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3 KiB
순간 박정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천지에 자신의 생일을 당일.
그것도 헤어지기 직전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뭐?”
정우는 멍청하게 한 번 더 되물었다.
여기서 뭐라 더 말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당황한 건 정우만이 아니었다.
마침, 둘을 찍고 있던 카메라맨을 비롯한 신영우 PD도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예? 생일이요?
“네, 저 생일이라서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허리를 절반으로 접으며 꾸벅.
아무튼 파하는 분위기이기도 했으니, 그렇게 인사하며 헤어지는 건 평범했으나.
“아니아니아니, 잠, 잠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
갑자기 자신을 만류하는 출연진의 원성에 서연은 그저 갸웃할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나를 붙잡는 사람들이 당혹스럽긴 했으나, 그리 오래 붙잡지는 않았다.
그저 작은 케이크를 사서 초를 한 번 불게 해준 게 전부.
어쩐지 정우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계속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딱히 다른 말은 없었다.
“어머, 딸. 무슨 선물을 그렇게 받아왔어.”
집에 돌아오자, 앞치마를 두른 엄마, 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돌아간다고 하니까, 줬어요.”
“그러니?”
내가 선물을 잔뜩 받아온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왜, 내가 선물 좀 받아올 수 있지.
‘내가 학교에서 조금 그럴 뿐이지.’
이래 봬도 사회생활 할 때는 윗사람들에게는 사랑받는 사람이다 이거야.
‘아, 그러고 보니 영상이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을 못 했는데.’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짬짬이 확인할 틈이 없었다.
마지막에 다 끝나고 한번 확인하려 했는데 깜박 잊고 말았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예능은 방영도 금방이었다.
아마 다음 주나, 다다음주 방영분이 아닐까.
“서연아! 초 불어야지!!”
엄마의 외침이 밖에서 들렸다.
평소 내 생일은 가족과 보내는 편.
딱히 친구들이 없어서라거나, 이지연이 다른 일이 있어서라거나.
절대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가족과 보내게 되었다는 게 아니라 본래 그렇다.
“이제 우리 딸도 진짜 열일곱이구나.”
수아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초에 불을 붙였다.
아롱거리는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네모난 식탁에 네 명의 가족들이 나란히 앉은 모습.
매년 보는 광경이었으나, 내게는 매번 신선한 느낌이었으니까.
문득 얼마 전 대전에서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작은 소녀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여성.
거기에 ‘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미 예전에 한 번 확인했기에 알 수 있었지만.
‘내가 새롭게 태어났기에.’
나라는 존재가 둘이 되지 않도록.
이유는 모르지만 대충 그런 것이 아닐까.
소녀의 손을 잡은 여성의 얼굴은 내가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던 것이어서.
“서연아?”
엄마가 나를 보며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어느새 불을 끈 어두운 식탁의 앞에, 밝아진 케이크가 보였다.
“…….”
과거의 상실.
아마 차서아가 무슨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보았는지 알았다.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기에, 그 아픔이 좀 더 강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초를 힘차게 불었다.
가족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마지막 촛불이 사그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과거의 나와 주서연은 다르며.
그 사람은 내게 있어 이제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인.
당연히, 그 존재가 내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눈을 뜨며, 나는 생긋 웃었다.
나를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언젠가…….’
는 아니어도.
언젠가 내가 찍게 될 영화를 한 번 보러와 줬으면 한다는.
그런 작은 소망은 있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아무튼.
오늘 중요한 건 내 생일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라미엘의 첫 방송!’
이유는 몰라도 라미엘의 첫 방송이 오늘로 잡혀있었으니까.
「주서연, 생일 축하해」
어제저녁 열두 시가 딱 되자마자 그런 연락을 하며 선물을 보내준 이지연의 카톡을 확인했다.
당연히 거기에는 라미엘에 관한 어떤 말도 없었다.
10년이 넘게 보아왔던 것과 하등 다를 게 없는 메시지.
“으음.”
서연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컴퓨터를 켰다.
오늘 있을 라미엘의 방송을 보기 위해 스피커도 바꾼 상태.
‘혹시 그 마법사도 같이 나오나?’
아무리 그래도 첫 방송부터 함께 나오진 않겠지.
그런 마음이 있으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애초에 왜 방송을 시작했는지도 의문이다.
물어보려 해도 빨간약이 되니 물어볼 수 없는 슬픔!
거기다 이지연의 사생활을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부글부글 끓는 말을 진정시키며, 첫 방송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사람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거의 없었다.
서른 명.
아니, 첫 방송에.
그것도 기다리는 사람이 서른 명이라는 건 진짜, 엄청나게 많은 수준이다.
솔직히 나만 있을 줄 알았는데 서른이나 될 줄이야.
그런 알람이 핸드폰에 울림과 동시에, 라미엘의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들린 건 청량한 음성이었다.
이지연이 내게 자주 들려주던, 그 목소리.
그리고 내가 전생에 자주 듣던 것과 동일한 톤의 어조였다.
가볍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
‘마법사는 없구나.’
나는 영상을 보며 겨우 안심했다.
오늘도 그 마법사가 나왔다면 성우 학원에 당장 찾아갔을 것이다.
「라미엘이라고 합니다. 종족은 하피……예요.」
하피, 라는 말에 채팅이 올라왔다.
서른밖에 되지 않은 인원은 거기서 딱 다섯 명이 더 올라간 상태에서 멈췄다.
기업세도 아니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네? 아, 천사라 생각했다고요? 왜 하피냐면…… 글쎄요.」
애매모호한 대답이었다.
첫 방송답게 조금은 어색하고, ‘라미엘’이라는 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오갔다.
