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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만랩 래빗은 대체 누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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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꾸준히 팬층이 있는 예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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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에는 열기가 식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던 팬이 전부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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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의 출연진들에 대한 토론 정도는 가볍게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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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이라면 크게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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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까마귀와, 만랩 래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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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까마귀는 여희가 맞는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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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잿빛 까마귀 말고 만랩 래빗 누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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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나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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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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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라면 목소리나 창법이 익숙하기에 오히려 맞추는 게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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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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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창법을 속이고 다르게 부르려 했지만, 찐 팬이라면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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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랩 래빗을 아는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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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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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어디서 이상한 애 주워 온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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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고 친 여자 연예인이 누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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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는 연예인들이 사고 치고 복귀할 때 애용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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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에도 그런 경우라는 의견이 대세로 기울어지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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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서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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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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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봤었다며, 아무래도 주서연 목소리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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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 주서연은 절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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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드림퓨처부터 봤는데 주서연 노래 절대 저렇게 못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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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목소리는 비슷하긴 한데, 실력이 다르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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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그래도 하라라 쇼츠 보면 귀엽기는 하더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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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안 보는 이들도 주서연을 아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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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하라라 쇼츠 영상 때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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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500만을 넘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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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상태에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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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누군지 알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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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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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정원 ost 부른 사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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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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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야 튀어나온 유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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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화제가 된 의 삽입곡을 부른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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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구냐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기도 했고, 노래의 감성도 비슷한 느낌이라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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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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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걔가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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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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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럼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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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곡을 부른 인물도 정체를 모르기에, 만랩 래빗의 정체도 알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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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번 주면 알게 될 텐데 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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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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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빛 까마귀가 압도적인 정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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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희라면 사실상 가왕 라인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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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까지 만랩 래빗이 제법 분전하기는 했지만, 가왕전의 승자는 잿빛 까마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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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여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여가수로 이름이 높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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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아티스트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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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단순한 가요뿐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OST도 불렀을 정도로 폭넓게 활동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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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여희의 인지도가 높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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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승이 되면 만랩 래빗의 정체를 알게 되리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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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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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안 거지? 아니, 분명 안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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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진정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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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어떻게 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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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전 촬영을 마치고, 여희는 잿빛 까마귀 가면도 벗은 채 촬영장 뒤편에서 매니저인 송아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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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뭘 그렇게 떨어요.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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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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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쿨하게 나서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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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족히 20년은 지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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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기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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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히려 옛일이니 평범하게 대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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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그런 곳에서 철저한 영빈이어도, 20년이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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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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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태진이가 내 소식 말했으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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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이면, 그 GH 그룹의 강태진 이사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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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내가 계속 물어봤는데……. 혹시 그걸 영빈이에게 말했으면 위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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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년간요? 그건 좀 소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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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물어만 봤지!! 딱히 이상한 거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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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뭐뭐뭐! 물어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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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할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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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떳떳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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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장장 20년이나 이어지면 그래도 조금 징한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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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미련이 좀……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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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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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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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이런 걸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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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이렇게나 미련이 깊게 남는 성격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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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거의 다 얻었던 걸 놓치면 더 그렇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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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별로 궁금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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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즘 언니한테 좀 너무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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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그렇게 투덜거린 후,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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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세수라도 하고 올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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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하고 한숨을 쉬며 돌아가기 전에 찬물로 세수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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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으로 촬영장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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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만 아빠 전화 좀 하고 올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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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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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잊었었지만, 최근 를 통해 다시 떠올리게 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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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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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황급히 몸을 숨기려다, 영빈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걸 깨닫고 힐끗 숨어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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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촬영장에 있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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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딸도 의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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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으면 조금 늦게 나오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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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자신은 노래도 부르지 않아, 좀 빠르게 나온 감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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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관객들이 다 갔기에 방심했는데, 설마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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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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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하고 여희는 혀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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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말로 거의 다 잊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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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새 사람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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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의 시간은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에서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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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 오래전 걸린 마법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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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는 어리게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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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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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늙지 않아야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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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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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이고 한참 동안 일에 몰두하던 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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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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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영되기 전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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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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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에게는 미련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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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설마 한눈에 알아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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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모습에서,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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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대로 된 건 나중에 강태진에게 들은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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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로 딱히 출연작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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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10년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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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드라마틱하게 돌아온 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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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련의 시간을 여희는 전부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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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눈으로, 태진에게 소식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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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좀 민폐인가 싶어서 물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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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너만 물어보는 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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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피식 웃으며 그리 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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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소가 어찌나 서늘한지, 녀석을 잘 모르면 장기라도 떼어줘야 할 느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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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근에는 좀 순해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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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진짜 무서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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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전화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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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는, 숨어서 영빈의 전화를 엿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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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뭐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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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디어 미쳐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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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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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몸을 돌리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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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디렉터…… 말씀이죠.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게 맞습니까? 