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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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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왕국 최고의 기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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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숫자는 3백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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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 사람에게 드는 인건비가 거의 경주마의 몸값과 비슷한 걸 생각했을 때, 3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어찌 운용하나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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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백은사자의 단원이 받는 월급은 여타의 기사단에 비하면 한없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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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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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는 기사들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반대로 돈을 주어서라도 가고 싶은 기사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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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건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유구한 정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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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에 걸맞은 무수한 전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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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과 영원한 동맹을 맺었음을 증명하는 상징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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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은사자에 소속된다는 건 이러한 정통과 전설, 상징성 등을 이어받는 후예가 됨을 뜻하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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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고위 귀족의 자제들은 무조건 백은사자에 입단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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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명예가 없으며, 왕실과 연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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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그들은 가히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엘리트 기사들이 아닐 수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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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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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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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놈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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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당했다고 들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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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피해, 괜히 눈 마주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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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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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꼭 정당한 경쟁으로 들어왔다는 뜻은 아니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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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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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입은 백은사자의 제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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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보다 근육이 커진 건지, 아니면 골격이 커진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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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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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불편한 제복을 견뎌내며 걷고 있으니, 주변에서 시선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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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 제1기사단과 제2기사단, 그리고 그가 속해 있는 제3기사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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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적인 시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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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또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으니 상관은 없지만, 내심 조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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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같잖은 적의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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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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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적진에 들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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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돌아온 장소가 원래부터 이런 곳이었나 싶은 낯설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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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제 본래 직장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된 게 적진에 들어온 듯한 기분 나쁜 불쾌감이 연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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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술원의 순수한 생도들과 적혈수리와 같은 정통 기사들만 겪다가, 이런 ‘독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적응이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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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떠난 지 5개월도 안 된 것 같은데, 진짜 낯설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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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가 말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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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이란 곳은 메이저리그와 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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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있는 놈들이 마이너 리그에서 무수한 경쟁을 통해 뽑히듯, 여기 있는 기사들은 분명히 말해 ‘인재’들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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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은 왕도의 중추인 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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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개인의 무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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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정치력이 필요한 곳이라 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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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궁전이란 생태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곧 하나같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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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백은사자 기사들 중 80% 이상은 대부분 궁전 관료들의 친인척이거나 혹은 후원받는 이들이 대부분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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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사단은 왕당파 소속이고, 제2기사단은 귀족파라고 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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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사단은, 하위 귀족들이 모이거나 아니면 좀 특이한 괴짜들이 모인 곳이라 보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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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이한은 우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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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 파벌 or 인맥, 혈연 야구가 섞인 잡탕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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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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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이 너무 높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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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기사들만 보다가 이런 뱀 같은 음흉한 것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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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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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 이렇게 발전이 없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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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 너무 낮아 더욱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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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얼굴을 기억하기에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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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 중 지난 수개월간 발전한 놈이 한 명도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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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메이저급인데, 그 재능을 검에다 안 쓰고 정치 싸움에 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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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속이 다 터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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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직업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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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니 재능을 썩히고 있는 놈들을 본다는 게 이토록 속 터지는 일임을 실감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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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속병을 주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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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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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여인이라 속단할 수 없는, 이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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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스 이레인 드 팬드래건 왕세녀 전하. 기사 이한이 부름을 받고 접견을 바라고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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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 작위를 가진 시종의 정중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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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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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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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을 앞둔 이무기가 그를 불렀고, 이한은 뱀 굴에 들어가는 불쾌감을 느끼며 백사자궁으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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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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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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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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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약처럼 잠재능력과 힘을 회복시켜주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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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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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브로시아요?! 이 세상 모든 저주와 병, 심지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알레르기나 지병마저 모두 해결해준다는 그 암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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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알레르기도 해결해주는 거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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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그게 실존하는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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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는 한 가장 우수한 연금술 능력을 가진 만능 상태창의 설명이었고, 이한은 물어보길 잘했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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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너도 만들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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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그 폭군 같은 누님에게 끌려 다니는 건 사양인 그였고, 이를 어떻게 벗어날 수 없나 싶어 이한은 태창이에게 혹 암브로시아를 만들 수 없냐고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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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의 심장조차 다룬 솜씨를 보인 태창이다, 혹시나 싶은 기대감을 품으며 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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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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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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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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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조금 안달이 난 표정으로 다시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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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가 없어서 그런 거냐? 그런 거라면 내가 구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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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재료의 문제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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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제조법이 없는 건가? 그런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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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제조법은 오히려 쉬워요. 