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5 KiB

영빈은 최근 답지 않게 고민을 좀 하기는 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디렉터 자리를 받게 되면, 그때부터는 뺄 수도 없었으니까.

그냥 거절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판에, 받고서 빼면 앞으로 레이윌 게임즈와 척지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그에게는 받거나, 혹은 받지 않거나 두 개의 선택지밖에 없었다.

대기업의 게임 디렉터.

누구에겐 평생의 목표일 수도 있는 위치다.

하지만, 영빈이 고민했던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단지, 학창 시절의 꿈을 버리지 못했기에.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다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그런 사소한 욕망 때문에.

물론, 이미 마음은 접은 상태였다.

그냥 게임 디렉터가 맞지.

뭔 모험이야.

딸도 둘이고, 아내도 있는 상황에서 과거에 집착하긴 이미 늦은 느낌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서연이도 그렇고, 그 녀석도 그렇고.'

설마 둘이 가왕전에서 맞붙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연이가 부른 노래 때에도 솔직히 깜짝 놀랐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프닝.

당연히 제대로 된 제목은 아니다.

급히 완성한 곡인 탓에, 게임에 그냥 '오프닝'이라는 이름으로 삽입된 곡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울리는 제목이 또 없었다.

설마 그 노래를 다른 곳도 아닌 가왕전에서 부를 줄이야.

아무도 모르는 노래일 텐데.

"후, 후회할 거야. 나 차 버린 거."

2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오만하던 여자애가, 눈물범벅이 되어 이야기하던 모습은.

"네가 말하지 않아도, 잘 살 거야. 보란 듯이 잘 살아서 후회하게 하게 해줄 거야. 이게 끝이 아니거든?"

강한 자존심이 나타나는 말.

"두고 봐, 이 바보야!!!"

서울로 떠나던 영빈을 향해 빽 소리를 지르고 달려가던 모습.

그 후로 어찌 됐는지는 몰라도, 후에 서울로 올라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성공한 모습을 TV에서 보여줬기에 그냥 잘됐구나 싶었는데.

'후회하게 해준다더니.'

픽, 웃으며 회사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벽을 지나, 이제는 익숙해진 기획실의 안으로 들어가자.

"……."

"……?"

묘하게 조용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들어오기 무섭게, 일제히 고개가 휙 돌아왔다.

반갑게 손을 들며, '오, 다들 일찍 왔네.'라고 가볍게 인사라도 하려던 영빈은 이 기묘한 분위기에 살며시 들었던 손을 내렸다.

"뭐, 뭔데. 왜 다들 모여 있나?"

당황하여 말을 더듬자, 옹기종기 모여있던 사람들이 살며시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그곳에 켜져 있는 모니터 한 대와, 몇 개나 올라와 있는 기사.

그것은 어제 방영되었던 가왕전에 대한 영상과 내용이었다.

'아.'

뒤늦게 깨달았다.

영빈은 정작 본방은 보지 않았다.

그 시간에 그냥 고민할 것이 있었으니까.

조금 일찍 잠들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가왕전 당시, 여희에게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지만 분명 서연이 무언가 말했던 기분이다.

'……우리 딸이 대체 뭐라 했었지.'

수아에게 물어도 알려주지 않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딸, 아빠가 뭔가 큰 잘못이라도 했니?'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잿빛까마귀.' 그 정체는 여희?]

[누리꾼들이 밝혀낸 뒷사정. 인기가수 여희의 놀라운 과거!!]

[여희가 부른 노래는 학창 시절 추억의 노래]

거기까지는 그래, 그럴 수 있다.

단서는 이미 많이 있었으니까.

여희의 노래, 그리고 에서 수아가 했던 말.

그것들을 통해, '잿빛 까마귀'가 여희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수아의 과거를 쫓으면, 게임 동아리가 나올 것이고.

그 동아리 숫자도 네 명뿐이었으니, 그중 여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밝혀냈다는 놀라운 과거의 전문이었다.

아주 그냥 세세하게 타임라인까지 쭉 정리되어 있었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알았나 했더니, 여희쯤 되는 가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스타의 과거란 상흔처럼 평생 남는 법이니까.

"……팀장님."

"아니, 잠깐 기다려봐, 과연 인터넷에 올라오는 게 정말 사실일까? 이건 큰 오해일 수도 있어."

영빈은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이들을 향해 손을 뻗어 막았다.

"잘 생각해 봐,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않나. 분명 고등학생 때 동창인 건 맞지만……."

거기까지 말하던 순간.

한 직원이 핸드폰을 들고 어떤 영상을 재생시켰다.

바로 금일, 자포자기한 얼굴로 인터뷰하는 여희의 모습이었다.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얼굴.

