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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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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숨긴 달.

10년 전, 시청률 40프로를 돌파하며, 크나큰 파급을 몰고 왔던 작품.

그 해에 모든 상은 태양을 숨긴 달에 참여한 배우의 차지가 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10년 전.

지금은 과거의 향수를 쫓는 이들만이 기억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하지만.

“…….”

연극 ‘언더 스니치’에서 ‘알렉스’ 역을 맡은 강세현은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와, 이거 봐요. 진짜 미쳤는데?”

“주서연? 지금 ‘눈을 감고’를 언급한 거죠?”

“이거 진짜예요?”

모든 배우들이, 그리고 스태프들이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강세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에서 재생되는 예능을 넋을 놓은 채 보고 있었으니까.

「서일, 정말, 몰라보게 성장하셨네요.」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씀입니다.」

훌쩍 커버린 청년.

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소녀.

잿빛으로 변한 과거의 향수가 채색되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배경이 종이로 만든 어설픈 세트 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 오랜만에 걸을까요? 서일.」

「그러지요. 저하.」

「으음, 지금은 혜월, 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예?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서일, 그렇게 말하면 섭섭해요. 우리 사이잖아요?」

훗, 하고 싱긋 미소 짓는 이혜월의 미소는 무심코 탄식을 흘릴 만큼 아름다웠다.

주변에 언뜻 보이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의 모습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아마 이 방송을 보는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박정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다는 연기 천재.

촬영 중 스스로 낸 NG가 손에 꼽을 정도로 그의 연기 실력은 정평이 나있었다.

아우라.

스타가 되기 위해 태어난 반짝임을 태생부터 지닌 이였다.

그러니 이렇게 시선을 잡아 끄는 것도 납득 되었다.

하지만.

‘주서연.

강세현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주서연이었다.

10년 만에 드라마틱하게 복귀한 아역.

그 서사가 모두의 가슴에 날아와 박혔으며, 그 연기는 또 어떠한가?

박정우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곳에서는 더 나았다.

마치 드라마가 아닌 연극, 그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실제로 서연의 움직임은 드라마보단 연극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자연스러웠다.

만약 박정우정도 되는 이가 아니었다면 그런 서연의 연기를 뒤따라가지 못했을 거다.

‘이 정도라고?

즉석으로, 드라마의 장면을 연극으로 바꿔 강당에서 펼치는 거다.

‘과거, 추억을 보다.’가 망한 건, 어찌 보면 '드라마의 연기'에 집착하기 때문.

드라마의 명장면을 학교에서 재연해봐야 맛이 없다.

배우의 실력도.

촬영 방식도.

드라마의 촬영 현장과는 천지 차이니까.

주서연은 그걸 알았다.

그러니, 연극으로 바꿨다.

‘거기에, 주변의 학생들도.

연화 고등학교의 연극부는 제법 실력이 있다.

그런 평을 들을 정도.

하지만 드라마의 재연과 극의 연출은 다르니 그 실력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서연이 자연스럽게 극을 이끄니, 학생들의 동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끈다.

아무리 박정우의 보조가 있었다지만,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이거, 미쳤네.”

예능을 보던 어떤 배우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처음에 지루한 얼굴로 보던 강당의 학생들도 어느새 극에 몰입했다.

홀린 듯, 8화의 재연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세현아.”

“……어.”

곁에 있던 동료 배우가 말했다.

“이거, 우리 좀 큰일 난 것 같지 않냐?”

“…….”

당연히 표는 한정되어 있으니 극이 망할 일은 없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망령이…….

본디 ‘언더 스니치’가 가졌어야 할 관심을 모두 ‘눈을 감고’가 가지고 가게 된 것은 분명했다.

이것을 발판으로 날아오르던 강세현에겐 그야말로 끔찍한 악몽과 같았다.

묘한 불안감이, 그의 목을 죄었다.


“……서희야?”

조서희의 매니저, 신유경은 굳은 얼굴로 스마트폰을 노려보는 조서희를 보았다.

