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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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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거리의 이벤트에 참여했던 영상이 퍼지는 건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가장 먼저 유튜브 쇼츠로 뜨고, 각종 커뮤니티로 일부분만 잘려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으니까.

  • ㅋㅋㅋㅋㅋ 아니 저기서 뭐하냐고 ㅋㅋㅋ

  • 몰랐는데 주서연 이렇게 보니까 귀엽네

  • 저거 주서연 여동생임? 하, 역시 언니는 여동생의 하위 호환인가

└ ???

아무래도 여동생이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참여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이벤트를 기획한 회사에서 푼 언플이라거나, 혹은 조작이라는 말도 많았다.

  • 홍보차 배우 부를 수도 있지

  • 근데 솔직히 홍보차 불렀다기엔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음?

  • ㄹㅇ ㅋㅋ 나 주서연이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거 처음 봄

서연이 연기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온 건 꽤 여러 번이었다.

당장 를 진행할 때도 외부에서 진행했던 탓에 짤이 여럿 돌아다녔다.

그때 부끄러운 연기를 할 때도 언제나 표정 한 번 변하지 않았던 서연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봐도 부끄러워하는 감정이 생생히 전달되었다.

말하자면, 언제나 서연이 장기로 삼는 감정 전달이, 이번에 그 부끄러움을 또렷하게 느끼게 만든 것이다.

  • 수연이 너무 귀엽다 ㅠㅜㅠ

  • 수연이 같은 여동생이나 딸 가지고 싶네요.

  • 저도요... 언니가 맨날 나쁜 역할 한다고 착한 역할 줬다고 하네요

  • 진짜요?

  • 네 나중에 이벤트 담당자가 따로 물어봤데요. 물론 본인이 제로로 좋아하는 것도 맞대요 ㅋㅋ

졸지에 이벤트 담당자들은 본사에 소환되어 당시의 자초지종을 말했고.

마법소녀 하라라 제작팀이 속한 루프 엔터테인먼트는 재빠르게 관련 영상을 회사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불과 3일 만에 이 일련의 과정이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순식간.

"이번에 장난감 광고, 그 주서연 배우님이랑, 배우님 여동생 어때?"

"아, 진작 연락 넣어뒀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광고를 위해 연락도 바로 넣은 것을 보면 최근 대세가 된 이유가 알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빠른 대처였다.

물론, 그 이야기를 전달받은 당사자.

"어때? 서연아? 이미 한 번 한 거, 또 하면 되는 거 아닐까?!"

"……."

현재 500만을 향해 가는 유튜브 쇼츠 영상을 보며 서연은 고개를 떨궜다.

그리 바라던 이미지 개선.

이렇게나 허무하게 이루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이미지 개선이라는 게 노린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그래도 그간 나름의 노력이 있어서 나아진 건 맞았다.

하지만, 이번만큼 극적으로 좋아진 건 아니었다.

주서연이라는 배우는, 대중에게 아무래도 조금 낯설며.

악역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강했다.

아무리 의 조하린을 맡았어도, 결국 사람들은 가장 인상 깊은 배역을 배우의 이미지로 정하니까.

물론, 를 먼저 본 사람은 서연을 조하린 역의 배우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하린은 비중이…….

'생각해 보면 꽤 그런 강렬한 역을 많이 하기는 했지.'

이유주도 살인마만 아닐 뿐, 현재까지는 그리 선량한 느낌을 주는 배역은 아니다.

물론 그와 별개로 이유주의 인기는 상당히 좋았다.

아무래도, 부모님에게 어렸을 때부터 억지로 교육받은 피해자, 그리고 계속 삐걱거리는 불완전한 모습이 나오는 터라 조마조마하며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그리고 우선 개인적인 능력은 대단하니까.'

작중에서 이유주보다 뛰어난 인물은 나오지 않을 정도.

하지만, 그런 대단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이유주는 불완전한 주인공이다.

주로 정신적인 면모에서.

이유주는 딱히 멘탈이 튼튼한 타입이 아니라고 꾸준히 작중에서 언급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아무튼.'

이유주는 이유주고.

문제는 당장 직면한 마법소녀 하라라였다.

"어때? 할래? 완구 광고하면 어머니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좋아질 거야!"

"완구 판촉인데요?"

마법소녀 하라라, 나중에 찾아보니 변신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서 파산소녀 하라라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그 인기는 현재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중학생까지 폭넓게 인기 있는 편.

심지어 캐릭터들 디자인도 잘 나와서, 어른 중에도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던가.

"에이, 다 장난이지."

그런가?

하지만, 막상 혼자 결정하기에는, 하필 제안이 자신에게만 들어온 게 아니었다.

바로 여동생 주수연.

그녀에게도 함께 들어온 광고였으니까.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 슬쩍 말해보자.

"나 할래!!!!!"

