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587 lines
18 KiB
Markdown

「이거, 정말 민서 꺼니?」
이혁수가의 안주인, 길수진은 딸이 가져온 성적표에 눈을 크게 떴다.
단 한 번도 3등급 안쪽으로 들어간 적 없던 딸이다.
하지만, 오늘 받아본 성적표는 단 한 개를 제외하고 전부 2등급 내.
이게 불과 두 달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네, 네.」
쭈뼛거리며 말하는 딸은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 성적표가, 길수진에게는 전부였으니까.
여태까지는 그저 귀엽기만 하고, 미래 따위는 불투명한 둘째.
하지만, 지금은 길수진이 그토록 바라던 걸 냉큼 가져온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심지어, 이 성적을 봐라.
역시 이유주는 진짜다.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역시 지 오빠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거 대로만 한다면, 백연 의대에…….'
민서는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면 두 자식 모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 민서, 정말 열심히 했네, 그에 반해…….」
길수진의 눈이 가늘어지며, 조용한 민서의 쌍둥이 오빠인 민혁에게 향했다.
민혁의 성적은 민서의 성적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대부분이 1등급이었고, 몇 가지가 2등에 걸쳐있을 정도.
3등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과목에서 하나뿐이었다.
「그대로구나, 우리 아들.」
「…….」
하지만, 중요한 건 민서는 엄청나게 올랐다는 것이며, 민혁은 그대로라는 점.
이번에야 민혁이 더 높았지만, 다음 모의고사.
나아가 수능에서도 같을 지는 모를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유주의 곁에 찰싹 붙어있는 민서가 더 높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었다.
불과 두 달 만에 널뛰기한 성적을 보자면, 분명 그렇다.
「부디, 엄마를 실망시키지 말아주렴. 다음부터는 민서가 이유주를 만날 때 너도 끼도록 해.」
「어머니.」
「아들. 엄마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길수진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모두 너를 위해서라고.
물론 민혁도 알고 있었다. 분명 자신을 위해서 일 테지.
다만, 거기에 자신의 사사로운 욕망도 끼어있을 뿐.
민혁도 의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알겠, 습니다.」
민혁은 당장은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길수진은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민혁은 민서가 이유주와 만날 때,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 나랑 친해지고 싶어?」
이유주는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참고로 민혁은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그저 민서가 만날 때, 그 곁에 자연스럽게 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유주는 대번에 그런 자신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았다.
뭐, 여태 욕하던 상대가 갑자기 찾아온다면 이유야 뻔하겠지만.
「싫으면…….」
「싫지 않아. 그냥 우스울 뿐인 거지.」
이유주는 그렇게 말한 후, 가만히 민혁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이유주 특유의 타인을 깔아보는 눈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벌써 몇 달.
그 사이, 이유주는 이미 학교 선생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야 전교 1등이다.
날고 긴다는 백연 고등학교의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1등.
이번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던 모양이고, 중간고사야 말할 것도 없다.
「응? 유주야? 오빠랑 함께 있는 거 정말 싫지 않아?」
「별로, 신경 안 써.」
오히려 민서가 당황한 눈치였다.
이유주는 그저 가만히 민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을 가만히 느끼며.
민혁은.
아니, 민혁의 역을 맡은 김현석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시선이 뭔가가 달라졌음을.
전에는 단순히 상대를 깔아보는 위압적인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연약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날을 세운 느낌.
단지, 그것을 숨기고 있을 뿐.
어쩐지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왜지?
그런 의문이 머릿속에 감돌던 순간.
"컷! 현석 씨, 다음 대사, 대사 해야죠!"
"아, 죄송합니다."
이젠 NG를 너무 많이 내어 솔직히 덤덤할 지경이었다.
내심 민서의 심정에 공감할 정도였다.
오히려 기대를 받지 않으면 덤덤해지는 것이다.
물론 죄송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런 NG 한 컷마다 심력이 빨릴 배우들에게도 미안했고.
하지만, 최근 계속 인터넷에서 까이고, 지적받으며 느낀 게 있다.
