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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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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첫 촬영날.
서연은 눈앞에 있는 커다란 돼지 머리를 보며, 아연실색했다.
“자, 서연 씨. 순서야.”
“아, 네.”
서연은 다른 배우 몇 명과 함께, 돼지 머리에 큰 절을 올렸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 촬영 전, 고사를 지내는 경우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잘 되길 기원하는, 그런 일종의 행사.
이전에 태숨달에 출연했을 적에는 경험해본 적 없었기에 서연은 내심 신선했다.
‘돼지 머리…….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돼지 머리의 모습에 서연은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에서 보았던 크리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혹시 나는, 겁이 많은가?
서연은 자신이 단 한 번도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난생 처음 느낀 공포란 굉장히 충격이 커서 이래저래 마음에 남은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렇다.
“서연아, 컨디션 괜찮지?”
“네.”
박은하 매니저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타인이 보기에 서연은 표정 변화 없이 태연한 얼굴이었다.
돼지 머리에 식겁했어도, 약간 눈동자가 흔들린 게 전부였으니까.
‘확실히…….
박은하는 그런 서연을 빤히 보았다.
확실히 배우라는 족속은 뭔가 다르다.
특히 그것이 특별한 배우라면 더더욱.
이전에 그녀가 맡았던 황민화도 그랬다.
그녀에게선 서연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고급스러운 아우라.
상대를 압도하는 존재감이 있었다.
그래서, 섣불리 앞에서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고 짓눌릴 수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서연의 경우에는 어떠냐면.
“촬영이 길어질 수 있으니, 벤에서 쉬고 계세요.”
쌀쌀맞은 외모와 달리, 굉장히 다정한 성격이었다.
황민화와는 정반대.
아니, 반대는 아닌가.
황민화는 이미지부터 딱히 친절한 이미지는 아니니까.
‘서연이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박은하는 서연을 처음 봤을 때 얼어버렸다.
표정 변화가 적고,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얼굴.
마치 인형 같은 아이다.
거기에 황민화가 그러했듯.
아니.
그 이상의 아우라가 있었다.
천재 아역.
그 타이틀이 절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서연에겐 황민화의 고급스런 아우라와는 다른 존재감이 있었다.
시선을 빼앗는, 그런 압도적인 무언가가.
아마 이것이 배우가 지녀야 할 가장 큰 자질인 거겠지.
거기에 연기를 하면 그 분위기가 순식간에 휙휙 바뀌었다.
황민화를 처음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놀라움.
하지만, 서연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었다.
‘그러니, 이전에 황민화도 함부로 못했던 거야.
정상에 오른 배우들이 으레 그렇듯.
황민화는 눈이 좋았다.
뜰 사람.
뜨지 못할 사람을 귀신같이 구별했다.
그녀의 눈에, 서연은 분명 합격점이었던 거겠지.
그러니, 그저 다정한 언니인 척 연기했다.
본인의 이면을 숨기고.
“괜찮아, 여기서 보고 있을게. 매니저가 가긴 어딜 가.”
“으음, 상관없을 것 같은데.”
“촬영만 열심히 해.”
박은하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서연의 첫 영화.
그리고, 그 개봉 날짜는 황민화 주연 영화와 날짜가 겹친다.
.
GH 그룹이 에서 칼을 갈았듯.
유토피아 또한 거대 그룹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였다.
아니, 오히려 자본만 보면 그쪽이 위일 것이다.
그쪽은 해외자본까지 들어갔으니까.
감독의 이름값은 쪽이 우위였으나, 배우들만 봐도 유토피아 쪽이 탑급 배우가 더 많았다.
가 체급이 절대 작은 건 아니나, 는 그보다도 위인 초대형 블록버스터였다.
‘그래도.
박은하는 몸을 푸는 서연을 보며, 간절히 바랐다.
꼭, 황민화를 밟아주길.
그렇게 믿었다.
***
“오늘 촬영은 우연히 살인범이 도망치는 것을 본, 임승철 형사가 차서아를 쫓는 장면입니다.”