어째서 하피인지.
어떤 설정인지, 대략 풀어놓는 것.
모든 건 내가 전생에서 알던 라미엘과 동일했다.
라미엘이라는 캐릭터는, 노래를 못하는 하피라는 설정으로.
인간 세상이 궁금해 밖으로 나왔다는 그런 캐릭터다.
그런 설정이었어야 했다.
「예전에 어떤 노트를 보았어요. 아마 인간 세상에서 흘러들어온 것이겠죠」
라미엘은 말했다.
라미엘이라는 캐릭터. 그녀의 RP에 관한 이야기.
「그 노트에는 인간들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어요. 이 복장도, 이 옷도 친구의 노트에 그려져 있었죠.」
하지만, 이어진 라미엘의 말은 내가 알던 설정과는 달랐다.
노래를 못한다는 설정도 없었다.
노트.
전생에는 없었던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그 노트는.
“주서연.”
초등학교.
같은 반이 된 이지연이 내가 수업 시간에 끼적거리던 노트를 보고 말했다.
“무슨 낙서를 그렇게 많이 한 거야?”
“…….”
낙서라니.
딱히 낙서를 한 건 아니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전생에 관한 것에 대한 글이었다.
‘나의 기억은.’
과거에 내가 보았던 영상 매체, 그리고 각종 웹소설이나 만화.
그러한 것은 떠올리려고 하면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치 ‘재방송’과 같다.
언제든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고, 그와 관련된 기사나 뉴스도 떠올랐지만.
‘버튜버에 관한 건.’
그건 순수하게 내가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와 같이 기억하려고 해도 선명히 떠오르진 않았다.
점차 흐려졌다.
그야 인간의 기억이란 그러하니까.
물론, 처음에는 몰랐다.
다른 기억처럼 선명히 떠올랐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르다는 걸 느꼈다.
조금씩 흐려지는 걸 느꼈다.
그동안 선명히 떠올랐던 건, 단순히 그만큼 내가 좋아했던 거니까 그랬을 뿐이다.
그러니, 나는 가끔 이렇게 노트에 그때의 기억을 끄적였다.
라미엘에 관한 설정.
옷이나 성격. 그런 것들을.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전생의 나에 대한 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지만.
좋아했던 걸 잊는 건 좀 그랬을 뿐이다.
“……흐응.”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이지연은 그런 내 노트를 보며 말했다.
“얘 천사가 아니라 하피야? 하피가 뭔데?”
“……?”
“그렇게 열심히 적은 게 뭔지 궁금하잖아.”
이지연은 그렇게 말했다.
어린아이였기에, 내가 그린 그림에 관심이 있나 싶었다.
‘라미엘의 설정은 동화 같은 느낌이긴 하니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라미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초에 그때는 이지연이 라미엘과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지도 못했기에 나도 별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지금까지 잊고 있었고.
「그 노트의 주인을 찾아, 세상에 나온 거예요.」
라미엘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이 옷은, 그 이정표에요. 노트의 주인을, 친구를 찾기 위한 이정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슴 속에 술렁이는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아까 가족들과 초를 불 때 느꼈던, 그 마음속의 깊은 일렁임.
「오늘 제가 세상 밖으로 나온 건, 그 친구의 생일이었기 때문이고요. 네? 아 그것만으론 친구를 찾기 어려울 거라고요?」
라미엘은 입을 가리고 고풍스럽게 웃었다.
그 모습은 이지연이 아닌, 라미엘의 모습 그 자체였으나.
「아뇨.」
라미엘은 단언했다.
「아마, 친구. 음 노트의 주인은 꽤 집요한 성격이라. 금방 저를 찾을 거예요. 아니, 어쩌면 지금도 저를 보고 있을지 모르니.」
그렇게 말한 라미엘은 잠시 채팅창에 시선을 주었다가 생긋 웃었다.
「생일 축하해요.」
윙크하며 이야기하는 라미엘의 말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와 PV가 진짜 기깔나게 나왔는데요?”
차동진 프로듀서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말했다.
현재 남은 촬영도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분위기.
촬영이 시작된 날짜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순식간에 끝난 수준이었다.
GH 그룹 측에서도 그 빠른 진행 상황에 기뻐했고.
“차서아는 우선 PV에서 최대한 숨겼습니다.”
“네, 딱 이 정도가 좋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잠깐 비추긴 했지만.
그것이 빗속에서 달리는 살인자와는 겹치지 않았다.
우비를 입어 성별을 특정하기 어려웠고, 빗속에서 달리는 추격전만 보면 오히려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이거, 대역이죠?”
홍보팀의 김 팀장의 말에 차동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거 전부 주서연 배우가 찍은 겁니다.”
“이야, 이야기는 들었는데 진짜군요? 이렇게 잘 달리는데…….”
김 팀장의 말에 차동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것도 재촬영한 거라는 걸 알면 기절하겠군.’
그것도 너무 빨라서.
아마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
“PV는 오늘 저녁 공개죠?”
“네. 그렇습니다. 극장에 걸리는 건, 지금부터 넉 달 후.”
“빠르네요.”
“우선 CG를 쓸 것도 없어서 작업은 금방 끝날 테고. 그때까지 홍보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실로 만족스러운 말이었다.
영화 촬영 후 이렇게 착착착 진행되는 경우는 많이 없었으니까.
“이번 영화로 꽤 조명받는 배우들이 많겠어요. 특히…….”
둘은 그렇게 말하며, 굳이 그것이 누구라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 둘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동일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살인마 차서아 역의, 주서연.
아마 이번 에서 폭풍을 몰고 올 스타.
돌아온 어린 별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