「아, 네, 그 고등학교 시절에 부른 노래고, 그때 제가 게임 동아리에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과거의 일을 대충 이야기하고 끝내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여희는 제대로 말을 못 했다.

예상 이상으로 열심히 조사해 온 기자의 말에 죄다 털려버린 것이다.

'아, 이게 그 후회하게 해준다는 그건가?'

20년이 넘은 복수?

거의 그렇게밖에 여겨지지 않는 인터뷰였다.

"이건 오해야."

영빈은 진지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하지만, 팀원들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영빈의 수아는 대단한 미인으로 사내에 모르는 자가 없었다.

심지어, 최근 를 통해 그의 생활까지 죄다 까발려진 상황.

'이런 불합리한 존재가 있어도 되는 걸까?'

'우리 와이프는 돌아오면 바가지만 긁는데.'

한 살 어린 아내는, 나이를 안 먹는지 연예인 뺨치게 젊은 외모이고.

두 딸 중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여배우다.

둘째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

그래, 거기까지는 관대하게 넘어가 주었지만, 이제는 뭐? 고등학교 시절 동창인 여가수?

거기다 가왕전에서 부른 노래도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그야, 당시 가왕전 무대에는 영빈과 수아도 함께 있었으니까.

어떤 여가수가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른단 말인가.

심지어, 아무도 모르는 곡을 가왕전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아무리 예능이어도, 바보가 아닌 한 알 수밖에 없는 거다.

당연히 인터넷도 아주 난리가 났다.

  • 주영빈 이 미친새끼

  • 이거 시발 진짜야? 이거 인터뷰 WWE아님?

  • ㄴㄴ 아님 여희 거의 혼이 나가서 인터뷰하던데

  • 아니 이 새끼 고등학교 시절에 뭐한 거임???

가장 난리가 난 건 크게 두 곳이었다.

여희의 팬 커뮤니티.

그리고, 영빈이 맡은 레이윌 게임즈의 게임 커뮤니티들.

특히 게임 커뮤니티들은 커뮤니티 망령들이 많은 만큼 화력도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 내가 주서연이랑 수아마마까지는 넘어가 줬는데

  • 하 인생

  • 이 또한 신영빈의 은혜이겠지요

  • 뭐야? 뭔일임?

뒤늦게 커뮤니티를 찾은 이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한 반응이었다.

그야 연예인이나, TV 예능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도 온갖 커뮤니티에 박제되어 돌아다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그러니까 정리하면, 주영빈이 고등학교 시절 게임동아리였는데 거기에 여자만 세명이었고 한명이 지금 아내고, 다른 하나가 여희였다??? 다른 한 명은 누구임???

  • 스토리 담당이었다고 하더라 지금 소설 쓴다는 말 있음

  • 평범하네

  • ㅇㅇ 걔가 소꿉친구였다는 거만 빼면

  • 시발

  • 그러니까, 게임동아리에 여자만 셋이고, 혼자 남자고. 나머지 세 명이 전부 주영빈 좋아했다고?????????

  • ㄴㄴ 나머지는 추측임 근데 여희 반응보면 심상치 않은 관계인건 맞음 ㅋㅋㅋㅋ

  • 하 시발 이게 현실이네... 난 소설로만 봤는데...

한번 이야기가 까발려지니 소문이 퍼지는 건 금방이었다.

그야, 지금 인터넷을 사용한 세대라면, 그리고 영빈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면 당연히 이 기회에 입이 근질근질한 걸 참을 수 없는 것이다.

  • 제가 주영빈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전부 사실 맞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학생증까지 보이며 인증하는 글도 올라올 정도.

  • 주영빈 이새끼 어딨어

  • 돌줘

  • 시발련아 이건 아니지 우리사이에 이게 말이 되는 거냐? 당장 방송 안켜??

  • 내 이 시발련 신작 가챠겜 만든다고 했을 때 알아봄 개새끼임 아주

아무튼 그렇게 커뮤니티가 불타고.

슬슬 이전에 나왔던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던 영빈의 영상이 합성물로 올라오기 시작했을 무렵.

"그, 서연 양? 괜찮아요?"

"뭐가요?"

서연은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아주 그냥 아이스크림이 달고 맛있었다.


의 후폭풍은 예상 이상으로 거셌다.

사실, 스타도 아닌 스타의 부모.

그 이슈가 크게 불탈 수 있었던 건, 서연도 서연이었지만, 여희의 영향이 컸다.

여희는 가요계에서 보통 큰 입지를 가진 인물이 아니다.

활동도 다양하게 했고, 미국에서도 잠깐 건너가서 활동한 게, 국뽕 채널에서 단골로 나올 정도.

그 정도의 인지도, 파급력을 가진 가수와 얽힌 이슈.