해당 장면은 씬 넘버 30.
버스 정류장에서 차서아와 형사들이 마주친 이후, 밤에 순찰 중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이다.
범인인 차서아와는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순서대로 찍는 스타일이 아니시구나.
씬 넘버 30이라는 말에, 서연은 몸 상태를 체크했다.
첫 촬영부터 달리기가 될 줄은 몰랐는데.
본래 감독마다 촬영하는 스타일은 다른 법이다.
이전에 의 공정태 감독은 장면을 순서대로 찍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의 배진환은 그날 컨디션에 따라 적절한 장면을 찍는 스타일이었다.
혹은 되도록 힘든 장면을 먼저 찍거나.
아마 오늘 같은 경우에는 후자일 것이다.
“서연 씨는 괜찮아요? 정말 대역 안 써도?”
“괜찮아요.”
일반적으로 여배우는 몸을 쓰는 장면은 대역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꼭 액션 연기만이 아니라, 장면 자체를 예쁘게 찍기 위해서.
특히 이런 속도감 중요한 추격씬은 더더욱 그랬다.
의 차서아는 후드나 우비와 같이, 정체를 숨기기 쉬운 복장을 자주 입었기에 대역을 쓰기도 편한 환경이었다.
“음, 알겠어요. 힘들면 언제든 바꾸고.”
“네.”
사실 오늘은 달리기라고 해도,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차서아가 일으킨 네 번째 살인 사건.
그것을 추격해온 임승철 형사는, 막 현장에서 빠져나오던 차서아와 맞닥뜨린다.
“아이고, 첫 촬영부터 빡센 거 찍으시네.”
“원래 처음이 빡세야, 뒤로 갈수록 쉬워진다 아입니까.”
사투리를 쓰는 스태프가 있는지 그런 말소리가 들렸다.
‘고생하겠구마.
배진환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아는 스태프는 서연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는 소위 말하는 완벽주의자였다.
원하는 장면, 생각하는 그림이 있었기에 되도록 그에 맞춰 장면이 나와야 했다.
그 탓에 몸을 쓰는 장면이 들어가면 처음엔 제가 하겠다고 나섰던 배우들도 점차 제풀에 떨어졌다.
몸을 쓰는 연기는 어설프면, 없느니만 못한 장면이 된다.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범인?
당연히 배진환이 납득할 리가 없었다.
심지어 심야 촬영.
서연에겐 학교가 있어, 반가운 촬영 시간대였지만 다른 촬영진에겐 죽을 맛이었다.
‘오늘 잘못하면 날밤 새겠는데.
이건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대역한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이 들었지만, 배우가 하고 싶다 하니 어쩌겠는가.
“슬레이트 챙기고.”
영화의 장면을 표시하는 슬레이트를 연출 막내가 손에 들었다.
곧 촬영이 시작된다는 뜻.
조 감독이 스텐바이를 외쳤고.
사운드, 카메라.
순서대로 준비가 됐음을 알렸다.
배진환 감독의 시선이, 촬영장인 골목을 살폈다.
이번 씬에 출연하는 배우는 둘.
차서아 역의 주서연.
그리고 임승철 형사 역의 김대헌.
‘드디어.
배진환 감독은 두 배우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감독이라고 긴장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이번 GH 그룹은 전권을 말 그대로 전부 감독에게 쥐어주었다.
더 좋은 배우.
커리어도 좋고, 비싼 배우가 아닌 배진환이 선택한 배우들로 멤버를 짤 수 있게 해줬다.
김대헌은 연기파 배우였지만, 주연 경험은 많지 않은 배우다.
심지어 대부분 악역이었고, 사극에서도 장군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그런 배우였다.
하지만 배진환은 그의 연기력이 그게 전부가 아니리라 믿었다.
포텐과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배우였다.
그걸 살리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
‘그리고, 주서연.
커리어는 아역이 전부.
솔직히 말해, 배우의 캐스팅을 자유롭게 풀어둔 제작진에서 말이 나왔던 배우였다.
