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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복도에 암막 커튼을 쫙 걸어두니…….”
서연이 광고를 찍기 며칠 전.
서연은 반의 학생들과 함께 구교사를 찾아갔다.
“확실히 좀 분위기 있네.”
4반의 반장, 길다현은 제법 그럴싸하게 꾸며진 분위기에 혀를 내둘렀다.
우선 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암막 커튼으로 막았고, 벽에는 하얀 도화지를 붙인 뒤, 검붉은 물감을 뿌려 분위기를 내었다.
그러니, 이게 어떻게 됐느냐면.
“와, 솔직히 나 좀 무서운 듯.”
한 여학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공포 부스로 만들겠다고 허락을 맡은 이 건물은 구교사다.
그것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구교사.
관리되지 않은 건물.
방치된 건물이 시간이 흐르면 나타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묘하게 스산한 분위기.
교실의 창문들은 뿌옇고, 금이 가있으며.
오래된 건물이라 바닥은 또 나무.
“……1층 2층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분위기에 압도된 몇몇 여학생이 그리 중얼거렸지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제대로 해야지!”
의욕에 가득 찬 반장은 크게 외치며, 여태 잠자코 있던 서연을 힐끗 보았다.
최근 이래저래 이슈에 올랐던 배우.
그런 서연이 무려, 귀신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다.
“저, 서…… 크흠! 서연아. 귀신 역 연기 잘 해줄 수 있지?”
조금 어색했지만, 생각해 보면 이미 같은 반이 된 지도 몇 달이다.
언제까지는 어색할 수 없는 법!
“……응.”
그런 반장의 태도에, 서연은 조금 기꺼우면서도.
‘으음.’
솔직히 조금 긴장됐다.
그건 배역에 대한 긴장감이라기보다는.
‘그때 했던 공포 게임이랑, 뭔가 느낌이 굉장히 비슷한…….’
낡고 하얀 건물.
커튼으로 어둡게 만드니, 더더욱 비슷했다.
“1층부터 손전등도 하나씩 쥐여줄 거야.”
“왜? 아무리 암막 커튼이어도 굳이 손전등 쓸 정도는 아닌데.”
“아, 뭘 모르네. 손전등은 분위기지.”
심지어 손전등을 들고 들어가는 것도 비슷했다.
뭔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상관없겠지.’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무슨 일이 있겠는가.
공포 게임과 비슷한 게 뭐가 문제가 있다고.
‘그때 내가 놀란 건 어디까지나, 괴물들의 외모나. 점프 스케어 때문이야.’
그러니 고등학생들이 만든 귀신의 집 따위에 겁에 질릴 리 없다.
뭣보다 가장 중요한 건, 서연은 어디까지나 놀라게 하는 쪽이란 말이다.
그때 게임에서 서연을 놀라게 만든 괴물들과 같은 역할.
“…….”
또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즐거워졌다.
심지어 반장도 서연의 귀신 연기에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도 도움이 될지도 몰라.’
마침, 또 서연이 맡은 배역이 스릴러 영화의 살인자.
귀신 연기를 할 때 그 감정이 도움 될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차서아의 인간적인 면에만 좀 집중한 느낌이 있어.’
서연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서아와 자신을 비슷한 인물이라 생각하는 만큼 더더욱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차서아는 동정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스릴러 영화의 범인이라면, 응당 관객에게 공포를 줘야 했다.
‘여태까지의 제대로 찍은 파트는 하이라이트 부분이니까 차서아라는 인물을 보여줘도 좋았지만.’
초반부는 아직 찍은 게 추격전 정도.
중반부의 일상씬이나 하이라이트는 찍었으나, 중반부 범행 장면은 아직 찍지 않았다.
‘그러면.’
중반부는 좀 더 공포스러운 면모를 부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것을, 이 귀신의 집에서 활용해 보면…….
“서연아.”
그때, 반장이 서연을 불렀다.
고개를 들면, 다른 학생들이 서연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우리 지금부터 연습해 볼 텐데, 괜찮아?”
사실 연습은 밝을 때부터 이미 몇 번 해보았다.
하지만 어두운 상황에서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서연은 내심 긴장했다.
물론, 절대 무서워서는 아니다.
진짜로.
“흐음.”
그렇게 축제까지 3일.
서연은 집에서 의자에 앉아 고민했다.
오늘 광고 촬영도 성공적으로 끝난 편.