저 놀리려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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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친한 인물인지, 영빈의 목소리에는 농담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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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랜만에 제대로 듣는 영빈의 목소리였기에, 여희는 무심코 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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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발을 돌려, 빼꼼 고개를 내밀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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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건들 거리는 자세로 서 있는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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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에, 묘하게 웃음이 나오면서도 나이를 느끼게 하는 얼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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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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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세는 영빈이 묘하게 불안한 것이 있을 때, 나오는 그런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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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고민이 되는 게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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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였던 그 애가 알려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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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저야 좋죠. 아니, 승진시켜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요, 그럼요. 에이,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그런 겁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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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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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게임 디렉터를 말하는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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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높은 위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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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희는 과거에 게임 동아리를 활동하긴 했지만, 정확한 직책까지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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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높은 자리를 권유받았다는 것 치고는 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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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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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조금 그런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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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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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거기까지 답하다가,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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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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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붉은 기가 감도는 갈색 눈의 소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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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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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거의 경기를 일으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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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얘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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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내가 이러고 있는 거 다 본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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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가시려는 거면 조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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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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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소심하게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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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서연은 여희가 자판기에 가려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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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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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야 고맙다. 살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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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데 나를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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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서연은 여희를 생판 모르는 남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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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라고는 생각도 안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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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하지만 딱히 물어보지 않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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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읽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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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한동안 얼굴을 보이고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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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조용히 활동한 게 도움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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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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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여희는,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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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 황금 오리 새끼 봤어. 패, 패패팬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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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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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고개를 푹 숙이는 서연을 보며, 여희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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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예능에선 좀 밝았던 것 같은데, 조금 조용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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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영빈과 수아 사이에서 이런 조용한 성격의 딸이 나온 게 의아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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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 맞지? 그, TV에서 봤는데. TV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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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 언니는……, 연예인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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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 비, 비슷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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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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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비슷한 게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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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아한 얼굴에 여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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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라고 떠들고 있는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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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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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며 실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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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아직 안 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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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팩이 좀 잘 먹었나? 그래, 수아만 젊은 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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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젊다 못해 어리게 산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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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흠! 무, 무슨 문제라도 있,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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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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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판기 가는 걸 기다리며 잡담을 나눈다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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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보니까…… 게임 회사에서 일하시는 거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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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심히 사적인 질문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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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가 정말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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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대체로 TV에서 봤다는 말로 무마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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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연은, 영빈에게 시선을 고정해 둔 상태라 깊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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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으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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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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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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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을 말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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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희는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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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략 알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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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화 끝난 것 같아요. 이제 자판기에 가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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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아아니! 갑자기 바쁜 일이 생각나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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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이 전화를 끊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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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지 발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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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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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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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희는 냅다 등을 돌려 도망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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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서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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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에 가고 싶은 것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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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디서 본 느낌인데. 혹시…… 가면 싱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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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연예인이 아니고서야 이 시간에 촬영장에 남아있을 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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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길을 헤맨 관객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 예쁜 외모나 연예인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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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절대 평범한 수준이 아닌, 상당히 관록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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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연의 앞에선 기묘할 정도로 떨고 있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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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분명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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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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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을 끼고, 깊이 생각에 잠겨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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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야, 우리 마법 공룡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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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공룡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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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수식어가 늘어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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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어린 눈으로 서연이 바라보자, 영빈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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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기다리겠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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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하며 걸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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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통화였는지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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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연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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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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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서연은 서연대로…… 이번 결승에서 그런 노래를 준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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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응원하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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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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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아, 너무 긴장 말고 편하게 하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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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매니저가, 보팔 래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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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만랩 래빗으로 변장한 서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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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는 박은하대로 최근 서연이 최근 생각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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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배역에서 생각할 게 많아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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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연기로 나타나고 있어, 의 김일수 감독도 은하에게 슬쩍 물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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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연 양,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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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뇨.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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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건 아닙니다. 묘하게 힘이 들어갔다고 할지, 초조한 느낌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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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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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소 서연은 딱히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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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숨기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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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은근히 이런 부분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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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름 소녀도 응원 와줬으니까. 아, 가족분들도 오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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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4강부터 계속 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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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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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잿빛 까마귀'는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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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기분 전환이라도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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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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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응원을 들으며, 서연은 대기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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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면 아래로 낮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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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계속 신경 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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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나와 만났던 일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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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조급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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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대한 조급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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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능이나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의문마저 생겼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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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빈의 일을 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런 기분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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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대로 올라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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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서자, 먼저 와있는 잿빛 까마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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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선지, 까마귀는 서연을 보자 흠칫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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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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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보자는 사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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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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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대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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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전이 열리는 무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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