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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숨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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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시청률 40프로를 돌파하며, 크나큰 파급을 몰고 왔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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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에 모든 상은 태양을 숨긴 달에 참여한 배우의 차지가 됐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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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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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거의 향수를 쫓는 이들만이 기억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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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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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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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더 스니치’에서 ‘알렉스’ 역을 맡은 강세현은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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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봐요. 진짜 미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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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지금 ‘눈을 감고’를 언급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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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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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우들이, 그리고 스태프들이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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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세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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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화면에서 재생되는 예능을 넋을 놓은 채 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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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 정말, 몰라보게 성장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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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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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커버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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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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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으로 변한 과거의 향수가 채색되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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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종이로 만든 어설픈 세트 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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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랜만에 걸을까요? 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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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요.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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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지금은 혜월, 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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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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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 그렇게 말하면 섭섭해요. 우리 사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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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하고 싱긋 미소 짓는 이혜월의 미소는 무심코 탄식을 흘릴 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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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언뜻 보이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의 모습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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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방송을 보는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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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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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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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스스로 낸 NG가 손에 꼽을 정도로 그의 연기 실력은 정평이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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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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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반짝임을 태생부터 지닌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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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렇게 시선을 잡아 끄는 것도 납득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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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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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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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현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주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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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드라마틱하게 복귀한 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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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서사가 모두의 가슴에 날아와 박혔으며, 그 연기는 또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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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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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이곳에서는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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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드라마가 아닌 연극, 그래 연극을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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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연의 움직임은 드라마보단 연극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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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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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박정우정도 되는 이가 아니었다면 그런 서연의 연기를 뒤따라가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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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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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으로, 드라마의 장면을 연극으로 바꿔 강당에서 펼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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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추억을 보다.’가 망한 건, 어찌 보면 '드라마의 연기'에 집착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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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명장면을 학교에서 재연해봐야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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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실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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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방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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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촬영 현장과는 천지 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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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은 그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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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연극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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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주변의 학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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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 고등학교의 연극부는 제법 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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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평을 들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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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의 재연과 극의 연출은 다르니 그 실력이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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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이 자연스럽게 극을 이끄니, 학생들의 동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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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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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박정우의 보조가 있었다지만,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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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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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을 보던 어떤 배우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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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지루한 얼굴로 보던 강당의 학생들도 어느새 극에 몰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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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 8화의 재연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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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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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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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던 동료 배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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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 좀 큰일 난 것 같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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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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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표는 한정되어 있으니 극이 망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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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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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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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망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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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언더 스니치’가 가졌어야 할 관심을 모두 ‘눈을 감고’가 가지고 가게 된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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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발판으로 날아오르던 강세현에겐 그야말로 끔찍한 악몽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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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불안감이, 그의 목을 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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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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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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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의 매니저, 신유경은 굳은 얼굴로 스마트폰을 노려보는 조서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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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에 힘이 있다면, 이미 그녀의 휴대폰은 그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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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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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벤에 나른한 얼굴로 앉아있을 조서희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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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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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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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연히 그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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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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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문’을 듣고 뒤늦게 그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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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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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그는 아무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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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번이고 마주쳤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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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자신이 압도적으로 밀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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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드라마의 공주님, 그런 호칭으로 불리던 자신은 이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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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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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으로 당당히 섰으며, 그녀의 입지는 박정우만큼이나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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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촬영하여 언젠가 그를 밟아주겠다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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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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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패배를 안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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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는, 그야말로 화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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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드라마의 주역처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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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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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와 함께 과거 논란이 되었던 8화를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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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과 화제를 한 몸으로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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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훨씬 좋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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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연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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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주서연은 연화공주 그 자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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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녀가 가진 연기의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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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비치지 않은 주서연의 연기 실력은 분명, 초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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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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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표 예매. 성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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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으응! 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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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소속사 직원들이 죄다 달라붙어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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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이번 ‘눈을 감고’의 연극에 대한 화제성은 말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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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얕보는 건 아니나, 이 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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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눈을 감고’로 연극을 입문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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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기존 연극 팬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관을 옮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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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배우가 불러온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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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현재 연극계가 크게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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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판을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키워보겠다는 열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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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저에게 들어온 대본이 얼마나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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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쎄? 