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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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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사에서 있었던 연습.

모두가 서연의 귀신 연기에 감탄했었지만, 솔직히 서연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애초에 ‘귀신’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공포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공포 게임에서 느꼈던 감정.

점프 스케어 운운하기는 했지만, 그걸 떠나 확실히 떨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긴장감.

크리처가 가져다주는 분위기.

서연은 솔직히, 스스로 그런 것을 잘 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단에서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하는 것.

그것은 이전에 했던 게임에서 서연이 극히 기피하던 점프 스케어와 같은 것이니까.

점프 스케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제대로 된 공포 영화를 참조해 볼까.

공포 영화.

전생에 이것저것 다양한 매체로 사람의 감정을 학습하던 서연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애초에 공포 영화는 인간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공포를 느끼지 않는 서연에겐 당연히 그 매력이 반감되었고, 애초에 찾아볼 생각도 안 했다.

‘맞아.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그때 매우 놀라고 겁…… 먹었던 것은 애초에 그런 것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영화나 게임을 조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지겠지.

주서연 공포를 모르는 여자.

비록 이제 알게 되었다지만, 그러면 익숙해지면 그만.

내심 게임에서 비명을 지르고 날뛰었던 게 떠올라 볼이 뜨거워졌다.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서연은 그런 다짐을 하며, 인터넷으로 참조할 만한 공포영화를 보았다.

주로 공포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명작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그중에서도 서연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어떤 영화의 계단 씬이었다.

악령이 들린 소녀가, 계단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고 계단에서 네발로 기어 내려오는 장면.

‘…….

서연은 그것을 유심히 보았고.

홀로 오들오들 떨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 구교사에서 서연은 할 수 있나 연습했던 것이다.

지난 3일.

나름의 특훈 끝에.

“좋아.”

서연은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의 친구!가 열심히 꾸며준 분장이었다.

사실 서연은 더 무섭게 꾸며주길 바랐지만, 눈에 검은 마스카라를 최대한 진하게 칠하고.

거기에 피부가 창백해 보일 수 있도록 분칠을 한 것이 전부.

평소 피부가 워낙 희었기에 그다지 티가 나지는 않았다.

쿠르르릉!

“…….”

서연이 있는 장소는 구교사의 2층.

당연히 2층에도 서연을 제외한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반마다 귀신으로 분장하여 대기한 여학생들.

다만, 특정 지역에서 대기만 하면 되는 그들과 달리, 서연은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중앙복도.

거기에 한번 학생들을 놀라게 한 후, 다시 올라와 2층 끝에 있는 예전 교무실에서 대기하면 끝이었다.

즉, 서연은 홀로 구교사의 복도를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

쏴아아아아

창밖에서 쏟아지는 폭우 소리가 들렸다.

연극부에서 대량으로 빌려온 암막 커튼들은 성능이 아주 좋아서 마치 한밤처럼 느껴졌다.

‘답답해.

서연은 괜히 암막 커튼을 들추었다.

그래도 암막 커튼을 들추니 아직 낮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귀신의 집이 시작하는 건 열 시라고 했지.

시간을 확인해 보면 아직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서연은 잠시 심호흡하고자, 비에 젖은 찬 공기라도 마실 겸 창문을 열었다.

덜컹.

쏴아아아아!!

탁.

서연은 창문을 열고 깨달았다.

아, 비만 오는 게 아니라 바람도 많이 부는구나.

창문을 열기 무섭게 들이친 바람에 서연의 얼굴이 홀딱 젖었다.

머리카락까지 젖어버려서 얼굴에 달라붙은 게 느껴졌다.

“…….”

문을 닫고 손수건으로 대충 얼굴의 물기를 닦으니, 바람에 창문이 덜그럭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서연이 창문을 연 기점으로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기 시작한 모양.

하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어두운데, 창문까지 덜그럭거리고 번개도 친다.

귀신의 집으로선 호재, 서연에겐 악재 그 자체였다.

그래도 자신이 누구인가.

공포 영화를 보아 공포에 단련된 주서연이다.

이제 이 정도는…….

“…….”

서연은 우선 중앙 계단으로 향했다.

이제 곧 10시.

귀신의 집에 첫 손님이 들어올 시간이었으니까.

다만 서연이 하나 알지 못한 게 있었다.

평소 서연이 하던 메이크업은 물에 닿는다고 흘러내리지 않았지만.

지금 한 분장은 다르다는 걸.

