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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전자 기타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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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반주와 함께 울리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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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곡이었기에, 관중과 패널의 반응은 아리송한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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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연이 오래전 애니메이션 노래를 곡으로 선정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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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관중석에서 '아, 이거!'라는 얼굴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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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곡이었기에 어레인지가 되었다 해도 아는 이들도 충분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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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대부분의 반응은,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게 만화 노래였어?'라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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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색적이라는 평이 많았고, 어색해도 다들 이 정도로 낯선 얼굴을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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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방송은 오리지널 곡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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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관중도 이미 있는 노래를, 해당 가수가 어떻게 부를지 보러 오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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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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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조차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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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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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처음 전자 기타의 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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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잿빛 까마귀가 마이크를 잡으며,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 순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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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적이 있는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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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바로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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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네?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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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의 집에는 조금 낡은 PC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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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CD가 들어가는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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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PC에서는 CD가 들어가는 칸이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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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다는 사람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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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로 해당 파츠를 따로 주문하지 않는 한, 실행조차 해볼 수 없는 오래된 옛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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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CD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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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너 또 이상한 걸 아무거나 막 주워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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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고등학교 시절 가장 처음 만든 추억의 게임 CD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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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막 줍다 보면 가끔 이렇게 추억을 발견할 수 있지. 참 멋진 일이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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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핀잔을 주던 이지연의 말이 단번에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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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도에 서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지만, 이지연은 슬그머니 눈을 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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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갑자기 들고 온 CD가 그렇게나 중요한 물건일 줄 자신이 어떻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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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서연의 부모님이 과거에 게임을 만들었다는 건 처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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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게임을 만드는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을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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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지금 하는 일을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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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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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연은 그때 지연의 집에 있는 낡은 PC를 통해, 오래된 CD를 실행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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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CD를 읽을 수 있는 것을 살까 하다가, 이번에는 또 호환 문제가 걸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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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게임 회사도 아닌 자작 게임이 현재의 OS에서 돌아갈지는 또 모를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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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연에게 낡은 PC가 있었기에 무사히 돌릴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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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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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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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의외로 옛 향기가 물씬 풍기는 평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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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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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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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실행할 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삽입되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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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이름은 딱히 정해지지 않은 듯, 단순히 '오프닝'이라고 화면 구석에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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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비교적 잔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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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판타지 RPG 풍 게임에 어울릴 듯한, 모험을 떠나는 여행자를 응원하는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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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지연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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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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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여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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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눈치채지 못한 눈치였지만, 여희의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지연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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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풋풋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이의 목소리는 여희의 것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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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력은 현재의 여희에 도저히 미치지 못했지만, 고등학생이라는 걸 생각하면 파격적으로 잘 부르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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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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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동창이었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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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저 단순한 동창이라 생각했지만, 이 노래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느낌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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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렇지 않다면 게임 제작에 참여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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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대체 무슨 사이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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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힐끗거리며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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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서연도 눈치챘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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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딱히 그런 기색 없이 가만히 노래를 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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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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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급하게 넣은 듯, 노래와 함께 흘러나오는 영상은 조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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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매드 무비, 라고 불리는 것처럼 일러스트의 짜집기에 가까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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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초에 노래가 들어갔다는 것부터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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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구색을 갖추려 한 풋풋한 느낌이 드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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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가슴을 간질 거리는, 그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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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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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무대에서 내려와, 새롭게 무대 위에 오른 가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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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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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노래를 알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는 수아나 영빈과 관련된 어떤 인물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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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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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들었지만, 이 노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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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op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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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붙지 않았음에도, 무엇보다 이 노래의 제목에 어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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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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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풋풋함과는 달라진, 원숙한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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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추억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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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 위에서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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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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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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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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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미쳤어요? 다른 노래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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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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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래 한다고 누가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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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자작곡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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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에 어울리는 곡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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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이거 그때 가요제에서도 누가 불렀어. 나름 이슈도 됐었거든? 고등학생이 만든 게임에 들어간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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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목도 없는 노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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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제목은 그냥 오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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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도 없는, 그냥 그런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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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목을 붙이려 하니,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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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영빈은 그때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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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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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첫 시작을 알리는 노래라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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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있을 모험에 도전하는 모험가를 위한 노래라는 것에 이보다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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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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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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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면 기괴한 가면을 쓴 토끼 하나가 자신을 올려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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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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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버지를 닮지 않아,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 보이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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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건 수아를 닮은 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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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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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곡, 낯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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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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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을 울리는 노래란, 공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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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의 특성상 낯선 노래는 다른 어떤 무대보다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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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사에는, 그리고 주제에는 공감할 수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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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말 들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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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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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그때는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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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만든 게임에 삽입된 자작곡으로, 인터넷에서 잠시 떠돈 적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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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때는 저작권이고 뭐고 그런 인식이 적어서 불법으로 마구 돌아다닌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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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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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에게서 시선을 떼고, 관객석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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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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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을 타는 그들의 틈에 끼어, 얼어 있는 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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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에도 멀리서 보았지만, 역시 무대 위에서 보니 더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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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나이를 먹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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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는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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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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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되어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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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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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은 추억이 되어버렸고, 만나지도 못하는 위치가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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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변한 모습도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별개로 전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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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달리 가족도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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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것도 생겼으니, 생각할 게 많아진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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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아직 어린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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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옛날에 네가 했던 말밖에 기억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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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는 어리게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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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울적해하던 자신에게 그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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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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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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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 같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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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당시 노래에 대한 혹평을 받았을 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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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별처럼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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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 부르는 정도로는 이 세계에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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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막막함에, 미래에 이 노래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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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조금 울적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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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노래하는 거 좋아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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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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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아해야 