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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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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서연이 춤을 배운 계기는 정말 드물게도 버튜버 때문은 아니었다.

상을 받은 직후, 배우 일을 한동안 쉬게 된 서연은 한동안 시무룩해져 있었다.

이래저래 서연의 마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된 것이다.

“서연이가 많이 시무룩한 것 같아요.”

당연히 수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그에 대해 영빈도 나름 진지하게 고민 후 대답했다.

“거 뭐냐. 다른 거라도 재미 붙이게 칭찬이라도 잘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런 걸로 되겠어요?”

그런 영빈의 말을 수아는 타박했으나.

아무튼 마땅한 것도 없어서 매일 아침 쭉쭉체조를 하는 서연에게 칭찬을 열심히 했던 것이다.

“서연이 몸 움직이는 거 보면 리듬 감각이 있나 봐!”

“그래요?”

“춤 같은 거 배우면 잘 할 것 같네!”

서연의 귀가 솔깃해졌다.

실제로 서연의 리듬 감각은 상당한 편이었다.

몸을 쓰는 건 대체로 전부 잘했기에, 춤을 습득하는 속도도 빨랐다.

“아휴, 잘한다. 잘한다.”

아무튼 그렇게 별생각 없이 수아는 계속 그런 서연에게 손뼉을 쳤으며.

또 혼자 흥이 난 서연은 나름 열심히 춤을 배웠던 것이다.

“어음, 서연아. 참 잘하는데…… 잘하지만 좀 이게 과하지 않나??”

“당신이 칭찬을 너무 했네.”

물론 최종적으로 그런 결말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서연은 꽤 춤에는 자신 있는 편이었다.

우선 춤에는 노래와 달리 감정의 요소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다.

순수한 신체 능력.

그리고, 실력이 전부.

물론 리듬을 타는 게 중요했지만, 말했듯 서연은 딱히 박치가 아니다.

노래를 못하는 건,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하기 때문.

못하지는 않지만, 마치 서연의 감정모사처럼 자칫 불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우선.

서연은 음악의 반주가 시작되며 눈을 감았다.

미리 준비되어 있던 오디션 음악.

말하자면 사전에 준비된 어떤 가수의 노래다.

그리고 이 가수는 후에 의 삽입곡을 부르게 된다.

‘단순히 아무 춤이나 해서는 안 돼.

춤이지만, 연기의 연장.

그걸 심사위원에게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작중 조하린은 통통 튀는 발랄한 역할이었다.

그 때문에 춤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니 당연히, 서연도 춤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해둔 상태였다.

‘먼저 가벼운 힙합 댄스.

흔히 말해, 가장 대중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댄스.

대중들이 ‘멋있다’라고 느끼는 부류가 대략 이쪽이다.

비보잉은, 할 수는 있지만 과하다.

애초에 캐릭터 컨셉에도 맞지 않았다.

‘그래도.

한 동작 정도면 괜찮겠지.

눈을 뜬다.

서연의 붉은 눈이 심사위원들에게 날아와 박혔다.

숨을 내쉬며.

서연의 입술이 씩, 하고 미소 지었다.

쿵, 하는 리듬과 함께 서연의 발이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어깨너비로 벌어지며, 한 발이 앞으로.

“오…….”

먼저 감탄사가 나온 건 캐스팅 디렉터인 신윤이었다.

노래가 워낙 미묘했기 때문일까.

춤이 더욱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팔다리가 길어서 춤이 시원시원해.

물론 그는 댄스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관중의 눈에서 평가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평범한 관객이 보기에도 서연의 춤은 굉장히 시원시원했다.

동시에.

‘표정.

뒤늦게, 서연이 현재 연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하린이 작중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야.

다른 심사위원들도 이어 그것을 눈치챘다.

춤이나 서연의 밝은 표정 때문은 아니었다.

‘시선.

박정우는 신중히 서연의 시선의 움직임을 살폈다.

심사위원을 향했다고 생각했던 서연의 시선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360도 전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관객.

자신을 원으로 둘러싼 관객들을 상정한 것이다.

조하린이 길거리에 춤을 출 때.

스트리트댄스를 펼치는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들.

그것을 상정한 움직임이다.

보폭은 제한되었고.

팔다리의 움직임도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보여주는 듯, 어느 순간 우뚝 멈췄다.