어차피 초조해 봐야 악영향만 끼칠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담담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적당히 장면을 잘 마무리 지은 후.
촬영이 끝났을 때 현석은 서연에게 다가갔다.
"……연기가 달라진 느낌인데요?"
현석은 말도 잘 걸지 않았던, 서연에게 그리 물었다.
그 말에 서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자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줄 몰랐다는 느낌.
아니, 이 경우엔 달라진 연기를 눈치챘기에 놀란 건가?
약간 애매모호한 반응이었다.
"조금 바꿨어요. 변화가 느껴지나요?"
"그, 그랬어요?"
민서 역을 맡은 배우, 박세진은 전혀 몰랐다는 모양이다.
아니, 전혀 모른 건 아니다.
뭔가 다른 느낌은 들었지만, 단지 컨디션 문제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뭔가, 이유주가 연약해 보이는 느낌이었죠."
뭐라고 해야 할까.
톤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여태 지켜본 바로는 서연의 연기는 정서적이다.
말하자면, 감정 전달이 또렷하고, 감정을 알기 쉽게 표현한다.
그래서 유독 확 와닿은 감이 있다.
연기에 담는 감정이 바뀌었다고.
"그냥, 이유주의 입장에서 조금 생각했을 뿐이에요."
서연은 이유주에 대해 그리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니, 연기도 깊은 감정 연기가 어려운 편이다.
애초에 우등생인 것도 있지만, 타인을 무시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겠다.
이유주는, 의외로 자신과 많이 닮았다는 걸.
"그리고 이유주는, 그냥 성장 못한 어린애라는 걸 알게 된 것이고요."
그리 중얼거리는 서연의 말에, 현석은 조금 의아했다.
묘하게 서연의 분위기도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혹시 시청률 때문인가?'
의 시청률은 상당히 높았다 10퍼센트 언저리.
그 정도면 최근 나온 드라마 중에선 충분히 대박의 선에 걸쳐있다.
다만 월화 드라마에 이 있는 이상, 모든 포커싱이 그쪽에 쏠려있을 뿐.
이대로 준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해도, 결국 모든 관심은 이 가져갈 것이다.
2등이 아무리 잘했어도, 사람이 기억하는 건 1등이니까.
뭔가 큰 분기점이 없다면, 이 순위가 변하는 일은 없겠지.
그러니 주인공인 서연의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적도 잘 나왔는데, 위의 1등 때문에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 그, 그그렇지. 이번 주가 7화 8화죠?"
그런 묘한 서연의 분위기를 느낀 듯, 박세진이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밝게 이야기했다.
"네, 맞아요."
"버, 벌써 그렇게 됐네요. 곧 10화인데……, 10화가 꽤 강렬한 장면이니 반응이 좀 왔으면 좋겠어요."
10화는 이 드라마의 분기점이 되는 회차였다.
드라마에도, 이유주에게도.
그리고, 민혁과 민서에게도.
하지만, 듣기론 도 10화에 승부수를 띄운다고 한다.
'솔직히 어려울 것 같지만.'
'너무해 진짜.'
현석과 세진은 말은 안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둘은 현재 의 성적에 아주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서연에 비교당하며 인터넷에서 까여도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것.
뭐, 박세진은 그리 까이진 않았다.
민서라는 역 자체가 딱히 진지한 느낌이 아니라서, 그렇게까지 티가 나지 않는 것이다.
"아참, 4강 전도 이번 주죠? 이번 주말?"
작은 목소리로 세진이 서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서연은 깜짝 놀랐다.
아니 세진이 그걸 어떻게 안 거지?
"이 PD님이랑 미팅이 있었는데, 그때 실수로 말하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비밀로 하고 있을 테니까."
이민화 PD도 사람이니까 실수는 할 수 있긴 하다.
어쩌다 보니 박세진과 의 홍보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말이 나온 모양.
참고로 현석은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응원할게요!"
그런 그녀의 말에 서연은 애매하게 웃었다.
도 서연에게는 골이 아프긴 매한가지였으니까.
