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63 lines
14 KiB
Markdown
463 lines
14 KiB
Markdown
|
||
“임승철 역의 김대헌입니다.”
|
||
|
||
는 범인을 쫓는 두 경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
||
|
||
임승철은 작중 주인공이자, 강력반 형사인 인물.
|
||
|
||
본래 격투기를 배워, 범인과와의 싸움도 불사하는 열혈 형사다.
|
||
|
||
그리고 그런 캐릭터 설정을 반영하듯, 김대헌 배우는 인상적인 외모를 지닌 배우였다.
|
||
|
||
각진 턱, 두터운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
|
||
|
||
덩치도 180cm가 넘는 신장으로, 정면에서 마주치면 상당히 압박감을 주는 외모였다.
|
||
|
||
“이야, 범인 역은 자주 맡아봤어도 형사 역은 또 처음이네요.”
|
||
|
||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
||
|
||
그는 주로 사극에서 장군 역을 도맡아하는 배우였으나, 현대극에선 대부분 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
||
|
||
형사 역은 처음, 하지만 그 말에 걱정하는 배우는 이곳에 없었다.
|
||
|
||
그의 연기실력은 연기판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으니까.
|
||
|
||
“피해자 한예화 역의 정시현입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
||
|
||
청순한 외모의 여성이 허리를 숙이며, 커다란 테이블에 앉은 배우들에게 인사했다.
|
||
|
||
정시현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이였다.
|
||
|
||
이미지도 좋고, 최근 인지도도 높은 인물.
|
||
|
||
사실 말이 피해자 역이지, 주인공이 구해야 할 메인 히로인에 가까운 배역이었다.
|
||
|
||
그리고.
|
||
|
||
“…….”
|
||
|
||
모두의 시선이 한 명의 소녀에게 쏠렸다.
|
||
|
||
이중에 가장 어린 열일곱의 여배우, 주서연.
|
||
|
||
‘연화공주지?’
|
||
|
||
‘이번에 TV에 나왔었죠.’
|
||
|
||
주서연의 등장은, 사실 서프라이즈에 가까웠다.
|
||
|
||
오늘 서로 인사하는 이 자리에 와서야 처음보는 얼굴.
|
||
|
||
그동안 감독인 배진환이 영화의 메인 악역.
|
||
|
||
‘차서아’ 역의 배우를 찾는데 고민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
||
|
||
그래서 여러 배우를 수소문하여 겨우 구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
||
|
||
‘설마 주서연이었을 줄은.’
|
||
|
||
주서연.
|
||
|
||
10년 전 돌연 잠적해버린 아역.
|
||
|
||
사실 아역들은 돌연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
||
|
||
사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
|
||
|
||
서연이 특이한 건, 한창 인기있을 때 잠적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
||
|
||
“차서아 역의 주서연입니다.”
|
||
|
||
차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
|
||
전체적으로 무표정한 인상에 어여쁜 얼굴.
|
||
|
||
차서아라는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비주얼이었다.
|
||
|
||
하지만.
|
||
|
||
‘연화공주라는 이미지가 쎄게 박혀서.’
|
||
|
||
‘듣기로는 이번 의 연기가 감독님의 마음을 딱 자극했다고.’
|
||
|
||
스태프들은 작은 목소리로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
||
|
||
연극을 보지 않은 이들은 배진환의 인선에 의아함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
||
|
||
가장 최근 주서연을 본 것은 에서 준 인상 깊은 모습.
|
||
|
||
성장한 윤서일, 박정우와 함께 기적 같은 10년만의 재회였다.
|
||
|
||
다들 감동하고, 눈물 짓게 만들던 연화공주가…… 악역을?
|
||
|
||
“이거, 주서연 배우님이 차서아 역이라니 정말 놀랐습니다.”
|
||
|
||
그런 말을 한 것은 이번 두 형사 중 하나인 서광일 역의 박희준이었다.
|
||
|
||
덩치가 있고 흔히 말하는 ‘열혈’ 캐릭터에 가까운 임승철 역의 김대헌과 달리 박희준은 전체적으로 냉철한 인상이었다.
|
||
|
||
작중 서광일 역도 주로 열혈 형사 임승철의 고삐를 틀어쥐는 역할인 만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으나.