마치 공간이 보이는 것과 같았다.

서연이 춤을 추는 곳이 오디션장이 아닌, 마치 관객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길거리인 것처럼.

노래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서연의 몸이 아래쪽으로 숙여졌다.

“어?!”

누군가 놀란 감탄사를 내었다.

그야 힙합 댄스에서 자연스럽게 브레이킹으로 이어졌으니까.

마지막, 격정적인 박자와 함께.

빙글, 서연의 몸이 돌았다.

그것도 빠르게. 아주 빠르게.

윈드밀.

말하자면 브레이킹.

흔히 비보잉이라 부르는 댄스 중, 가장 기초에 속하는 동작이다.

또한,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브래이킹 댄스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아무리 기초라 해도, 일반인이 하기엔 어렵고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그저 어설플 뿐이었다.

팔다리가 긴 탓에, 무심코 입을 벌리고 볼 정도였다.

연기라는 것을 잊고.

그리고 노래가 멈춤과 동시에.

서연의 양손이 땅에 닿고, 그 몸을 공중에서 우뚝 세웠다.

“와!”

무심코 심사위원 중 누군가가 탄성을 내었다.

프리즈(freeze).

팔과 상체의 힘을 이용해 몸을 지탱하는 자세.

보통 브레이킹에서 마무리 동작을 보여주는 동작.

서연이 굳이 윈드밀을 한 건, 마지막에 이걸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빠른 속도로 돌던 신체가 그대로 허공에서 멈춰버림과 동시에, 음악이 끝이 난다.

심사위원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차마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니 춤을 너무 잘 추는데?

아니 그보다 지금 저거 몸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 거지?

팔 힘만으로 저렇게 지탱하는 건가?

‘와, 저게 되네.

비보잉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이래저래 신기한 동작인 것이다.

그런 놀란 사람들을 보며 서연은 괜히 의기양양하게 이쪽을 보았다.

노래를 불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서연의 태도에, 정우는 피식 웃었다.

‘……오버하긴.

물론 박정우는 그리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어서서 꾸벅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서연을 보며 정우는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걸로 노래로 인한 마이너스는 확실히 메워졌다고 봐야 했다.

‘역시 몸 쓰는 건 대체로 다 잘하는 것 같네.

보통 춤 동작이 화려한 건 어디까지나 가산점이지, 심사 결과에 영향을 크게 주진 않는다.

노래를 못한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게 또 너무 잘하거나 못하면, 분명 영향이 간다.

서연의 노래가 그랬고, 춤도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송소하와 조하린이 가진 캐릭터성을 생각한다면.

“춤 동작과 연기가 자연스럽네요. 확실히, 조하린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려요.”

의 오디션 회의.

“노래는 좀 부족하지만 시간도 있고, 어느 정도 보강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춤은 단기간에 안 되긴 하죠.”

송소하.

솔직히 제작진은 그 배역을 서연으로 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배우 본인이 송소하 역을 바라지 않았다.

뭣보다, 작중 조하린은 춤이 장기였다.

노래도 못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 통통 튀는 캐릭터성을 보여주듯 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조하린의 비중이…….”

그렇게 중얼거린 신윤 캐스팅디렉터는 어딘가로 시선을 향했다.

바로 이번 의 각본을 쓴 작가 임진하.

아직 ‘신인’이라 불러야 할 경력을 지닌 작가다.

보통이라면 ‘바꿔.’라고 말하면 바꿔야 하는 게 이 드라마 작가라는 부류였으나.

“혹시 조하린 역의 비중은 조절할 수 없습니까?”

“아무래도 8화 이후 출연 빈도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좋을 것 같거든요.”

그런 신윤 캐스팅디렉터와 김필석 촬영감독의 말에.

“그럼 각본에 고칠 곳이 너무 많아져요. 내용이 분명 망가질 거예요.”

임진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예상했던 그 반응에 김필석 감독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하필이면.

이래저래 임진하 작가는 감독인 그의 입장에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경력은 신인이나, 하필 히트작이 두 개나 있었다.

사실 그중 하나는 보조작가였고, 제대로 한 건 하나.

아무튼 아무리 신인 작가여도 히트작이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거기다 임진하는 자신이 알기로 방송국에 뒷배도 있었다.

아마, 드라마국에 모 PD와 연관된 것으로 아는데…….

