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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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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전생부터 자신의 체중에 그리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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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본인의 체중에 관심이 없는 건 꽤 흔한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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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서연도 그 버릇은 여전히 남아, 특별한 일이 아니면 웬만해선 체중을 잴 일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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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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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날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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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거울을 볼 때면 비치는 늘씬한 허리라인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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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준 탓에 군살 없는 몸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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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본격적으로 헬스를 다니고 인바디를 체크하게 되었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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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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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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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서연의 눈에 띈 건 바로 체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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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정도 근육량이면 가벼운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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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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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트레이너는 그리 말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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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TS 육체 너무 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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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래프가 이상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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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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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환생한 시점에 뭐 어떤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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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것에 비하면 몸 좀 튼튼한 건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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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면서 체중에 대한 기억은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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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누가 자신을 들 것도 아닌데, 체중을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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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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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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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차 묻는 김홍백 교수의 말에, 서연은 깊은 갈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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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배진환 감독의 소개로 왔는데, 여기서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이면 그에게도 실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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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최근에 체중을 재본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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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그렇게 말을 내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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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선 한번 체크해보죠. 체중계는 저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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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원에 체중계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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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액션 스쿨이니 그럴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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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는 굳어있는 서연에 의아해하면서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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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배우라 체중에 민감한가 보다, 라고 생각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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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건 정확히 기재해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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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적당히 액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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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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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자신의 앞에 놓인 체중계를 가만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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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른 배우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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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 교수의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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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걸 느낀 서연이 체중계에 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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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체중계가 아닌, 아날로그식 체중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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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늘이 움직이는걸, 김홍백 교수는 펜을 들고 유심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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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30, 40, 50,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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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기울어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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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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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이 계속해서 기울어지는 것을 보며 김홍백의 눈이 커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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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급히 체중계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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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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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눈동자도 새빨갛게 변해서, 체중계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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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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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런 서연을 가만히 바라보던 김홍백 교수가 눈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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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체중계가 고장 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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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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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체중은 다음에 따로 재서 저한테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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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체중계에 표시된 수치를 떠올린 김홍백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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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구형이라 쉽게 고장 난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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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165cm……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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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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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평범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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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균적인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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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체중은 뭔가 오류가 있었던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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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은 그리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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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현재 서연의 신체를 보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체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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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헤프닝이 있었으나, 그건 수업을 듣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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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늘은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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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망생들이 이쪽을 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서연의 존재가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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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외견만 보면 액션과는 동떨어진 외모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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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입장에선 철없는 여배우가 객기를 부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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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액션은 몸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 억지로 하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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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환 감독이 그걸 모를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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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굳이 자신에게 추천해 줬다는 건, 서연에게 뭔가를 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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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선 달리는 장면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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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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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 번 좀 달려볼까요? 발이 빠르다고 전달 받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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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은 그리 말한 액션 스쿨 외부에 있는 운동장으로 서연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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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50미터 언저리로 보이는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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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홍백은 딱히 서연의 달리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체크하려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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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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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속도감은 카메라나 연출이 커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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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달리는 자세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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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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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당 촬영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은 것을 알지만, 김홍백은 한번 체크해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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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배진환 감독이 서연을 추천한 게 ‘달리는 것을 보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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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몇몇 지망생들은 그것을 보기 위해 설렁설렁 그 주변을 맴도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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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쉬는 시간이기도 했고, 대체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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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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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이 손을 들고, 아래로 휙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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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라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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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라인에 서서 준비를 마친 서연은 그것을 보고 발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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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성 있는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단번에 튀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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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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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그것을 본 김홍백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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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간 체크해볼걸 이라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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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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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배우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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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가 그 속도를 쫓지 못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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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만 보고 배진환 감독이 액션 스쿨을 추천한 것도 납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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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날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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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에 있을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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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 좋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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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이 빠른 건 별개로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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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는 