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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 켜져 있던 모든 불이 일제히 소등되었다.
참고로 서연이 온 이 여관은 애초에 제대로 된 여관이 아니다.
정확히는 과거에는 여관이었으나, 폐업한 후로는 세트 장으로 활용되는 장소.
물론 숙식을 해결하는 것에는 문제없고, 시설도 제대로 남아있었다.
다만, 세트장으로 개조되며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을 뿐이지.
"좋아, 불 다 꺼졌어요."
이번 일에 동원된 배우들은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는 한국의 배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간 투시 카메라에 비친 이들은 대부분 당황한 눈치였다.
참고로 저 중의 둘은 이미 눈치챈 기색이 강했다.
한 명은 눈치가 빠른 이였고, 다른 쪽은 이미 이야기를 들은 매니저였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그들이 몰래카메라를 행할 당사자는 지금 멀뚱멀뚱 어둠 속을 바라보는 서연이었으니까.
"생각보다 얼굴이 무서워하는 얼굴이 아닌데요?"
"에에에~, 그거 안 좋은데요~."
열심히 분장한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김이 새는 느낌.
가끔 있다.
특히 공포 몰래카메라 같은 곳에서 센 척하는 이들.
그게 본래 성격이고, 실제로 무섭지 않더라도 적당히 맞춰줘야 방송 분량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몰래카메라라, 바로 무서워하지 않으면 연기인 게 분명 티가 날 것이라는 것.
"우선 장치 위주로 작동시키고, 장소를 유도하죠."
그런 배우들의 대화를 듣던 난조 PD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그들은 서연이 있는 곳에 위층.
세트장으로 개조하며 만들어진 빈공간이었다.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무섭게 만들어줘야죠."
난조 PD는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에 비친 서연을 보았다.
그녀는 다른 이들을 이끌고 어둠 속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어두워진 복도에, 꺼진 전등을 켜기 위해서.
'안 무서워.'
서연은 복도를 걸어가며 그리 생각했다.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던 서연은 문득, 이전에 했던 공포 게임이 생각났다.
그때야 조작 캐릭터가 약해서 공포에 질렸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면, 크리처고 뭐고 어? 그냥 전기톱을 휘두르건 말건 갈아버렸을 텐데.
그런 허세가 깃든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아니, 당시엔 진심이었지만.
……지금은 어째, 그게 정말로 허세였던 게 아닐까.
그런 의구심이 마음속에 서서히 생기기 생각했다.
저벅.
"서, 서연아? 왜 갑자기 발을 멈추니?"
박은하 매니저는 갑자기 우뚝 선 서연의 행동에 겁에 질렸다.
'아, 이런 분위기 진짜 안 돼.'
이미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박은하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공포 영화도 못 봤고, 공포 게임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런 류의 콘텐츠를 즐긴 건, 기껏해야 친구들과 갔던 방 탈출.
강남에 있는, 공포 계열 방탈출로 유명했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한번 해봤다가 거의 실신하는 줄 알았다.
'그, 그때도 하필 일본식 공포 컨셉 방 탈출이었는데.'
딱 이런 느낌이었다.
여기서 막 뭐가 떨어지고 그러면, 딱 그런…….
덜컹!!
"꺄아아악!!!!"
박은하는 힘차게 비명을 내질렀다.
갑자기 천장에 열리며 둥근 무언가가 떨어진 것이다.
퍼억!!
그 순간 서연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정말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서연의 손은 정확히 둥근 물체를 꿰뚫었다.
"에엣!?"
나루미 소라는 정말로 오랜만에 일본인 같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서연이 주먹도 아니라 손을 편 채, 마네킹의 머리를 손으로 꿰뚫은 것이다.
'주먹도 아니라, 저게 뭐라 하더라 관수? 손끝으로 뚫은 거야??'
저게 어떻게 되지?
갑자기 허공에서 사람 머리를 닮은 마네킹 머리가 떨어진 것보다 저게 더 무서웠다.
쳐내는 것도, 부수는 것도 아니라 손으로 어떻게 꿰뚫는 건데.
"……."
서연은 손목까지 박힌 그것을 보았다.
조금 어둡긴 했지만, 서연의 반짝반짝 붉은 눈은 그런 것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니 어둠 속에서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네킹의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서연은 이게 마네킹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안에 채워 넣은 붉은 액체가 떨어지고,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도 신경을 쓰기 힘들었으니까.
사람의 감각은, 의외로 시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마네킹의 머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리얼한 형태라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서, 서연 씨?"
이미 덜덜 떨고 있는 박은하를 대신하여 소라가 물었다.
어째 서연의 반응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빼, 빼빼빼주세요."
'엥?'
