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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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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철 역의 김대헌입니다.”

는 범인을 쫓는 두 경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임승철은 작중 주인공이자, 강력반 형사인 인물.

본래 격투기를 배워, 범인과와의 싸움도 불사하는 열혈 형사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 설정을 반영하듯, 김대헌 배우는 인상적인 외모를 지닌 배우였다.

각진 턱, 두터운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

덩치도 180cm가 넘는 신장으로, 정면에서 마주치면 상당히 압박감을 주는 외모였다.

“이야, 범인 역은 자주 맡아봤어도 형사 역은 또 처음이네요.”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주로 사극에서 장군 역을 도맡아하는 배우였으나, 현대극에선 대부분 범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형사 역은 처음, 하지만 그 말에 걱정하는 배우는 이곳에 없었다.

그의 연기실력은 연기판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으니까.

“피해자 한예화 역의 정시현입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청순한 외모의 여성이 허리를 숙이며, 커다란 테이블에 앉은 배우들에게 인사했다.

정시현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이였다.

이미지도 좋고, 최근 인지도도 높은 인물.

사실 말이 피해자 역이지, 주인공이 구해야 할 메인 히로인에 가까운 배역이었다.

그리고.

“…….”

모두의 시선이 한 명의 소녀에게 쏠렸다.

이중에 가장 어린 열일곱의 여배우, 주서연.

‘연화공주지?

‘이번에 TV에 나왔었죠.

주서연의 등장은, 사실 서프라이즈에 가까웠다.

오늘 서로 인사하는 이 자리에 와서야 처음보는 얼굴.

그동안 감독인 배진환이 영화의 메인 악역.

‘차서아’ 역의 배우를 찾는데 고민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배우를 수소문하여 겨우 구했다는 말은 들었는데…….

‘설마 주서연이었을 줄은.

주서연.

10년 전 돌연 잠적해버린 아역.

사실 아역들은 돌연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사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

서연이 특이한 건, 한창 인기있을 때 잠적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차서아 역의 주서연입니다.”

차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전체적으로 무표정한 인상에 어여쁜 얼굴.

차서아라는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연화공주라는 이미지가 쎄게 박혀서.

‘듣기로는 이번 의 연기가 감독님의 마음을 딱 자극했다고.

스태프들은 작은 목소리로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연극을 보지 않은 이들은 배진환의 인선에 의아함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가장 최근 주서연을 본 것은 에서 준 인상 깊은 모습.

성장한 윤서일, 박정우와 함께 기적 같은 10년만의 재회였다.

다들 감동하고, 눈물 짓게 만들던 연화공주가…… 악역을?

“이거, 주서연 배우님이 차서아 역이라니 정말 놀랐습니다.”

그런 말을 한 것은 이번 두 형사 중 하나인 서광일 역의 박희준이었다.

덩치가 있고 흔히 말하는 ‘열혈’ 캐릭터에 가까운 임승철 역의 김대헌과 달리 박희준은 전체적으로 냉철한 인상이었다.

작중 서광일 역도 주로 열혈 형사 임승철의 고삐를 틀어쥐는 역할인 만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으나.

“이번 차서아 역은 이번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인 만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훈훈한 덕담.

그렇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으나.

‘말에 뼈가 있네요.

‘아무래도 주서연 배우가 좀 미심쩍은 모양입니다.

실제로 박희준은 서연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서광일’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던가.

인생배역.

마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GH 그룹에서 투자한 영화인 만큼 크게 히트할 확률도 높을 터.

사실상 그는 이번 영화에 모든 걸 걸었기에, 그만큼 서연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배진환 감독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차서아 역을 주서연 배우가 한 건…….

적대감, 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불안감이 강했다.

분명 주서연은 연기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10년 전이고, 예능으로 보여준 건 어디까지나 단편극.

그리고 연극의 무대 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첫 기회는 이번 영화.

그러니 불안감을 품은 건, 분명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그때.

