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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서연이 춤을 배운 계기는 정말 드물게도 버튜버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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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은 직후, 배우 일을 한동안 쉬게 된 서연은 한동안 시무룩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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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서연의 마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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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가 많이 시무룩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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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수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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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영빈도 나름 진지하게 고민 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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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뭐냐. 다른 거라도 재미 붙이게 칭찬이라도 잘해주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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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로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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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빈의 말을 수아는 타박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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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마땅한 것도 없어서 매일 아침 쭉쭉체조를 하는 서연에게 칭찬을 열심히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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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몸 움직이는 거 보면 리듬 감각이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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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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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같은 거 배우면 잘 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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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귀가 솔깃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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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연의 리듬 감각은 상당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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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는 건 대체로 전부 잘했기에, 춤을 습득하는 속도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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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잘한다.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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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별생각 없이 수아는 계속 그런 서연에게 손뼉을 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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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혼자 흥이 난 서연은 나름 열심히 춤을 배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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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서연아. 참 잘하는데…… 잘하지만 좀 이게 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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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칭찬을 너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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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종적으로 그런 결말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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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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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꽤 춤에는 자신 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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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춤에는 노래와 달리 감정의 요소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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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신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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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력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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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리듬을 타는 게 중요했지만, 말했듯 서연은 딱히 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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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못하는 건,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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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지는 않지만, 마치 서연의 감정모사처럼 자칫 불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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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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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음악의 반주가 시작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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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되어 있던 오디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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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사전에 준비된 어떤 가수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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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가수는 후에 의 삽입곡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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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무 춤이나 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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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지만, 연기의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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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심사위원에게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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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조하린은 통통 튀는 발랄한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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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춤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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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당연히, 서연도 춤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해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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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벼운 힙합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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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해, 가장 대중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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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이 ‘멋있다’라고 느끼는 부류가 대략 이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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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잉은, 할 수는 있지만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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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캐릭터 컨셉에도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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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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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작 정도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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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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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붉은 눈이 심사위원들에게 날아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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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내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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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입술이 씩, 하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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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하는 리듬과 함께 서연의 발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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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어깨너비로 벌어지며, 한 발이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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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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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감탄사가 나온 건 캐스팅 디렉터인 신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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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워낙 미묘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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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더욱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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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길어서 춤이 시원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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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댄스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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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관중의 눈에서 평가한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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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범한 관객이 보기에도 서연의 춤은 굉장히 시원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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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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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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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서연이 현재 연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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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린이 작중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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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심사위원들도 이어 그것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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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나 서연의 밝은 표정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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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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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는 신중히 서연의 시선의 움직임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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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을 향했다고 생각했던 서연의 시선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360도 전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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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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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원으로 둘러싼 관객들을 상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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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린이 길거리에 춤을 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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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댄스를 펼치는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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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상정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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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은 제한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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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의 움직임도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보여주는 듯, 어느 순간 우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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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간이 보이는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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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춤을 추는 곳이 오디션장이 아닌, 마치 관객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길거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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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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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몸이 아래쪽으로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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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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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놀란 감탄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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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힙합 댄스에서 자연스럽게 브레이킹으로 이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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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격정적인 박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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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 서연의 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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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빠르게. 아주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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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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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브레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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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보잉이라 부르는 댄스 중, 가장 기초에 속하는 동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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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브래이킹 댄스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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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무리 기초라 해도, 일반인이 하기엔 어렵고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그저 어설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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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긴 탓에, 무심코 입을 벌리고 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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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라는 것을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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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래가 멈춤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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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양손이 땅에 닿고, 그 몸을 공중에서 우뚝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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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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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심사위원 중 누군가가 탄성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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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f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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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상체의 힘을 이용해 몸을 지탱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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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브레이킹에서 마무리 동작을 보여주는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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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굳이 윈드밀을 한 건, 마지막에 이걸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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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돌던 신체가 그대로 허공에서 멈춰버림과 동시에, 음악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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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차마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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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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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춤을 너무 잘 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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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지금 저거 몸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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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힘만으로 저렇게 지탱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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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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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잉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이래저래 신기한 동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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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놀란 사람들을 보며 서연은 괜히 의기양양하게 이쪽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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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불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서연의 태도에, 정우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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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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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정우는 그리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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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서 꾸벅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서연을 보며 정우는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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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걸로 노래로 인한 마이너스는 확실히 메워졌다고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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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몸 쓰는 건 대체로 다 잘하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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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춤 동작이 화려한 건 어디까지나 가산점이지, 심사 결과에 영향을 크게 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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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못한 것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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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또 너무 잘하거나 못하면, 분명 영향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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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노래가 그랬고, 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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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송소하와 조하린이 가진 캐릭터성을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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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동작과 연기가 자연스럽네요. 