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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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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연은, 스스로를 늘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큰 연관이 없는 과거, 그리고 전생.
거기에 얽매인 자신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현실을 돌보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서연은 과거에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미련 따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달랐다.
뭔가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남았다.
아마, 그러니 중학교 시절 이지연이 그런 말을 했던 건지도 모르지.
'주서연'이라는 지금의 생애를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그렇기에,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과거에 좋아했던 일, 이루고 싶었던 꿈이라 해도.
그에 얽매인다면.
과거를 버리지 못한다면 자신은 영영 진정으로 주서연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중학생 때 결론을 내렸다.
열다섯의 주서연이, 그렇게.
사춘기의 끝에.
하지만, 잿빛 까마귀.
여희는 그런 자신에게 말해준 것이었다.
그런 과거의 미련을 포함하여, 자신인 것이라고.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그 말대로였다.
그런 미련을 가득 품고 있음에도, 노래를 부른 그 순간 그녀는 서연에게 그저 빛나 보였다.
표 차이는 겨우 2표.
실질적으로 한 사람의 차이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서연은 그때 완벽히 졌다고 생각했다.
경연에서, 노래를 부를 때 승부를 가르는 건 공감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노래에 공감을 시킬 수 있느냐.
하지만, 그때 잿빛 까마귀은 자신의 추억을 들고 왔다.
당연히, 공감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대중이 아닌, 한 사람을 위한 노래였다.
서연은 어렴풋이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잿빛 까마귀는.
여희는 자신을 멋지게 이겼다.
그래서, 조금 마지막에 심술을 부렸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해야 해.'
그런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고, 서연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희가 보여준 건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저마다 사람에겐 가치가 다르며, 반드시 그에 따를 필요는 없다고.
네가 진정 강한 사람이라면, 과거조차 안고 갈 수 있다고.
과거에 미련이 남는다는 건.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는 거겠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보다 분명 소중한 것이 과거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걸 전부 버리는 건 아깝지 않느냐고.
마치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서연은 모른다.
그때, 자신은 감정을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 미련은.
분명 과거의 자신이 남긴 행복의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서연은 겨우 결정했다.
지금 자신의 행동에서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처음 정한 대로,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
그저, '졸업'의 의미를 조금 바꿨을 뿐.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오? 서연 씨."
"네?"
"연기가 좋아졌네요. 오늘 촬영분 진짜 좋네. 이야, 여기서 더 실력이 는다고?"
하늘정원의 김일수 감독은 그리 말하며 웃었다.
더 나아졌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조금 더 이유주라는 인물에서 나타내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건 딱히 김일수 감독의 요구도, 민세희 작가가 이야기한 부분도 아니다.
그냥 서연이 그렇게 여겼을 뿐이다.
사람이란 복잡하며, 가끔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본인이 그러했으니, 이유주도 그럴지 모른다.
"참."
그리고 살며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 주, 가면 싱어 가왕전이죠? 누가 이겼어요?"
그런 그의 말에, 서연은 살며시 웃었다.
본래 홍보를 위해 나간 예능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서연이 승리한 탓에 어째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홍보, 제대로 됐을 거예요."
그런 그의 말에, 김일수 감독이 잠시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서연의 말뜻을 이해한 그는 히죽 웃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타이밍이 딱 알맞았으니까.
이번에 방영될 10화.
그와 함께 나간다면, 분명 지금 고착화된 이 대결을 뒤집을 한 수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김일수 감독은 확신했다.
***
에이디즈 광고 기획실 팀장, 곽현우는 요즘 기분이 좋다.
주서연 챌린지니 뭐니 이상한 게 튀어나오긴 했지만, 에이디즈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는 건 분명했으니까.
특히 4화가 오른 후로는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며 매출이 매주 소폭 상승하고 있었다.
1퍼센트, 2퍼센트.
크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게 합쳐지면 결국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다.
그러니, 최근 곽현우는 사내에서 어깨에 힘 좀 넣고 다닐 수 있었다.
