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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답보는 단순히 힘을 폭발시킨다고 가능한 기술이 아니야. 필요한 건 고도의 집중력과 감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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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최대한 알아먹기 쉽도록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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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것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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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좌우명 아닌 좌우명이었으며, 그는 한 번 가르치기로 마음먹은 이상 최선을 다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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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박차는 건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재빨리 기운을 발끝으로 모아 넓게 퍼트려서 빠르게 발판을 디딤대로 삼는 게 중요한 거야. 너희야 투기력을 다루는 데는 도가 텄을 테니, 아마 쉽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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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선을 다하여 가르치는 것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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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하나같이 처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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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널브러진 기사들을 보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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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가능한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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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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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멀미가 다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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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정통과 더불어 그 실력은 타국까지 알려진 백 명의 수리들이거늘, 그러한 수리들이 한심하게 바닥을 나뒹굴며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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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답보를 실패한 이들의 말로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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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는 않았지만, 하나같이 심한 몰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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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는 것도 요란스럽네, 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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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명의 기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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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은 허공답보를 하라니까 무슨 공중에서 강하게 점프하여 15미터 높이를 유영하더니 그대로 추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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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놈은 하늘을 걸으라니까 갑자기 뒤집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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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우스꽝스러웠던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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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돌면서 절벽에 처박히는 녀석이 젤 웃기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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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1년 치 웃을 거리를 제공해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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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처박힌 녀석이야 아프겠지만, 남이 보기에 참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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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다른 녀석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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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슷한 실패 사례를 보여주며 자멸하는 녀석들이었고, 이한은 백 명 전원이 실패하는 것을 보며 문제 파악에 나섰고, 고민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저들의 실패 이유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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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이 문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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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도 말했다시피, 투기법은 몸속에 존재하는 기운을 폭발시켜 몸 안에 기운을 증폭시키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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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몸속에서 폭탄 하나가 터지는 격인데, 그 폭탄의 에너지를 신체능력으로 전환한다고 보면 되었고, 경지가 높을수록 그 폭발력은 더욱 강력하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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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말이다. 그 폭발적인 기운을 섬세하게 다루는 건 과연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 행위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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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할 줄 알았는데, 이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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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란 놈들 중 천재나 수재 소리 못 들은 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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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금방 배울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난제가 튀어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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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 허공에서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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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표정을 확인한 어느 기사의 물음이었고,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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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우는 건 아니야. 단지 투기력을 섬세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겠지. 한마디로 미세한 컨트롤 능력을 키우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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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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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의 중얼거림이었고, 나머지 단원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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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냥 투기법을 막 배운 초보자처럼 날뛰는 이들이면 몰라도, 전투 지속능력을 키우기 위해 투기력의 컨트롤 능력을 극한으로 연마한 이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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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반발 어린 반박을 내뱉는 그들이었고, 그런 그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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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하고 자빠졌네, 그 정도 컨트롤은 우리 애들도 해. 내가 원하는 수준은 그러니까…. 하아! 설명보단 보여주는 게 편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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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날 설명해봐야 무얼 할까, 조금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저놈들 중 천재나 수재 소리 못 듣던 놈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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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래 천재나 수재들은 자존심이 더럽게 세서 남의 말은 절대 안 듣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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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입장임에도 자신의 설명에도 납득하지 못하거나, 그도 아니면 의심하는 놈들이 있으리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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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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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한은 설명하는 것을 포기하며 잠시 주변을 살폈고, 잎이 무성한 나무를 주목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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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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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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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주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운 그가 곧 나뭇잎을 호수 위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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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뭘 하는 건가 싶어 의문을 가지는 기사들은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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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곧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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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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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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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을 보여준다는 듯 공중제비를 하며 호수로 다이빙하는 이한이었고, 이후 보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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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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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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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을 벗어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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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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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런 건 어디서 배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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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을 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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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바보가 된 듯한 착각과 함께 입을 멍하니 벌리는 기사들은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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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을 하듯 물에 뛰어 들기에 물이 첨벙 칠 줄 알았으나, 물이 첨벙이긴커녕, 고요하기 짝이 없는 호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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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호수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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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냐? 