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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6 KiB

눈이 마주친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길어 봐야 몇 초.

말 그대로, 몸을 한 바퀴 돌며, 관객석에 앉은 아이들과 시선을 보낸 그 짧은 순간.

하지만 서연은 시력은 정확히, 그곳에 앉아 있는 길다현을 찾아냈다.

길다현 뿐이 아니다.

그 곁에 있는 대여섯 명의 여학생.

말하자면 서연의 반 친구들이 그곳에 있는 것도 똑똑히 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서연의 눈이 잠시 흔들릴 뻔했으나, 이내 생긋 웃었다.

'이전에는 대비를 못 해서 부끄러웠던 거지만.'

지금은 괜찮다!

서연은 아이들을 향해, 하라라 특유의 귀여운 포즈를 취하며 호응을 유도했다.

「오늘은 제로로가 또 나~쁜 계획을 꾸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라라, 위치는 알고 있으니, 벌써 갈 필요 없다. 학교 가야지.」

하라라의 말에, 어깨에 앉은 마스코트 펭귄 근처에, 펭귄 그림이 그려진 나무판이 움직이며 대사가 흘러나왔다.

귀여운 모양새와 달리, 목소리가 굉장히 멋있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서연은 조금 열이 올랐던 몸이 식는 걸 느꼈다.

그래, 괜찮다.

조금, 정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이번엔 배우로서 무대에 선 게 아닌가.

조금 심장이 쿵쿵 뛰고, 식은땀이 흐르긴 하지만 문제없다!

'아니, 안 괜찮아!'

서연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솔직히 다른 연기는 정말 괜찮다.

차라리 살인마 역을 친구들에게 보이는 게 나을 느낌.

하라라는, 뭔가 뭔가 아니다.

지금도 귀여운 목소리를 내뱉으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던 순간, 자칫하면 윙크하던 눈이 파르르 떨릴 뻔했다.

왜냐면, 그런 연기를 하는 서연을 보며 길다현을 비롯한 여학생들이 참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동급생이 눈앞에서 귀여운 척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서연은 차마 그 감정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다시 제로로에게 불빛이 비치며, 제로로의 대사가 흘러나온다.

「분명 지금쯤 하라라는 학교에 있을 시간일 거야. 이럴 줄 알고, 오늘 나는 미리미리 조퇴를 선생님에게 이야기해 놓았지.」

검은 드레스 복장을 한 제로로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이날을 대비해 미리미리 선생님에게 조퇴를 이야기해 둔, 성실한 악역 제로로.

즉, 조서희는 방금 서연의 연기를 보며 안도했다.

'역시, 무대에선 다르네.'

생각보다 아이들 연기라는 게, 별생각 없이 진입하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 연기이니 설렁설렁하면 그만, 이런 생각을 가진 배우는 없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 연극의 경우엔 보다 과장된 대사나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표현도 다소 성인 배우가 내뱉기엔 유치한 경우도 있어, 좀처럼 대사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부분 연습으로 극복되지만, 서연은 연습 시간이 짧았으니까.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서연은 완벽히 하라라로 적응한 모습이었다.

'역시, 내게 한 말이 사실이구나.'

서연은 이전의 쇼츠 영상을 보고 걱정하는 조서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 조금 감정적으로 무딘 면이 있어서, 연기할 때는 딱히 긴장한 적이 없어요."

담담한 그 말에 조서희는 이전에 서연이 연기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역 시절, 모두가 덜덜 떨던 상황에서도 서연은 정말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거기에, 이전에 때도 마찬가지.

그때도 어떤 연기를 펼칠지 부담스러워하던 이들과 달리, 서연의 연기는 망설임도 없이 흘러나왔다.

조서희도 조금의 준비가 필요했던 걸 생각하면, 노타임으로 바로 연기와 대사를 내뱉을 수 있는 서연의 감정 컨트롤은 놀라울 정도였다.

'감정 연기가 장기였지.'

서연과 만난 이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말았다.

감정 전달력이 자신이 만난 배우 중에 최고라고.

그게 어렸을 적에, 메소드 연기로서 나타났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메소드 연기라는 건 결국 작 중 배역에 몰입하기 위한 수단.

지금의 서연이 그 정도로 깊은 감정 연기를 펼칠만한 배역은 '차서아' 이후로는 딱히 없었다.

"하지만, 긴장과 부끄러운 건 다르지 않아?"

"배우가 연기하는 거에 부끄러워할 리가 없잖아요."

역시 담담하게 답하는 서연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애초에 전 아직 그런 수치심을 느껴본 적이 없, 적어요."

없다, 라고 하려 했지만.

최근 터져버린 이불이 떠올라 말을 고쳤다.

그런 서연의 반응에 조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쇼츠에서 많이 부끄러워해서 걱정했지만…….'

저런 강한 의지를 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실제로 리허설의 서연은 과연 프로다웠다.

「오늘은 일찍 소동을 일으켜야겠어! 늦으면 예습을 못 하니까!」

생각을 마친 조서희, 아니 제로로 그런 대사를 내뱉었다.

무언가 열심히 만드는 장면이 나오며, 다시 장면이 전환된다.

