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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 켜져 있던 모든 불이 일제히 소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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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서연이 온 이 여관은 애초에 제대로 된 여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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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과거에는 여관이었으나, 폐업한 후로는 세트 장으로 활용되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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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숙식을 해결하는 것에는 문제없고, 시설도 제대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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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트장으로 개조되며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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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불 다 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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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에 동원된 배우들은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는 한국의 배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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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투시 카메라에 비친 이들은 대부분 당황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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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중의 둘은 이미 눈치챈 기색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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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눈치가 빠른 이였고, 다른 쪽은 이미 이야기를 들은 매니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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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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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몰래카메라를 행할 당사자는 지금 멀뚱멀뚱 어둠 속을 바라보는 서연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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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얼굴이 무서워하는 얼굴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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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에~, 그거 안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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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분장한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김이 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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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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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포 몰래카메라 같은 곳에서 센 척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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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본래 성격이고, 실제로 무섭지 않더라도 적당히 맞춰줘야 방송 분량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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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게 몰래카메라라, 바로 무서워하지 않으면 연기인 게 분명 티가 날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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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장치 위주로 작동시키고, 장소를 유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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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우들의 대화를 듣던 난조 PD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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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들은 서연이 있는 곳에 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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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장으로 개조하며 만들어진 빈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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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무섭게 만들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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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조 PD는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에 비친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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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른 이들을 이끌고 어둠 속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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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두워진 복도에, 꺼진 전등을 켜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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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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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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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복도를 걸어가며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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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던 서연은 문득, 이전에 했던 공포 게임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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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야 조작 캐릭터가 약해서 공포에 질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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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신이 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면, 크리처고 뭐고 어? 그냥 전기톱을 휘두르건 말건 갈아버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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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허세가 깃든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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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시엔 진심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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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째, 그게 정말로 허세였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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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구심이 마음속에 서서히 생기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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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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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연아? 왜 갑자기 발을 멈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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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매니저는 갑자기 우뚝 선 서연의 행동에 겁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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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분위기 진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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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박은하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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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공포 영화도 못 봤고, 공포 게임을 해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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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류의 콘텐츠를 즐긴 건, 기껏해야 친구들과 갔던 방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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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있는, 공포 계열 방탈출로 유명했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한번 해봤다가 거의 실신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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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때도 하필 일본식 공포 컨셉 방 탈출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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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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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막 뭐가 떨어지고 그러면, 딱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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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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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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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는 힘차게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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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천장에 열리며 둥근 무언가가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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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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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서연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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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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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연의 손은 정확히 둥근 물체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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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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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미 소라는 정말로 오랜만에 일본인 같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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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주먹도 아니라 손을 편 채, 마네킹의 머리를 손으로 꿰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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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 아니라, 저게 뭐라 하더라 관수? 손끝으로 뚫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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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어떻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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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허공에서 사람 머리를 닮은 마네킹 머리가 떨어진 것보다 저게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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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내는 것도, 부수는 것도 아니라 손으로 어떻게 꿰뚫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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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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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손목까지 박힌 그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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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둡긴 했지만, 서연의 반짝반짝 붉은 눈은 그런 것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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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둠 속에서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네킹의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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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연은 이게 마네킹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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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채워 넣은 붉은 액체가 떨어지고,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도 신경을 쓰기 힘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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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각은, 의외로 시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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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의 머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리얼한 형태라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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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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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덜덜 떨고 있는 박은하를 대신하여 소라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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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서연의 반응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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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 빼빼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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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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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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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소라도 가까이 가니, 서연의 손에 박힌 게 사람의 머리를 닮은 마네킹 머리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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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징그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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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마네킹의 입을 뭉개며 박힌 탓에 눈알도 조금 튀어나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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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막 진짜 사람 머리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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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 꾸민 마네킹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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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주변이 어두컴컴하고, 애매하게 비슷해서 묘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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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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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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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소라의 말에도 차마 자신의 손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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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은 게, 아무래도 겁을 먹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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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씨도 무서워하는 게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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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서연의 모습에 소라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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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철인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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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 잠깐만 있다가 갈 테니, 먼저 두 분이 불을 좀 켜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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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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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에서 낙오하는 사람의 대사를 하필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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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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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이유는 몰라도 기다려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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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방송 촬영 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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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기선 서연을 혼자 두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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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목표도 자신들보단 서연이니, 그편이 그림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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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불 켜고 올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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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불을 켜는 곳은, 쭉 걷다가 우측으로 꺾어, 또 한참 걸어가면 나오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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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거리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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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여관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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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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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라를 보내고 서연은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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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리가 안 움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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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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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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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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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서연은 여전히 이 상황이 몰래카메라라거나, 촬영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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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서연은 몰래카메라와 같은 방송을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그녀의 세대가 그런 것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해외에 나와 몰래카메라를 당할 거라는 인식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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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꿰뚫은 순간, 이미 생각에 혼선이 생긴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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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공포를 느낀 적은 분명히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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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할 때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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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자신이 이런 공포에 취약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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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학교에서 귀신 역 했을 때는 별로 안 무서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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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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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때, 간혹 더 강하게 느끼는 감정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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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주로, 나쁜 것들보다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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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칭찬을 들을 때 생기는 성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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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이 서연에게 있어 크게 작용하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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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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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여태 그런 걸 느껴본 적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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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근데 왜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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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뭔가 힘이 없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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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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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심에, 주변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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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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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연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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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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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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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갑자기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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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본, 귀신 분장의 배우들이 의욕에 가득 차 전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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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복도까지 유도한 뒤, 거기서 다른 장치들을 사용해서 서연을 다른 이들과 분리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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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렇게 혼자 남아주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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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약한 건가? 