그러니 비에 젖은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1층의 중앙계단 귀신에 포기하고 돌아갔지만.

아주 가끔 2층까지 올라온 이들이 있었다.

“아씨, 그냥 갈 걸 그랬나.”

“쫄?”

“아, 또 뭘 쫄아.”

세 명의 남학생은 서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2층으로 올라왔다.

1층의 중앙계단 귀신이 무섭긴 했으나, 그 외에는 그렇게 무서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비와 번개가 치고, 구교사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공포심을 자극할 뿐.

“할만해, 할만해.”

“야, 지석이는 왔다가 튀었다고 하더라.”

“병신. 이딴 게 뭐가 무섭다고.”

쯧쯧, 혀를 차며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드디어 도착한 마지막.

바로 교무실.

이 장소에 아까 보았던 귀신이 나온다는 말은 진작 들었다.

중앙계단에서 보았던 거꾸로 기어 내려오던 붉은 눈의 귀신.

“야.”

“왜.”

“이거 반격할 수 없나? 들어가서 우리가 놀라게 할 수 있지 않나?”

말이 귀신의 집이지, 어차피 일개 고등학생들이 만든 장소다.

당연히 직원도 아니고, 전문 배우도 아닐 터.

“역으로 놀라게 만드는 게 재밌을 듯.”

“아, 나 깜짝 놀라면 주먹부터 나가는 거 알잖아. 안 돼. 다쳐.”

괜히 으스대며 말하는 남학생이 둘.

그들은 역으로 귀신을 놀라게 만들어 주자는 포부를 보이며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두가 발을 멈췄다.

교무실의 중앙에 등을 돌린 여학생이 있었다.

어둠.

고요한 적막 속에 들리는 빗소리.

번개가 치는 동시에 고요히 서 있는 여인의 등.

‘미, 미션이 뭐더라.

대충 교무실 서랍을 열고, 그곳에 있는 팔찌를 꺼내오면 끝이었다.

“야야, 안 움직이잖아. 뭐해.”

“어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가만히 서 있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떨어져 천천히 움직인다.

벽에 몸을 붙이고 정해진 동선에 따라 걸어가, 느릿하게 서랍을 열던 순간.

여학생의 몸이 움직였다.

남학생들은 서랍을 열던 상태로 몸을 굳혔고.

‘도, 돌아보나?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여학생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악!!!!!!! 시발!!!!!!”

덜컹덜컹, 잘 열리지 않는 서랍을 잡아당겨 팔찌를 꺼낸다.

그래봐야 학생이 연기한 어설픈 귀신이라느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상식을 벗어난 것에서 공포를 느낀다.

당연히 서 있으면 몸을 돌릴 거라 생각하지, 그대로 허리가 뒤로 꺾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 않은가.

거기에 분위기.

얼굴에 녹아내린 검은 화장과.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동자.

마치 겁에 질린 듯 벌려진 입.

도저히 평범한 여학생으론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 몸을 뒤집은 채, 네발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속도도 빨랐다!!

“튀어, 야 시발 튀라고!”

그 기괴한 모습에 남학생들은 재빠르게 몸을 돌렸고.

  • 내 팔찌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등 뒤로 원한에 사무친 여학생의 목소리가 뒤에 들려왔다.

그리고 한참을 달리다 1층으로 내려가던 중앙계단에서 발을 멈췄을 때.

“헉, 허억. 하씨. 개놀랐네.”

“무슨 네발로 기어 오는 게…….”

“아, 괜찮아괜찮아. 방금 저 끝에 있었어.”

때아닌 추격전에 고개를 돌리자.

코앞까지 다가온 여학생이 있었다.

“아니 끝에 있다며!!”

“존나빨라 아니 존나빠르잖아.”

남학생들은 혼비백산하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적어도 네 발로 계단을 빠르게 기어 내려올 수는 없을 테니까.

근데 또 이게 엄청나게 빨랐다.

몸을 뒤집고 어떻게 저렇게 빨리 쫓아오는데.

진짜 귀신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동시에.

마침, 들어오던 여학생들과 딱 눈이 마주쳤고.

남학생들을 쫓던 귀신의 몸이 우뚝 멈췄다.

“……주서연.”

무척 한심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와, 분위기 장난 아니다. 지연아, 정말 갈 거야?”

친구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지금 다른 곳 갈 곳도 없잖아.”

“그래도~.”