|
||
|
||
“이번 차서아 역은 이번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인 만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
훈훈한 덕담.
|
||
|
||
그렇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으나.
|
||
|
||
‘말에 뼈가 있네요.’
|
||
|
||
‘아무래도 주서연 배우가 좀 미심쩍은 모양입니다.’
|
||
|
||
실제로 박희준은 서연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
이번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서광일’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던가.
|
||
|
||
인생배역.
|
||
|
||
마치 그런 느낌이 들었다.
|
||
|
||
거기에 GH 그룹에서 투자한 영화인 만큼 크게 히트할 확률도 높을 터.
|
||
|
||
사실상 그는 이번 영화에 모든 걸 걸었기에, 그만큼 서연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
|
||
솔직히.
|
||
|
||
‘배진환 감독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차서아 역을 주서연 배우가 한 건…….’
|
||
|
||
적대감, 까지는 아니다.
|
||
|
||
하지만 불안감이 강했다.
|
||
|
||
분명 주서연은 연기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
||
|
||
하지만 그것은 10년 전이고, 예능으로 보여준 건 어디까지나 단편극.
|
||
|
||
그리고 연극의 무대 위.
|
||
|
||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다.
|
||
|
||
실질적으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첫 기회는 이번 영화.
|
||
|
||
그러니 불안감을 품은 건, 분명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
||
|
||
그때.
|
||
|
||
“오늘 대본 리딩까지 진행해보죠.”
|
||
|
||
배진환 감독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
||
|
||
그 말에 조금 술렁이는 장내가 있었다.
|
||
|
||
첫 인사에서 대본리딩까지 가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
||
|
||
솔직히 이런 불안감이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해소 시켜주는 게 중요했다.
|
||
|
||
‘과연.’
|
||
|
||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한 제작 프로듀서, 차동진은 그런 배진환의 의도를 읽었다.
|
||
|
||
그는 이미 연극에서 서연의 연기를 보았다.
|
||
|
||
그러니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
||
|
||
이 젊은 배우.
|
||
|
||
주서연은 분명 진짜라고.
|
||
|
||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다를 것이다.
|
||
|
||
그들에게 주서연은 10년만에 복귀한 아역일 뿐이니.
|
||
|
||
“씬 넘버 24로 하죠.”
|
||
|
||
“예? 그건…….”
|
||
|
||
임승철 역의 김대헌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
||
|
||
S# 24.
|
||
|
||
그건 딱히 차서아가 악역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파트는 아니었다.
|
||
|
||
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차서아와 두 형사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파트.
|
||
|
||
살인마를 쫓고 있던 두 형사는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버스 정류장에서 차서아를 만나게 된다.
|
||
|
||
그때 임승철은 차서아를 보고 묘한 느낌이 들어 말을 걸게 되고, 조금의 대화 끝에 차서아가 버스를 타고 떠나며 마무리 되는 씬이다.
|
||
|
||
그냥 그런 단순한 장면.
|
||
|
||
“……알겠습니다.”
|
||
|
||
여기서 뭘 보여줄 수 있나.
|
||
|
||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감독의 말이었으니 배우들은 수긍하며 대본을 들었다.
|
||
|
||
씬 넘버 24.
|
||
|
||
배경은 버스 정류장.
|
||
|
||
배우들이 앉아 서로를 마주했던 테이블은, 작은 버스 정류장으로 변한다.
|
||
|
||
김대헌이, 그리고 박희준이 대본을 손에 들고 주서연을 마주했을 때.
|
||
|
||
그리고.
|
||
|
||
「이봐요, 아가씨.」
|
||
|
||
두꺼운 눈썹이 찌푸려지며 김대헌이, 아니 ‘임승철 형사’가 말한다.
|
||
|
||
「오늘 뉴스 못 봤어요? 여기 혼자 다니면 위험해! 살인마가 있다니까?」
|
||
|
||
「어휴, 선배. 괜히 겁주지 마십쇼. 뭔 사람들만 보면 다 저래?」
|
||
|
||
임승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
||
|
||
벌써 그의 관할 내에 살인이 세 건이나 일어났기 때문이다.
|
||
|
||
피해자는 남자 여자의 구분이 없었다.
