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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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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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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 찌는 뙤약볕과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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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은 대부분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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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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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충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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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대략 비슷한 마음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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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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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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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분명 대략 며칠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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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신 PD에게 무인 서바이벌에 관해 이야기 들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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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출연은 속공으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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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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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지난번 편에 어지간히 감명이 깊었는지, 순식간에 허가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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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웃는 신 PD가 순식간에 승낙을 받아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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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는 대체 안 말리고 뭐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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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음 드라마 촬영까지 할 일도 없는데, 좀 놀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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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가 속한 소속사인 온가람 액터스의 대표, 황진환은 그리 말하며 흔쾌히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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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놀고 오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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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인 서바이벌은 설렁설렁해. 촬영만 그렇게 하고 그리 빡세지 않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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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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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이렇게 권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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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라는 인간이 예능 자체를 거의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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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나 모델 활동에나 전념할 뿐, 기타 다른 방송에는 얼굴을 도통 비추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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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이미지 소비를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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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버지의 철저한 교육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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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대배우쯤 되면 소속사의 대표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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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만 만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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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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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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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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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정우와 만나는 이들은 죄다 한 번씩 물어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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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연화공주랑 무슨 사이 아니지?’ 대충 그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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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그 녀석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성인 되려면 아직 3년이나 남았어요.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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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너랑 3살밖에 차이도 안 나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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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말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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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은 금방이야,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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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해도, 박정우가 정말 스캔들과 관련된 일을 터트리지 않으리라는 건 아주 잘 안다. 자기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 녀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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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거절할 틈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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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비밀 게스트가 하나 있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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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서바이벌의 메인 MC인 정대현이 가장 먼저 밝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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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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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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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울창한 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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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터가 한국이 아닌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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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박정우가 싫어하는 것만 가득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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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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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는, 해외의 어떤 무인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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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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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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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서연도 익히 아는 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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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생에도 즐겨보던 예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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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공부’용으로 보기엔 적합한 예능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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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별개로 주서연으로선 상당히 흥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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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해외에 나가본 적도, 이런 야생에 덩그러니 놓여본 적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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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서바이벌은 이래저래 말이 많은 예능으로 기억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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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기 예능이라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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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팬층은 정말로 탄탄한 예능이라 일정 이상의 시청률은 보장하는 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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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빡세다, 빡세다 말은 많았지만, 안전을 도외시하거나 가혹할 정도로 출연진을 굴리는 건 또 아니어서, 딱히 이렇다 할 사고도 없는 예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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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촬영 기간이 꽤 되는 탓에, 참여하는 건 영화 촬영이 끝난 서연과 박희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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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드립니다! 무인도 탐험 반장, 정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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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 족히 190cm가 넘는 거구의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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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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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처하는 남자는 본래 체육계 출신의 개그맨으로 자연스럽게 의 메인 MC가 된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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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덩치에 비하면 인상은 굉장히 서글서글해서 조금 긴장했던 주변도 분위기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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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쪽은! 곧 개봉하게 될 의 두 배우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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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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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항에서 시작된 에 관련된 간략한 홍보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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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부 한 건 아니고, 어느 정도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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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연은 가만히 있었고, 대부분은 박희준 배우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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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의점 알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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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서연이 말을 하기 싫었다기보다는, 현재 알려진 배역상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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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사는 여기까지. 이번엔 게스트가 두 분이라 금방 끝나네.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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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서바이벌에는 정대현을 비롯해 고정 멤버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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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게스트들을 합쳐,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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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게스트는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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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홍보차 나온 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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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과 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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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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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인 정대현은 별생각이 없는 모양이었으나, 무인 서바이벌의 고정 멤버 나태식은 그런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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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함께 온 배우, 박희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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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은 군대를 특수부대로 다녀온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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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도 180cm가 넘었으며, 근육으로 무장된 탄탄한 몸매의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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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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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연의 첫 해외 촬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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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파푸아 뉴기니……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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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크기의 어느 정도 생태계가 형성이 된 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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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적막함에 서연은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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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해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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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이런 장소에 온 것은 또 처음이라, 들뜨는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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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와서 밝히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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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대현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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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짐을 풀던 일행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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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게스트가 한 명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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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가 한 명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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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멤버들의 시선이 서연과 박희준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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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추가적으로 오는 사람이 있냐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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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몰라도, 서연 양은 굉장히 익숙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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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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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랑 익숙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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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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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매우 협소한 인간 관계를 가진 서연으로선 ‘아는 사람’이라 말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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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서연이 익히 아는 인물이라고 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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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박정우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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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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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효과음이 그 뒤로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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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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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농담하지 마요. 