눈빛에 힘이 있다면, 이미 그녀의 휴대폰은 그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

평소라면 벤에 나른한 얼굴로 앉아있을 조서희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그야 당연했다.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예능.

그녀는 당연히 그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

관심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소문’을 듣고 뒤늦게 그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왔구나.”

박정우, 그는 아무래도 좋다.

이미 몇 번이고 마주쳤던 남자.

예전이라면 자신이 압도적으로 밀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일일드라마의 공주님, 그런 호칭으로 불리던 자신은 이제 없었다.

배우 조서희.

그 이름으로 당당히 섰으며, 그녀의 입지는 박정우만큼이나 공고했다.

함께 촬영하여 언젠가 그를 밟아주겠다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주서연.”

그에게 패배를 안긴 소녀.

그 소녀는, 그야말로 화려하게.

마치 드라마의 주역처럼 나타났다.

10년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모자라.

박정우와 함께 과거 논란이 되었던 8화를 재연.

모두의 시선과 화제를 한 몸으로 끌어모았다.

‘훨씬, 훨씬 좋아졌어.

기술적으로, 연기적으로.

과거의 주서연은 연화공주 그 자체였지만.

그건 그녀가 가진 연기의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에 비치지 않은 주서연의 연기 실력은 분명, 초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연극표 예매. 성공했죠?”

“응? 으응! 다, 당연하지!”

그야말로 소속사 직원들이 죄다 달라붙어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번 ‘눈을 감고’의 연극에 대한 화제성은 말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

연극을 얕보는 건 아니나, 이 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눈을 감고’로 연극을 입문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 탓에, 기존 연극 팬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관을 옮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

한 명의 배우가 불러온 파급력.

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현재 연극계가 크게 술렁였다.

연극 판을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키워보겠다는 열의가 느껴졌다.

“언니. 저에게 들어온 대본이 얼마나 되죠?”

“그, 글쎄? 엄청 많기는 했는데.”

“한번 쭉 봐야겠어요.”

예매한 ‘눈을 감고’ 연극.

조서희는 그곳에서 서연의 연기를 똑똑히 보고 싶었다.

예능에서 보여준 연기.

분명 그 이상이겠지.

조서희는 날카롭게 웃었다.

과거 그대로 나타났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다.

엄청나네.

눈을 떼지 못하겠어.

조서희는 서연의 연기를 모두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연기를 돌려본 뒤.

천천히 스마트폰을 껐다.

“저, 촬영 못 쉴 거 같네요.”

물론, ‘눈을 감고’ 까지는 보도록 하자.

조서희는 벤의 창에 비친 높은 건물들을 보았다.

조서희의 얼굴이 붙은 화장품 광고.

그 외에도 다양한 광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녀석이라면, 저 자리에 얼굴을 금방 박아 넣겠지.

그걸 생각하는 것 만으로 조서희는 몹시 즐거워졌다.

그녀와의.

주서연과의 재회가.


“자, 우리 관 옮기기로 결정됐습니다!”

“아니, 진짜요? 그게 돼요?”

“높으신 분들 결정이니까요. 이번에 진짜 여파가 보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 ‘눈을 감고’로 연극 관람에 처음 입문한다는 이들의 숫자가 엄청나다고 한다.

그 말을 증명하듯, 일주일 전 열었던 예매는 고작 몇 분 만에 매진.

총 30분이라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연극 표가 이렇게 까지 빠르게 매진 되는 경우는 없다.

주 관람 층도 여성이 훨씬 많았고.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성별도 거의 반반.

연령대도 다양했다.

물론 대부분 서연이 몰고 온 화제성으로 모여든 관객들이었지만, 이 중에 소수라도 붙잡는다면 큰 이득.

연극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면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곧 2차 예매를 연다고 합니다. 관은 ‘언더 스니치’에서 쓰기로 했던 종로 대극장에서요.”

“예?”

그런 조도율의 말에, 심청석은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 언더 스니치요?”