만드라고라랑 세이렌의 눈물, 그리고 여왕벌의 밀랍을 섞으면 그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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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못 만드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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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만 만들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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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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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종족 중에서도 마녀만 만들 수 있는 비약인 셈이죠. 오로지 마녀의 손길과 마녀의 마력, 그리고 마녀의 신비가 들어가야만 만들어지는 비약인 거죠. 한데 평범한 인간인 제가 어떻게 마녀의 비약을 만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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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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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마녀를 고용한 거겠죠. 그거 만든 사람 수완이 대단하네요. 마녀는 신비 종족 중에서도 가장 만나기 어려운 종족인데, 확률로 치면 0.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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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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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가 마녀를 만나서 암브로시아를 만드는 확률도 극악의 확률이란 거죠. 아니, 만났다고 쳐도 마녀는 워낙 사람을 혐오하니까 사람을 만나자마자 죽이려고 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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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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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눈앞에 오만한 왕녀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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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를 머금으며,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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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의동생이여, 내가 너의 얄팍한 생각조차 모를까, 괜한 수작은 그만 부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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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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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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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검이나 주먹으로 진 게 아님에도 이런 굴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뒷목을 잡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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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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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갖고 놀지,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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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그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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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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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무어가 그리 재밌는지 웃는 낯으로 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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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들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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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눈물이 나도록 감사하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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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참 다행이구나,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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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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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또한 선물을 준 대가를 받도록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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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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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맞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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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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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을 내밀며 입을 맞추라 종용하는 아이시스였고, 이한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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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취향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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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누님의 이상한 성적 취향을 존중하고 싶으나, 그걸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좀 아닌지 않은가 싶은 표정을 드러내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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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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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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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 중에서도 다음 대 왕위계승자만이 머물 수 있는 상징적인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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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백사자궁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귀족과 기사들에겐 영광이자 성공의 증표였으니, 이 얼마나 값진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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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당대 백사자궁의 주인은 무려 그 아이시스 팬드래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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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탕트와 함께 왕국 제일의 미녀라 불린 미모는 여전히 회자 되며, 어느 나라의 왕족은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상사병이 걸린 후 여전히 구애를 한다는 얘기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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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월이 흘러 더는 파티 등에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왕국제일의 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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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의 고귀한 피를 이어 20대의 젊음을 앞으로 백 년은 더 유지할 그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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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에 귀족이나 기사들 중 백사자궁에 입성하고 싶어 안달이 난 자들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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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하는 순간 왕족에 대한, 아니 당대 왕위계승자에 대한 존중의 표시를 위한 입맞춤을 한다는 영광을 누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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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영광을 누리고 싶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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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녀석,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나의 발등에 입을 맞추고 싶어 안달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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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사람들 괜찮은 거 맞습니까? 취향 이상한 변태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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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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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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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부채가 불을 뿜으며 이한의 머리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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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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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목이 더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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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리가 좀 단단해져서 때린 사람이 도리어 더 아프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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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실력이 더 상승했다는 말이렷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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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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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목을 만지며 아이시스의 안광이 서늘한 빛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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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치 무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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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재주가 많았던 곰이 덤블링마저 할 수 있게 됐음에 기대감을 품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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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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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괜한 말을 덧붙였다며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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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만악의 근원은 이놈의 주둥이가 아닐 수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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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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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곧 고개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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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쓸데없는 고민이나 반항심은 집어치우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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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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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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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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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임시 복직이란 웃기지도 않은 말장난으로 부른 이유에는 뭔가 복잡한 일을 시키려고 부른 게 아닐까 싶은데, 내 예상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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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교직 생활에 몸을 담더니 제법 눈치가 좋아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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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내가 궁금한 건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물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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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다른 이들 같으면 건방지다 경을 칠 테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관대하게 넘어가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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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도 된다는 걸로 알고, 세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하나는 기사단에 그렇게 사람이 없습니까? 나 같은 녀석을 불러들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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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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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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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민망한 일이지만, 믿고 일을 맡길 실력자도 없으며, 있더라도 정치병에 걸린 정신병자들이 가득한 바. 내가 어찌 그런 이들을 믿고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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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기사 뽑을 때 좀 신경 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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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선 내가 아바마마를 폐위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도와줄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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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반란, 아니 패륜도 그런 패륜이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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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패륜은 혁명인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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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못 들은 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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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수록 정신이 어지러웠기에 이한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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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궁금증은 왜 맨날 만나는 것처럼 은밀하게 만나는 게 아니라, ‘왕도를 구한 영웅을 치하하기 위해’ 같은 같잖은 별 이상한 이유로 날 백사자궁까지 부른 거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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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명령을 내릴 거면 차라리 몰래 내렸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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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동네방네 소문을 낼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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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백사자궁에 오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다름 아닌 왕도를 구한 영웅이란 웃기지도 않은 호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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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사도 이런 수치사가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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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물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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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수치스러운 것이냐? 