특히 감독인 도형태가 호평 일색이라 도리어 서연이 어색했다.
그야, 촬영하기 전.
“아, 이번 CF 감독이 도형태라면, 좀 빡세겠네.”
“어째서요?”
“내가 듣기로,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이라 들어서.”
굉장히 영상미가 있는 광고를 찍는 감독으로 유명하단다.
대신 그만큼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고, 엄격하여 스태프들 사이에선 평이 갈렸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예스맨이던데.’
서연은 촬영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화장품을 손에 들고, 대본에 적힌 것처럼 가볍게 연기를 했을 뿐이었지만, 다들 호평 일색이었다.
이래도 괜찮나?
라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을 만큼.
생각해 보면 성장해서 찍은 CF는 처음이다.
어쩌면 연기 실력이 늘며, CF에도 도움이 된 느낌.
아무튼 CG가 많이 들어간다고 하여, 촬영본 외에 완성본은 아직 못 봤다.
나중에 어느 정도 완성되면 보내주겠지.
‘아무튼.’
서연은 귀신의 집을 떠올렸다.
오늘 연습 나쁘지는 않았다.
귀신 역할을 맡은 여학생은 대략 열 명 정도.
분장은 하지 않았기에 딱히 몰두해서 연기를 한 이들은 없었지만.
“으어어어!”
“오, 괜찮다, 괜찮다. 나중에 이거 가발 쓰고 막 달려오면 무서울 듯.”
“그치?”
뭔가 느낌이 점프 스케어에 치중한 느낌.
하기야 귀신의 집이 다 그렇기야 하지만.
다만, 서연의 경우엔 좀 달랐다.
“서연이는 2층의 하이라이트니까. 계단에서 살짝 얼굴을 비쳤다가. 나중에 다시 얼굴을 비추는 쪽으로 하자. 말하자면 보스 느낌?”
“와, 괜찮다.”
많은 걸 요구한 건 아니다.
2층 계단에서 슬쩍 얼굴을 비추고, 막바지에 한번 딱! 튀어나와서 놀라게 하는 역할.
“실제 배우가 하는 귀신 연기는 엄청 무섭겠지?”
“와, 생각만 해도 살 떨려.”
그래도 같이 준비한 후로, 학생들은 전보다 벽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거기다 배우이니 조금 더 요구치가 높았다.
뭣보다 서연 본인도 의욕에 가득 찬 상태인 터라.
“꺄악!!”
연습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졌다.
서연이 계단에서 슥 나타났다가, 마지막에 딱 튀어나왔을 때.
그 분위기가 보통 음산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 그러네. 괜히 여고괴담 같은 게 있는 게 아니야.”
“여고괴담이 뭐야?”
“우리 태어나기 전에 개봉했던 영화.”
두런두런 그런 대화를 나누는 여고생들은 방금 서연의 연기에 굉장히 호평이었다.
특히 길다현은.
‘괜히 배우가 아니구나!’
비명이 들린 자리에는 길다현도 있었다.
1층에 들어와, 복도 중앙에 있는 계단.
복도 끝에 있는 미션을 진행하기 전엔 지나칠 수밖에 없는 장소다.
그곳에서 계단에 비스듬하게 서서 학생들을 내려보는 구도.
솔직히 대단한 뭔가를 한 건 아니다.
단지, 바라볼 뿐이었지만 어둠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붉은 눈이 어우러져 무심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마지막은 또 어땠지?
2층 미션 장소에서 조용히 나타난 서연은, 하이라이트에 걸맞았다.
대충 으어어 하며 좀비인지 귀신인지 모를 다른 학생들과는 결이 달랐다.
‘이거면, 인기 부스는 무조건 우리 거다.’
장소도 좋고, 배우도 좋았다.
“이대로면 될 것 같아, 서연아! 축제 당일에도 잘 부탁해!”
“아, 으응.”
활짝 웃으며 말하는 길다현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흐음.’
다른 이들과 달리 서연은 고민에 잠겨있었다.
뭔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연화 고등학교의 축제.
대학교 축제와 달리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었지만, 학생 간에 열리는 큰 행사였다.
반마다 부스도 있었고.
나름 활기차고 즐거운 행사…… 였어야 했지만.
“……비 오네.”
쏴아아아!!
그것도 보통 오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쏟아졌다.
