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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종영된 지도 이제 두 달에 접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 뜬금없는 팬 미팅에 대해 서연은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이번 팬 미팅에는 단순히 팬들만이 아니라, 일본 방송국에서 오는 이들도 있다던가.
'해외사에서 국내 팬 미팅을 요청했을 리는 없고.'
가 최근 일본으로 판권이 팔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더불어, 한국산 가 일본에서 방영된다고 하니 그에 확인차 오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 기대하지 마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정갈하게 정장을 입은 박정우가 이쪽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그의 곁에는 어째선지 마연우가 있었는데, 이렇게나 안 어울리는 조합도 없었다.
'눈에는 잘 띄네.'
아무튼 둘이 함께 서 있으면, 주변에 걸어 다니던 여성 스태프들의 발이 한 번씩 멈추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대배우급의 젊은 신성과, 국내 탑 아이돌인 저스트엑스의 멤버.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면 이상한 조합이었다.
그건 그렇고.
"딱히 기대 안 했어요."
서연은 담담히 답했다.
무적의 무표정과 완벽에 가까운 감정 컨트롤은 서연의 마음을 완벽히 숨길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박정우는 픽 웃었다.
"기대하잖아. 일본에서 방영되는 거."
"……."
아니, 어떻게 알았지.
서연은 슬쩍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사실, 그렇다.
서연은 내심 기대하고 있긴 했다.
일본 방송이면, 일본 버튜버들도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
누가 방송 중계 안 해주나?
그걸로 보면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들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보진 않아도, 유명해지면 짤로 간단하게 리뷰 해줄지도 모른다.
는 여러모로 색깔이 강했으니까.
'흐음.'
박정우는 그런 서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던 모양.
'자세히 보면 티가 많이 난단 말이지.'
분명 얼굴만 보면 그 기분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행동을 관찰하면 손쉽게 알 수 있는 게 많았다.
묘하게 가벼운 발걸음이나.
움찔거리며 들썩이는 몸이나.
뭣보다 눈에 생기가 돌았다.
여러모로 서연의 눈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니까.
가끔 붉게 반짝반짝 빛날 때는 무서운 느낌도 있지만.
참고로 어렸을 때는 꿈에도 나왔다.
주로 공포적인 의미로.
"그럼 슬슬 준비하실게요."
스태프의 외침과 함께, 오늘 팬 미팅을 위해 온 연예인들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동했다.
오늘 팬 미팅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할 예정.
그만큼 넓고, 객석도 많아 모여드는 사람의 수도 상당했다.
'생각보다 본격적이네.'
사실, 서연은 팬 미팅은 처음인 탓에, 확실히 들뜨는 게 있었다.
일본에 가 방영되어 들뜬 것보단, 오히려 이쪽이 영향이 큰 편.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했지만, 팬 미팅은 처음.
의 시사회에서 비슷한 걸 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건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서연아, 이쪽이쪽."
두리번두리번 걸어 다니며, 어디에 있어야 하나 보고 있으니 차나희가 손짓하며 서연을 불렀다.
그녀는 이런 일이 익숙한지 굉장히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아이돌은 아이돌.
배우보다 팬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히 프로인 느낌이 강했다.
"무슨 마법을 벌인 거니?"
"네?"
"요즘 애들이 잠잠해서."
차나희는 간만에 만난 서연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여름소녀'는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 그룹.
이번 ost만 해도 차나희가 참여하는 드라마라는 것으로 불퉁한 기색이 가득했다.
지금은 어떤가 하면, 아주 열심히.
거기에 성실하게 작업을 끝마친 것이다.
어떠한 불협화음도 없이, 아주 성실하게.
"그냥, 열심히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으런가?"
차나희는 긴가민가한 느낌이 강했다.
그나마 멤버 중에 말이 통하는 소은에게 물어보니.
"마법을 보여줬어."
"?"
"마법사도 만났고."