***
"으, 으응? 만화 노래를 리메이크할 수 있냐고? 아무래도 만화 노래는 조금 유치한……."
차나희는 당황한 얼굴로 서연을 바라보았다.
뭐,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왜 하필 만화 노래를?
"엄마랑 아빠랑 처음 만난 계기가 된 노래라고 해요."
"아, 어쩐지 그래서 추억이 느껴지는 노래였구나."
차나희는 재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후, 잘못했으면 큰 실수를 할 뻔.
하지만, 그래도 만화 노래를?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괜찮네?'
아니, 그걸 떠나서.
"이거 만화 노래였어?"
"네."
"와, 나 처음 알았네."
노래방이나, 다양한 장소에서 은근히 들려오는 노래라 당연히 옛날 가요인 줄 알았다.
차나희는 애초에 만화와 같은 건 그다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최근 '마법사'에게 듣는 이야기의 말이 마치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아서, 더 관심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건 보통 저작권 문제도 있고."
"그건 허락받았어요."
행동력!!
아니, 그냥 이걸로 하겠다고 정해서 온 거야?
실로 그 엄청난 행동력은 본받고 싶었다.
'근데…….'
차나희는 슬쩍 서연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보다 기분이 다운된 느낌.
이유가 뭘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말을 걸면 딱히 그런 기색은 아니었다.
그냥 생각할 게 있는 건가?
"이거 4강 전에 쓰려고? 근데 그거는 여희 선배님 곡으로 하는 거 아니었어?"
"아뇨, ……만약 올라가면요."
가왕전에서?
아니 4강에서 이길 자신은 있는 건가?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이번처럼 급하게 준비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긴."
만약 여기서 또 이기기라도 한다면, 그때가 더 문제다.
서연은 딱히 준비해 둔 곡도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4강 전 곡을 준비하며 가왕전 곡도 준비해야 한다는 건데.
"……가능할까요?"
"물론이지! 근데 시간이 좀 빠듯하긴 하네. 가왕전까지를 생각하면 12일 정도지?"
"네."
4강에서 승리한다면 대략 그 정도 시간이 남는다.
이미 저작권을 허락받았다면, 아슬아슬하게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근데 하필 다영 언니도 바빠서.'
'마법사'라고 불리는 일이 많지만, 그녀의 본명은 어디까지나 한다영.
그녀도 최근 방송 준비로 바빴다.
아직 에도 촬영이 많지 않은 차나희 정도가 시간에 여유가 있는 상황.
"한 번 해볼게."
그래도, 나희는 기왕이면 서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무려 의 가왕전이 아닌가?
거기에 나름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노래를 편곡할 수 있다면, 자신도 분명 더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편곡한 사람에 자신의 이름도 붙어나갈 테고.
절대 메리트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노바 엔터에 조금 말해둘까요?"
"아냐, 이런 건 나 혼자 작업하는 게 편해."
나희는 그렇게 말했고.
그날부터 늦게까지 작업에 들어갔다.
음악 설비 자체는 노바 엔터보다, 오히려 호연 쪽이 좋았다.
아이돌을 한 번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쓸데없이 돈을 퍼부은 탓이다.
그 탓에 대부분 폭망한 아이돌과, 비싼 장비가 악성 재고처럼 남아버렸다.
"……조금 피곤하긴 하네."
슬쩍 시간을 보면 이미 열두 시를 넘었다.
하지만 이대로 자고 싶어도, 기한이 아슬아슬했다.
그야 보통은 팀 단위로 작업하는 걸 혼자 도맡은 격이었으니까.
'조금 더 경쾌한 느낌이 좋겠어.'
본래 노래는 살짝 감성적인 느낌이다.
서연이 잘 부르는 것도 그런 부류고.
4강에서 부를 여희의 곡도 그런 노래.
하지만 결승까지 같은 분위기의 곡은 좀…….
그야, 경연이 아닌가?
여태 부른 느낌 그대로 가봤자, 시청자나 관중에게는 익숙할 뿐이다.
창작자는 대중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어필해야 하며.