서연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소라도 가까이 가니, 서연의 손에 박힌 게 사람의 머리를 닮은 마네킹 머리라는 걸 깨달았다.
'으아, 징그럽게 생겼다.'
심지어 마네킹의 입을 뭉개며 박힌 탓에 눈알도 조금 튀어나온 느낌.
물론 막 진짜 사람 머리 같지는 않았다.
그냥 잘 꾸민 마네킹 머리.
근데, 이게 주변이 어두컴컴하고, 애매하게 비슷해서 묘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됐, 어요."
"……."
서연은 소라의 말에도 차마 자신의 손을 보지 못했다.
눈을 질끈 감은 게, 아무래도 겁을 먹은 모양.
'서연 씨도 무서워하는 게 있었네?'
그런 서연의 모습에 소라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꼭 철인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그, 저 잠깐만 있다가 갈 테니, 먼저 두 분이 불을 좀 켜주실래요?"
"네?"
공포 영화에서 낙오하는 사람의 대사를 하필 이때?
"그, 그럴게요."
보통은 이유는 몰라도 기다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 촬영 중이 아닌가.
그러니 여기선 서연을 혼자 두는 게 나을 것이다.
애초에 목표도 자신들보단 서연이니, 그편이 그림이 좋겠지.
"복도 불 켜고 올 게요!"
복도 불을 켜는 곳은, 쭉 걷다가 우측으로 꺾어, 또 한참 걸어가면 나오는 곳에 있다.
그러니 거리가 상당했다.
작은 여관이 아니었으니까.
'어떡해.'
그렇게 소라를 보내고 서연은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다, 다리가 안 움직이는데?'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서연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서연은 여전히 이 상황이 몰래카메라라거나, 촬영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서연은 몰래카메라와 같은 방송을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그녀의 세대가 그런 것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해외에 나와 몰래카메라를 당할 거라는 인식도 없었고.
……머리를 꿰뚫은 순간, 이미 생각에 혼선이 생긴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공, 공포를 느낀 적은 분명히 없을 텐데.'
게임 할 때만 빼고.
설마, 자신이 이런 공포에 취약했던 건가?
분명 학교에서 귀신 역 했을 때는 별로 안 무서웠는데.
서연은 생각한다.
그녀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때, 간혹 더 강하게 느끼는 감정들이 있었다.
그것은 주로, 나쁜 것들보다 기쁨.
혹은 칭찬을 들을 때 생기는 성취감.
그런 것들이 서연에게 있어 크게 작용하는 감정.
하지만, 공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진짜로 여태 그런 걸 느껴본 적 없는걸.
'근, 근데 왜 무섭지.'
다리에 뭔가 힘이 없는 느낌.
앞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심에, 주변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때.
쿵.
뭔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서연의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지금이다, 지금!!"
서연이 갑자기 혼자 남았다.
그것을 본, 귀신 분장의 배우들이 의욕에 가득 차 전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우선 복도까지 유도한 뒤, 거기서 다른 장치들을 사용해서 서연을 다른 이들과 분리하려 했다.
하지만, 저렇게 혼자 남아주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공포에 약한 건가? 아주 얼었네!'
각종 공포의 집과, 테마파크의 괴담 전문 배우로 알려진 여배우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먼저 나섰다.
'장치도 작동시키고.'
복도에서 갑자기 쿵, 쿵, 쿵.
그런 미약한 진동과 함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위기 좋고.'
여배우는 건물 내부에 마련된 비밀 통로를 통해, 가벽으로 빠져나왔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복도 한 가운데에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을 것이다.
서연과 대략 3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딱 서며.
"흐, 흐흐흐흐."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광기 어린, 원혼이 서린 웃음소리.
수많은 괴담 테마에서 관객을 겁에 질리게 만든 웃음소리였다.
그 소리에, 삐걱삐걱 서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래, 그 반응…….'
그 만족스러운 반응에 웃던 여배우는 순간 몸이 굳었다.
어둠 속.
새빨갛게 빛나는 두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으니까.
'에, 왜 눈이 붉게 빛나?'
눈에 전구라도 박았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서연이 다리가 풀린 듯 제자리에 쓰러졌다.
'어?'
눈은 둘째치고, 그런 서연의 모습에 여배우는 순간 당황했다.
왜 주저앉은 거지?
다리가 풀린 건가?
그럼, 이제 장소를 어떻게 유도하지?
'아니, 아니지. 혹시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서연에게 다가가는 순간.
움찔한 서연이 두 팔로, 귀신 여배우를 피해 뒤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에게 귀신 역 여배우가 좀 더 빠르게 걸음을 움직였으나.
"어?"
자신이 귀신이라는 것도 잊고, 무심코 그런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리가 풀린 서연이 양팔로 복도를 기어가는 게, 빨랐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줘.