"????"
소은은 라빈 외의 멤버들과 자주 대화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었지만, 적어도 거짓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서연이 정말 마법을 부렸고, 마법사를 만났게 해줬다는 건가?
'아니, 아니. 말도 안 되지.'
그렇게 부정하면서도 묘하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 서연의 캐릭터성을 이상하게 활용한 탓에 거의 날아다니긴 했지만.
'서연이는 조금 건강할 뿐인데.'
망아지 같은 서연이라도 나희는 그저 귀엽게만 보는 편이다.
그러니 어지간한 음해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잘 모르겠어요."
덕분에 서연은 그런 차나희의 시선에 움찔했지만, 태연히 대답했다.
"저는 친해지고 싶어서 마술을 보여준 게 전부거든요."
"마술? 서연이 마술도 할 줄 알아?"
"네."
"진짜? 그럼, 나중에 나도 보여주라."
해맑게 묻는 차나희의 말에 서연은 움찔했다.
"주, 준비가 좀 많이 필요해서."
"그래? 그럼 알겠어."
대체 어떤 마술이기에 준비가 필요한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서연은 당분간 동전 접기를 할 수 없었다.
하필, 수아에게 걸린 탓이었다.
"서연아, 동전은 접는 게 아니에요."
"……."
저도 알아요, 라고 대답하기엔 어머니에게 걸린 서연의 뽁뽁이 가방이 문제였다.
와르르, 쏟아지는 반쯤 접힌 동전을 보고 있자면, 수아조차 기가 막힌 얼굴.
"심리적으로 좀 불안하니??"
"……그, 그냥 손맛이 좋아서."
"화폐는 훼손하면 안 돼. 다시 펴서 저금통에 넣어두렴."
드물게 엄한 수아의 말에 서연은 시무룩 해져서 하나씩 동전을 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빠에겐 들키지 않은 거였다.
이게 걸렸으면 족히 몇 년은 놀려 먹었을 테니.
아무튼 그때의 일을 회상했던 서연은 이내 차나희를 보며 말했다.
''다른 거 구하면 보여줄게요."
"다른 거?"
차나희는 그런 서연의 말이 의아했다.
도구가 필요한 마술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어느덧 팬 미팅 준비가 끝났는지 스태프들이 서연을 비롯한 스타들을 불렀다.
오늘 팬 미팅에 온 의 배우들이 줄지어 서며.
천천히 준비된 장소로 향했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드림 퓨처의 주인공들입니다!!"
사회자로 보이는 남자가 큰 소리로 외치자, 격렬한 박수와 함성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정우 오빠!!!"
"마연우의 복근이 보고 싶어요!!!"
"나희야, 오빠가 격하게 사랑한다!!"
가장 인지도 있는 셋의 이름이 가장 많이 불려 나왔으며.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관중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서연이었다.
"서연 공주님 너무 예뻐!!!"
"붉은 빛깔 주서연!!!"
"서연아 UFC 데뷔는 언제냐!!!"
아무튼 그런 관중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서연은 순간순간 움찔했다.
'……이미지, 꼭 바꿔 놔야지.'
붉은 빛깔은 뭔데, 무섭잖아.
그리고 UFC 운운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 모양.
왜냐하면 그걸 외친 남성의 주변에는 근육질의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들고 있는 플랜 카드는 '서울 이종격투회일동' 이라고 쓰여 있으니 분명 사실이겠지.
"서연아!!!! 이종격투기 재밌어!!!!!!"
'안 할 거야.'
심통이 난 서연이 그쪽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다행히 인터넷 밈만큼 격렬한 호칭은 없었다.
자칫 정말 고릴라 플랜카드라도 들고 왔으면 달려가서 찢어발겼을 텐데, 그럴 일은 없어서 다행.
아무튼 다른 이들은 말랑말랑한 팬이 많은데, 서연의 팬들은 뭔가 인상이 강했다.