이번에는 하라라의 순서.

제로로의 사건을 막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는 하라라의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 조무래기들을 만나며 변신도 하지 않고, 어깨 위의 펭귄을 휘둘러 때리는 장면이 나오자.

"……하라라가 마법소녀 맞지?"

가만히 무대를 보던 길다현이 그리 중얼거렸다.

그보다 왜 펭귄 인형으로 때리는데?

조금 전까지 어깨에 얹고 대화하던 친구 아니었어?

"그건 우라노스가 하라라의 무기라 그래."

그 의문을 해소해 준 건, 친구인 민지였다.

"우라노스?"

"펭귄의 이름이야. 하라라가 변신하면 펭귄도 요술봉으로 변신해."

아니, 무슨 펭귄의 이름이 그렇게 거창해.

생각해 보면 펭귄은 목소리도 멋있었다.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걸 보면, 펭귄은 원작에서도 목소리가 멋있나 보다.

'마스코트 아니야?'

생긴 건 완전 귀여운데, 목소리는 그 뭐지 옵티머스 프라임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니, 생각해 보면 세상을 구하려고 싸우니, 그 정도 무게감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애초에 하라라는 지금 학교 무단으로 빠지고 돌아다니는 거 아냐?

제로로는 그래도 조퇴한다고 말하고 나온 것 같은데, 하라라는 등교도 안 했다.

애들이야 까르륵거리며 좋아하는데, 이게 맞나?

"하라라 빼고는 다 성실해서 괜찮아. 얼마나 교훈적인 애니인데."

"……그래?"

아무튼 연극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제로로는 계획을 꾸미다가, 조무래기들이 모두 당하자 커다란 인형을 등지고 멋지게 등장.

하라라와 본격적으로 싸우게 된다.

「흥, 하라라! 오늘은 다를걸! 이 제로로님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게!!」

그러자 무대 위에서 뭔가 빛이 번쩍번쩍하며 특수효과가 나왔다.

그 모습에, 아이들이 와! 하며 손뼉을 쳤고.

다현의 앞줄에 있던 하라라 아저씨들이 양팔을 번쩍 들었다.

"하라라 변신! 하라라 변신!!"

"기다렸다고!"

"가라아아아!!!"

아저씨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뒤에 앉은 다현과 여학생들이 움찔했다.

"하, 하라라를 아주 좋아하나 봐."

"기분 나빠졌어."

오늘 서연은 첫 공연 아니었나.

벌써 팬이 생긴 건가. 아니면, 순수하게 하라라가 좋은 걸까.

다현은 그 부분이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무튼.

아저씨들의 외침과 동시에, 하라라의 변신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올 것이 왔군.'

그 음악에 서연은 긴장했다.

수백만을 자랑하는 쇼츠에서 나왔던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하라라의 변신 장면!

본래라면 이미 마음에 대비를 해두었기에, 별문제 없었다.

리허설에서도 평범하게 잘했고.

근데, 이게 학교 친구들의 앞에서 하려니 쉽지 않았다.

「사랑과 배려. 그리고 존중과 다정함. 자애의 마법소녀!!」

번쩍번쩍하는 효과와 함께, 제로로 향했던 화려한 조명이 하라라에게 비치자, 그 사이 옷을 갈아입은 하라라가 나타났다.

「하라라~, 하라라라~!!」

서연이 분홍색 요술봉을 들고, 관객의 아이들에게 호응을 유도했다.

"하라라! 하라라!!!"

아이들의 목소리 틈에 낀 남성들의 목소리가 유독 우렁찬 느낌이 들었지만, 아이들의 호응이 더 컸기에 괜찮은 느낌.

거기에, 학급 친구들의 목소리도 들려와서, 서연의 귓불이 조금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연기를 하며 생전 처음 느껴보는 열기.

'어색하면 안 돼. 부끄러워하면 안 돼!'

서연은 방긋방긋 웃으며 하라라를 연호하며 연신 요술봉을 흔들었다.

평소 감정 전달력이 장기로 평가받는 만큼, 서연이 연기에서 부끄러워하면 그 감정이 또렷하게 관객들에게 느껴질 것이다.

그건 안 된다.

기껏 연극을 보러온 아이들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으으으!'

부, 부끄러워.

서연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홧홧한 열기를 느꼈다.

붉은빛이 감도는 밝은 조명 덕에 다행히 관객들에 그리 티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야. 하라라! 이번에는 아무리 너라도 무리일걸? 내가 만든 초괴수에겐!!」

하지만 무대 위에 선 조서희는 얼핏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연기자이기에.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까웠기에, 서연의 귓불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몸을 휙 돌리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서연의 얼굴은 정말 드물게.

엄청나게 드물게 수치심이 가득 차 있어서.

'에, 뭐야, 귀여워.'

순간, 무대에서 저러는 걸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관객들에게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선, 서연이 제대로 표정 관리를 못하는 게 느껴졌다.

관객들을 등지고 섰기에, 아마 관객들은 저 얼굴을 못 보겠지.

순간 그런 서연의 얼굴을 마주한 조서희는 갑자기 흥이 나기 시작했다.

