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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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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비교적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영화였다.

영화의 제작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배우 캐스팅인 만큼 그 부분에서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배우의 캐스팅에 쓰일 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니.

다만 배우의 입장에서도 등장인물이 적다는 건 괴로우면서도 좋은 일이었다.

소수에게 최대한 장면이 집중될 수 있으며, 그만큼 촬영 분량이 늘어나게 되니까.

“민아 씨, 수고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이번 에서 서광일 형사의 여동생 역으로 나오는 강민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 신인이고 나이도 어린 그녀는 여러모로 긴장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회사에 폐 끼치지 말고 열심히 해야지.

강민아의 소속은 로렌 컴퍼니.

3군 정도에 소속된 기획사로, 이번 영화 출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강민아를 밀어준 소속사였다.

겨우 조연을 따냈지만, 주연인 서광일 형사의 여동생 역인 터라, 이래저래 얼굴을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여태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세 번의 드라마 출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카메라만 향하면, 내가 무슨 얼굴을 하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도 NG도 별로 내지 않고 잘 끝낸 느낌이었다.

다들 민아의 나이에 이 정도면 잘하는 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역시 재능이라는 게 있구나.

강민아는 힐끗, 조용히 앉아 있는 소녀를 보았다.

나이는 자신보다 2살 연하.

이제 열일곱이라 들었는데, 꾸며 놓은 모습을 보면 스물 언저리로 보였다.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자리에 앉은 자세가 참 곧았다.

누가 보면 귀한 집 아가씨와 같은 외모.

꽃과 같은 외모였으나, 그녀의 연기를 본 강민아는 서연을 차마 꽃이라 할 수 없었다.

오늘 있었던 촬영.

S# 37번.

한예화와 차서아가 골목에서 마주치는 장면.

그녀를 쫓아가 기절시켜 납치하는, 그런 중요한 씬이었다.

보통이라면 그 자리에서 한예화를 죽였을 차서아가, 굳이 죽이지 않고 그녀를 본인의 자택으로 끌고 간다.

부모를 살해하고 혼자 남은 그곳에.

그 장면을 본 강민아는 어땠냐면.

‘차서아 본인 아니야?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몸이 떨렸다.

특히 시선.

마치 인간이 아닌, 인간을 위장한 무언가를 보는 느낌이었다.

정말 연기일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마음속에서 치솟는 기묘한 불쾌감.

그 정도의 박력을 이번 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태는 단순히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듯.

한예화를 향한 열등감, 질투가 그 불쾌한 얼굴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강민아로선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연기였다.

‘그래도.

강민아가 힐끗힐끗 서연을 보는 것을 본, ‘편의점 아줌마’ 역의 신성미가 피식 웃었다.

“같은 또래니까 친하게 지내는 게 어때?”

“네?”

“이번 촬영 내내 보게 될 사이잖니.”

물론 신성미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서연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분명 크게 될 아이야.

특히 이번 영화가 개봉하면 단번에 위상이 달라지겠지.

그러니 민아의 입장에선 지금이 서연과 친해질 유일한 기회였다.

저런 배우라면 인맥으로 만드는 게 좋다느니, 라는 말은 굳이 안 했다.

여태 지켜본 민아는 그런 말을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었으니까.

“그, 그러네요.”

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보다 두 살 어린 배우.

비슷한 또래인 건 분명했다.

민아의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묻고 배우고 싶은 게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강민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곧은 자세를 유지한 서연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솔직히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다.

오늘 연기에 대해 깊은 고민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차서아의 감정에 너무 몰입하여, 그것을 떨쳐내는 중일까.

“……오늘은 안 될 것 같네요.”

저럴 때 방해하면 안 되겠지.

강민아는 아쉬움에 고개를 흔들었다.

후에 괜찮을 때 한 번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그리고, 그런 강민아의 생각처럼 서연은 나름의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내 4억 어쩌지.

실로 중요한 고민.