이유가 뭘까.
나는 이렇게 예쁘건만…….
'아.'
그리고 반가운 얼굴도 한 명.
익숙한 옷을 입은, 여성이 하나 서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서연에게 자주 좋은 기사를 써주는 기자이자, 1호 팬인 한선아.
그녀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며, 그렇게 시작된 팬 미팅.
"아, 그 장면에선 이런 느낌이었군요? 주서연 배우가 사실상 도발했다는 그런 느낌?"
"네, 비슷하죠."
"아니에요."
내용은 비교적 무난했다.
사회자가 배우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촬영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배우마다 하나하나 적절히 비중을 주며, 인터뷰해서 팬들의 평도 좋은 것 같았다.
그렇게 대략 몇 시간.
인터뷰와 간단한 게임을 끝내고 본격적인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본래 제외할까 했지만, 아이돌들이 끼어있어 사인회도 함께 진행된 것 같았다.
"와, 줄 뭐야."
마연우는 줄지어 선 사람들의 행렬에 넋을 잃었다.
아무튼 준비된 테이블에 연예인들이 일렬로 앉자, 그 앞으로 사람이 줄지어 선 것이다.
물론 마연우는 단순히 그 팬들의 수에 놀란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박정우의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는 것.
'당연히 내가 제일 많을 줄 알았는데.'
자신이 누군가?
대세 아이돌 저스트 엑스가 아닌가.
이번 로 한층 인기도 늘었으니 당연히 1등.
그런 느낌이었지만, 박정우의 줄이 가장 길었다.
그런 마연우의 시선을 느꼈는지 박정우가 픽 웃으며 말했다.
"희소성."
"……!!"
마연우는 그제야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저스트 엑스는 이래저래 사인회를 자주 하는 통에 그렇게 사인이 희귀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정우는 배우.
일반적으로 사인회 같은 것을 할 일이 그다지 없었다.
거리에서 만나면 해주는 편이지만, 이런 건 또 다르니까.
"그리고, 나만큼 긴 줄 하나 더 있다."
그런 그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또 하나 긴 행렬이 보였다.
바로 서연의 줄.
'아니, 저렇게 인기가 많았어?'
요즘 대세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구나.
그런 느낌이 들 정도.
마연우는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차나희도 굉장히 길었다.
잘못하면 3등도 위험한 거 아냐?
이상하다, 나 인기 엄청 많은데…….
마연우는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가장 먼저 다가온 팬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줄의 길이와 별개로, 팬 하나하나가 소중한 건 분명 맞았으니까.
"사람이 많은 만큼, 사인은 간결한 게 좋아."
서연의 사인을 본 차나희가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 수가 사람 수이니, 사인이 복잡하면 딜레이도 생기고 손도 상당히 아파진다.
"네. 하지만 괜찮아요."
그리 답했지만, 서연은 의욕이 충만했다.
한선아에게 해준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신의 사인을 대중에게 보일 첫 기회!!
집에서 혼자 열심히 연습했던 사인을 이제야 보일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친구! 들에게 해주려고 이리저리 팬을 들고 다녀도,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으니까.
어쩐지 그러고 있으면 학교 친구들이 묘하게 움찔거리며.
'저 펜으로 뭐 하려는 거지?'
라는 눈을 보내왔기에, 조용히 애착 필통으로 펜을 넣어둘 수밖에 없었지만.
'와, 빨라.'
차나희는 열심히 사인하다 힐끗, 서연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먼저 서연의 사인은 굉장히 귀여웠다.
이게 참 공들인 티가 나는 사인.
그래서 여럿을 해주면 금방 지칠 것이라 생각했지만.
'프린터 같네.'
손이 스스스슥! 하고 움직이면 단번에 사인이 만들어졌다.
뭐, 사인이 보통 그런 느낌이지만 말했듯 서연의 사인은 상당히 화려한 것이다.
