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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인 세크리파이스의 보컬인 신완석이 부른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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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노래도 아닌 만화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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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에서 수입해 온 애니메이션의 곡이 아닌 새로운 곡을 집어넣어 말이 좀 나왔지만, 해당 노래가 워낙 좋기도 했고 보컬이 무려 신완석이었기에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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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며, 지금은 잊은 이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기억하는 이들도 많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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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설마 그 곡을 다른 방송도 아닌 에서 듣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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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만화 팬들의 입장에선 여성이 이 노래를 선택했다는 부분부터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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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 만렙 래빗 안목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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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노래 명곡이지 ㅇㅇ 원곡도 좋음 애니도 좋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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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게 뭔데 씹덕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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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안 봤음???? 나도 아직 안봤으면 좋겠네 다시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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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발라드 느낌이 섞인 곡이었고, 여태 만렙 래빗이 불러온 보컬 스타일도 그에 비슷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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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편곡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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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날카로운 전자 기타음에서 시작되며, 지르는 고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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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고음도 생각보다 깔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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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가 좋으니 깔끔하게 느껴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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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남성곡이니 그리 고음은 아닌데 처리를 잘했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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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신나고, 그러면서도 '고요'의 색을 버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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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을 한 인물이 누구인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편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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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흘러갈수록 처음에는 환호하던 관객들도 점차 표정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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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안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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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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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마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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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감상에 젖게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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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래빗의 노래는 묘하게 그런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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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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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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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유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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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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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감정에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음에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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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래빗이 여태 라운드를 돌파하여 올라올 수 있었던 가장 강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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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와, 감정을 끌어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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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일까, 만렙 래빗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커뮤니티나 SNS올라오는 글이 올라오는 빈도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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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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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현란한 기타의 음색과 함께, 만렙 래빗의 노래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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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얘 이렇게 잘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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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포텐 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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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까마귀 쉽지 않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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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잿빛 까마귀의 승리로 예측한 가왕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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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너무 쉬운 상대가 아니냐고 말이 나왔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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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만렙 래빗의 노래가 끝난 후에는 그런 의견이 반으로 갈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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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만렙 래빗에게로 분위기가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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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누구임??? 가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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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인 것 같은데 최소 아이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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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이 어떻게 저렇게 노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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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돌들도 노래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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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래빗이 누구냐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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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와 패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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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본래, 부모님의 첫 만남의 계기가 된 노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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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변조된 목소리로 진행된 간단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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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선택한 계기가 부모님의 만남이 된 노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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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여기서 추억팔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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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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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겠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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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걸로 여친 만들 수 있었으면 난 이미 여친 만명도 넘어야 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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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더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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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만렙 래빗의 말은 그다지 믿는 느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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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말이 되야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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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패널들과 사회자들은 그냥 박수만 열심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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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부모님이 만남의 계기가 된 노래라니 대단하네요~ 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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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상을 아는, 관중석의 수아와 영빈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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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딸이 저런 식으로 저 노래를 소개할 줄은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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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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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의 자리를 코앞에 둔, 마지막 가왕전!! 강적인 만렙 레빗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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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송병수의 외침과 같은 질문에, 잿빛 까마귀는 중앙에 나와 마이크를 틀어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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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 추억이 이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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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당한 외침에, 관중석에서 흘러나오는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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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잿빛 까마귀의 손짓에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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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오르자마자 승리 선언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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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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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거 뭔 노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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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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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흔히 듣던 방식의 노래가 아닌, 마치 OST와 같은 느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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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쪽은 전혀 짐작도 할 수도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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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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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서 자작곡을 가져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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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통은 가져오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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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신곡 발표회가 돼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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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곡을 가져온 거면, 후에 정체가 밝혀졌을 때 안 좋은 이미지를 뒤집어쓸 게 분명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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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런 도박을 사용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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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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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만화 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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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응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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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잿빛 까마귀가 마이크를 쥐자,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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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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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전까지 만렙 래빗이 부르던 그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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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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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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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노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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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면에선 상당히 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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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그렇게 와닿지 않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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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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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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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난 만렙 래빗이 더 나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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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하게 감성적인데 나랑은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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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실력은 진짜 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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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응이 올라오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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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무슨 노래임 개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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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이거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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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옛날에 들은 기억이 있긴 함 어딘지 기억 안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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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묘한 반응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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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잘 맞지 않는 노래였음에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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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요, 언니가 멋대로 저런 노래 부르니까. 저런 반응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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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방송을 보던 매니저, 송아람의 말에 여희는 맥주캔을 벌컥벌컥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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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게 중요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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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올 말이 더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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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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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노래 부르고 이긴 게 이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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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거 엄밀히 말하면 내 노래 아냐. 저작권 등록도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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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그걸 또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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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매니저인 송아람도 머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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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올 내용이 뭔지 뻔히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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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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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여희는 이 노래를 부를 때 대중을 대상으로 한 노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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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같은 건 버리는 느낌으로 부른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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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사람을 위해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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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람들이 공감을 할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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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철철 넘쳐 가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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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선은 안 넘는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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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만나지도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걸로 끝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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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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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 이사님이 따로 지시해서 편집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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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는 수아와 영빈의 모습이 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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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관중석에 둘이 있는 모습이 나오면, '만렙 래빗'을 유추하기 쉽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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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분을 신경 써서 편집한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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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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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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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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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희가 대중을 위해 불렀다면 충분히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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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 사람을 위한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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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두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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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의 