가장 유망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

조서희의 입장에서도 무척, 굉장히 귀중한 인맥이었다.

“이번 영화에서 서희를 꼭 주연으로 쓰고 싶거든. 또래 중에서 서희만큼 대단한 여배우도 없고.”

“그, 그건 정말 감사한 평가지만, 요.”

백민 감독은 조서희를 높게 평가했다.

우선 외모가 뛰어나며, 동년배 중에 가장 뛰어나다는 연기력.

철저한 자기 관리.

조서희의 나이대에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여배우는 없다.

그렇게 단언할 정도였다.

그러니, 이번 경성 아가씨에는 조서희를 꼭 주연으로 쓰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서희가 높이 평가한…… 주서연? 그 배우도 연기를 봐야겠지만, 기대하고 있어.”

백민 감독은 태숨달도 본 적이 없고, 연극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서연의 연기는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조서희가 어린 시절부터 신경 쓴 배우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최근 이슈몰이를 하기도 해서, 여러모로 신경도 쓰고 있고.

“다음에는 함께 올 거니? 친구라고 했잖아.”

“아. 네, 네. 치, 친구죠.”

조서희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겨우 미소를 지었다.

배우 일로 단련된 안면 근육은 다행히 자신의 의도에 정확히 임무를 수행했다.

“꼭 같이 올게요, 감독님.”

“기대할게.”

생긋 웃는 백민 감독의 미소에 조서희는 그저 무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그, 렇게 된 거야.」

“아, 네 동성애 영화라고요.”

「맞아…….」

서연은 그런 조서희의 말에, 서연은 흠,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떨면서 할 말인가?

최근에는 온갖 창작물에 그 정도 키워드는 기본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심지어 억지로 넣기도 하는 탓에,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욕도 먹긴 하지만.

‘배우가 배역을 가려도 안 좋아.

그것이 서연의 기본 마인드였다.

꺼리는 것이 있다면 애정 연기.

다만 그것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자각은 있었다.

‘확실히, 는 부담스러울 만한 영화이긴 해.

참고로, 서연이 기억하던 의 배우는 조서희가 아니었다.

애초에 예산이 많이 들어간 영화도 아니었고, 동성애적인 키워드로 지원한 여배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명의 여배우 셋.

그 세 배우가, 작중의 주연이 되었고…… 예상 이상으로 대박이 난다.

관객 수 400만.

거기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건 물론, 온갖 해외 시상식의 후보에 올라갔고.

그중에서 수상한 것도 무척 많았기에 뉴스에도 한참을 떠들었다.

‘이후, 해당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OTT 드라마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고.

물론 그 이후 딱히 흥행작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처음에는 해외에서 꽤 화제가 되었다.

‘그 아가씨들이 참여한 새로운 드라마!’라고 했다거나.

기대에 미칠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 그렇지.

「저기, 왜 말이 없어?」

“아,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서연이었지만, 조서희는 잔뜩 몸을 움츠렸다.

그도 그럴 게, 기본적으로 서연의 목소리는 담담하며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마치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성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싫으면 거절해도, 괜찮아.」

“싫은 건 아니에요.”

「응?」

예상외의 대답에 조서희가 당황했다.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다만, 조금 고민은 해볼게요.”

「응…….」

이어진 말에 아, 역시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돌려서 거절하는가 보다 하고.

참고로 서연은 딱히 돌려서 거절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라면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현재 해외에서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는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된 영화다.

아직 OTT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에는, 해외 커뮤니티에서 한국 배우들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전무했다.

물론, 이후 여러 이유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수출되고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지만, 그건 적어도 몇 년 후.

‘정말 좋은 기회지만.

서연은 조서희의 제안에 확답하지 못한 건, 영화가 동성애 장르를 다룬 영화였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연기적인 면모로.

‘어떤 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서희와 함께 출연하는 거라면 비중이 클 확률이 높아.

의 주연은 셋.

‘일본의 명문 집안 아가씨’와, ‘그에 라이벌 아가씨’.

마지막으로 ‘아가씨의 하녀’.

이 중에 서연이 어떤 배역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셋 다 일부 애정 연기가 들어가야 했다.

애정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서연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드림퓨처.”

「아, 응. 그거 출연한다는 거 들었어.」

“거기서 한 번 시도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드림퓨처도 분명 애정 연기가 들어간다.

다만 조하린 역은 그 빈도도 적고 짝사랑하는 캐릭터라 감정이 교차하는 연기는 비교적 적다.

그래도 남주인공인 김시환이 아닌 다른 배역과 마지막에 이어지는 탓에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거기서 한번 시도를 해보고,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못한다고 버리기엔 또 너무 아까운 기회야.

