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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사에서 있었던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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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서연의 귀신 연기에 감탄했었지만, 솔직히 서연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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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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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귀신’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공포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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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공포 게임에서 느꼈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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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스케어 운운하기는 했지만, 그걸 떠나 확실히 떨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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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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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처가 가져다주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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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솔직히, 스스로 그런 것을 잘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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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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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전에 했던 게임에서 서연이 극히 기피하던 점프 스케어와 같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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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스케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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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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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공포 영화를 참조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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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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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이것저것 다양한 매체로 사람의 감정을 학습하던 서연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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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공포 영화는 인간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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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느끼지 않는 서연에겐 당연히 그 매력이 반감되었고, 애초에 찾아볼 생각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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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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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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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그때 매우 놀라고 겁…… 먹었던 것은 애초에 그런 것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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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게임을 조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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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공포를 모르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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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제 알게 되었다지만, 그러면 익숙해지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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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게임에서 비명을 지르고 날뛰었던 게 떠올라 볼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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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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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다짐을 하며, 인터넷으로 참조할 만한 공포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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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공포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명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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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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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서연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어떤 영화의 계단 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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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들린 소녀가, 계단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고 계단에서 네발로 기어 내려오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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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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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것을 유심히 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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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오들오들 떨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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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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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 않는 구교사에서 서연은 할 수 있나 연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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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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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특훈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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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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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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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 친구!가 열심히 꾸며준 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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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연은 더 무섭게 꾸며주길 바랐지만, 눈에 검은 마스카라를 최대한 진하게 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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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피부가 창백해 보일 수 있도록 분칠을 한 것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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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피부가 워낙 희었기에 그다지 티가 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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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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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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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있는 장소는 구교사의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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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2층에도 서연을 제외한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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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마다 귀신으로 분장하여 대기한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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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정 지역에서 대기만 하면 되는 그들과 달리, 서연은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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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중앙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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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한번 학생들을 놀라게 한 후, 다시 올라와 2층 끝에 있는 예전 교무실에서 대기하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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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서연은 홀로 구교사의 복도를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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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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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쏟아지는 폭우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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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부에서 대량으로 빌려온 암막 커튼들은 성능이 아주 좋아서 마치 한밤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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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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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괜히 암막 커튼을 들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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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암막 커튼을 들추니 아직 낮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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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이 시작하는 건 열 시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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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확인해 보면 아직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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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잠시 심호흡하고자, 비에 젖은 찬 공기라도 마실 겸 창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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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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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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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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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창문을 열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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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만 오는 게 아니라 바람도 많이 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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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기 무섭게 들이친 바람에 서연의 얼굴이 홀딱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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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까지 젖어버려서 얼굴에 달라붙은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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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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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고 손수건으로 대충 얼굴의 물기를 닦으니, 바람에 창문이 덜그럭거리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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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서연이 창문을 연 기점으로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기 시작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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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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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어두운데, 창문까지 덜그럭거리고 번개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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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으로선 호재, 서연에겐 악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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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신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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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보아 공포에 단련된 주서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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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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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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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우선 중앙 계단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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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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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에 첫 손님이 들어올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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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연이 하나 알지 못한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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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서연이 하던 메이크업은 물에 닿는다고 흘러내리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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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 분장은 다르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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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비에 젖은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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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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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학생은 1층의 중앙계단 귀신에 포기하고 돌아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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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2층까지 올라온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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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그냥 갈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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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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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뭘 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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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남학생은 서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2층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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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중앙계단 귀신이 무섭긴 했으나, 그 외에는 그렇게 무서운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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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비와 번개가 치고, 구교사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공포심을 자극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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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만해, 할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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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석이는 왔다가 튀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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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이딴 게 뭐가 무섭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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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혀를 차며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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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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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교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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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에 아까 보았던 귀신이 나온다는 말은 진작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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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계단에서 보았던 거꾸로 기어 내려오던 붉은 눈의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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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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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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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반격할 수 없나? 들어가서 우리가 놀라게 할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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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귀신의 집이지, 어차피 일개 고등학생들이 만든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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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직원도 아니고, 전문 배우도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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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놀라게 만드는 게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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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깜짝 놀라면 주먹부터 나가는 거 알잖아. 안 돼.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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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으스대며 말하는 남학생이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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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역으로 귀신을 놀라게 만들어 주자는 포부를 보이며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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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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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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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두가 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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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의 중앙에 등을 돌린 여학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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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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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적막 속에 들리는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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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치는 동시에 고요히 서 있는 여인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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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션이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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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교무실 서랍을 열고, 그곳에 있는 팔찌를 꺼내오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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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안 움직이잖아.