과거, 주서연을 광고 모델로 쓰는 걸 반대하는 그는 없었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
광고 모델은 당연히 써야지.
그런 느낌이라, 에이디즈 내에서도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때의 일은 흑역사가 된 모양이었으니까.
"확실히 드라마가 좋네요. 하늘 정원이 방영한 후부터 매출이 완만하게 늘었어요."
"그렇지."
"근데, 저는 좀 더 파팍 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요."
그런 김 대리의 말에 곽현우는 픽 웃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봐요, 김 대리. 예전에야 그랬지. 근데 요즘은 어지간히 드라마가 잘되지 않으면 그럴 일도 없고. 애초에 의자 PPL로 이 정도 되는 것도 대단한 거예요."
"아, 그렇습니까?"
"예, 그래도 4화부터 확실히 노출이 많아져서, 그때가 딱 좋았죠. 주서연 배우가 머리도 좋아."
그런 곽현우의 말에 김 대리는 조금 의아해졌다.
머리가 좋던가?
방송에서 나온 모습을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 이미 주서연 신봉자가 된 곽현우에게는 차마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슬슬 오를 만큼 올랐으니…… 이대로 유지만 잘 되어도 좋을 텐데."
곽현우는 그리 중얼거렸다.
이제 오늘이면 9화. 그리고 내일 10화가 방영된다.
'의자가 많이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미 과할 정도로 나왔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곽현우는 그저 PPL의 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하지만.
월요일에 방영된 9화.
그리고 이어 다음날 방영된 10화.
그것을 보았을 때는 그런 생각은 싹 지워졌다.
"아니, 씁. 이걸 이렇게 끝낸다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게 만드는 내용이었으니까.
***
"현석아!!"
자신이 맡은 배역인 '이민혁'의 친구로 등장하며, 함께 에 참여한 배우.
한성진은 그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의 대반격! 시청률 14퍼센트. 과는 단 1퍼센트 차이!]
[과연 이유주의 행방은? 기대감 속에 마무리를 내린 10화]
으레 있는 그런 기사 속에.
[이민혁을 맡은 김현석은 누구? 주서연과 좋은 호흡 선보여]
그런 글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서연의 연기와 비교하며 까 내리는 기사와는 다른 글이었다.
아마 이번 드라마에서 보는 첫 연기 호평이 아닐까.
"솔직히 이번 촬영에서 걱정이 많았는데, 잘 됐다 야."
"……그러게."
하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 가장 최근 방영한 9화와 10화는 유독 잘 나온 부분이 있었으니까.
자신의 연기를 호평한 기사를 읽어보면.
==
처음 드라마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던 김현석 배우는 최근 방영된 10화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민혁이 이유주에게 품는 열등감을 여실히 나타내어, 작중 인물에 큰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그 또한 피해자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
그 기사를 읽고, 김현석은 무심코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열등감을 여실히 나타내는 연기.
'연기 아닌데.'
그는 굳이 그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딱히 축하하는 친구에게 초를 치지 않겠다는, 그런 기특한 의도는 아니다.
아마 촬영장의 모두가 대부분 알고 있을 테니, 굳이 말하지 않은 것이다.
주서연 본인도 알고 있었다.
'내 열등감을.'
9화 10화.
거기서 벌어지는 내용을 보면, 조금 더 이민혁이 열등감을 드러내야 했다.
의 9화와 10화는 이혁수 가(家)의 가족 여행을 다룬다.
말이 가족 여행이지, 민서의 친구들도 함께 가는 그런 친목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학생 중에는 자연스럽게 이유주가 끼었던 거고.
애초에 이민서가 어디를 놀러 간다면, 그녀는 자연스럽게 낄 수밖에 없는 위치였으니까.
그리고, 그 여행지에서 사고가 벌어지는 게 10화까지의 내용이다.
"사고 날 수 있으니까, 모두 집중해요, 집중!"
이번 촬영은 힘든 부분이 여럿 있었다.
서연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았고, 유독 얽히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여태 서연을 태연하게 대하는 '척'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척'인 거지.
