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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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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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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는 건가, 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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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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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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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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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장을 지키는 귀찮은 번견들을 처리하던 아르노는 쿤타의 물음에도 멍한 기색을 보이며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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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흑발머리의 소년의 뒤에서 검은 사자가 보인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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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흑왕? …조모님의 말씀대로라면, 계승자가 죽지 않는 한 흑왕을 계승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착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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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조모. 검공 펠리시아는 어린 그를 무릎에 앉혀두고 무수한 옛 얘기를 들려준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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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인상 깊었던 옛이야기가 다름 아닌 라이오넬의 신비, [흑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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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라이오넬만이 가질 수 있다는 최상의 신비 중 하나이며, 그 힘은 오러 유저와도 맞먹는다고 전해지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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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신비를 계승하기 위해선 오로지 당대 계승자가 죽거나, 혹은 강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아르노였고, 그렇기에 저것이 허상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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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전날 보여줬던 검기상인처럼 로엔 공자가 가진 특별함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며 애써 아르노는 자신의 헛생각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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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이, 유일해야 할 신비가 어찌 동시에 두 마리나 존재할 수 있겠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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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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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그가 ‘답’에 도달한 것은 생긴 것과 달리 감이 좋은 기사처럼 부모의 도리를 따진 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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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답에 도달한 과정은 우수한 수하가 건네준 정보와, 과거, 그러니까 인생의 1회 차를 통한 ‘기억의 답습’ 덕분에 알아낸 것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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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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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이 모두 신전과 한 편을 먹고 백성을 탄압할 때, 백성의 편에 선 대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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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합류해준 덕분에 혁명군이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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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혁명군의 간부 중 한 명이자 대표자 격이었던 로엔이 후작과 우애를 나누게 되는 것도 당연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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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그는 라이오넬이었고, 후작은 트리스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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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나눠온 인연이란 것이 있기에 대화가 잘 통했고, 서로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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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알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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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미아 공. 제발 부탁이니 혁명군의 여성들을 유혹하지 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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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오해이네 대공. 난 그저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막지 않을 뿐. 자유롭게 살 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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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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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스럽지만 존경스럽지 않은 어른이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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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아프게도, 제니미아 후작의 말대로 딱히 제니미아 후작은 여성을 먼저 유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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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여성들이 먼저 그에게 다가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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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3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이는 동안이며, 중성적인 외모를 가진 그는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사뭇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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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뜻밖에도 여성들이 먼저 후작을 찾아가 유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 때문에 로엔은 골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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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군에서 치정 싸움이 웬 말이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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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당신이 난봉꾼으로 불렸는지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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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그런 오해가 생기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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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미아 후작이 난봉꾼으로 불린 이유는 딱히 그가 자처해서 생긴 별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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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했던 대로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막지 않는 그의 성정 탓에 생긴 별명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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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3자가 보기엔 충분히 바람둥이나 난봉꾼의 그것이 맞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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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혼인을 치를 것이지, 왜 그리 사는 것이오…. 혹시, 소문대로 아이를 낳으면 불능이 되어서 그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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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결례임을 알지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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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 명의 여성을 진득하게 사귀지 않고 이토록 방탕하게 사는 이유가 혹, 정말로 불능이 된다는 소문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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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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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 소문 말인가? 그거 헛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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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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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렴 헛소문이지. 아이를 낳으면 불능이 된다니…. 그럼 베일 경 같은 방계는 어떻게 태어난단 말인가? 헛소문도 앞뒤가 맞아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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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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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문은 그냥 날 음해하려는 귀족파 놈들이 뿌린 소문일세. 길드한테도 뿌려서 완전히 진실처럼 굳어져버렸더군. 그래서 딱히 정정하지도 않았네만, 설마 믿는 놈들이 이토록 많을 줄은 나도 몰랐지, 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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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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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내가 진득하게 한 사람을 사귀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는 별게 아니라네. 아마 대공도 알겠지만, 높은 경지에 이른 기사가 되면 웬만한 여자는 기사가 가진 기운을 버티지 못한다네. 즉, 내 기운을 버텨내지 못하여서 여인들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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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럼 젊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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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명 같겠지만, 젊을 적에는 정말 여자를 만날 시간이 없었네. 선왕과 항상 전쟁터만 전전하는데, 여자를 만날 시간이 어디 있을까? 뭐, 그 이후 전쟁이 끝나고도 한동안 가문을 다스리느라 바빴다네. 농담이 아니라 귀족파 놈들 때문에 트리스탄이 반으로 쪼개진 상태였거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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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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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어쨌든 아쉬운 일이지. 나와 결혼까지 생각한 그들에겐 미안할 뿐이고. 하지만 난 어느 여인이라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네. 아이를 설령 낳지 못하더라도 나와 백년해로하겠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했을 게야, …단지 어느 여인이고 후계자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가버리더군. 결국 그녀들은 나를 원하거나 사랑한 게 아니라, 후작가의 진정한 안주인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겠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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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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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그의 얘기를 들으며 수긍하면서도 차마 수긍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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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럽지만 동시에 안쓰럽지 않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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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자네는 나처럼 되지 말고, 얼른 젊을 때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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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걱정은 마십시오. 이미 대공가의 핏줄은 충분히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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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네만…. 아, 그래도 충고는 하나 해줄 수 있겠군. 만약 결혼을 할 거면 말일세. 상대가 나를 속이지 않았는지를 봐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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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뜻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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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결혼까지 할 뻔한 여아가 있었는데 말일세, 글쎄 그 여아가 제 집안과 함께 나를 속이고 있더군! 나만 속았다면 모를 일이겠지만, 트리스탄 자체를 모욕한 괘씸한 아이가 아닐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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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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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까진 입에 담지 않겠네. 이미 그 여아는 내가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죗값을 치렀다고 하니. …후우, 나도 더는 그 여아를 모욕해선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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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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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건, 결혼을 할 거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와 하게나.