덕분에, 외부에 부스를 만든 반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철거.
비가 어느 정도 온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탓에.
“그래도 실내에 있는 부스도 많잖아?”
대부분은 반이나 복도를 이용해 만든 부스가 많았다.
간이 카페라거나, 다트 던지기라거나.
그런 소소한 레크리에이션 류의 부스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가장 시선을 끈 곳이 있었으니.
“귀신의 집?”
이지연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4반 애들이 구교사를 귀신의 집으로 만들었다던데? 10시부터 연다고 했으니까 이제 열었겠다.”
그런 반 친구의 말에 이지연은 팔짱을 꼈다.
‘그거, 주서연이 말한 것 같은데.’
뭔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전에 서연에게 들었을 때는 고등학교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귀신의 집이라 생각했지만.
‘구교사까지 빌려서 할 정도로 본격적일 줄은.’
거기다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 그거 귀신으로 걔가 나온대!”
“걔?”
“주서연 있잖아. 네 친구.”
주서연이 귀신?
더더욱 불안해졌다.
그도 그럴 게, 서연은 뭔가 할 때 연기만 들어가면 진심이 되어버린다.
10년 전, 유치원에서 학예회를 했을 때도 그러했고.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아주 그냥 연례행사였다.
그나마 중학교 때는 지연이 말려 비교적 평온하게 끝났지만, 이번엔 같은 반도 아니다.
“가보자.”
“응?”
“아, 그냥…… 좀 궁금하잖아.”
지연은 그렇게 말했지만, 영 마음에 쓰였다.
애초에 서연은 무서운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지연도 몰랐던 사실이지만 최근 ‘켰으면 왕까지’ 방송을 보고 깨달았다.
그런 애가 귀신을?
그러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학생들이.’
물론 서연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폭주 기관차 같은 계집애가 벌 일 짓에 당할 학생들이었다.
“오, 좀…… 괜찮은데?”
손전등을 손에 쥐고, 두 남학생이 처음으로 귀신의 집에 입장했다.
비도 많이 오고, 다른 부스도 딱히 재밌는 걸 찾지 못했던 와중, 우연히 귀신의 집 부스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까.
“비가 와서 그런가, 좀 무섭긴 하다.”
쏴아아아.
하는 빗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태양은 먹구름에 가려, 빛을 비추지 않았고.
거기에 암막 커튼까지 쳐져 있으니, 복도는 한밤처럼 고요하고 어두웠다.
외벽은 붉은 물감으로 칠해져, 마치 피와 같았고.
빗소리와 걸을 때마다 들리는 낡은 나무 복도의 삐걱거림에 머리끝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손전등이라도 줘서 다행이긴 하다.”
“그러게.”
손전등이 없었다면 구간 구간 지나치게 어두운 곳에서 넘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전지가 다 됐는지 손전등의 불빛이 깜박깜박거려, 괜히 더더욱 공포감을 조성했다.
“느으악!!”
거기다 걸을 때마다 가끔 튀어나오는 귀신들.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어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을 정도.
“어휴, 난 점프 스케어 싫다. 진짜. 이런 게 못 만든 귀신의 집의 특징이야.”
“못 만들긴 뭘. 귀신의 집이 다 이렇지.”
“네가 잘 만든 곳을 안 가봐서 그래.”
괜히 놀란 게 무안했는지, 덩치 큰 남학생이 그리 말했다.
그런 그의 말에 피식 웃으며 걷던, 키가 작은 남학생은.
문득, 계단을 보았다.
복도의 중앙.
1층의 끝에 있는 장소에 미션을 하고, 도장을 찍은 후 2층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그러니 필히 지나쳐가야 하는 장소였지만.
2층의 끝자락.
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뭐지?’
처음에는 뭔가 싶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것이 손이라는 걸.
발이 아닌 손으로 계단을 딛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 위로 올리자.
붉은 눈이 있었다.
스르륵.
검은 머리칼이 계단을 타고 흘러내렸다.
뒤늦게 그것이 사람의 머리이고, 뒤집힌 인간의 몸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
2층의 맨 위에서 천천히.
그 중앙까지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거꾸로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 보았던 영화와 같은 광경.
뚝, 뚜욱.
눈가에 흐르는 검은 물과.
어둠 속에서 비치는 붉은 눈에.
그 광경에.
“꺄아아아아아악!!”
계집애 같은 비명을 지르며 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