지연의 뒤를 쫓아오는 둘.

영미와 선희의 말에 지연은 혀를 찼다.

“겨우 고등학생들이 만든 귀신의 집인데 뭐가 무서워?”

“날씨가 좋았으면 안 무섭지.”

“근데 이런 폭우에 번개도 치는데…… 구교사에서 걷기만 해도 무섭겠다.”

그런 둘의 말에 지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보다 지연은 다른 것들이 걱정되었다.

그야.

“나 2층 올라가지도 못했어.”

“그럼 1층 끝까지는 간 거야?”

라는 덜덜 떠는 여학생들의 대화부터.

“아, 시발. 진짜 개쪽팔려.”

“나 너 도망치는 거 다 봤다. 발 진짜 빠르던데?”

“씁, 죽는다 진짜.”

“나 놀라서 로킥 날릴뻔했자너.”

그런 남학생들의 대화도 들렸다.

물론 대부분 허세가 섞인 대화라는 게 뻔히 보였다.

특히 마지막은 운이 좋았다.

정말 발차기를 날렸다면 그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을까.

지연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중학교 때 수련회에서 있었던 사건을 생각하면…….

‘줄이 기네.

그래도 호응은 굉장했는지 구교사에 늘어선 학생의 줄이 길었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숫자는 한정되니 당연한 일이다.

2층에 한 팀이 올라가면, 그 뒤로 1층에 한 팀이 입장하는 식.

즉, 한 번에 2팀씩 입장하는 상태였다.

거기에 폭우로 다른 부스가 상당수 철거됐고, 나머지는 평범한 노점이나 레크리에이션 게임류이니 더 몰린 거겠지.

이런 분위기에 귀신의 집이라면, 학생들은 더더욱 관심을 생기게 되는 법이다.

“서연이가 진짜 연기를 잘하긴 하나 봐. 계단에서 얼굴 비춘 것만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네.”

“2층까지 간 거 아직 몇 팀 안 되지?”

“응.”

줄을 관리하는 서연의 반 학생들이 그런 대화를 하는 게 들렸다.

그 말을 들은 지연은 생각했다.

‘그냥 얼굴만 비췄을 것 같지 않은데.

아마 연습 때는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그렇게 무서운 수준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반 여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보나 마나, 무섭지 않으면 귀신이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공포 영화나 게임을 하며 배역을 따오지 않았을까.

모티브가 될 수 있는 캐릭터.

서연은 그런 것을 흉내 내는 걸 아주 잘했다.

천생 배우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재능이라는 걸까.

‘만약 흥이라도 오르면, 애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간혹 그런 사내아이 같은 면이 있다.

만약 상대가 찰진 반응을 보여주면, 또 신나서 생각 없이 일을 벌일 때가 있다.

“으으, 우리 순서야.”

“나, 진짜 지연이 뒤에 딱 붙어서 간다. 절대 앞으로 안 가!”

“알았다니까.”

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구교사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대기하는 학생에게 참가권을 제출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확실히.

어두운 구교사는 그것만으로 무서운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우선 처음에 나눠준 약도처럼, 1층에서 정해진 교실에 들려 미션을 수행.

그곳에서 마주치는 귀신들이 겁을 준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수준이었다.

솔직히, 유원지 귀신의 집 수준에도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중앙계단.

저곳이 서연이 등장한다던 장소다.

그러니 지연은 중앙계단을 걸어가던 순간 발을 멈췄고.

“아아악!!”

거친 남학생들의 비명과 함께 남학생이 뛰어 내려왔고.

그 뒤를 뒤쫓아오는 붉은 눈의 귀신이 보였다.

네발로 기어 오는 그것은, 지연을 방금 스쳐 지나간 남학생들을 뒤쫓고 있던 모양.

“……!!”

갑작스러운 귀신의 등장에 지연의 뒤에 있던 두 여학생이 숨을 들이켰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거꾸로 뒤집혀 내려오는 여인의 모습.

얼굴에 번진 새까만 무언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붉은 눈.

무심코 다리가 풀린 두 여학생이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

“…….”

지연과 귀신의 시선이 마주쳤다.

스물스물.

뒤쫓던 그 모습 그대로 중앙 계단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지연은 그런 귀신을 쫓아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두, 두고 가지 마!”

두 여학생이 애절하게 그런 지연을 향해 손을 뻗었고.

“주서연, 너 미쳤어!!!”

비명이 아닌 외침이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