상대적으로 그쪽에 시선이 쏠리긴 했지만, 서연에게 쏠린 시선도 그와 비슷하면 비슷했지 절대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그런 여희를 상대로 단 두 표차로 패한 것이다.

  • 주서연이 이렇게 노래 잘했음?

  • 여희랑 단 두 표차로 졌으면 사실상 이긴거지 ㅇㅇ

  • 그치만 여희 추하게 자기 노래 불렀고…….

  • 아무도 모를 노래이긴 했잖아 ㅋㅋㅋㅋ

지나치게 정체를 유추할 수 있는 곡만 아니면, 대부분 허용해 주는 편이다.

그렇다 해도 본인 곡 부르고 두 표차로 이긴 건 나름 웃음벨의 영역이긴 했다.

물론, 그만큼 결승에서 서연이 보여준 퍼포먼스가 대단한 것도 있지만.

"주서연!!"

그 소문을 들었는지, 조서희가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와 있었다.

아니, 이전에 타고 다니던 벤츠는 어쩌고.

"이거 진짜야? 진짜야?"

그 격렬한 반응에, 늘 심드렁하게 서희를 대하던 서연조차 움찔하며 물러설 정도였다.

"지, 진짜인데요."

"그럼, 나 여희 선배님 소개해 줘!!"

왜 왔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여희를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지연도 그렇고, 조서희도 그렇고 확실히 여희의 인지도가 굉장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조서희의 성격이라면 인맥을 열심히 만들려는 거겠지만.'

사실 서연은 딱히 여희와 더 만날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같은 동아리 친구,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이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아주 흥미진진한 것이다.

나중에 꼭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로.

물론 집에 돌아가면, 수아가 원망어린 눈으로 서연을 봐서 조금 찔끔하긴 했다.

하지만, 동시에 끊어졌던 여희와 다시 연결고리가 생긴 것에 기쁘면서도, 조금 복잡한 얼굴.

'이게 다 여희 아줌마가 날 이긴 탓이지.'

물론 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서연은 승부욕이 정말정말 아주아주 강했다.

그래서 작은 심술로 했던 말인데, 이 정도의 파급력으로 돌아올 줄이야.

물론, 나름대로 생각하고 별문제 없을 것 같아 한 말이긴 했지만, 이 정도면 좀 그런가?

하고 생각하는 게 요즘.

"근데 난 말하는 게 좋았다고 봐."

자전거에 올라탄 조서희를 그대로 둘 수는 없어서, 근처 맥도날드로 끌고 오자.

얌얌얌 햄버거를 씹으며 조서희는 그렇게 말했다.

"이슈가 되잖아? 솔직히 이걸로 이미지에 큰 손상은 없을 거야. 그야 이 정도로 허황된 이야기고, 수십 년 전 일이잖아? 이거만큼 안전한 소재도 없지."

하기야 그렇다.

이게 알려진다고 해서, 딱히 피해를 보는 인물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노처녀인 여희가 불쌍하다는 말이 나올 뿐이지.

'아, 우리 아빠도 피해자인가.'

최근 서연의 취미는 AI로 합성된 아빠의 인사 영상을 보는 것이었다.

박자에 맞춰 인사를 하는 영빈의 모습이 아주 찰져서 TV로도 틀고 모니터로도 틀어놓고.

집으로 영빈이 돌아오면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 두 배로 재밌었다.

언제나 놀림을 받는 위치였던 서연이었지만, 이제 드디어 제대로 반격하게 된 거다.

"그리고, 지난 '하늘 정원'과의 시너지도 좋아."

"딱히 관련이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관심이 쏠렸잖아. 검색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어."

여태까지는 에 큰 차이로 밀리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가 방영된 후부턴 다 따라잡았고.

오늘에 이르러선 오히려 압도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며, 의 최근 화가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화는 봤어. 함께 여행을 갔고. 거기에 사건을 암시할 것처럼 끝났지."

조서희는 서연의 드라마는 녹화까지 하며 챙겨보고 있었다.

공부를 위한 것도 있었고, 서연의 연기에 맞추기 위함도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재밌었기 때문이다.

조서희는 의 팬이었다.

이미 관련 앨범까지 전부 예약한 상태.

"다음 화가 중요할 거야. 기대감을 올려준 만큼, 거기서 제대로 터트려야 하는데…… 어때?"

서연은 그런 조서희의 말에, 햄버거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문제없어요."

이번에 방영될 11화와 12화.

이민혁 역의 김현석도 슬슬 물이 오르고 있었다.

특히 최근 보이는 연기.

이민혁의 열등감을 선명히 드러내는 연기는 가히 일품!

서연조차 진짜인 줄 알았을 정도.

거기에 이번 주에 방영될 내용은 전주의 폭발력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자신 있었다.

을 완벽히 부술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