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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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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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서연을 보며, 김홍백은 재차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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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조금 심드렁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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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운동능력을 보니,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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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이야 어쨌든, 이 정도 신체 능력을 지닌 배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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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가르친다면 정말 대단해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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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백은 전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액션배우들을 육성한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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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이 보기에 서연은 그야말로 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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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성공이 보장된 원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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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을 조금만 빛나게 가공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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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청홍 액션스쿨의 이름을 빛내줄 배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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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바꾸라는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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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연 양, 너무 선수처럼 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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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빠르긴 엄청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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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서아가 그렇게 달리면 분명 위화감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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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김홍백 교수의 지적을 곧바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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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는, 결국 연기입니다. 그 인물이 어떠한지에 따라 액션도 달라져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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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달리는 동작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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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서아는 살인마이지만 운동선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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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도 아닌, 그저 망가진 인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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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세는 연습하면 될 일이고. 이후 다른 액션도 차근차근 다 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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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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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열의가 깃든 김홍백 교수의 말에 서연은 조금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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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태도가 전혀 달라진 느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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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외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지망생들은 어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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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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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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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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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서연의 하루는 무척 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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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촬영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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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없는 날이면 액션 스쿨로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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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엄청 바쁜 건 또 아니어서, 적당히 쉬어가면서 일을 할 정도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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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서연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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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십 대 배우라면 진작 뻗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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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지금도 쉬지 않고 게임패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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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에 마련된 서연의 개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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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뭔가 눈치가 보여 할 수 없는 게임기를 죄다 이곳에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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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집에서 서연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딱히 눈치를 주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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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인 수아는 서연이 본인 일을 알아서 잘하니 신경 쓰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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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영빈은 가끔 와서 옆에서 가만히 보다가, 딸 개못하네. 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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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버지가 서연의 신경을 긁는 것과는 별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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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게임을 하는 건, 여러모로 마음에 쓰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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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본인의 처참한 성적표를 생각하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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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연습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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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느꼈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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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커뮤니티에선 ‘게임 못하는 연예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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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굴욕스럽고 치욕감에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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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사내란 그 어떤 욕보다 ‘너 게임 못 하잖아’라는 말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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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금은 여자가 된 서연이지만, 그런 감성은 여전해서 차마 게임 못한다는 말을 참고 넘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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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음에 관찰 예능이든 뭐든 나가서, 설욕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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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 영빈의 입에서 ‘잘하네’라는 말이 나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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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을 단단히 품은 채 특훈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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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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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창 게임을 즐기던 서연의 대기실에 문을 열고 박은하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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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쉬지도 않고 게임을 하는 서연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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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체력이 진짜 보통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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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죽은 듯 누워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서연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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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의 입장에선 게임도 노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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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쉬지도 않았고, 촬영도 빠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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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액션 스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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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연의 모습을 보자면, 정말 배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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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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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일시 정지하고 묻는 서연의 말에, 박은하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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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응. 정말 좋은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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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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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들어왔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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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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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이 광고라는 건 연예인에게 있어 인기의 척도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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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광고가 들어온다는 것부터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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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연은 벌써 두 번째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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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하나는 아쉽게도 서연이 거절했지만, 바로 두 번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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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대로 출연한 건 정도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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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렇게나 광고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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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성공했으나, 그건 광고주들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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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서연이 가진 화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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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에서 보여준 매력이 제대로 어필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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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번에도 게임패드 광고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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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번 거절했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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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미심쩍은 얼굴로 묻자, 박은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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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그런 거 아니니까. 이번에는 서연이도 좋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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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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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어떤 광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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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연은 광고를 두 번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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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아역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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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두유 광고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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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어린이 영양제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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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린이 영양제 광고는, 서연이 휴식 선언 후 나온 터라 굉장히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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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영양제는 불티나게 팔렸고……, 광고주는 서연에게 한 번 더 광고를 찍어줄 수 없는지 요청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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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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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광고일까. 서연이 내심 기대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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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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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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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장품 광고라는 여자 연예인들에겐 그 외모와 인기의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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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인기 있는 아이돌이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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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굴이 예쁘지 않다면 들어오지 않는 게 화장품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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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게 화장품 광고가 들어온 건 정말 이례적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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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인기보다, 서연의 미래를 보고 투자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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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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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장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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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러운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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