정우 씨가 왜 이런 곳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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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멤버들이 한마디씩 말을 내뱉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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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에서 한 명이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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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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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번듯한 외모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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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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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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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를 처음 본 순간,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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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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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전생에도 박정우는 예능을 단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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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박정우의 등장으로, 잠시 소란스럽긴 했지만 촬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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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 명칭답게 2박 3일간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걸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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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처음에 쥐어진 건 생수통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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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무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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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물은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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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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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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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시리즈 정독하고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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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이는 물병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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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병으로 정수기를 만드는 방법을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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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이거 도구 없이 뭘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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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이 어이없다는 듯, 신 PD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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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 있어요 있어. 다만, 무인도에 저희들이 숨겨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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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웃으며 이야기하는 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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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말에 정대현이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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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갈 생각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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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도구도 다 주고 시작하면 방송이 재미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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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달리 밀림도 아니고, 가혹한 환경도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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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탐험팀과 생존팀으로 나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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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은 멤버들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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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구를 찾을 탐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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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선 당장 먹을 수 있는 열매나, 거처를 만들 생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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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몸을 쓰는 게 익숙한 이들은 탐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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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 보이는 이들은 생존팀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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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연의 경우엔, 생존팀에 자연스럽게 합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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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그리고 기존 멤버 중 유일한 여성 멤버인 방하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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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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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탐험팀에 끌고 가면 어쩌나 싶었던 박정우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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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불피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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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의욕에 가득 찬 서연의 말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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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당혹감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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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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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부터 피우는 게 상식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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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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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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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애초에 불은 어떻게 피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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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가 있어야 불을 피우지. 지금 도구 구하러 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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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우의 말에 서연은 적당한 굵기의 통나무와, 나뭇가지를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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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걸로 불을 피우겠다고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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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예능에 욕심이 나서 무리수를 던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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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묘하게 반짝이는 서연의 눈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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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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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하고 싶다! 그런 의욕을 내비치는 서연의 모습에 박정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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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불을 피울 테니, 너는 다른 나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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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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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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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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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자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중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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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의 입장에선 서연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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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정우 선배도 불을 피워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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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불은 자신이 피우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정우를 눈을 좁히고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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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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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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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쪽이 불피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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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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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연의 가위바위보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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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반사적으로 손을 내민 정우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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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서연은 가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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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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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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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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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말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걸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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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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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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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가위가, 정우의 바위를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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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득, 하고 손에서 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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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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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 뛰며 정우가 손을 뒤로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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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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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가 더 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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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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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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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에 정우는 손을 보았지만,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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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알겠어. 그럼 내가 다른 거 할 테니까. 넌 거기서 불 피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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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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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대답에, 정우는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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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조금 하다 지치면 그만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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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녀석 무슨 손가락 힘이 저렇게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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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불을 피워보겠다고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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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전에 서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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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몇 치냐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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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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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걸 괜히 물은 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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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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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덩그러니 남은 서연은 어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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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얼굴로 통나무에, 나뭇가지를 대고 불을 피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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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서연을 찍는 카메라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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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생각보다 독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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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을 피우겠다고 나서는 서연을 보며, 카메라맨은 그런 서연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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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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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재미있으니 되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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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불을 피우겠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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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서연이 나뭇가지를 힘차게 비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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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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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손에 들린 나무는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그대로 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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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불은 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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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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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대로 갈려버린 나뭇가지를 손에 든 채, 서연의 동공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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