친구 호소인인 조서희의 제안인 건 둘째치고, 정말 좋은 기회인 건 맞았기에 단순히 부담스럽다고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았어. 아직 시간이 있으니, 올해 안에만 말해줘.」

“네.”

그런 서연의 반응에 조서희는 조금 안심한 듯, 산뜻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서연은 그런 조서희의 전화를 끊은 뒤.

“대체 무슨 말이야?”

묘한 얼굴로 그런 말을 묻는 이지연이 있었다.

아무래도 바로 곁에 있다 보니 통화 내용이 들렸던 거겠지.

나는 이지연을 위아래로 살폈다.

‘으음.

이지연은 아직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한 게 전부였다.

거기에 방금 조서희가 제안한 .

‘분명 지원자가 없어서, 무명의 배우들이 뽑혔었으니.

아마 조서희가 말하는 ‘내년’까지 제대로 된 배우는 구해지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즉, 지연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

“이지연, 너 영화 오디션 볼 생각 있어?”

“뭐어?”

그런 서연의 말에, 이지연은 드물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선아 씨. 기사 다 썼어요?”

“아, 네. 곧 올라갈 거예요.”

한선아는 선배에게 웃으며 답한 후,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기사가 주로 인터넷 기사가 주를 이루는 추세로 바뀌며 이래저래 일이 많았다.

제대로 된 취재도 없이 올리는 기자들 때문에 싸잡아 욕먹는 경우도 많았고.

“응? ?”

“아, 네. 혹시 아세요?”

“알지~. 그거 이번에 GH 그룹에서 투자한 영화잖아. 관객이 적을 걱정은 없겠어요.”

선배 기자의 말에 한선아는 웃었다.

서연의 1호 팬인 그녀로선 이런 말만 들어도 기분이 괜히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주서연? 흐음, 굳이 기사를 쓸 필요 있어요? 주서연 배우 기사는 이미 많이 나가지 않았나?”

“아, 당장 올릴 기사는 아니에요. 2차나, 3차 PV가 뜰 때 올리려고요.”

한선아가 준비한 기사는 나름 ‘주서연’이라는 배우의 성장 과정부터 시작되어 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에 대한 기사였다.

사실상 아직 대중에 낯선 주서연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기사.

“애매한데. 그런 거 쓰면 요즘 그 뭐라 하지? 어그로? 그런 게 덜 끌려요.”

“너무 자극적인 기사는 좀…….”

“에이, 뭘 그런 걸 신경 쓰나. 오히려 우리가 그런 걸 너무 신경 쓴다니까.”

한선아가 속한 ‘선양 미디어’는 그나마 온건한 편이었다.

하지만 온건하기에 비교적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곳에 비하면 인지도가 적었다.

“뭐, 선아 씨는 일을 잘하니까, 믿고 있어요.”

“네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렇게 경고하고 돌아가는 선배의 말에 한선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서연에 대한 기사는 아무튼 반은 팬심. 반은 믿는 것이 있었다.

‘분명 터질 거야.

로.

거기에 최근에는 드라마 오디션을 봤다는 증거도 있었다.

한선아는 그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움직여볼 생각이었다.

정확히 오디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주서연이 선택한 새로운 배역에 대해.

그리고, 그 배역은.

“조하린 역의 주서연입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서연은 자신을 바라보는 배우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의 첫 미팅.

오디션에서 합격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

촬영 감독인 김필석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첫 만남이었다.

딱히 대본 리딩도 아닌, 단순히 친분을 쌓기 위해.

“젊은 배우들이잖아요? 나이도 다들 비슷하고.”

비교적 호쾌한 성격의 김필석 감독은 핫핫핫 웃으며 그리 말했다.

대부분 20대 초반.

어린 부류는 10대 후반.

그중에서도 서연은 열일곱, 독보적으로 어린 편이었다.

남주인공 김시환과, 여주인공 송소하를 제외하고도 주연 격 4인방은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젊은 나이에 성공한 부류도 있어 자신감이 아주 철철 넘쳤다.

그 대표적인 게.

“이야, 서연 씨. 아직 고등학생이지? 말 편하게 해도 괜찮아요?”

귀에 피어싱.

화려한 금발의 남자, 마연우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다른 넷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가장 팬덤이 큰 마연우의 말이었기에 대놓고 뭐라 하지 않았을 뿐.

‘좋지, 않네.

서연은 그런 그들을 보며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배우들.

그리고 그들 면면을 보면 이후에 크게 성공할 배우들뿐이었다.

괜히 사이를 망쳐봐야 좋을 게 없었다.

‘여기선 사교성이 있는 내가.

중심을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학교생활에서는 조금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사회생활은 그야말로 일류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서연의 모습에.

‘……또 이상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군.

박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저래 피곤한 자리가 되리라 예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