저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묘하게 가슴이 간질간질해서, 좀 더 저런 모습을 보고 싶은 기분이 잔뜩.

「어림없지, 하라라 플래시!!」

제로로는 무대 위에 설치된, 거대한 곰 인형 위에 앉아 있었다.

그것을 향해 하라라가 멋지게 발차기를 날렸다.

"하라라 플래시. 순간적으로 하라라가 턱을 가격해,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기술이야. 그래서 하라라 플래시라고 불러. 하라라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야."

"마법 기술이 아니었어?"

"그건 따로 있어."

다현과 친구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무대 아래에선 스태프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이번 액션에 혹시 와이어 들어간 액션이 있었어요?"

"예? 아뇨? 그건 아무래도 연습이 많이 필요해서 뺐는데요. 이번엔 액션 씬 없어요."

애초에, 와이어를 쓰는 액션은 잠깐 와서 연습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어설프게 연습하면 크게 다칠 수 있었으니까.

"지금 하라라 플래시는 어떻게 한 거래요? 와이어도 없다면?"

"저도 모르죠. 거의 사람이 날아갔는데."

"주서연 배우가 점프력이 좋나 봐요."

이게 점프력으로 해결될 문제인가?

아무튼 관객의 반응이 환호로 가득 찼기에 괜찮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제로로의 분전에 하라라의 기술이 연달아 초괴수에게 작렬한다!

「하라라 하트라이트!!」

"저건 하라라가 라이트 훅으로 상대의 가슴을 강타하는……."

"민지야, 너 되게 잘 안다."

"동, 동생이 많이 봐서."

아무튼 그런 화려한 액션씬 속에 관중의 반응은 최고조.

하지만 서연은 조서희를 찌릿 보았다.

슬슬 인형에서 내려와 하라라의 마법에 멋지게 퇴장해야 하는 조서희가 내려오지 않았다.

흥, 아직 문제없거든? 괜찮아! 초괴수는 무적이니까!

라는 없는 대사를 외치며 인형 위에서 흥에 취해 외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연이 하라라 기술을 외치며 부르르 떠는 게 마음에 든 모양.

물론 갑자기 늘어난 액션씬에 관객들은 좋아하고, 스태프도 좋아하고 있었지만, 서연은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끝을 내기로 했다.

「제로로. 아무리 초괴수라도 거기까지야. 그러면 한 번에 날려줄게!」

「응?」

조서희는 갑작스런 하라라의 말에 인형에서 하라라를 내려다보았다.

인형의 크기는 족히 3미터에 가깝다.

그 위에, 와이어에 몸을 연결하여 비교적 안전하게 앉아 있던 조서희는 그런 서연의 말에 움찔했다.

방금 대사는, 하라라의 결정 대사였기 때문이다.

「자, 어린이 여러분. 하라라에게 힘을 주세요.」

하라라가 요술봉을 들고 관객들에게 흔들었다.

「하라라~, 하라라 스타라이트파워!!」

그런 말을 할수록 서연의 귓볼은 점점 더 붉게 물들었다.

얼굴에 차오른 열기를 최대한 숨기며, 자연스럽게 웃었다.

이젠 얼굴을 넘어, 목까지 붉어진 서연이 관중의 환호를 등에 업고, 몸을 휙 돌렸다.

조서희를 바라보는 수치심이 가득한 얼굴.

이글거리는 두 눈에, 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내뱉었다.

'너무 오버했다.'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서연이 무대에서 높이 뛰었다.

그 높이는 곰 인형에 앉아 있는 조서희의 머리 위까지.

인형 아래로 황급히 꾸물꾸물 기어 내려가려 했지만.

「어딜 가?」

그보다 하라라가 빨랐다.

제로로는 깜짝 놀라며 하라라를 올려보았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묘하게 촉촉한 눈망울의 하라라, 아니 주서연.

그것을 본 순간, 조서희는 어설프게 웃었다.

「때, 때릴 거야?」

「응.」

그와 동시에, 하라라의 새로운 기술.

「하라라 매지컬 드라이브!」

제로로의 몸을 든 채, 인형 위에서 하라라가 점프, 그대로 머리 위에 제로로의 머리를 찍었다.

물론, 푹신한 인형이었기에, 인형의 머리가 반쯤 찌그러지는 것에 그쳤고.

제로로는 그대로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려 퇴장했다.

"오오, 처음 보는 기술!!"

"언니 멋지다!!"

"저게 마법 기술이야?"

"매지컬이 들어 갔으니 맞지 않을까?"

임팩트가 상당했는지, 연극 후에 애니메이션으로 역수입되는 기술의 등장이었다.

물론 조서희는 이후, 삐진 서연의 기분을 풀어주느라 한동안 고생해야만 했다.

그와 별개로, 미리내 랜드는 이 연극을 홍보에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그 결과.

[미리내 랜드, 하라라 연극 쇼츠 조회수 582만]

놀라운 홍보 효과로 연극은 대성공.

서연이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

서연의 하라라 쇼츠 2탄.

하라라 관련 광고가 들어온 것도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