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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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는 어리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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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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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 말을 단순한 헛소리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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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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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하며, 계속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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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원한 감정이란 없어서 결국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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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계속 좋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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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마음을 계속 간직해야, 꿈을 좋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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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시대에 부딪혀 마모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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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꿈을 좋아할 수 없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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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진정으로 늙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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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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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늙으면 돌아올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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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일이 되어버리면, 좋아하는 것도 좋아할 수 없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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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최대한 오래 어린애로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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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말하며 쪼그려 앉아 있던 자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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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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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은 조금의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하는, 나약한 것이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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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시작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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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좋아할 수 있다면, 분명 언젠가 기회가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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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노래 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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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은 정말 별거 아닌 칭찬이 모든 것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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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때 분명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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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동급생에게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마치 정말 그렇게 되어야 할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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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막연한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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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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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건 단순히 헛된 바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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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별처럼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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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무수한 경쟁자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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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현할 재능을 지녔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축복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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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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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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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무대에 서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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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여희는 다른 노래를 부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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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익숙한 곡을 미리 준비해 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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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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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일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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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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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이, 불과 몇 년도 기다리지 못할 그런 나약한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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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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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도 그렇게 살아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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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망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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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손에 쥘지, 계속 꿈을 좋아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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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로 남을지, 어른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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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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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적은 나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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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더라도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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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쫓기엔 늦은 나이라고 누구나 그리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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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희는 그래도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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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나 어린애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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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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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많은 여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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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린 애인 채, 20년 전의 과거에 얽매인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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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그조차 긍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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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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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계속 좋아할 수 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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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미련하다고 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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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손가락질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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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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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고통이라면, 이 고통 또한 자신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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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고 미련한 것 또한 자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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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르는 이 곡 제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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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오프닝(opening)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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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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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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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란, 가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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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서연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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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하고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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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서연은 최근 망설이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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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배우를 하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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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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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 망설인 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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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들이, 진정 주서연이 바라는 것인지 고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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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유튜버는 전생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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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하고자 하는 건, 결국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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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하면, 아마 자신은 평생 '주서연'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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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과장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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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자신에게는 그렇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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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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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부모님이 시킨 일이었고, 수족관에서 대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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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정말 '주서연'의 진심이었을까, 최근 의문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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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를 만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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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과거에 여전히 얽매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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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자신이 배우를 시작한 건, 결국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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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배우기 위해 보았던 수많은 영상 매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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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보았던 수많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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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처럼, TV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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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의 스크린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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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부모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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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그런 신호를 보내고 싶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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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에 자신은 배우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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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희 작가에게, 말했던 것도 전부 비슷한 맥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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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신의 과거를 완벽히 졸업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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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을 했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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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조급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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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자신을 완벽히 졸업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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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끝을 맺으면 주서연으로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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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노래는 그런 서연의 생각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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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지만, 과거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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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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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부르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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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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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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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연의 고민이 바보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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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련을 포함하여, 전부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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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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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은, 조금도 기다려줄 수 없는 나약한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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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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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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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계속 좋아하는 한, 결국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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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민이 된다면 조급해할 필요 없이 온전히 답을 낸 후에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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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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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고민하던 서연의 과거에 대한 답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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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잊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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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을 가지는 게 나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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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 미련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 지가 중요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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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좋아하는 한, 꿈은 결코 너를 떠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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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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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타의 현을 튕기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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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무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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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건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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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또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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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고민을 하던 이가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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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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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단 2표 차이로 졌는데 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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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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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연은 자신의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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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자, 관중석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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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만렙 래빗'이 부른 노래는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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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수일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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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마 여기서 주서연이 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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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놀란 가운데,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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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가왕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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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표! 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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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떨떠름한 얼굴로 선 잿빛 까마귀, 여희는 막 인터뷰를 하는 서연을 지켜보다 무대의 아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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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가 뭔가 굉장히 한심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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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더 강하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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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겼잖아, 한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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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두 표차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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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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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서연이 인터뷰로 무슨 말을 했는지, 굉장히 소란스러워진 느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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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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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보다, 그녀는 다른 쪽에 신경이 팔려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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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있던 이가, 소란스런 와중에도 아무런 말 없이 살며시 엄지를 든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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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여희는 마주 엄지를 들며, 가면 아래로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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