그 창작물이 고평가받는 건, 보통 대중에 '공감'을 사는 경우다.
서연의 가장 큰 무기.
하지만, 가끔은 낯섦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오직 공감 하나만 믿고, 같은 분위기의 노래를 반복할 수는 없는 법.
차나희는 현재 그것을 적절히 접목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두운 밤에 소속사에 남아서.
"……쟤 아직도 안 갔어?"
라빈은 슬쩍 불이 켜져 있는 작업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언니도 안 갔잖아요."
그리고 그녀의 오른팔인 소은이 핀잔을 주듯 말했다.
"아니, 나는 여기가 집이잖아. 그리고 애초에……."
라빈은 딱히 일하러 남은 게 아니다.
집 가서 혼자 반주하면 재미도 없으니, 소은이나 끼고 논 거지.
그리고 기분이다!
노래방이나 가자! 하면서 작업실에 온 것이다.
나름 공짜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심지어 라빈이 슬쩍 노래방 기계도 가져다 둔 터라 놀기엔 아주 좋았다.
그런데, 반쯤 취한 기분이 깰 정도로, 라빈은 식겁했다.
설마 이 시간까지 차나희가 일을 하고 있을 줄이야.
"독한 계집애……."
"저러니 성공하죠."
"야이씨, 맞을래?"
라빈은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됐다며 구시렁거리며 몸을 돌렸다.
"야, 밖으로 가자."
그렇게 소은을 불렀지만, 소은이 따라오지 않았다.
"아, 왜~."
"언니."
"아니, 차나희 저러는 거 하루 이틀이야? 그냥 냅……."
"저거 주서연이 부탁한 일이라고 들었거든요."
그 고릴라 같은 계집애가?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냥 두고 가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가려는데.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싫은 계집애.
근데 또 저런 모습을 보니, 이게 쉽게 외면하긴 쉽지는 않았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하던가.
"아이씨, 취해서 그런가."
라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쟤 돌려보내고 마저 놀자. 괜히 눈치 보이네."
"근데, 저희가 도와도 할 수 있는 거 있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라빈은 차나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냥 취기 때문이라고 애써 생각하면서.
***
'아, 가면 싱어 괜히 나왔어.'
여희는 울렁거리는 속으로 오직 가왕만이 앉을 수 있는 왕좌에서 턱을 괴고 있었다.
그 자세는 실로 왕에 걸맞은 자세!
거기다 쓰고 있는 탈도 잿빛 까마귀라 더욱 멋있었다.
모습만 보면 무슨 특촬 영화에 나올 법한 빌런이다.
다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제발, 제발 떨어져라.'
여희는 간절히 빌었다.
무대에 오른 두 명.
그중 붉은 눈의 토끼.
'만랩 래빗'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물.
인터뷰할 때 목소리는 변조되어 있었지만, 여희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야 태숨달 때부터 꼬박꼬박 챙겨본 배우가 아닌가.
심지어 최근 삽입곡도 불러서 창법도 익히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는 눈치였지만, 여희는 듣자마자 알았다.
이거 주서연이 불렀네!!
멀리서 응원하는 기분으로 자주 듣고는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마주칠 거란 생각은 못 했다.
'설마, 나라는 건 모르겠지.'
애초에 창법도 적당히 변주를 줬고.
곡도 평소에 부르던 스타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여희가 생각하던 순간.
"자, 그럼. 만랩 래빗의 순서입니다! 노래는…… '바람과 새의 날개'!!"
그 곡의 이름을 듣는 순간, 여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날 뻔했다.
그도 그럴 게, '바람과 새의 날개'는, 바로 자신의 곡이었으니까.
'서, 설마 알고 있는 거야?'
혹시 경고인가?
아니, 나 아직 아무런 잘못도 안 했는데.
설마 이 나이 먹고 이렇게 떨게 될 줄이야.
여희는, 서연의 노래가 끝나는 순간까지 돌처럼 굳은 채 있었다.
제발 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하지만, 그런 여희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서연은 큰 차이로 상대를 압도하며 4강 전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