|
||
|
||
그래서 범인을 특정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
||
|
||
덩치가 있는 남성을 죽인 걸보면 남자 쪽이 더 유력할 뿐.
|
||
|
||
「야, 하지만 범인이 어디서 갑자기 딱! 나타날 줄 모르는데 주의는 줘야할 거 아니냐?」
|
||
|
||
「그게 뭔 주의입니까, 걍 꼬장이지.」
|
||
|
||
둘은 그런 말을 하며 가만히 여성을 본다.
|
||
|
||
그 여성은 버스 정류장에 가만히 서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
묘한 분위기.
|
||
|
||
그래, 저 분위기다.
|
||
|
||
본래라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임승철이었으나, 저 묘한 분위기가 그의 발을 붙들었다.
|
||
|
||
나이는 이제 스물? 혹은 십 대 후반인가?
|
||
|
||
성인 남성을 살해 했다고는 볼 수 없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다.
|
||
|
||
그런데, 묘하게 그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
||
|
||
그리고 그때.
|
||
|
||
여성이 웃었다.
|
||
|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할게요.」
|
||
|
||
별 거 아닌 말이었다.
|
||
|
||
평범한 대사.
|
||
|
||
그런데, 뭔가.
|
||
|
||
뭔가 이상했다.
|
||
|
||
‘뭐야.’
|
||
|
||
가장 먼저 그 이상을 느낀 건 김대헌 배우였다.
|
||
|
||
서연이 연기한 차서아의 미소.
|
||
|
||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미소였다.
|
||
|
||
연기.
|
||
|
||
그것을 확연히 할 수 있는 미소이나, 뭔가 달랐다.
|
||
|
||
‘연기를, 연기하는 건가?’
|
||
|
||
그래, 마치 그런 느낌.
|
||
|
||
웃고 있지만, 웃는 걸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
||
|
||
흔히 말하는 ‘어색한 연기’가 이렇다.
|
||
|
||
하지만 그것과는 또 뭔가 틀이 달랐다.
|
||
|
||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다.
|
||
|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불쾌감이 느껴졌다.
|
||
|
||
‘사람은.’
|
||
|
||
서연은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웃음을 지웠다.
|
||
|
||
‘인간과 거의 흡사한 무언가를 볼 때 불쾌감을 느낀다.’
|
||
|
||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이 있다.
|
||
|
||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인형. 혹은 그림을 볼 때 사람이 느끼는 감정.
|
||
|
||
인간과 닮았지만, 본능적으로 인간이 아니라는 걸 느낄 때 받는 감정이다.
|
||
|
||
「언제나 수고가 많으세요. 혹시 위험해지면 꼭 연락할게요.」
|
||
|
||
특별할 것없이 가벼운 말이다.
|
||
|
||
입가에 짓고 있는 미소, 휘어진 눈매.
|
||
|
||
그것만 보자면 상냥하게 경찰들에게 이야기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
||
|
||
그러나, 그녀를 눈앞에서 본다면 차마 상냥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
|
||
‘차서아는, 나랑 같지만 나랑 달라.’
|
||
|
||
전생의 자신은 사랑받았다.
|
||
|
||
아마 그렇게 생각한다.
|
||
|
||
기회가 주어졌다.
|
||
|
||
타인의 감정을 보고 학습하고, 흉내낼 시간이 주어졌다.
|
||
|
||
비록, 그 과정에서 혼나고, 체벌을 받기도 했지만.
|
||
|
||
학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
||
|
||
전생의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강요받았다.
|
||
|
||
평범하게 웃고, 우는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
||
|
||
그것은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였다고 생각한다.
|
||
|
||
하지만 차서아는,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
||
|
||
차서아의 미소는 그런 학대 속에 익힌 처세술이다.
|
||
|
||
전생의 자신이 지녔던 ‘감정모사’조차 못 되는 단순한 흉내.
|
||
|
||
‘감정모사를 최대한 옅게, 어색함의 경계선에 맞추고.’
|
||
|
||
서연은 안다.
|
||
|
||
어느 시점에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끼는지.
|
||
|
||
전생에 수없이 웃고 울며 그 모습을 보였을 때 자신에게 보이던 얼굴을 기억한다.
|
||
|
||
그 과정에서, 두려움을 본 적이 있었다.