“오늘 대본 리딩까지 진행해보죠.”

배진환 감독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그 말에 조금 술렁이는 장내가 있었다.

첫 인사에서 대본리딩까지 가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솔직히 이런 불안감이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해소 시켜주는 게 중요했다.

‘과연.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한 제작 프로듀서, 차동진은 그런 배진환의 의도를 읽었다.

그는 이미 연극에서 서연의 연기를 보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이 젊은 배우.

주서연은 분명 진짜라고.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 주서연은 10년만에 복귀한 아역일 뿐이니.

“씬 넘버 24로 하죠.”

“예? 그건…….”

임승철 역의 김대헌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S# 24.

그건 딱히 차서아가 악역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파트는 아니었다.

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차서아와 두 형사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파트.

살인마를 쫓고 있던 두 형사는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버스 정류장에서 차서아를 만나게 된다.

그때 임승철은 차서아를 보고 묘한 느낌이 들어 말을 걸게 되고, 조금의 대화 끝에 차서아가 버스를 타고 떠나며 마무리 되는 씬이다.

그냥 그런 단순한 장면.

“……알겠습니다.”

여기서 뭘 보여줄 수 있나.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감독의 말이었으니 배우들은 수긍하며 대본을 들었다.

씬 넘버 24.

배경은 버스 정류장.

배우들이 앉아 서로를 마주했던 테이블은, 작은 버스 정류장으로 변한다.

김대헌이, 그리고 박희준이 대본을 손에 들고 주서연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이봐요, 아가씨.」

두꺼운 눈썹이 찌푸려지며 김대헌이, 아니 ‘임승철 형사’가 말한다.

「오늘 뉴스 못 봤어요? 여기 혼자 다니면 위험해! 살인마가 있다니까?」

「어휴, 선배. 괜히 겁주지 마십쇼. 뭔 사람들만 보면 다 저래?」

임승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벌써 그의 관할 내에 살인이 세 건이나 일어났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남자 여자의 구분이 없었다.

그래서 범인을 특정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덩치가 있는 남성을 죽인 걸보면 남자 쪽이 더 유력할 뿐.

「야, 하지만 범인이 어디서 갑자기 딱! 나타날 줄 모르는데 주의는 줘야할 거 아니냐?」

「그게 뭔 주의입니까, 걍 꼬장이지.」

둘은 그런 말을 하며 가만히 여성을 본다.

그 여성은 버스 정류장에 가만히 서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묘한 분위기.

그래, 저 분위기다.

본래라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임승철이었으나, 저 묘한 분위기가 그의 발을 붙들었다.

나이는 이제 스물? 혹은 십 대 후반인가?

성인 남성을 살해 했다고는 볼 수 없는 작은 체구의 여성이다.

그런데, 묘하게 그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그때.

여성이 웃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할게요.」

별 거 아닌 말이었다.

평범한 대사.

그런데, 뭔가.

뭔가 이상했다.

‘뭐야.

가장 먼저 그 이상을 느낀 건 김대헌 배우였다.

서연이 연기한 차서아의 미소.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미소였다.

연기.

그것을 확연히 할 수 있는 미소이나, 뭔가 달랐다.

‘연기를, 연기하는 건가?

그래, 마치 그런 느낌.

웃고 있지만, 웃는 걸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어색한 연기’가 이렇다.

하지만 그것과는 또 뭔가 틀이 달랐다.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불쾌감이 느껴졌다.

‘사람은.

서연은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웃음을 지웠다.

‘인간과 거의 흡사한 무언가를 볼 때 불쾌감을 느낀다.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이 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인형. 혹은 그림을 볼 때 사람이 느끼는 감정.

인간과 닮았지만, 본능적으로 인간이 아니라는 걸 느낄 때 받는 감정이다.

「언제나 수고가 많으세요. 혹시 위험해지면 꼭 연락할게요.」

특별할 것없이 가벼운 말이다.