“네, 아시죠? 아, 물론 그쪽이 특별히 작은 관으로 가진 않습니다. 물론 지금 것보단 조금 작을 것 같지만요. 시기나 위치 상 언더 스니치가 쓰기로 한 극장이 좋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이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조도율은 심청석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도 처음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아주 이례적인 경우.

아마 언더 스니치가 '눈을 감고' 보다 몇 주 늦게 개봉하기에 그런 거겠지.

“와우, 이게 진짜 스타인가? 이젠 놀리지도 못하겠습니다.”

“아, 근데. 서연 씨는 어디 갔죠? 오늘 나왔다고 들었는데?”

심청석은 조도율의 말에, 잠시 어느 곳에 시선을 주었다.

“잘은 모르겠는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더군요.”

“반가운 손님?”

이번 일이 일인지라, 최대한 서연의 신변에 신경을 써야 했다.

당장 극장 주변은 기자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뭐, 괜찮을 겁니다. 그 녀석, 저보다 힘도 세더라고요.”

“예?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진짜입니다, 진짜.”

심청석은 얼마 전 장난삼아 했던 서연과의 팔 씨름을 떠올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팔이 지끈 거릴 지경이다.

무슨 고릴라랑 팔씨름 한 줄.

“아무튼.”

심청석은 생각했다.

배우가 가진 관객 동원력.

이번에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정말 언제나 기대 이상을 해주는 녀석이네.”

아무리 심청석이라도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이번에 갑자기 복귀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정장을 단정하게 입은, 단발의 여성이 맞은 편의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긴 흑발,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눈동자.

이번에 큰 화제를 모았던 주서연.

그녀가 의자에 앉아 한 명의 여성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태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던 서연이었기에, 이건 굉장히 특별한 경우였다.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단지, 마땅한 배역을 찾지 못했을 뿐이에요.”

“복귀를 위한 배역 말이죠?”

“네.”

“그럼 이번 예능도 미리 준비하셨던 건가요?”

그런 여성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친구가 도와준 거예요. 본래, 연화공주는 친구가 맡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럼, 자신의 배역을 서연 배우님에게 양보한 거네요.”

“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정말 좋은 친구를 두신 것 같네요. 그 배우가 분명…….”

“이지연이에요. 요즘 케이블에서…….”

보통 인터넷 기자들은 멋대로 기사를 써 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서연은 눈앞의 여성을 믿었다.

그럴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동안 많은 팬이 서연 배우님의 복귀를 기다렸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이 기회에 팬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여성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 여성의 미소에 서연은 마주 웃었다.

“네.”

서연은 그리 답하며, 손에 쥐어진 하얀 천을 펼쳤다.

방금 여성에게 건네 받은 어떤 물건이었다.

그것은 조금은 해진, 하얀 옷이었다.

낡았지만 깨끗이 관리된 옷.

“……그동안.”

옷에는 아직 서툰, ‘주서연’이라는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익숙했다.

서연의 첫 사인.

설마 이걸 다시 보게 될 줄은.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서연의 첫 팬.

그 말에, 단발의 여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었다.

한선아.

이제는 성장하여 기자가 된 그녀가 서연과 마주하고 있었다.

“멋진 기사 써줄게요.”

“네. 믿고 있어요.”

믿는다는 말에 한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에게 주었던 옷도 물론 소중히 챙겼다.

이 옷은 힘들 때마다 그녀를 지탱해준 보물이었으니까.

“아.”

그때 서연이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혹시, 기사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선아는 서연에게 줄곧 생각해두었던 기사 제목을 말했다.

오래 전부터, 서연의 복귀를 기다리며 생각해둔 기사의 제목.

“라이징 스타(rising star).”

현재 떠오르는, 앞으로 떠오를 스타를 지칭하는 단어.

선아가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별님에 대한 헌사.

연예계 기사란에 선아의 기사가 최상단에 뜨고.

가장 많은 댓글과 의견이 오가며.

그렇게 2주 후.

“자, 줄 서세요, 줄!”

“암표는 안 됩니다! 무조건 민증 인증하셔야 해요!”

연극 ‘눈을 감고’.

수많은 이가 주목하는 가운데, 극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