엄청 많기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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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쭉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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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한 ‘눈을 감고’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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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그곳에서 서연의 연기를 똑똑히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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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보여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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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이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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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날카롭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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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대로 나타났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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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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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떼지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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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서연의 연기를 모두 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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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번이고 연기를 돌려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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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마트폰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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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촬영 못 쉴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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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눈을 감고’ 까지는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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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는 벤의 창에 비친 높은 건물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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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의 얼굴이 붙은 화장품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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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다양한 광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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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라면, 저 자리에 얼굴을 금방 박아 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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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생각하는 것 만으로 조서희는 몹시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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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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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과의 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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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관 옮기기로 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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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요? 그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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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분들 결정이니까요. 이번에 진짜 여파가 보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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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눈을 감고’로 연극 관람에 처음 입문한다는 이들의 숫자가 엄청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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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증명하듯, 일주일 전 열었던 예매는 고작 몇 분 만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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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0분이라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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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표가 이렇게 까지 빠르게 매진 되는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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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관람 층도 여성이 훨씬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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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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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도 거의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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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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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 서연이 몰고 온 화제성으로 모여든 관객들이었지만, 이 중에 소수라도 붙잡는다면 큰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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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면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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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2차 예매를 연다고 합니다. 관은 ‘언더 스니치’에서 쓰기로 했던 종로 대극장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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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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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조도율의 말에, 심청석은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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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더 스니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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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시죠? 아, 물론 그쪽이 특별히 작은 관으로 가진 않습니다. 물론 지금 것보단 조금 작을 것 같지만요. 시기나 위치 상 언더 스니치가 쓰기로 한 극장이 좋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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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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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율은 심청석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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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처음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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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례적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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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언더 스니치가 '눈을 감고' 보다 몇 주 늦게 개봉하기에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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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게 진짜 스타인가? 이젠 놀리지도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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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서연 씨는 어디 갔죠? 오늘 나왔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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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석은 조도율의 말에, 잠시 어느 곳에 시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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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모르겠는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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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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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이 일인지라, 최대한 서연의 신변에 신경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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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극장 주변은 기자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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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괜찮을 겁니다. 그 녀석, 저보다 힘도 세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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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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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입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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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석은 얼마 전 장난삼아 했던 서연과의 팔 씨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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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팔이 지끈 거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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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릴라랑 팔씨름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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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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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석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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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가진 관객 동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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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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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언제나 기대 이상을 해주는 녀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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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심청석이라도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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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갑자기 복귀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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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단정하게 입은, 단발의 여성이 맞은 편의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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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흑발,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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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큰 화제를 모았던 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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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의자에 앉아 한 명의 여성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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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던 서연이었기에, 이건 굉장히 특별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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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단지, 마땅한 배역을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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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를 위한 배역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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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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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 예능도 미리 준비하셨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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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성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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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친구가 도와준 거예요. 본래, 연화공주는 친구가 맡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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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신의 배역을 서연 배우님에게 양보한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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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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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정말 좋은 친구를 두신 것 같네요. 그 배우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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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이에요. 요즘 케이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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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터넷 기자들은 멋대로 기사를 써 내리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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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눈앞의 여성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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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이유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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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팬이 서연 배우님의 복귀를 기다렸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이 기회에 팬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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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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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성의 미소에 서연은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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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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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리 답하며, 손에 쥐어진 하얀 천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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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여성에게 건네 받은 어떤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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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조금은 해진, 하얀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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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았지만 깨끗이 관리된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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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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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는 아직 서툰, ‘주서연’이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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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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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첫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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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걸 다시 보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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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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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첫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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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단발의 여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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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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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장하여 기자가 된 그녀가 서연과 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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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기사 써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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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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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다는 말에 한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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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게 주었던 옷도 물론 소중히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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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힘들 때마다 그녀를 지탱해준 보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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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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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서연이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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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사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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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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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는 서연에게 줄곧 생각해두었던 기사 제목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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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서연의 복귀를 기다리며 생각해둔 기사의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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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rising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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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떠오르는, 앞으로 떠오를 스타를 지칭하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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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가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별님에 대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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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기사란에 선아의 기사가 최상단에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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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댓글과 의견이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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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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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줄 서세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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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는 안 됩니다! 무조건 민증 인증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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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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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가 주목하는 가운데, 극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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