입가에 짓고 있는 미소, 휘어진 눈매.

그것만 보자면 상냥하게 경찰들에게 이야기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녀를 눈앞에서 본다면 차마 상냥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차서아는, 나랑 같지만 나랑 달라.

전생의 자신은 사랑받았다.

아마 그렇게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졌다.

타인의 감정을 보고 학습하고, 흉내낼 시간이 주어졌다.

비록, 그 과정에서 혼나고, 체벌을 받기도 했지만.

학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전생의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강요받았다.

평범하게 웃고, 우는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것은 부모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서아는,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차서아의 미소는 그런 학대 속에 익힌 처세술이다.

전생의 자신이 지녔던 ‘감정모사’조차 못 되는 단순한 흉내.

‘감정모사를 최대한 옅게, 어색함의 경계선에 맞추고.

서연은 안다.

어느 시점에 사람들이 ‘이상함’을 느끼는지.

전생에 수없이 웃고 울며 그 모습을 보였을 때 자신에게 보이던 얼굴을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 서연이 연기하는 건, 그 불쾌함의 끄트머리다.

평소의 감정모사가 95퍼센트 이상 평범한 감정을 따라한다면.

지금 서연이 하는 건 70퍼센트.

아슬아슬하게 사람이 ‘감정’으로 판별할 수 있는 수준.

그리고, 어색함을 느끼는 수치.

「그런데.」

서연은, 차서아는 재차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형사님들은 이 근처에 있는 경찰서에서 일하시나요?」

평범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단순한 말이 마치 스릴러의 한 장면처럼, 두 경찰관의 심장에 날아와 박혔다.

「아, 예. 그렇죠.」

「아~, 그렇구나. 그럼 전화하면 바로 오시는 거죠? 평소 얼마나 걸리세요? 바로 오실 수 있는 거죠?」

살인마의 위협을 걱정하여 묻는 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이상한 느낌이었다.

출동에 얼마나 걸리는지, 언제 어디에 대기하고 있는지.

여성은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그게 왜 궁금하신지」

서광일 형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을 애써 떨쳐내며.

「그야, 위험하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연약한 여성이니 언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는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납득이 간다면 가는 이유였지만.

그 여성의 대사에는 어떤 ‘걱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순수한 의문만이 질문에 담겨있었다.

거기에 질문의 내용과는 다른, 미소가 그 어색함을 더했다.

차분한 미소를 흉내 내었지만 나타난 감정은 밝았다.

마치, 어느 정도로 웃어야 제대로 웃는 건지 모르기에 있는 힘껏 웃은 것처럼.

「아, 버스 왔네요.」

둘이 뭐라 답하고 있지 않자, 여성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평소라면 그 인사에 임승철 형사가 적당히 너스레를 떨었겠지만, 지금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느껴졌다.

이 여성과 또 언젠가 재회할 것이라는 기분이.

그런 막연한 무언가가 느껴졌기에.

두 형사는 여성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걸 하염 없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S# 24.

차서아와 두 형사의 첫 만남이 끝이 났다.

“……후우.”

누군가가 숨을 토했다.

테이블 위에 적막하게 내려앉은 긴장감이 한숨과 함께 흩어졌다.

대본 리딩.

수월한 마무리였다.

큰 감정의 고조 없이 평탄한 대사가 오고 갔을 뿐이다.

그런데.

‘뭐야.

이 자리에 앉은 모두의 시선이 서연에게 쏠렸다.

‘연기, 맞아?

메소드 연기.

아니, 그런 영역이 아니었다.

방금 그들이 마주한 건 진짜 ‘차서아’다.

그들은 배우, 연기를 생업으로 삼는 이들.

그러니 무엇이 연기인지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구분이, 안 됐다.

“서, 서연 씨?”

배진환조차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연이 잘해낼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의 홍정희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

“네?”

그런 그들이 반응에, 도리어 서연이 의아해졌다.

자신을 보는 그들의 시선이, 죄다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