진짜로 태연했던 건 아니다.
그냥 최대한 시야에 두려 하지 않았을 뿐.
계속 보고 있으면, 눌러둔 열등감이 고개를 치켜들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바로 곁에 있는 주서연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기에.
'달라졌다.'
뭔가 느낌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서연의 연기가 한층 좋아진 건 분명했다.
평소와 같은 이유주의 연기였으나,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조금 더 색깔이 짙어져 입체적으로 된 느낌이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이전의 연기도 쫓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합을 맞추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한쪽의 연기가 너무 뛰어날 경우, 제대로 합을 맞추지 않으면 그림이 아주 이상해진다.
지금이 딱 그러했다.
자신만이 아닌, 서연의 연기까지 망치고 있었다.
"현석 씨. 거기 좀 더 색 좀 더 넣어봅시다. 왜 이렇게 캐릭터가 밋밋해요?"
가뜩이나 힘든 촬영.
거기에 서연의 실력이 또 늘어나 버리니, 다시 현석에게 시선이 쏠렸다.
NG가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다들 날이 선 느낌이었다.
침착한 건, 오직 서연뿐.
서연은 굳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빤히 자신을 볼 뿐.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그 시선이 더욱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촬영에서 서연이 지적을 들은 적이 있었나?
없다.
오히려 호평 일색.
자신은 그런 연기를 망치는 존재였을 뿐이다.
부속품도 되지 못한 그런 이.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감정이 연기에 들어갔던 것 같다.
숨기려 해도, 불쑥 머리를 들이밀며 튀어나온 거겠지.
그런데.
"컷컷, 좋아요. 그렇게만 갑시다."
김일수 감독은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은 대충 상황을 알기에 자신의 눈치를 살폈지만.
서연은 자신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말했다.
"이민혁의 열등감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
"꼭, 진짜 같아서 놀랐어요."
"??"
놀리는 건가?
아니, 근데 진짜 진지한 얼굴로 칭찬해서 이게 놀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서연은 그렇게 말하곤, 스스로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
뭐지. 뭔데.
아무튼, 당시에는 도발처럼 느껴 이후 연기가 한층 열정적이었다는 느낌이다.
근데 또 서연은 전부 그걸 연기로 생각했던 모양.
그래서 다 끝난 후에는 오히려 독기가 식어버렸다.
그때를 떠올리던 현석은 이내 픽 웃으며 말했다.
"……뭐, 사사로운 감정은 이제 담지 않기로 했으니까."
"네가?"
물론 친구인 한성진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배우의 성장(?)과는 별개로, 의 시청률은 10화를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의 10화가 잘 나왔기 때문만은 아녔다.
그 주 주말에 방영된 한 예능.
바로, 에서 터진 폭탄.
그 폭발력을 등에 업고 날아오른 것이었으니까.
***
- 시작한다
- 응, 어차피 승리는 가왕이야~
- 잿빛 까마귀가 정배인 건 맞지.
- 만렙 래빗은 잘하긴 하는데 그냥 잘한다는 느낌...
한동안 시청률이 떨어지던, 였지만 최근 잿빛 까마귀의 등장으로 시청률이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였다.
정말 오랜만에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수였으니까.
이번에 승리하면 여덟 번째로 가왕의 자리에 오르니 다들 기대하는 부분이 있었다.
설령 지더라도, 그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부류가 많았고.
SNS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은 당연히 잿빛 까마귀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뭐, 이미 보고 온 이들은 승자를 알고 있었으나 글을 올릴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반전 시킨 건.
바로, '만렙 래빗'의 선곡이었다.
- 아니 ㅋㅋㅋ 미친 '고요'를 부르네
- 언제적 노래야 ㅋㅋㅋ
- 저거 신완석이 부른 노래 아닌가? 남자 노래 아님?
- 편곡했겠지
- 가왕 전에서 만화 노래를 부르네 미친거 아니냐?
- 고요라면 가능함 ㅇㅇ 씹명곡임 저거
갑자기 추억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만렙 래빗'.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