거의 빽!! 소리에 가까운 외침에 서연이 양 귀를 막았다.

몸도 튼튼하고 감각도 예민한 서연이니, 순간적인 큰 소리에 고막이 나가는 줄 알았다.

"나나나나 언니랑 같이 티비 나가고 싶어!!"

물론, 이 정도로 나갈 만큼 약한 고막은 아니지만.

"어머, 수연이에게 광고가 들어왔니?"

"네, 그런가 봐요."

수아는 이 일련의 상황이 재밌는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정작 엄마는 광고 들어온 거 다 거절했으면서.'

하나쯤은 나가도 됐을 텐데, 사람들 눈에 띄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또 수연이가 계속 엄마를 TV에서 보고 싶다고 해서, 아직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긴 했다.

수아도 난감하다는 듯, 미루고 있지만 어쩐지 하나는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니까.

"이번에 반응 좋잖니. 또 한 번 해보렴. 서연이도 어렸을 적에 비슷한 거 좋아했잖니."

"그, 그건 그렇지만."

그때야 여아라면 응당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가지고 놀았던 느낌이다.

부모님이 보기에 이상해 보이지 않아야 하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때는 자신의 감정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정확히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혼자 투닥투닥 가지고 놀았던 걸 생각하면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한 느낌은 있다.

스스로, '타인이 보기에 이상하면 안 된다'는 강박으로 속였을 뿐이지.

"……그런데, 엄마는 뭐 하세요?"

"응?"

수아는 현재 거실에서 수연이랑 무언가를 정리 중이었다.

상당히 오래된 물건들.

그중에서는 서연과 관련된 것들도 있었다.

주로 서연이 어렸을 때 입었던 옷이나, 장난감 같은 거.

그리고, 더 오래된 것들도 있었다.

낡은 CD나, 사진첩 같은 거.

"그냥, 요즘 예능을 보니까 생각나는 게 있어서."

요즘 예능이라면, 아마 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애초에 수아는 예능을 많이 보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최근 수아는 묘한 기색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 멍하니 있거나.

괜히 관련 영상을 찾아보거나.

"이 CD는 뭐예요?"

서연은 유독 눈에 띄는 CD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이제 CD라는 건 거의 볼 수 없는 물건이기도 했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물건처럼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그것을 본, 수아는 웃으며 말했다.

"게임 CD야."

"게임 CD?"

제목도 없는데?

"엄마랑 아빠가 가장 처음 만들었던 게임 CD. 아, 물론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도 같이 도와서 만든 거지만."

아, 이게 그 게임이었구나.

아빠, 영빈이 맨날 자랑하듯 말하는 게 있었다.

고등학교 때 만든 게임으로 큰 대회에서 수상했다고.

그 경력이 인정받아 게임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들어가게 되었다고 말이다.

술만 먹고 오면 튀어나오는 말이라, 서연도 이제는 거의 달달 외우고 있었다.

"해볼래? 라고 해도, 이젠 CD 게임을 플레이할 방법이 없네."

"그건, 그렇긴 해요."

애초에 요즘 컴퓨터에는 CD를 넣는 것도 안 들어가고.

이런 CD를 볼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콘솔 게임 정도일 것이다.

"이건?"

"아, 이건 고등학교 때……. 아빠랑 얽히게 해준 앨범이야."

"앨범? 만화 이름이 적혀있는데요?"

"그때는 수입한 만화에 한국 노래 붙여서 이렇게 앨범으로 나왔었어."

"공중파는 아니죠?"

"그렇지, 케이블 방송이었지."

그런 말을 하며 수아는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그때, 사실 엄마는 그 만화 OST를 일본 걸로만 알아서……. 아빠가 그 만화 노래가 좋다고 하길래 원곡인 줄 알았거든. 그래서 일본 노래를 들려줬는데…… 으흠. 여기까지만 하자."

근데 나중에야 영빈이 말한 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OST였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엄마는 예전에 오타쿠였지.'

하기야, 그리는 화풍만 봐도 대략 알 수 있다.

딱히 서연이에게는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리고 어른이 된 후로는, 딱히 그런 걸 보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만화 OST라.'

수아가 가리킨 곡은 어쩐지 서연도 들어본 적이 있는 제목이었다.

명곡이라 은근히 리메이크되어 시중에 풀려있는 건지도 모른다.

"엄마는 말이야, 게임을 만드는 게 꿈이었거든. 그런 의미에서 그때 꿈을 이룬 거지."

"아빠처럼 회사에는 왜 안 가셨어요?"

"그건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없잖니."

수아는 어린애처럼 웃으며 말했다.

"프로그래머로서 외주는 받고, 너희 아빠를 도와 기획 일도 도운 적 있지만……, 꿈이랑은 큰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

애초에 딸이 둘이나 되는 터라 직장을 다닐 여유도 그다지 없었다.

수아는 어린아이에게는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였다.