대상과 지금 아래에서 여희를 올려보는 토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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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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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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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오프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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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노래가, 그 말의 근간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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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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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가르기 전에 시간을 끄는 MC의 탁월한 실력이 나오며 시청자들이 반응도 격렬하게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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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이 시111발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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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누가 이겼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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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이번 승부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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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응에 오히려 여희는 이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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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졌다면, 자존심이 왕창 상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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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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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가만히 여러 방법으로 시간을 끄는 방송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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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도, 그리고 서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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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무언가 망설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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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연이 그런 이유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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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빈은 대략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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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쫓기에는, 이제 지켜야 할 것이 생겼으니 혼자 꿈을 이룬다고 멋대로 모험을 할 수는 없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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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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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옳은 판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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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희는 조금 더, 과거의 그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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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머리부터 들이박던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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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데 안 하면 후회해, 영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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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그런 그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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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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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믿고 함께 해줄 이들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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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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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나왔어요.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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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의 가왕전 승부의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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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20분의 시간 끌기 끝에 나온 결과는 잿빛 까마귀의 단 두 표차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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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1명의 투표가 가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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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명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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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승부의 결과보다, 이후의 내용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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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여희는 영빈과 서로 엄지를 치켜들며 한창 멋진 교감을 나누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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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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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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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패자는 당연히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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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 누구냐? 제일 유력한게 일레븐레인의 플라라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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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라 절대 아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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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인건 확실함 ㅇㅇ 가왕전 보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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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라고 하는 거보면 어린거 같은데 백퍼 아이돌임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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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터넷의 반응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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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두가 기대하시던, 만렙 래빗! 가면을 지금 벗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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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송병수의 외침과 동시에, 만렙 래빗이 가면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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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억지로 벗는 탓에 으지직, 소리를 내며 뜯어지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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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하며 어떻게든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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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가면 사이로 긴 흑발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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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드러나는, 토끼처럼 붉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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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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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주서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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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아니 주서연 노래 저렇게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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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드림 퓨처에선 대체 왜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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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은 얼굴이 드러나자, 관중석과 패널이 크게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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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가수나,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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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그런 음악에 종사하는 이로 생각했지 설마 배우일 거라곤 생각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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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연은 노래를 배운 지도 얼마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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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정도 실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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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속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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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주변의 반응을 보며 여희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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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한 인물이 아주 곡을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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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에게 딱 맞게, 서연의 장점만을 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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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지는 몰라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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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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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래빗은, 배우 주서연 양이었습니다!! 이야, 놀랍네요. 노래 연습은 얼마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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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수도 진심으로 놀랐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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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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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서연이 이 정도로 노래할 수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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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하늘 정원 OST 부른 것도 주서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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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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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인 거 같은데??? 지금 보면 목소리 개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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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근데 사람이 실력이 이렇게 금방 늘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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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격렬한 반응 속에서, 서연은 그에 대해 유추할 수 있는 말을 여럿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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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음악 작업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실력이 좀 더 빠르게 늘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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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작업에 관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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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는 언니가, 이번 편곡을 많이 도와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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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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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음악을 할 만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한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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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녀 차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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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나희가 편곡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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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차나희가 이정도였음? 노래 개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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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아이돌을 가지고 나락을 가고 있는 여름소녀라는 그룹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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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쳐 그냥 지금 쉬고 있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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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기엔 요즘 딱히 활동 안하지 않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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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소리임 하늘 정원 ost 맡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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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여름소녀 팬덤과의 싸움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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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는지, 서연의 어깨가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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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뿌듯해 보이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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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전에서 패했음에도 오히려 안도하는, 기묘한 모습에 사람들은 뒤늦게 이유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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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ㅋㅋㅋ 드라마 홍보하러 나왔는데 가왕 됏으면 개웃겼겠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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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네 드라마 홍보차 나온 건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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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서연이 에 나올 이유가 없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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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래저래 연예인 세탁 프로그램으로 쓰이던 이니 차라리 홍보면 귀여운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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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서연이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모습은, 흔히 예능에서 서연이 보여주는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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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의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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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마지막으로 할 말이 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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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송병수가 마지막으로 그리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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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없다고 대답하려 했는지 고개를 저으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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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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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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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맥주를 마시던 여희와 매니저도 서로 시선을 마주치고 TV에 딱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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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둘 다 다른 것에 정신 팔려 이때 서연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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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어진 주변의 반응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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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쿨하게 영상도 안 본다고 하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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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촬영하고 보내준다는 영상도 미련 때문에 거절한 여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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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송아람에겐 온갖 욕을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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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까마귀님이 부른 노래, 저도 아는 노래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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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그래요? 저는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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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작곡이라 생각하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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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연이 들어본 적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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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진짜 있는 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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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나 지금 생각남 예전에 대학 가요제에서 들었던 곡임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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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요제??? 시발 그건 뭔데 틀딱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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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딸피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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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대학 가요제 요즘도 있어... 들은 건 옛날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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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반응 속에서 여희가 부른 노래가 대체 무엇인가 관심이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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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여희와 매니저 송아람은 설마설마하는 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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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희 부모님이 게임 동아리를 하셨데요. 그때, 게임을 하나 만들었는데…… 거기에 삽입된 노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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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오리지널 곡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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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른 분과 목소리가 비슷해서, 조금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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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뒤늦게 이쪽을 보는 잿빛 까마귀를 향해 살며시 비쭉 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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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메롱, 하고 놀리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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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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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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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진 건 진 건데, 아무래도 작은 심술을 부리고 싶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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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절대 작은 심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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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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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 제스처의 전모를 뒤늦게 확인한 여희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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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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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의 핸드폰이 불이라도 난 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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