아주 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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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포의 집과, 테마파크의 괴담 전문 배우로 알려진 여배우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먼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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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도 작동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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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갑자기 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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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약한 진동과 함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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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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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건물 내부에 마련된 비밀 통로를 통해, 가벽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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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보기엔 복도 한 가운데에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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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과 대략 3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딱 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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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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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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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어린, 원혼이 서린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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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괴담 테마에서 관객을 겁에 질리게 만든 웃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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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에, 삐걱삐걱 서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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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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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만족스러운 반응에 웃던 여배우는 순간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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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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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갛게 빛나는 두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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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왜 눈이 붉게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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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전구라도 박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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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서연이 다리가 풀린 듯 제자리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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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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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둘째치고, 그런 서연의 모습에 여배우는 순간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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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저앉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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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풀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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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장소를 어떻게 유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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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지. 혹시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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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서연에게 다가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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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한 서연이 두 팔로, 귀신 여배우를 피해 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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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에게 귀신 역 여배우가 좀 더 빠르게 걸음을 움직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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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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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귀신이라는 것도 잊고, 무심코 그런 감탄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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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풀린 서연이 양팔로 복도를 기어가는 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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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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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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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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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서 좀 더 빠르게 걸으니, 서연이 기어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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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엄청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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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로 어떻게 저렇게 빨리 기어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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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쪽으로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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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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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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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겁에 질린 비명이 여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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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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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쪽에 있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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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서연이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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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촬영 팀이 어떻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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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서연과 멀어졌다고 생각한 소라가 우측으로 꺾자마자 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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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불을 켜면 안 되고, 음산한 분위기에 더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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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여기 있으면, 촬영 팀이 서연에게 뭐라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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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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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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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박은하의 등 뒤에 어느새 나타난 괴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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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괴물로 분장한 배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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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손도끼를 든, 마치 좀비와 같이, 기괴하게 썩은 탈을 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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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도 상당해서, 그 위압감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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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 섬뜩해지는 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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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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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박은하도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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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을 보며, 박은하는 소라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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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리는 아니지 않았어요? 그, 그때 휘두른 쌍절곤이라도 휘둘러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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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못 휘두르죠. 애, 애초에 못 가져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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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 반입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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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흉기라니까,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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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의 반응에, 재미가 붙었는지 한 손에 손도끼를 든 괴물이 서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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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우뚝 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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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무언가를 본 것처럼 시선이 어딘가로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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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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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이한 행동에 겁에 질려 있던 소라와 박은하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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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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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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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멈춰 선 게 아니라,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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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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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 뒤에 뭐가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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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으로 소라와 박은하는 무심코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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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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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이쪽을 향해 기어 오는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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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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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입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이 넘어가는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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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동안 유행했던 어떤 쯔꾸르 게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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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집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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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마녀가, 주인공을 쫓는 하반신이 없는 마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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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로 기어 오며 주인공을 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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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광경이 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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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긴 머리칼, 그 사이로 빛나는 붉은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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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양팔로 기어 오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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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은 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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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어두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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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여성이 복도에서 엄청난 속도로 기어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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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 뒤를 쫓는 귀신 같은 무언가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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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도도도도망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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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라의 말에 가장 먼저 도망친 건 괴물 역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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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 있던 손도끼마저 떨어트리며, 주춤주춤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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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소라와 박은하도 괴물을 쫓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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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일하는 배우라면 길을 잘 알겠거니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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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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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가 싶어, 도망치던 소라가 뒤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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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오던 여성이 괴물이 떨어트린 손도끼를 손에 쥐고 기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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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바닥을 찍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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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바닥은 찍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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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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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그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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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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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 ……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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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풀린 서연을 노리고 각지에서 튀어나오려고 대기하던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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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갑자기 달려오는 소라와 은하를 놀라게 하기 위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함께 동료가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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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가벽있어요. 가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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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도 컨셉을 잊고, 서둘러 벽을 두드리며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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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 빨리 닫아요,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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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벽의 통로로 도망치면 못 쫓아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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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며 만난 귀신 셋이 다급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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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벽을 닫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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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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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닫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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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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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아래를 보자, 가벽의 틈에 도끼가 끼어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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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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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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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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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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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진 틈으로 새하얀 손이 나타나 가벽의 틈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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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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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를 비틀며, 조금 벌어지는 가벽의 빈틈으로 이쪽을 올려보는 붉은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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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을 주어 막으려 한 가벽이 그대로 비틀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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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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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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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실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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