기다려 달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좀 더 빠르게 걸으니, 서연이 기어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니, 엄청 빨라.
두 팔로 어떻게 저렇게 빨리 기어가는 거지?
잠깐, 그쪽으로 가면…….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꺄아아아아아악!!!"
진짜 겁에 질린 비명이 여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선 이쪽에 있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요."
"서, 서연이는요?"
"그쪽은…… 촬영 팀이 어떻게 하지 않을까요?"
적당히 서연과 멀어졌다고 생각한 소라가 우측으로 꺾자마자 발을 멈췄다.
어차피 불을 켜면 안 되고, 음산한 분위기에 더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적당히 여기 있으면, 촬영 팀이 서연에게 뭐라도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자, 박은하의 등 뒤에 어느새 나타난 괴물이 있었다.
정확히는 괴물로 분장한 배우겠지만.
한 손에 손도끼를 든, 마치 좀비와 같이, 기괴하게 썩은 탈을 쓴 모습이었다.
덩치도 상당해서, 그 위압감이 더했다.
보는 것만으로 섬뜩해지는 외견.
"히이익!!"
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박은하도 기겁했다.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을 보며, 박은하는 소라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우, 우리는 아니지 않았어요? 그, 그때 휘두른 쌍절곤이라도 휘둘러 봐요!!"
"아, 아니, 못 휘두르죠. 애, 애초에 못 가져오니까요."
기내에 반입도 안 된다.
엄연히 흉기라니까, 그거.
그런 둘의 반응에, 재미가 붙었는지 한 손에 손도끼를 든 괴물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러다, 우뚝 발을 멈췄다.
마치, 무언가를 본 것처럼 시선이 어딘가로 고정되었다.
"응?"
그 기이한 행동에 겁에 질려 있던 소라와 박은하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왜 저러지?
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단순히 멈춰 선 게 아니라,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왜 저래?
마치, 우리 뒤에 뭐가 있는 것처럼…….
그런 생각으로 소라와 박은하는 무심코 등을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이쪽을 향해 기어 오는 무언가를.
"………!!!"
소라의 입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숨이 넘어가는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문득, 한동안 유행했던 어떤 쯔꾸르 게임이 떠올랐다.
마녀의 집이라고 했던가.
그곳에서 마녀가, 주인공을 쫓는 하반신이 없는 마녀가 나온다.
양팔로 기어 오며 주인공을 쫓는.
지금 광경이 딱 그러했다.
새까만 긴 머리칼, 그 사이로 빛나는 붉은 두 눈.
그리고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양팔로 기어 오는 여성.
하반신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어두웠으니까.
중요한 건, 여성이 복도에서 엄청난 속도로 기어 온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 뒤를 쫓는 귀신 같은 무언가도 있었고.
"도, 도도도도도망쳐요!!"
그런 소라의 말에 가장 먼저 도망친 건 괴물 역 배우였다.
손에 들고 있던 손도끼마저 떨어트리며, 주춤주춤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소라와 박은하도 괴물을 쫓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일하는 배우라면 길을 잘 알겠거니 싶었기 때문이다.
쿵!!
무슨 소리인가 싶어, 도망치던 소라가 뒤를 보니.
기어 오던 여성이 괴물이 떨어트린 손도끼를 손에 쥐고 기어 오고 있었다.
쿵, 쿵 바닥을 찍으며.
아니 왜 바닥은 찍는 건데.
무섭잖아.
아니 왜 그래, 진짜.
거기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크아아아아!! ……끄아아아아!!!"
다리가 풀린 서연을 노리고 각지에서 튀어나오려고 대기하던 배우들.
그들은 갑자기 달려오는 소라와 은하를 놀라게 하기 위해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함께 동료가 되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옆에, 가벽있어요. 가벽!!"
귀신들도 컨셉을 잊고, 서둘러 벽을 두드리며 문을 열었다.
"빠, 빨리 닫아요, 닫아!!"
가벽의 통로로 도망치면 못 쫓아올 거다.
도망치며 만난 귀신 셋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렇게 가벽을 닫는데.
덜컹, 덜컹!
"아, 안 닫혀요!!"
소라가 외쳤다.
그러다 문득 아래를 보자, 가벽의 틈에 도끼가 끼어있는 게 보였다.
대체 언제?
어, 잠깐.
모두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턱.
벌어진 틈으로 새하얀 손이 나타나 가벽의 틈을 움켜쥐었다.
스르륵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칼.
도끼를 비틀며, 조금 벌어지는 가벽의 빈틈으로 이쪽을 올려보는 붉은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힘을 주어 막으려 한 가벽이 그대로 비틀어 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 안 돼.'
소라는 실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