그게 사사삭 생겨나면 이래저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 보통 연습한 게 아닌데?
심지어 팔도 아프지 않은지, 벌써 상당한 숫자를 사인했으면서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청량한 기분이 차나희에게 전달될 정도.
덕분에 조금 지쳐가던 차나희도 서연의 기운을 받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응?'
그렇게 한창 사인이 진행되던 중.
차나희의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서연의 앞에 온 모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을까 싶은 귀여운 여자아이.
인파 속에 계속 서 있어서 지친 얼굴이었지만, 서연을 본 게 기분이 좋았는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딸이 정말 팬이에요. 저도 드라마 재밌게 봤고요."
목소리 톤은 굉장히 정갈했다.
선생님인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실제로 분위기도 그 목소리만큼이나 정갈했다.
차나희가 그 둘의 등장에 시선을 준 건, 단순히 그런 귀여운 소녀나 정갈한 외모의 여성 때문만은 아녔다.
서연의 반응이었다.
쉴 새 없이 펜을 움직이던 서연의 손이 우뚝 멈췄다.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자세히 보면 눈동자의 색도 붉은빛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따님이 정말 귀엽네요!"
"헤헤."
소녀는 밝게 웃었고, 서연도 드물게 웃으며 그녀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다른 팬들은 서연과 악수라도 한 번 해보려 했지만, 두 팬은 그런 게 없었다.
"배우 언니 귀찮게 하면 안 돼."
"하지만~!"
"괜찮아요."
서연은 소녀의 손을 잡고 생긋 웃었다.
"엄마 속 썩이면 안 돼요?"
"네!"
그런 서연의 행동에 어머니 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물러났다.
그런 둘을 향해 서연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 후로 사인회도 별다른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서연도 특별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평범하게 인사했고, 웃으며 헤어졌다.
적어도 차나희가 보기엔 그러했다.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으음."
그렇게 헤어진 서연은, 잠시 고민에 빠진 채 서 있었다.
바로 자판기의 앞.
돌아가기 전 차가운 음료라도 뽑으려 했으나.
'동전이 없다.'
전부 압수당한 탓에, 남은 동전이 없었다.
보통 요즘엔 카드 자판기가 많던데, 왜 카드가 안 되는 거람.
"자."
그때, 언제 왔는지 박정우가 차가운 캔 커피를 내밀었다.
"……여기에 왜 있어요?"
"아니, 관계자들이 지나가는 곳이니 당연히 있는 거 아니냐?"
네가 제일 먼저 갔으니 모를 만도 하지.
박정우는 그렇게 말한 탓에 서연은 조금 무안해졌다.
하기야 일반인들이 오지 않는 장소이니, 자판기도 구식인 거겠지.
"흠."
박정우는 그런 서연의 얼굴을 팔짱을 낀 채, 잠시 바라보다.
"뭐, 됐나."
그렇게 말하곤 등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갔다.
매니저는 또 어디 두고 왔는지 홀로 멋지게 걸어가는 것이다.
'……티가 났나?'
서연은 얼굴을 쓸었다.
잠깐 조금 심란했던 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박정우가 준 커피도 이 자판기에서 뽑은 게 아니니, 미리 서연에게 주려고 뽑아온 거겠지.
그러니 매니저도 없이 홀로 온 게 분명했다.
'나희 언니도 계속 신경 쓰던데.'
사실, 서연은 별생각은 없었다.
그냥 조금 놀랐을 뿐.
애초에 대화도 그리 오래 하지 않았으니까.
길게 대화했으면 모르겠지만.
"으음."
다만, 이렇게 만나게 되니 생각나는 것도 하나 있었다.
사실 전부터 쭉 생각하던 것이었지만, 오늘 일로 재차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민세희 작가님에게 말해봐야겠다.'
서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홀로 캔 커피를 홀짝였다.
차가운 음료 덕에 조금 심란했던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