되도록 많이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주의.

"물론 아빠는, 조금 달랐지만."

경력을 키우고, 인지도를 올리고.

충분히 여건이 마련되면 독립해서 언제든 어린 꿈을 이루고 싶어 했다.

"전에 엄마가 물었었지."

자신을 바라보는 서연의 시선을 느끼며 수아는 말했다.

"서연이는 어렸을 적에 다른 걸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고."

"……그렇게 보였어요?"

"아무래도 배우라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으니까."

계속 서연을 지켜본다면 알 수밖에 없다.

서연이 하는 노력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그리고 관심이 어디에 가 있는지.

수아는 그것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배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지금은 배우도 진심이라고 생각해. 아마, 태양을 숨긴 달의 촬영이 끝난 후부터 그랬던 것 같아."

그랬다.

서연이 배우로서, '대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그쯤이었으니까.

"하지만,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한 건 아니지?"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서연은 좀처럼 쉽게 말하지 못했다.

정말로 포기한 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애초에 서연이는 왜 배우를 열심히 하게 된 거야?"

"……."

수아는 대답을 못 하는 서연을 바라보며 웃었다.

"분명, 그것 때문에 망설이는 거라고 생각해."

서연이, 배우를 진심으로 하게 된 이유.

대배우가, 되고자 마음먹은 계기.

"서연이는 어렸을 적부터, 일을 미뤄서 하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

반드시, 하나를 끝내야 다음 걸 이어서 하는 타입.

서연은 그런 아이였다.

"꼭 해야 하는, 서연이의 어린 꿈이."

물론, 그 끝을 내야 할 것이 '배우'는 아니었다.

아마 다른 것.

수아에겐 분명 그런 것이 서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어머니인 자신도 모르지만.


6화가 방영된 후에도, 시청률은 크게 변하진 않았다.

인기는 여전히 이 더 많았고 여전히 커뮤니티도 그쪽의 이야기만 나오는 상태.

다만, 4화가 반영된 시점부터, 에이디즈의 의자 광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화가 바로 한창 주인공인 이유주와 이민서가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담긴 내용이었으니까.

그때 공부할 때 사용한 의자가 에이디즈의 것이었다.

  • 에이디즈 의자 어떤가요? 하늘 정원 보니까 괜찮아 보이던데.

  • 이전 건 잘 모르겠는데, 애들용으로 나온 건 좋네요.

그런 이야기가 알음알음 나오는 정도.

아직 큰 이슈는 없었다.

그야 아직 이 그 정도로 화제가 된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서연 양? 오늘 피곤해요?"

"네?"

"오늘 연기가 조금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랬나?

김일수 감독의 말에 서연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오늘 촬영 끝나고 돌아가서 쉬어요. 다음 촬영부터는 좀 힘들어질 테니까."

"네."

10화 촬영이 들어가게 되면, 그때부턴 외부 촬영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때부터가 이유주가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시점이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흘러가기 시작하는 기점이니까.

'어린 꿈…….'

서연은 집으로 돌아와, 홀로 지금까지 방영된 을 처음부터 보았다.

이유주라는 인물은 굉장히 평면적이었다.

서연이 그렇게 연기한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인물이었다.

그야, 이유주의 행동 방식은 결국 아버지의 말을 흉내 낼뿐이었으니까.

아니라고 부정해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안다.

결국, 이유주는 그녀의 아버지와 동일한 말과 행동을 할 뿐인 인물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도 찾지 못한 어린애.

성숙하지 못한 아이.

그것이 이유주라는 인물.

'배우.'

어쩌면, 모든 게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유주와 주서연은 비슷한 인물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그것을 계기로 그 길을 선택했다는 점도 같다.

하지만, 분명 다르다.

이유주는 '그것밖에 없어서'였지만.

주서연은 하고 싶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럼, 왜, 배우를 먼저 해야만 한다고 여긴 걸까.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이번에 만난 아이, 한유나.

전생의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아이.

나이는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가혹한 교육을 받았던 자신과 달리, 한유나는 행복했다.

감정에도 문제가 없었고, 그저 예쁘고 귀여운 아이였다.

그것에, 서연은 딱히 안 좋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지.

다만.

덕분에 알게 된 게 있었다.

이번에 민세희 작가에게 말했던 것도 그런 갈래 중 하나.

그리고, 서연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어린 꿈을 이루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배우란, 유일한 소통 창구.'

어쩌면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다.

유명한 배우가 되고.

누구나 알 법한 대배우가 된다면, 전생의 부모가 자신을 보게 될 테니.

그러니까…….

"조금, 이유주의 연기를 실수했네."

몇 번이고 드라마를 돌려본 서연은 깨달았다.

그동안 서연은 이유주를 연기하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오늘에서야, 그것을 깨달은 느낌이었다.

이유주는 어떤 의미에선, 분명 자신을 닮은 인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