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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민화 PD는 이번 드라마에 정말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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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집계될 시청률은, 단순히 드라마의 성공 여부만이 아닌 KMB 드라마국 간의 싸움에 큰 분기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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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번 예고편이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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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먹힐까요? 아무래도 로맨스가 없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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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원의 말에 이민화가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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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직원도 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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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재밌게 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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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상당히 도전적인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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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물을 표방했던 드림퓨처도 로맨스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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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웃음벨 적인 면모가 많기는 했지만, 로맨스 요소는 제대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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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작중 ost가 굉장히 좋아서 스토리에 비해 상업적으론 굉장히 성공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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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늘 정원은 로맨스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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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물적인 측면에서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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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불안해지면, 기존의 것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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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에는 있고. 여기에는 없다면 아무래도 불안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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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방송국 PD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대략적인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머리에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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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은 사실상 그에 정면으로 위반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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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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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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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청춘물이라고 하기도 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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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여러모로 복잡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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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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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성을 내려던 이민화는 한 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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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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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안감은 이번 예고편이 나가면 해소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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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민화의 말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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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이 잘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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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솔직히 잘 나왔다고 해도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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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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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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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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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배우라면, 적어도 연기에서 실패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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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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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잘 뽑았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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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도 연기력이고, 최근 서연이 가진 화제성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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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배 배우 중에선 족히 머리가 불쑥 튀어나온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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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서희랑 비슷하게 거론될 정도이니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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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주연만큼은, 백 PD 드라마에 꿇리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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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죠. 적어도 지금 시기엔. 그래도 그쪽은 기본적으로 이름값이 있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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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비교될 백태수 PD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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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여러모로 총력을 기울인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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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예상안에서 드라마에 들어갈 비용은 의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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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을 백 PD가 자신의 인맥을 백분 활용하여 그 절반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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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비용만 비교하자면 과 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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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그들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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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체급만 비교하면 상대 쪽이 아무래도 조금 우위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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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도 그 예능 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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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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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 옆집에서 나온 거 있잖아요. 주서연 배우님 나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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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자, 한 직원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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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서 방영된 예능이라고 한다면, 여기에서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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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 자신들의 드라마에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가 출연한 예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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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봤죠.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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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배우님 어머님 맞죠?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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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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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젊다. 아니, 나이가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젊어보이신데? 제 와이프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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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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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리가 자리라 그 대화는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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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짤막하게 분위기를 환기하는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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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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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듣던, 이민화 PD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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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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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주서연 배우, 어머님이 화제가 되었다면서요. 저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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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피디님도 보셨구나. 아무래도 이슈가 상당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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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번에 홍보에 인터뷰로 잠시 끼워 넣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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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주서연 배우 어머님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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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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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다루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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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현재 이슈가 된 것을 떠나, 배우들 부모의 인터뷰를 담는 건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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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길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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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작은 인터뷰 정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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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다른 젊은 배우들의 어머님에게도 연락을 넣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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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홍보 영상에 짤막하게 들어갈 만한 히스토리 정도면 좋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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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배우님께는 제가 직접 연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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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PD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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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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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PD님이 드라마에서 인터뷰 괜찮으시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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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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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광고를 전부 거절했던 수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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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건 거절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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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드라마 홍보나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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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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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서연의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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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엄마가 인터뷰하면 또 이미지 이상해지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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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수아가 최근 이슈가 된 것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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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홍보에 나온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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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은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다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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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실제 배우들의 부모들이 나와 홍보하면 느낌 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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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번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 배우 2세도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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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좋아요! 컷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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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감독의 외침에 서연은 겨우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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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뤄두었던 에이디즈의 광고 촬영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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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먼 곳에서 후다닥 뛰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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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디즈 광고 기획실 대리라는 김 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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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팀장이 오려고 했지만, 하필 최근 이슈로 스케줄이 꼬였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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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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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 이유를 대략 들어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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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챌린지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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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게 그런 식으로 이슈가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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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그래서 헬스장 갔을 때도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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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찰 예능 분량을 뽑기 위해 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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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필 그 시점에 주서연 챌린지가 한창이어서 다들 서연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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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딱히 근력은 운동은 하지 않았고, 그저 유연성이나 서연 나름대로 이미지 관리에 적절한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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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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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연 씨 몸이 안 좋나? 판이 많이 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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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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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트레이너분들부터 매니저까지 나와 서연을 힐끗힐끗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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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중에는 헬스장에 자주 나타나는 남배우, 정현우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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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에게 늘 이것저것 묻는 경우가 많았던 그는, 이번에 호기롭게 이렇게 외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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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서연 배우와 함께 주서연 챌린지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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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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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말과 함께 주르륵 끌려나온 에이디즈 의자를 보고 서연은 기절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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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헬스장에 에이디즈 의자가 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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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아무래도 촬영팀이 미리 가져다 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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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촬영인 것을 안 정현우는 서연을 의자에 앉힌 후, 힘차게 의자를 들려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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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과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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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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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웃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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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별개로 그게 나가면 또 이상한 이미지가 붙는 건 아닌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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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서연도 이젠 그런 요소에선 그냥 포기한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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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괴상한 창 든 고릴라보단 그편이 낫지, 라는 느낌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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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지적으로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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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그럼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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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는 그리 말하며 서연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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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그림이 썩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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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자를 드는 장면을 넣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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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적인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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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핫,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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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김 대리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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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광고는 평범하게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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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론 이번 이슈가 된 '주서연 챌린지'를 광고에 삽입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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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광고 기획실 팀장인 곽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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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의자 회사죠.