기사에게 있어 명성이란 값지다 못해 삼대의 영광 같은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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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듯 말하지만, 그녀의 눈매가 반달 모양을 그는 것을 목도하며 이한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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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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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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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명성 같은 걸 싫어하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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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성격 참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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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 농담이다. 그대가 명성이나 남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것을 내 어찌 모를까. 이번만큼은 그저 밀회를 가질 시간을 가지기 어려워 이토록 궁전에서 만날 명분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이해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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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으니까 그놈의 밀회란 말은 쓰지 마시죠. 야행이란 좋은 말 놔두고, …불쾌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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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놈 같으니. 나와 밀회를 가지고 싶은 영식들이 넘쳐나거늘 영광스러운 줄을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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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광 남한테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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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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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됐고. 세 번째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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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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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품속에서 병 하나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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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광채를 내뿜는 액체가 들어 있는 고급스러운 병이었고, 아이시스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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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마시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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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번에도 완성작은 아닐 거 아닙니까? 효력은 적을 거고. 나중에 필요하면 마시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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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번 것은 완성도가 높아 일주일은 갈 텐데, 그동안 풀지 못한 욕망을 풀기에 괜찮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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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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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좀 솔깃했구나?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미색이 고운 아이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 하룻밤의 불장난을 원하는 아이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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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크흠, 돼, 됐고!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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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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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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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이한은 마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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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마시고 다시금 전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할 수 없지만, 지금은 확인할 게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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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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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말입니다. 다른 애한테도 효과 있나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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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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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저주 비슷한 거 걸린 애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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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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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과연 말하는 게 옳을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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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비밀을 읊는 게 맞나 싶은 도덕적 관념도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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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의 각인은 저주이기도 하지만, 마법적 효과가 들어가 있어서 말이다. 아마 암브로시아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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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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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는 진짜 모르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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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천리안이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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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천리안은 없구나. 그저 정보를 얻을 수단이 많을 뿐이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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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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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솔직히 호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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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왕족이면 좀 무능해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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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렇게 유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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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 사람이 좀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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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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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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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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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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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멘탈이 탈곡기에 탈탈 털린 감각과 함께 백사자궁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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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과 대화하는 것도 힘들긴 했는데, 저 누님은 두 배로 더 고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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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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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없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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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기에 이한은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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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을 말하자면 암브로시아만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가능으로 바꾸는 수단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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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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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데, 내가 그런 정성을 들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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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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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이번 일만 잘 처리해주면 얼마든지 소망을 들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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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래도 왕도도 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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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따지면 나 또한 화약을 구해주었지. 그뿐일까? 이번 후작가의 일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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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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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역시 이길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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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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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노릇 좀 하려다 이게 뭔 고생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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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나쁜 애였으면 이렇게까지 안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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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에 끼인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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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무어라고 이토록 신뢰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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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반지의 촉감을 느끼며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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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했지만, 어딘지 힘이 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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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홀로 기분을 풀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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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냐. 감히 아이시스 왕녀 전하에게 빌붙은 기생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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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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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죽여버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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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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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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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병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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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초면에 시비부터 거는 미친놈의 턱을 때렸고, 놈은 순식간에 동공이 풀리며 혼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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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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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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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멱살을 잡으며 이한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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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팰까, 그도 아니면 깨어날 때까지 팰까 고민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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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적의를 드러낸 이상 봐준다는 개념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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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고민이 이어지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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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 새끼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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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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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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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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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알기로 분명 백은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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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왕자 전하! 8왕자 전하 어디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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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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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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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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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일순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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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사단의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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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계승권은 포기했으나, 그럼에도 왕족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 어느 8왕자에 대한 기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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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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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때린 머저리가 8왕자임을 알자마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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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됐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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