확실히, 조하린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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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오디션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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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좀 부족하지만 시간도 있고, 어느 정도 보강을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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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춤은 단기간에 안 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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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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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작진은 그 배역을 서연으로 정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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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 본인이 송소하 역을 바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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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작중 조하린은 춤이 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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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못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 통통 튀는 캐릭터성을 보여주듯 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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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하린의 비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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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얼거린 신윤 캐스팅디렉터는 어딘가로 시선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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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번 의 각본을 쓴 작가 임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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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인’이라 불러야 할 경력을 지닌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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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바꿔.’라고 말하면 바꿔야 하는 게 이 드라마 작가라는 부류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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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조하린 역의 비중은 조절할 수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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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8화 이후 출연 빈도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좋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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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신윤 캐스팅디렉터와 김필석 촬영감독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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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각본에 고칠 곳이 너무 많아져요. 내용이 분명 망가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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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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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그 반응에 김필석 감독은 속으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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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하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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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임진하 작가는 감독인 그의 입장에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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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은 신인이나, 하필 히트작이 두 개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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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중 하나는 보조작가였고, 제대로 한 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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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무리 신인 작가여도 히트작이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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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임진하는 자신이 알기로 방송국에 뒷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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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드라마국에 모 PD와 연관된 것으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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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탓에 고집을 부리면 감독인 김필석도 쉽사리 밀고 나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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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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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를 향해, 박정우가 싱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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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소에 굳었던 임진하의 얼굴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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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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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만약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나면 혹시 수정이 가능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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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상황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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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를 들면 어떤 배역이…… 예상치 못하게 큰 인기를 얻는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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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가 말한 ‘어떤 배역’이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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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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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석 감독이나, 신윤 캐스팅디렉터가 말했을 때만 해도 얼굴을 굳혔던 말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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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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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훗, 하면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 김필석은 괜히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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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결국 얼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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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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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의 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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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큰 인기를 얻게 된다면.’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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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린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게 될 것이라는 건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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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석은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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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개봉이 와 시기가 겹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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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박정우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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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과장된 평가, 라고 할 수도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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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서 본 서연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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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상치 못한 춤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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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의 말에 따르면 몸 쓰는 건 대체로 잘하는 느낌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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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끼가 있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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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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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석 감독은 두 명의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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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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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하린 역으로 결정된 두 배우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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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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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의 결과에 대해 통보받은 건 그로부터 이틀이 흘렀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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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매니저가 아쉽다는 얼굴로 서연의 어깨를 두드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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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아, 어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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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그녀의 얼굴에 서연은 털끝이 바짝 서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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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 떨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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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래를 못해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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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떨어트리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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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시무룩해지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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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린 역으로 캐스팅하겠다고 연락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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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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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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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실망할 줄 알았는데, 서연의 얼굴은 급격히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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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변화는 없지만 눈이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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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계속 곁에 있다 보면 은근히 서연의 감정표현 방식을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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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을 잘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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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자체는 최근, 굉장히 풍부해진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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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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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줄 알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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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조하린을 노리고 오디션을 본 것이었지만, 박은하는 서연이 당연히 ‘송소하’ 역을 목표로 오디션을 봤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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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메인 히로인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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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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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뭔가를 박은하 매니저가 말하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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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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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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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자연스럽게 꺼내 확인한 그녀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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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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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 이걸 서연이가 받으면 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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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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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또 무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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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박은하가 내민 폰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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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전화였으면, 애초에 저렇게 건네주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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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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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답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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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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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를 듣자 마자 상대 쪽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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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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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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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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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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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쪽에서 묘하게 실망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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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상대는 잠시 숨을 조금 고르다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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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조서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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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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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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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런 목소리이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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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친구호소인인 조서희에 대해 서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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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가봅다 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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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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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응. 별로 안녕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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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희의 말에 서연은 잠시 폰에서 귀를 떼고 눈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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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굉장히 위축된 목소리에 정말 조서희가 맞나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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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주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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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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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잠시 망설이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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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정말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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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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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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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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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찍고 싶다던 영화……. 그런 거인 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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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해성사를 해오는 조서희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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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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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때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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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조서희가 말했던 백민 감독의 영화가 뭔지 이제야 알게 됐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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