|
||
|
||
지금 서연이 연기하는 건, 그 불쾌함의 끄트머리다.
|
||
|
||
평소의 감정모사가 95퍼센트 이상 평범한 감정을 따라한다면.
|
||
|
||
지금 서연이 하는 건 70퍼센트.
|
||
|
||
아슬아슬하게 사람이 ‘감정’으로 판별할 수 있는 수준.
|
||
|
||
그리고, 어색함을 느끼는 수치.
|
||
|
||
「그런데.」
|
||
|
||
서연은, 차서아는 재차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
|
||
「형사님들은 이 근처에 있는 경찰서에서 일하시나요?」
|
||
|
||
평범한 질문이었다.
|
||
|
||
하지만 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
||
|
||
단순한 말이 마치 스릴러의 한 장면처럼, 두 경찰관의 심장에 날아와 박혔다.
|
||
|
||
「아, 예. 그렇죠.」
|
||
|
||
「아~, 그렇구나. 그럼 전화하면 바로 오시는 거죠? 평소 얼마나 걸리세요? 바로 오실 수 있는 거죠?」
|
||
|
||
살인마의 위협을 걱정하여 묻는 건가?
|
||
|
||
라고 생각하기엔 이상한 느낌이었다.
|
||
|
||
출동에 얼마나 걸리는지, 언제 어디에 대기하고 있는지.
|
||
|
||
여성은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다.
|
||
|
||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하신지」
|
||
|
||
서광일 형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
||
|
||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을 애써 떨쳐내며.
|
||
|
||
「그야, 위험하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연약한 여성이니 언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는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
||
|
||
납득이 간다면 가는 이유였지만.
|
||
|
||
그 여성의 대사에는 어떤 ‘걱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
||
|
||
순수한 의문만이 질문에 담겨있었다.
|
||
|
||
거기에 질문의 내용과는 다른, 미소가 그 어색함을 더했다.
|
||
|
||
차분한 미소를 흉내 내었지만 나타난 감정은 밝았다.
|
||
|
||
마치, 어느 정도로 웃어야 제대로 웃는 건지 모르기에 있는 힘껏 웃은 것처럼.
|
||
|
||
「아, 버스 왔네요.」
|
||
|
||
둘이 뭐라 답하고 있지 않자, 여성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
||
|
||
「다음에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
|
||
평소라면 그 인사에 임승철 형사가 적당히 너스레를 떨었겠지만, 지금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
||
|
||
느껴졌다.
|
||
|
||
이 여성과 또 언젠가 재회할 것이라는 기분이.
|
||
|
||
그런 막연한 무언가가 느껴졌기에.
|
||
|
||
두 형사는 여성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걸 하염 없이 볼 수밖에 없었다.
|
||
|
||
그렇게 S# 24.
|
||
|
||
차서아와 두 형사의 첫 만남이 끝이 났다.
|
||
|
||
“……후우.”
|
||
|
||
누군가가 숨을 토했다.
|
||
|
||
테이블 위에 적막하게 내려앉은 긴장감이 한숨과 함께 흩어졌다.
|
||
|
||
대본 리딩.
|
||
|
||
수월한 마무리였다.
|
||
|
||
큰 감정의 고조 없이 평탄한 대사가 오고 갔을 뿐이다.
|
||
|
||
그런데.
|
||
|
||
‘뭐야.’
|
||
|
||
이 자리에 앉은 모두의 시선이 서연에게 쏠렸다.
|
||
|
||
‘연기, 맞아?’
|
||
|
||
메소드 연기.
|
||
|
||
아니, 그런 영역이 아니었다.
|
||
|
||
방금 그들이 마주한 건 진짜 ‘차서아’다.
|
||
|
||
그들은 배우, 연기를 생업으로 삼는 이들.
|
||
|
||
그러니 무엇이 연기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
||
|
||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
||
|
||
구분이, 안 됐다.
|
||
|
||
“서, 서연 씨?”
|
||
|
||
배진환조차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
|
||
서연이 잘해낼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
||
|
||
의 홍정희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
|
||
|
||
“네?”
|
||
|
||
그런 그들이 반응에, 도리어 서연이 의아해졌다.
|
||
|
||
자신을 보는 그들의 시선이, 죄다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