이번 차서아 역은 서연에게 있어 인생 배역이나 마찬가지.

당연히 자신 있었고, 차서아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훤히 예상되었다.

‘계약서에는 배역에 대한 제한이 없었지만…….

간혹 그런 계약이 있다.

상품의 이미지 때문에 배역이나, 특정 예능 같은 것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다행히 계약서에는 그런 말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또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세게 박히면 결국 이미지 손상이 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런 제한이 없었음에도 잘려, 배우가 억울함을 토로한 경우가 있지 않은가.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당장 떠오르는 건 두 가지였다.

화장품 광고이니, 비교적 여성성을 강조하는 게 좋겠지.

그런 드라마가 하나, 영화 하나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가 먼저 개봉할 테니 좀 미루고.

영화는 아직 기한이 남았다.

오디션을 봐도 개봉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

그럼 남은 건 드라마.

“하필…….”

끄응, 서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였다.

우선 걸리는 건 두 개였다.

첫째는 장르가 ‘청춘 로맨스’ 드라마라는 것.

둘째는 ……박정우가 주연인 드라마라는 것이다.

‘드림퓨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배우들을 모아 촬영한 드라마.

정말정말 흔치 않은 청춘드라마다.

청춘 드라마치고는 평균 시청률은 15퍼센트 이상.

최고 시청률은 대략 17.6퍼센트.

드라마로 치면 ‘꽤 훌륭한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였으나, 청춘드라마를 생각하면 ‘대박’이라 부를 시청률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드라마에 출연한 10대 배우들이 절반 이상, 3년 내에 급이 하늘로 치솟는다는 것. 서연으로서도 처음에 출연을 고려했던 드라마였지만, 장르가 ‘청춘 연애’라는 점에서 포기했다.

물론 청소년 배우들이 주를 이루었기에, 연애라기엔 조금 풋풋한 느낌이고 수위가 있는 씬도 없었지만.

아무튼 좀 그래.

‘내가 끼어들어 간다면…….

하지만 지금 서연은 ‘좀 그래’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

살려야 한다, 상태가 된 서연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다지 없었다.

‘어차피 해당 역이면, 그다지 로맨스 장면도 없으니 괜찮겠지.

심지어 남주인공이 박정우다.

물론 메인 히로인은 따로 있었으니 문제 될 건 딱히 없었다.

어차피 서연이 참가하려는 역은 나름 마스코트처럼 귀여운 역할이었으니까.

‘살인마’와는 반대되는 귀여운 마스코트.

임팩트를 완전히 지우진 못해도 어느 정도 상쇄는 할 수 있을 터.

‘그 정도면 되겠지.

심지어 그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연기로 혹평받았음에도 광고 몇 개를 낭낭하게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게 끝이긴 했지만.

‘로맨스는, 조금 나중에.

적어도 아직은 자신이 없었다.

언젠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연화 고등학교 학교 축제.

외부인에게 초대권을 줄 정도로, 나름 크게 하는 행사라고 한다.

성과에 따라선, 이후 추가적인 포상이 주어질 정도.

그렇다 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었다.

‘……우선 오디션을 봐야겠지. 마침, 촬영이 없는 날이라 다행이네. 겹쳤으면 미리 말해야 했을 테니.

물론 서연에겐 관련이 전혀 없는 일이다.

오늘도 서연은 자신에게 주어진 외진 자리에 앉아 그저 그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

이게 맞나?

내가 생각한 고교 생활은 이런 게 아닌데.

문득 조금 울적해진 느낌이었다.

반에서 축제를 준비하며 활기가 찬 학급을 보고 있자니,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축제에 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지금 이미지 개선이 중요한 건 ‘차서아 역’만이 아니었다.

당장 주서연 자신도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저, 저기 서연아.”

그때, 누군가가 서연에게 말을 걸었다.

동그란 안경을 쓴 여학생.

바로 이 반의 반장이었다.

“응?”