아무튼 그 탓에 고집을 부리면 감독인 김필석도 쉽사리 밀고 나갈 수 없는 것이다.

“임진하 작가님.”

그런 그녀를 향해, 박정우가 싱글 웃으며 말했다.

그 미소에 굳었던 임진하의 얼굴이 풀렸다.

“네?”

“그럼, 만약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나면 혹시 수정이 가능한 걸까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요?”

“아, 예를 들면 어떤 배역이…… 예상치 못하게 큰 인기를 얻는다거나.”

박정우가 말한 ‘어떤 배역’이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뻔했다.

조하린.

김필석 감독이나, 신윤 캐스팅디렉터가 말했을 때만 해도 얼굴을 굳혔던 말이었으나.

“어머, 당연하죠.”

후후후훗, 하면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 모습에 김필석은 괜히 제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하여간, 결국 얼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박정우의 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예상치 못한 큰 인기를 얻게 된다면.’이라는 말.

‘조하린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게 될 것이라는 건가. 아니면…….

김필석은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의 개봉이 와 시기가 겹치는 것.

만약 박정우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면.

‘너무 과장된 평가, 라고 할 수도 없겠어.

오디션에서 본 서연의 연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춤 실력.

박정우의 말에 따르면 몸 쓰는 건 대체로 잘하는 느낌이라나.

이래저래 끼가 있는 아이다.

“그럼, 결정하죠.”

김필석 감독은 두 명의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송소하.

그리고 조하린 역으로 결정된 두 배우의 얼굴을.


서연이 의 결과에 대해 통보받은 건 그로부터 이틀이 흘렀을 때였다.

박은하 매니저가 아쉽다는 얼굴로 서연의 어깨를 두드려준 것이다.

“서연아, 어떡하니.”

우울한 그녀의 얼굴에 서연은 털끝이 바짝 서는 기분을 느꼈다.

‘떠, 떨어졌나?

아무리 노래를 못해도 그렇지.

그렇다고 떨어트리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서연이 시무룩해지려는 순간.

“조하린 역으로 캐스팅하겠다고 연락이 왔어.”

“아, 그래요?”

“응?”

당연히 실망할 줄 알았는데, 서연의 얼굴은 급격히 밝아졌다.

표정변화는 없지만 눈이 반짝반짝.

이래저래 계속 곁에 있다 보면 은근히 서연의 감정표현 방식을 알게 되는 것이다.

표현을 잘 못할 뿐.

감정 자체는 최근, 굉장히 풍부해진 경향이 있었다.

‘놀라라.

떨어진 줄 알았잖아.

애초에 조하린을 노리고 오디션을 본 것이었지만, 박은하는 서연이 당연히 ‘송소하’ 역을 목표로 오디션을 봤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작중 메인 히로인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또 뭔가를 박은하 매니저가 말하려던 순간.

우우우웅!!

그녀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들렸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꺼내 확인한 그녀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왜요?”

“응? 아. 이걸 서연이가 받으면 알 거야.”

“네?”

이게 또 무슨 말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박은하가 내민 폰을 받아들었다.

수상한 전화였으면, 애초에 저렇게 건네주지도 않았겠지.

“여보세요.”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답한 순간.

「주서연?!」

그 목소리를 듣자 마자 상대 쪽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다.

서연은 그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에.

“누구세요?”

「…….」

상대 쪽에서 묘하게 실망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상대는 잠시 숨을 조금 고르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 나 조서희야.」

떨리는 목소리다.

아, 조서희.

생각해 보면 이런 목소리이긴 했지.

애초에 친구호소인인 조서희에 대해 서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봅다 하고 있을 뿐.

“안녕하세요.”

「아, 응. 별로 안녕하지는 않지만…….」

그런 서희의 말에 서연은 잠시 폰에서 귀를 떼고 눈을 찌푸렸다.

드물게 굉장히 위축된 목소리에 정말 조서희가 맞나 싶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주신 건가요?”

「그게.」

조서희는 잠시 망설이는 목소리였다.

이걸 정말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오, 오해야.」

“네?”

「너랑, 찍고 싶다던 영화……. 그런 거인 줄 몰랐어.」

갑자기 고해성사를 해오는 조서희의 말에.

서연은 그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그거 때문이구나.

이전에 조서희가 말했던 백민 감독의 영화가 뭔지 이제야 알게 됐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