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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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이 조언했다면 공감이 갈 테지만, 제니미아 공이 그런 조언을 하니 전혀 심금이 안 울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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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이런 건방진 어린놈을 보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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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화가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니미아 후작은 ‘전사(戰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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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쳐들어온 마물의 대군을 홀로 막아내며 혁명군을 대피시킨 그였고, 홀로 나흘을 버틴 끝에 전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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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용병 총수로 취임한 어느 여인을 만나며 후작의 빈자리를 채웠지만, 당시 로엔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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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록 여러 소문이 있을지언정, 믿을 수 있는 연장자임은 분명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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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로엔이 처음 레비 폴트와 후작의 관계를 들었을 때 두 귀를 의심했었고, 레비 폴트가 과거의 제 동료인 ‘용병 여왕’임을 깨닫자마자 조각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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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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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이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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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잭이 알아온 정보를 통해 '5년 전'만 해도 폴트 가에는 딸이 한 명뿐임을 알게 되는 순간 그의 머리는 마치 극작가마냥 이야기를 하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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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의 각인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기고 후작가로 팔려갔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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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작가는 결코 무능하지 않을 것이며 기어이 소녀의 신상정보와 레이놀 폴트의 음흉함을 알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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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 폴트를 죽여도 상관은 없으나, 대놓고 죽이는 건 대귀족의 방식과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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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천천히…. 피를 말리듯이 타락시키고 죽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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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반대로, 소녀는 어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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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가 탄로 난 것도 모른 채, 그저 순종적으로 명령을 들을 뿐인 불쌍한 소녀의 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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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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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자신의 정체가 들킬지 모른다는 초조함과 두려움, 허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는 현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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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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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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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로엔의 분노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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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웃기지 마라! 대, 대체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단 말이냐! 내, 내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난 귀족이다! 귀족이란 말이다! 그깟 노예 년 하나 팔아넘긴 게 대체 뭐가 죄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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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사내는 비명을 내지르듯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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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대체 뭘 그리 잘못했냐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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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이 더욱 그의 화를 돋우는 줄도 모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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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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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알려달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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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친히 놈의 죄목을 알려주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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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은 네 개의 죄를 저질렀다. 하나는 국법을 어기고 감히 노예를 사, 한 사람의 인생을 농락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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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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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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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으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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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가루가 되도록 짓밟혔고, 신성력으로도 회복시킬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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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감히 한 소녀의 인생을 농락해놓고도 죄책감도 없으며, 소녀를 판돈으로 다시금 도박이나 하고 있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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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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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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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혀가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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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레이놀은 그 더러운 입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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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감히 후작가를, 아니 더 나아가 이 나라에 충성하는 고결한 귀족을 속인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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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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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은 더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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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두 개가 사라졌으며, 그는 더는 이제 제 의지로 일어서지 못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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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레이놀은 온몸을 덮쳐오는 고통에 참지 못하며 기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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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 번째…. 감히 거짓을 말하고 다닌 죄다! 기사가 되겠다고 했나? 기사 가문으로 재기를 꿈꾼다고 했나! 한데 그런 자의 손이 이토록 깨끗한 게 말이나 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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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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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의 손은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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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청소 한 번 해본 적이 없으며, 그저 카드놀이나 했을 법한 깨끗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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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되겠다는 자가 저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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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조차 없는 저 손이 어찌 노력하는 자의 손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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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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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의 삶과 언어에는 결국 거짓밖에 없다. 어떠한 진실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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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속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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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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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살 생각밖에 없는 거머리나 기생충과 같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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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그런 제 주제를 알고 남에게 피해나 끼치지 말아야지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원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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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을 죽이고 싶으나, 죽이진 않을 거다. 그건, 너무 자비로운 처사이며, 내겐 너를 심판할 자격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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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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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만 끝내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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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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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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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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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절 직전이었던 레이놀의 몸이 미치도록 버둥거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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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속에 던져졌고, 온몸에 불이 붙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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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화마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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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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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정신으로, 도망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몸 상태로 레이놀은 몸부림쳤으나, 로엔은 정말 딱 죽지 않을 때까지만 그를 불에 내버려 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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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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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인해 불속에서 몸부림쳤을 내 동료의 고통을, 너도 똑같이 느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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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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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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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지은 죗값을 이제야 받고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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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드디어 너를 보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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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리 돌아온 게 아닐까 싶으나, 로엔은 이제야 옛 동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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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볼 수 없을 전우를 위한 애도를 하게 되었음을 깨달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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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버린 애도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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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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