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밈을 광고에 쓰는 건 좋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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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강경하게 거부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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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러니 에서 나오는 서연의 이미지 쪽을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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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반발하는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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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성공이 보이는데, 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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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서연 챌린지로 이슈인데, 이걸 활용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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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직원들, 그리고 이사 중의 한 명도 그런 식으로 압박을 넣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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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우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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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사까지 나선 이상 곽현우 만으론 모든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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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른 이사까지 나서서 중재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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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곽 팀장 말이 맞다고 봐. 우리가 의자 회사지. 운동 기구 회사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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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넘어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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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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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길 두고, 왜 굳이 도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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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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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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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제로 광고는 상당히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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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주'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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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에서 맡은 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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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서연도 솔직히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은 있었지만, 이유주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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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거부한다. 라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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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타인을 경멸하고 혐오하는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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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광고에선 그런 이미지를 나타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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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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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지하게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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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강렬함은 너무나 선명히 김 대리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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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옆에서 봤는데, 진짜 엄청나게 잘 나왔으니까요. 아마, 저희 광고 중 제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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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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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르게 웃는 서연의 모습에, 김 대리는 진심으로 이번 광고의 효과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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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정원이 방영이 시작된 후, 날짜를 맞춰서 광고가 나간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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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2화가 될지, 아니면 3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그런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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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팀장님의 말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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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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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라면 분명 '주서연 챌린지'를 백분 활용한 광고를 내보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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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연 배우가 최근 보여준 모습을 보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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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적인 모습, 진지한 모습으로 나와도 최근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만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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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런 진지한 분위기가 웃음을 살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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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연예인이 가지는 이미지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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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져올 새로운 서연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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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광고에서 부디 잘 먹히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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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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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화가 방영되기 하루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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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오랜만에 휴식 시간을 가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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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빴던 일들도 대체로 정리되었으니, 이제 조금 쉬어볼까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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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이야. 혹시 ……버튜버 방송 본 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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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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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지연의 말에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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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거짓말을 해봐야, 내일 방송이나 3화에서 언급될 게 분명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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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지연은 그런 서연의 반응을 대략 짐작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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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서연은 참을성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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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충동적이었는데, 아마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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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게 중학생 때에 비하면 덜하다는 게 다행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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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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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본인도 나름 흑역사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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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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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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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아가씨 오디션. 합격했다고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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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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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곳이 카페라는 사실을 깨닫고 슬그머니 앉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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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주서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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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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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확실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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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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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조금 민망해져서, 지연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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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전화로 이야기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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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만나서 하면 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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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하고 코웃음 치는 지연의 모습은 심히 일진 같아서, 서연은 '얘가 왜 이렇게 친구가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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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문제가 있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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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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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희에게 못 들었어? 하긴, 너에게는 굳이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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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안 좋은 인상을 줘서, 만약 네가 출연을 고사하면 좋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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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지연은 오디션까지 붙은 상태였고, 이번 배역이 얼마나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지 알기에 말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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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연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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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한 번 자신이 출연하기로 마음을 정한 것에선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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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이 좀 꼬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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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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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경성 아가씨에서, 네 배역의 아래에 하인이 하나 있어. 너희 집안을 관리해 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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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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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연식이 있는 배우였고, 그 배우가 사실상 이번 영화의 흑막이자 악역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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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중요한 배우였기에, 백민 감독도 굉장히 신중히 배우를 고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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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필 그 배우가 못 하겠다고 했다네. 정확히는, 다른 영화를 찍기로 했다고 하면서 나간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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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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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아직 촬영도 안 들어갔으니까, 적당히 조금 위약금이나 물어주고 나왔겠지. 그마저도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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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은 정확히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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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요한 건 배역이 비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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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해당 배우를 찾기 전까진 아무래도 촬영은 들어갈 수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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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 감독의 영화이니, 금방 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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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게 상당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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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상업적인 면모가 약하고, 계약금이 적으니, 덩치가 큰 배우들은 '정말 출연하고 싶다!'라는 것이 아니면 잘 오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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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빈 배역은 하필 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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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적은 돈으로 오고 싶어 하는 대형 배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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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안 되고, 단순히 작품성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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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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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찾으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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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게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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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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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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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배우 하나 추천해도 되는지 조서희에게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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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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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최근 조서희에게 삐져 있는 상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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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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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 합격 여부도 말 안 해주고, 라미엘과 그런 연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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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치졸한 이유로 서연은 조서희에게 최근 삐진 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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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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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내가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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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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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악역, 악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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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어느 정도 체급도 있고, 백민 감독도 좋아할 만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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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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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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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아는 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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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서연 양. 오랜만이네. 함께 낚시하자고? 아, 낚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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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활동해 온 원로 배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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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기력만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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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해외 진출에서 지독한 쓴맛을 보고 돌아온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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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만을 출연하며, 가끔 서연과 연락을 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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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상수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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