아무리 그래도, 커리어가 단 두 개뿐인 배우에게 너무 막중한 역을 맡긴 게 아니냐는 것.
연기력이 인정되었다 해도, 높으신 분들은 숫자로 말하는 법이다.
히트친 드라마도 단 3회 출연한 게 전부.
연극은 대 히트했지만, 그 정도로는 높으신 분들은 코웃음칠 뿐이다.
매출.
얼마나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지, 높으신 분들이 보는 건 그게 전부다.
우습게도 가 가져다준 파급력이 있었기에 넘어갔을 뿐이다.
결국 공중파.
CF하나 찍지 않은 서연은 그들에겐 긁지 않은 복권일 뿐이다.
‘그래, 복권.
말은 좋지만, 복권이란 당첨되는 경우가 적은 법이다.
대박 나면 좋지만, 결국 꽝일 확률이 높은.
‘나는 내 눈을 믿는다.
에서 보았던 홍정희의 연기.
그리고 대본 리딩에서 보았던 서연의 연기를.
그 번뜩임을.
“액션!!”
S# 30.
첫 추격씬.
.
그 이름을 뭣보다 강렬하게 나타내는 장면.
달빛이 비치는 심야 속에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덜컹!!
전봇대 옆에 어지럽게 놓여있던 쓰레기 더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최근 살인사건을 쫓던 임승철 형사는 다급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어디야. 대체, 어디냐고.」
그는 낡은 핸드폰을 내려보았다.
신고가 들어왔던 시간을 확인했다.
늦은 밤, 경찰서로 걸려 온 전화였다.
누군가가 집에 들어온 것 같다는 겁에 질린 목소리.
그 주소 조차 전부 내뱉지 못하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잠든 동료를 깨울 틈도 없이 임승철은 홀로 뛰쳐나왔다.
어두운 골목.
분명 피해자가 전화로 말한 주소는 이 근방이었다.
망원로 49번길.
무수히 늘어선 주택가 사이를 누비며, 임승철은 무작정 달렸다.
이미 신고가 들어오고 10분이 넘었다.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애써 머리를 흔들어 내쫓았다.
그리고, 몇 번이 되었을지 몰랐을 골목을 돌았을 때.
「……」
노란 우비를 쓴 이와 마주쳤다.
비가 오지 않음에도 우비를 쓴 누군가.
작은 체구.
성별을 알기 어려웠다.
마치 어둠을 삼키는 것 같은, 그런 존재감.
임승철의 눈이 커졌다.
노란 우비를 적신, 붉은 핏물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누구의 피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새끼가!!」
골목에 울리는 노호성과 함께 임승철이 범인을 향해 달렸다.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뛰어넘으며, 달려드는 그의 모습에 범인이 몸을 돌렸다.
이미 흉기는 처리한 후.
딱 봐도 덩치차이가 컸기에, 범인은 싸우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힘차게 달려가던 임승철 형사, 가 아니라 김대헌의 발이 멈췄다.
‘아니, 뭐 저렇게 빨라?
아, 발이 저렇게 빠르니까 여태 못잡았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달리기였다.
“컷, 컷컷컷!!”
황급히 배진환 감독이 외쳤다.
이미 골목으로 쌩하고 사라져버린 서연을 불렀다.
“서연 씨.”
“네.”
“그…… 조금만 천천히 달려주세요.”
범인이니 빠르게 도망치는 게 맞긴 하다.
근데 그것도 어느 정도지.
“서연 씨 육상 했어요?”
“아, 아뇨.”
서연은 부정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역을 안 맡긴 이유가 있네.
스태프들은 저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이번에는 합을 맞춰서 합시다!”
짝짝, 박수를 치며 배진환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시작된 재촬영.
방금 있었던 충격적인 달리기에 모두가 긴장했고.
“이야, 장면 잘 뽑혔다.”
“이거죠. 진짜 딱딱 맞네.”
S# 30.
모두의 호평 속에서 촬영이 마무리 지어졌다.
날밤을 새는 일도 없이, 순식간에.
를 상징하는 첫 추격씬.
그 성공적인 시작에 배진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