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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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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는 생각했다.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가.

쨍쨍 찌는 뙤약볕과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의 시선은 대부분 이러했다.

‘이놈이 왜 여기 있지?

아마 대충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 않을까.

스스로도 대략 비슷한 마음이긴 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그러니까.

시작은 분명 대략 며칠 전이었다.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신 PD에게 무인 서바이벌에 관해 이야기 들은 게.

그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출연은 속공으로 결정되었다.

그도 그럴게.

“이야, 지난번 편에 어지간히 감명이 깊었는지, 순식간에 허가가 났네!!”

허허허, 웃는 신 PD가 순식간에 승낙을 받아온 탓이다.

소속사는 대체 안 말리고 뭐 한 걸까.

“어차피 다음 드라마 촬영까지 할 일도 없는데, 좀 놀다 와.”

박정우가 속한 소속사인 온가람 액터스의 대표, 황진환은 그리 말하며 흔쾌히 보내주었다.

마치 놀고 오라는 느낌이었다.

“요즘 무인 서바이벌은 설렁설렁해. 촬영만 그렇게 하고 그리 빡세지 않다더라.”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을 정도.

사실 그가 이렇게 권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박정우라는 인간이 예능 자체를 거의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나 모델 활동에나 전념할 뿐, 기타 다른 방송에는 얼굴을 도통 비추지 않는 거다.

‘배우는 이미지 소비를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아버지의 철저한 교육 때문이겠지.

사실, 요즘은 시대가 변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대배우쯤 되면 소속사의 대표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스캔들만 만들지 말고.”

“…….”

스캔들.

그것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가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정우와 만나는 이들은 죄다 한 번씩 물어보곤 했다.

‘너 연화공주랑 무슨 사이 아니지? 대충 그런 식으로.

“대표님, 그 녀석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성인 되려면 아직 3년이나 남았어요. 3년.”

“어차피 너랑 3살밖에 차이도 안 나는데 뭘.”

그는 그렇게 말하곤.

“3년은 금방이야, 금방.”

말은 그렇게 해도, 박정우가 정말 스캔들과 관련된 일을 터트리지 않으리라는 건 아주 잘 안다. 자기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 녀석인데.

아무튼 그렇게 거절할 틈도 없이.

“이야, 비밀 게스트가 하나 있다더니!”

무인 서바이벌의 메인 MC인 정대현이 가장 먼저 밝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뙤약볕.

모래사장. 해변.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울창한 풀숲.

기후부터가 한국이 아닌 열대야.

이래저래, 박정우가 싫어하는 것만 가득한 장소.

그렇다.

박정우는, 해외의 어떤 무인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무인도!

은 서연도 익히 아는 예능이었다.

물론 전생에도 즐겨보던 예능은 아니다.

딱히 ‘공부’용으로 보기엔 적합한 예능은 아니었으니까.

그와 별개로 주서연으로선 상당히 흥미가 있었다.

우선 해외에 나가본 적도, 이런 야생에 덩그러니 놓여본 적도 없었으니까.

‘무인 서바이벌은 이래저래 말이 많은 예능으로 기억하는데.

초인기 예능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팬층은 정말로 탄탄한 예능이라 일정 이상의 시청률은 보장하는 예능이었다.

거기다 빡세다, 빡세다 말은 많았지만, 안전을 도외시하거나 가혹할 정도로 출연진을 굴리는 건 또 아니어서, 딱히 이렇다 할 사고도 없는 예능이었다.

다만 촬영 기간이 꽤 되는 탓에, 참여하는 건 영화 촬영이 끝난 서연과 박희준뿐이었다.

“인사드립니다! 무인도 탐험 반장, 정대현입니다!”

신장이 족히 190cm가 넘는 거구의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탐험 반장.

그렇게 자처하는 남자는 본래 체육계 출신의 개그맨으로 자연스럽게 의 메인 MC가 된 이였다.

커다란 덩치에 비하면 인상은 굉장히 서글서글해서 조금 긴장했던 주변도 분위기가 풀렸다.

“그리고 이쪽은! 곧 개봉하게 될 의 두 배우님이죠.”

자연스러운 소개.

이어 공항에서 시작된 에 관련된 간략한 홍보가 진행되었다.

물론 전부 한 건 아니고, 어느 정도 맛보기.

물론 서연은 가만히 있었고, 대부분은 박희준 배우가 했다.

‘나는 편의점 알바생…….

딱히 서연이 말을 하기 싫었다기보다는, 현재 알려진 배역상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자, 인사는 여기까지. 이번엔 게스트가 두 분이라 금방 끝나네. 그쵸?”

무인 서바이벌에는 정대현을 비롯해 고정 멤버가 셋.

거기에 게스트들을 합쳐, 함께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게스트는 둘이었다.

의 홍보차 나온 두 배우.

주서연과 박희준.

‘……괜찮을까?

MC인 정대현은 별생각이 없는 모양이었으나, 무인 서바이벌의 고정 멤버 나태식은 그런 걱정이 들었다.

우선 함께 온 배우, 박희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박희준은 군대를 특수부대로 다녀온 남자였다.

신장도 180cm가 넘었으며, 근육으로 무장된 탄탄한 몸매의 남성.

“갑시다.”

그렇게 서연의 첫 해외 촬영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파푸아 뉴기니……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적당한 크기의 어느 정도 생태계가 형성이 된 무인도.

그 적막함에 서연은 입을 벌렸다.

갑작스런 해외 촬영.

거기에 이런 장소에 온 것은 또 처음이라, 들뜨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밝히는 건데요.”

그때, 정대현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막 짐을 풀던 일행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사실, 오늘 게스트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게스트가 한 명 더요?”