힘을 컨트롤 한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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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를 디딤대 삼아 한 발로 서 있는 이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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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위도강(一葦渡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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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댓잎 하나를 타고 강을 건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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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갈댓잎이 주변에 보이지 않아 나뭇잎으로 대체해야만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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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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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요한 건 갈댓잎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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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섬세함과 집중력이다. 몸무게조차 극도로 조절하는 섬세함과 30분 이상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집중력. 이 정도 능력이 갖춰지면 그때부터 컨트롤이란 말을 쓸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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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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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납득 못 하는 녀석은 얼른 나와라. 이거 해내면 내가 바로 형님이라고 불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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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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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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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은 반박조차 못 하며 저런 건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가 싶어 마냥 멍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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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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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물에 빠지는 놈들이 넘쳐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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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은 한동안 물놀이를 할 녀석들이 즐비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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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말을 하는 베일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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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따라해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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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마음이 넘쳐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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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전체가 물에 빠져대며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후작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드는 건 이후 나흘 뒤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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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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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굳이 일위도강으로 연습해란 말은 하지도 않았는데, 나뭇잎 하나 들고 강물로 뛰어드는 기사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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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사내새끼들은 어느 세상을 가든 다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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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도 비슷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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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거 연습 진짜 많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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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경을 습득한 이후 연습했던 기술은 다양했지만. 그중 일위도강을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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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져 뒤질 뻔한 적도 넘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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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했냐고 묻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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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떠오르니까 해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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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러한 시도와 노력이 쓸데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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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금의 그가 완성한 궁신탄영이나 금강 등의 기초가 되는 근원도 따지고 보면 일위도강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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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신탄영이나 금강이나 겉보기론 그냥 힘만 주는 것 같지만, 사실상 순간적인 힘의 컨트롤과 집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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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한은 연신 물에 처박히는 기사들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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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보면 다 도움이 되는 걸 몸소 겪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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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보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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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도 있고 재능도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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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입장에서 가르치는 학생이 영민하면 그만큼 만족스러운 일은 없다더니, 그 말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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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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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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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면서 얻는다는 그런 흔한 표현을 쓰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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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싸움을 피하지 않아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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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그에게 패배했던 것이 분했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기사들은 이한에게 먼저 다가와 대련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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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1일 때도 있으면, 다수 대 1인 상황도 있지만, 이한으로선 어떠한 상황이건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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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혼자 근력 수련하고 기술 연습만 한다고 해서 실전 능력을 키울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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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대와 끊임없이 싸울, 아니 스파링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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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생이나 현생이나 적절한 스파링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선 돈을 지불해야하는 것에 반해, 저들은 먼저 다가와 스파링을 해주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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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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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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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가까이 후작가를 들락날락거린 이한의 몸 상태는 최상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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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이토록 무차별적인 스파링을 했다면 몸에 멍이 남아날 날이 없어 망가질 수도 있을 테지만, 포션이 있는 이상 이 세상에서 대련 좀 많이 했다고 몸이 망가질 이들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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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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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재밌는 기술이 많아. 특히 검사(劍絲)였나? 저거 진짜 탐나는 기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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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를 실처럼 퍼트리는 기술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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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도만 놓고 보면 매화검법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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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내 뜻대로 조작할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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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검사의 경우는 검객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다루는 게 가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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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배우고 싶더라도 저러한 기술은 재능과 오성 등을 극한으로 필요로 하기에 그가 배우기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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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배우긴 어렵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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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아쉬움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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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왜 그런가 이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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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표정보단 당신 몰골이나 걱정하지 그래. 아주 물에 푹 젖은 고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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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위도강을 여섯 번 연속 실패하며 물에 젖은 생쥐 꼴로 지상으로 올라온 베일이었고, 베일은 물기를 털어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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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상당히 어렵더군. 대체 풀잎 위에 어떻게 뜨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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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아니야. 이거 한 사람 중엔 갈댓잎 하나만 가지고 강을 건넜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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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고 하여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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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그냥 강이 아니라 니네브 대운하를 건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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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바다를 건넜다고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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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브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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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가 관리하는 거대한 물길로 알려진 강줄기였으며, 처음 니네브의 강물을 본 사람은 이곳이 바다가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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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바다로 오인할 만큼 거대한 강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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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강물을 갈댓잎 하나로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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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무슨 요정이나 오러 유저라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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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이나 오러 유저인지 잘 모르겠고, 그냥 승려지, 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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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 …몽크라고? 