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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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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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가만히 서 있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떨어져 천천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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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몸을 붙이고 정해진 동선에 따라 걸어가, 느릿하게 서랍을 열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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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몸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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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은 서랍을 열던 상태로 몸을 굳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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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돌아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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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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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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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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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잘 열리지 않는 서랍을 잡아당겨 팔찌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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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봐야 학생이 연기한 어설픈 귀신이라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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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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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존재는 상식을 벗어난 것에서 공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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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서 있으면 몸을 돌릴 거라 생각하지, 그대로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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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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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녹아내린 검은 화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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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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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겁에 질린 듯 벌려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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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평범한 여학생으론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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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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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몸을 뒤집은 채, 네발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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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속도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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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야 시발 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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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괴한 모습에 남학생들은 재빠르게 몸을 돌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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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팔찌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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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로 원한에 사무친 여학생의 목소리가 뒤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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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참을 달리다 1층으로 내려가던 중앙계단에서 발을 멈췄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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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하씨. 개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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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네발로 기어 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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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아괜찮아. 방금 저 끝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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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추격전에 고개를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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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까지 다가온 여학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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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끝에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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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빨라 아니 존나빠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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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은 혼비백산하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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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네 발로 계단을 빠르게 기어 내려올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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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이게 엄청나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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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뒤집고 어떻게 저렇게 빨리 쫓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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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귀신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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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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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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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들어오던 여학생들과 딱 눈이 마주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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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을 쫓던 귀신의 몸이 우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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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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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한심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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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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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분위기 장난 아니다. 지연아, 정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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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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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지금 다른 곳 갈 곳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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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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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의 뒤를 쫓아오는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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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와 선희의 말에 지연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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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고등학생들이 만든 귀신의 집인데 뭐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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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았으면 안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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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폭우에 번개도 치는데…… 구교사에서 걷기만 해도 무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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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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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보다 지연은 다른 것들이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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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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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2층 올라가지도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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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층 끝까지는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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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덜덜 떠는 여학생들의 대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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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진짜 개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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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도망치는 거 다 봤다. 발 진짜 빠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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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죽는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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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놀라서 로킥 날릴뻔했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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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학생들의 대화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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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 허세가 섞인 대화라는 게 뻔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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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은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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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발차기를 날렸다면 그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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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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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중학교 때 수련회에서 있었던 사건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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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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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호응은 굉장했는지 구교사에 늘어선 학생의 줄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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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숫자는 한정되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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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한 팀이 올라가면, 그 뒤로 1층에 한 팀이 입장하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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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한 번에 2팀씩 입장하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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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폭우로 다른 부스가 상당수 철거됐고, 나머지는 평범한 노점이나 레크리에이션 게임류이니 더 몰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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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 귀신의 집이라면, 학생들은 더더욱 관심을 생기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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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가 진짜 연기를 잘하긴 하나 봐. 계단에서 얼굴 비춘 것만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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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까지 간 거 아직 몇 팀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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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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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관리하는 서연의 반 학생들이 그런 대화를 하는 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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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지연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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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얼굴만 비췄을 것 같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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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연습 때는 그렇게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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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무서운 수준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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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여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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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 마나, 무섭지 않으면 귀신이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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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나 게임을 하며 배역을 따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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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가 될 수 있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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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것을 흉내 내는 걸 아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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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배우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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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재능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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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흥이라도 오르면, 애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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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런 사내아이 같은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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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상대가 찰진 반응을 보여주면, 또 신나서 생각 없이 일을 벌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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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우리 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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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지연이 뒤에 딱 붙어서 간다. 절대 앞으로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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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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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구교사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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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대기하는 학생에게 참가권을 제출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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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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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구교사는 그것만으로 무서운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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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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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처음에 나눠준 약도처럼, 1층에서 정해진 교실에 들려 미션을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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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마주치는 귀신들이 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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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평범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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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유원지 귀신의 집 수준에도 한참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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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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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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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곳이 서연이 등장한다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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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연은 중앙계단을 걸어가던 순간 발을 멈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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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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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남학생들의 비명과 함께 남학생이 뛰어 내려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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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뒤쫓아오는 붉은 눈의 귀신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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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로 기어 오는 그것은, 지연을 방금 스쳐 지나간 남학생들을 뒤쫓고 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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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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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에 지연의 뒤에 있던 두 여학생이 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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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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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뒤집혀 내려오는 여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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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번진 새까만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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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붉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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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다리가 풀린 두 여학생이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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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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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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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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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과 귀신의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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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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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던 그 모습 그대로 중앙 계단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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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그런 귀신을 쫓아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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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두고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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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학생이 애절하게 그런 지연을 향해 손을 뻗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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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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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이 아닌 외침이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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