다른 멤버들의 시선이 서연과 박희준에게 쏠렸다.

에서 추가적으로 오는 사람이 있냐는 뜻이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서연 양은 굉장히 익숙한 분입니다.”

“……저요?”

서연이랑 익숙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나?

매우매우 협소한 인간 관계를 가진 서연으로선 ‘아는 사람’이라 말하면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중에 서연이 익히 아는 인물이라고 해봐야.

“바로, 박정우 배우님!!”

두둥!

이라는 효과음이 그 뒤로 들리는 것 같았다.

“박정우?”

“와, 농담하지 마요. 정우 씨가 왜 이런 곳에 와.”

이어 멤버들이 한마디씩 말을 내뱉었을 때.

풀숲에서 한 명이 걸어 나왔다.

피로한 얼굴.

대체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번듯한 외모의 남자.

“…….”

박정우.

서연은 그를 처음 본 순간, 당혹스러웠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그도 그럴 게, 전생에도 박정우는 예능을 단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었다.


아무튼 박정우의 등장으로, 잠시 소란스럽긴 했지만 촬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은 그 명칭답게 2박 3일간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걸 찍는다.

그들에게 처음에 쥐어진 건 생수통이 전부였다.

물은 무제한.

다른 건 몰라도, 물은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에.

서연은 좀 아쉬웠다.

‘……살아남기 시리즈 정독하고 왔는데.

찰랑이는 물병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패트병으로 정수기를 만드는 방법을 써보고 싶었다.

“저기요, 이거 도구 없이 뭘 어찌합니까?”

정대현이 어이없다는 듯, 신 PD에게 말했다.

“도구, 있어요 있어. 다만, 무인도에 저희들이 숨겨뒀습니다.”

큭큭 웃으며 이야기하는 신 PD.

그런 그의 말에 정대현이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쉽게 갈 생각은 없구나.

하긴 도구도 다 주고 시작하면 방송이 재미없겠지.

평소와 달리 밀림도 아니고, 가혹한 환경도 아니었으니까.

“우선, 탐험팀과 생존팀으로 나누죠.”

정대현은 멤버들을 모아 말했다.

우선 도구를 찾을 탐험팀.

그리고, 우선 당장 먹을 수 있는 열매나, 거처를 만들 생존팀.

우선 몸을 쓰는 게 익숙한 이들은 탐험팀.

그렇지 않아 보이는 이들은 생존팀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서연의 경우엔, 생존팀에 자연스럽게 합류되었다.

박정우, 그리고 기존 멤버 중 유일한 여성 멤버인 방하윤과 함께.

‘살았다.

혹시나 탐험팀에 끌고 가면 어쩌나 싶었던 박정우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우선 불피우죠.”

그 순간, 의욕에 가득 찬 서연의 말이 들렸다.

정우는 당혹감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왜?”

“불부터 피우는 게 상식이잖아요.”

“아니, 왜?”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보다 애초에 불은 어떻게 피우려고?

“도구가 있어야 불을 피우지. 지금 도구 구하러 갔잖아.”

그런 정우의 말에 서연은 적당한 굵기의 통나무와, 나뭇가지를 손에 들었다.

‘설마, 저걸로 불을 피우겠다고 말하는 건가?

혹시 예능에 욕심이 나서 무리수를 던지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묘하게 반짝이는 서연의 눈을 보니.

‘진심이구나.

꼭 하고 싶다! 그런 의욕을 내비치는 서연의 모습에 박정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럼 내가 불을 피울 테니, 너는 다른 나무나…….”

“제가 하고 싶은데.”

“…….”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남자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중노동.

정우의 입장에선 서연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정우 선배도 불을 피워보고 싶은가?

서연은 불은 자신이 피우겠다며 고집을 피우는 정우를 눈을 좁히고 노려보았다.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죠.”

“어?”

“이긴 쪽이 불피우기.”

“잠……!”

정우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연의 가위바위보를 내밀었다.

덕분에 반사적으로 손을 내민 정우는 바위.

참고로 서연은 가위였다.

“…….”

“내가 이겼네.”

정우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런 말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걸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응?”

서연의 가위가, 정우의 바위를 꾹 눌렀다.

뿌득, 하고 손에서 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악!!”

펄쩍 뛰며 정우가 손을 뒤로 빼자.

서연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가위가 더 강하죠?”

“아니. 이…….”

부러졌나?

그런 의문에 정우는 손을 보았지만, 다행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알겠다, 알겠어. 그럼 내가 다른 거 할 테니까. 넌 거기서 불 피우고 있어.”

“네.”

그런 서연의 대답에, 정우는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어차피 조금 하다 지치면 그만두겠지.

‘근데, 저 녀석 무슨 손가락 힘이 저렇게 강해?

그러니 불을 피워보겠다고 한 건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전에 서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3대 몇 치냐는 말.

‘…….

설마 그걸 괜히 물은 게 아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덩그러니 남은 서연은 어땠냐면.

진지한 얼굴로 통나무에, 나뭇가지를 대고 불을 피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서연을 찍는 카메라맨은.

‘애가 생각보다 독특하네.

갑자기 불을 피우겠다고 나서는 서연을 보며, 카메라맨은 그런 서연을 담았다.

예능의 욕심인가.

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재미있으니 되었다 싶었다.

‘나름 불을 피우겠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서연이 나뭇가지를 힘차게 비볐고.

빠가각!!

서연의 손에 들린 나무는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그대로 갈려버렸다.

당연히 불은 붙지 않았다.

“…….”

결대로 갈려버린 나뭇가지를 손에 든 채, 서연의 동공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