“그, 그게. 우리 축제 부스에 대해 못 들었을 것 같아서.”

학급의 반장, 길다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서연의 눈은 상대를 압도하는 뭔가가 있었다.

공부만 열심히 한 반장, 다현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왜 다들 말하는 걸 피했는지 알겠다.

여배우라고 들었다.

이전 에서 보여준 충격은 정말 엄청나서 다현은 지금도 재방송을 돌려봤다.

영상에 나온 서연은 정말 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연화공주’가 꽃이라면, 서연은 마치 칼날 같았다.

사람이 너무 예쁘면 이렇구나 싶었다.

“저, 우리 반은 공포 부스 운영할 거라서.”

“공포 부스?”

서연은 그 말에 속으로 흠,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대충 어떤 식인지는 알고 있었다.

전생의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걸 운영한 반을 본 적이 있으니까.

대충 암막 커튼으로 어둡게 만들고 복도부터 교실까지 나름 무섭게 내부를 꾸민다.

분장한 학생들이 안에서 대기하다가 입장객을 놀라게 만드는 게 전부..

‘솔직히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지.

그냥 분위기로 놀란 느낌이다.

공포에 강한 자신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참고로, 이전에 게임에서 놀랐던 건 점프 스케어 때문이다.

정말로.

“교장 선생님이 뒤에 폐건물 써도 된다고 하셔서, 우리가 쓰기로 했어.”

“응?”

폐건물?

“보수가 잘 안되어서, 선생님과 함께 체크하고 사용할 거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아, 응.”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폐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건가.

“…….”

그래봐야 고등학교 공포 부스가 아닌가.

그래도 폐건물이면 나름 분위기는 그럴싸하겠네.

연화 고등학교에 있는 폐건물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기는 했다.

아주 오래전에 쓰던 빈 교사.

딱히 특별한 사고가 없었지만, 새 건물이 증축되고 학생 수가 줄어 자연스럽게 남겨진 건물.

‘분위기는 확실하겠네.

오히려 빈 교사를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그렇게 서연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자, 반장이 학생들에게 돌아가 말했다.

“참, 귀신 역이 하나 비는데. 하고 싶은 사람?”

“귀신 역? 어디?”

“아, 2층에 있는 예전 과학실 쪽.”

“아…….”

학생들이 영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서연은 안 듣는 척, 보지도 않는 책을 펼치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 할 사람 없나? 예전에 하기로 한 애가 갑자기 하기 싫다고 해서.”

“뭐, 그야 그렇겠지.”

“그래도 중요한 부분이잖아? 거기를 하이라이트로 삼기로 했고…….”

학생들이 말끝을 흐렸다.

서연은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귀신 역이 하나가 빈 모양.

‘…….

서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참여한다면, 다른 애들과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닐까?

“저.”

서연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였다.

어쩐지 경악이 서린 그 얼굴들에, 서연이 순간 움찔했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아니, 아직 말도 안 했는데.

“……귀신 역이 없으면 내가 해도 괜찮아?”

“응? 진짜?”

갑작스러운 서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교차했다.

현역 여배우의 귀신 역.

그리고, 서연의 외모를 생각하면…….

“근데 정말 괜찮아? 2층은 다른 애들이 많이 없어서, 대기할 때 좀 무서울 수도 있어. 다 암막 커튼으로 가릴 거라.”

그런 반장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봐야 낮에 운영하는 고등학교 공포 부스 아닌가.

솔직히 무서울 리가 없지.

이런 건 보통 분위기로 놀라는 게 전부다.

“괜찮아.”

서연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 그녀의 말에, 반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한다면야 상관은 없었다.

뭣보다 내심, 서연의 귀신 연기가 기대되기도 했다.

현역 여배우가 귀신 연기를 해준다면.

‘이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을지도.

이번 축제에서 성과가 좋으면 학교 생활 기록부에도 좋은 말이 적힐 터.

반장은 의욕에 가득 찼다.

물론, 그건 서연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