으음, 혹시 성자(聖者)급 몽크인가? 그런 이라면 혹시라도 그런 신비를 사용하는 게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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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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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대사를 성직자로 만드는 기겁할 만한 행위를 하는 베일이었지만, 이한은 딱히 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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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종교인 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종교를 이교도 취급하는 왕국에서 불교를 거론해봤자 그만 이교도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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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이단심문관과 살풀이를 하고 싶지 않은 이한은 그냥 묵묵히 그가 오해하도록 놔두며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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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말이야,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그 검사란 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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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경! 이한 터틀 경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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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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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려던 중, 갑작스레 그를 부르는 후작가의 사용인이었고, 이한은 물끄러미 사용인에게 시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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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보다 먼저 베일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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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 소란스러운가. 여기가 훈련장임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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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베일 경. 시, 실례했습니다. 너무 급한 사안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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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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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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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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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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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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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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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사용인이 방긋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베일은 순간 사용인에게 화를 내는 것마저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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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레이라 윈터를 보자마자 신기하게도 화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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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벙하게 있는 베일을 내버려두며 이한은 의아한 시선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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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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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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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의 등장에 이한은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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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면 오두막 해먹에서 낮잠을 잘 시간인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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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 게 습관임을 잘 아는 그였기에, 그녀가 왜 낮잠마저 포기하고 여기 있는가 싶어 이한은 의문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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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요. 이거, 전해달라고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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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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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가 건넨 건 고급스러운 서신이었고, 촛농으로 굳혀진 사자의 형상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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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사자의, 그러니까 백은사자의 문장을 보며 이한은 낯빛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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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불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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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버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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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그의 원래 직장에서 날아온 것인지라 여러모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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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남들이 모두 지켜보는 와중 이를 태울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이한은 레이라에게 서신을 받기만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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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넣어 놨다 나중에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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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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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받자마자 바로 읽으래요. 기사님은 몰래 태워버릴 우려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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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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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행동을 모두 읽는 것만 같은 독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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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기에 이한의 미간은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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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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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싫다는 표정을 있는 힘껏 지으며 서신을 펼치고 말았고, 서서히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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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언어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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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내용이었으나, 이를 이해하려고 자세히 읽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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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 놀 같은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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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을 그대로 구겨버리는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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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터틀에게 임시 복직(復職)을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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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요약한 서신의 내용이었고, 이한은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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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줌마가 어디서 똥개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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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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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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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뭐라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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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만큼은 절대 가만 안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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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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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이고 뭐고 간에, 오늘 살풀이 제대로 하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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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의 품에 잠든 손도끼를 손질할 결심이 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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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기사님, 왕녀님이 이것도 같이 드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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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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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좋아하실 거라고 했는데, 정말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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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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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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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있으면 가장 먼저 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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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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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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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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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시녀가 품에서 꺼낸 선물을 보노라면 들끓는 화조차 찬물이 쏟아진 듯 속이 다 시원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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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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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봤던 것보다 색깔이 더욱 영롱해진 암브로시아가 황금빛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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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사르륵 풀리는 영롱함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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