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37 lines
12 KiB
Markdown
337 lines
12 KiB
Markdown
|
||
- 이 여캐 말예요, 너무 안쓰럽지 않아요?
|
||
|
||
기획팀과 회의를 하던 중 어느 여성 기획자가 한 발언.
|
||
|
||
허나 재미와 상업상만 있으면 그만인 그들에겐 공감능력이랄 게 그다지 없었고, 도리어 되묻는 이들이 많았다.
|
||
|
||
- 뭐가 안쓰러운데?
|
||
|
||
- 독보적으로 불쌍해서 오히려 잘 먹힐 것 같은데? 이런 게 유저들한테 먹히거든.
|
||
|
||
- 인정, 요즘은 캐릭터에도 서사가 중요하지.
|
||
|
||
- [원작자]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하여튼 잘 썼어.
|
||
|
||
도리어 캐릭터의 서사가 있어 만족할 뿐인 개발자들이었고, 여성 기획자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
||
|
||
공감을 원해서 되물었는데, 저런 대답이라니….
|
||
|
||
‘저러니 결혼을 못 하지’ 중얼거리며 남성 기획자들에게 원성을 산 것은 소소한 일이었다.
|
||
|
||
그러던 중, 유일하게 여성 기획자의 의견에 동의한 것이 ‘그’였다.
|
||
|
||
물론 그걸 겉으로 티를 내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
|
||
|
||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소극적이었고. 남들과 소통하는 게 어려웠으니까.
|
||
|
||
대신 캐릭터 설정에 간결하게 적힌 어느 여성 캐릭터의 설정을 훑어볼 뿐이었다.
|
||
|
||
--------
|
||
|
||
-레비 폴트.Part1-[절망의 시작]
|
||
|
||
[19세 나이에 결혼. 팔려오다시피 한 상황이기에 후작가 시종들에게 무시와 경멸을 사고, 괴롭힘을 당한다.]
|
||
|
||
[전속 시녀를 중심으로 괴롭힘을 시작. 추신으로 전속 시녀는 후작의 숨겨진 애인 중 한 명이다.]
|
||
|
||
[괴롭고도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당장 이혼하고 싶었으나, 부친 레이놀 폴트가 연달아 사업 실패를 하며 후작가에 계속 돈을 빌리러 온다. #이로 인해 취급이 더 안 좋아지며 괴롭힘의 강도가 심해진다.]
|
||
|
||
[후작은 결혼하고도 여성 편력을 고치지 않음. 후작가의 가신들 입장에선 돈만 날렸다고 생각 중이며, 괴롭힘을 묵인한다.]
|
||
|
||
[결혼 2년 차. 후작의 가신들이 아이를 얼른 낳으라 간언하는 것으로 2년 만에 첫날밤을 보낼 예정이었음. 허나 후작의 애인이었던 시녀가 질투에 눈이 멀어 독이 든 차를 후작에게 건넨다. #아마 자기가 갖지 못할 거면 죽일 생각이었던 것 같음. 허나 후작은 죽지 않고 사경만 헤매게 된다.]
|
||
|
||
[같은 방에 있던 레비 폴트가 범인으로 지목.]
|
||
|
||
[감옥으로 끌려가 심신 모두 상하는 고문을 받게 된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후작이 깨어나고 범인이 밝혀짐.#추정하길 투기법을 익혔기 때문에 죽지 않은 것으로 판단.]
|
||
|
||
[시녀는 사형, 가담 의혹이 있는 이들도 모두 사형된다.]
|
||
|
||
[다만 이미 레비 폴트는 이미 심신 모두 쇠약해졌으며, 후작가의 가신들은 생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을 은폐하기 위하여 그녀를 수도원으로 보내길 건의. 별다른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수도원으로 이송된다].
|
||
|
||
[수도원에 도착하여 치료를 받길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가족들이 모두 사망. #레이놀 폴트가 주변에 원한을 너무 많이 산 나머지 불한당에 습격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
||
|
||
·
|
||
|
||
·
|
||
|
||
·
|
||
|
||
[천애고아가 된다.]
|
||
|
||
--------
|
||
|
||
…파트1은 절망과 시련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
||
|
||
어떻게 보면 [영웅 캐릭터]라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강렬한 ‘서사’가 아닐까 싶었다.
|
||
|
||
--------
|
||
|
||
-레비.Part2-[영웅의 성장].
|
||
|
||
[8년 후, 혁명전쟁 반발.]
|
||
|
||
[병사들이 수도원에 불을 지름, 레비 폴트는 수녀들을 구하던 중 불길에 휩싸이며 혼수상태에 빠진다.]
|
||
|
||
[온몸이 화상이 가득한 상태로 한 달을 버팀. 심장이 멈추며 사망 판정을 받는다.]
|
||
|
||
[‘신성력을 각성’하며 ‘부활.’ 신의 선택을 받았음을 증명하며 수도원 사제들의 희망이 된다.#화상은 치유되지 않았으며, 성대는 반쯤 녹고, 머리칼은 백발이 된 상태.]
|
||
|
||
[늙은 몽크를 스승으로 삼아 훈련을 받음.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단심문관들이 습격. 새로운 성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
||
|
||
[스승과 수녀들의 희생으로 기적적인 탈주.]
|
||
|
||
[복수를 결심하며, 용병대로 들어가 두각을 드러낸다.]
|
||
|
||
[5년 후, 용병 총합의 총수가 된다.]
|
||
|
||
--------
|
||
|
||
파트2는 시련을 이겨낸 영웅에게 더욱 큰 고난과 시련을 보내며, 영웅으로 완성시킬 마스터 피스를 채우는 것에 가까웠다.
|
||
|
||
결과적으로 유저들이 몰입하며,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질 테니까.
|
||
|
||
--------
|
||
|
||
-레비 잔 다르크.Part3-[성녀의 탄생].
|
||
|
||
[귀족들을 비롯한 부패한 신전을 처단.]
|
||
|
||
[가장 큰 혁명 세력인 북부군과 합류. 북부대공과 연합.]
|
||
|
||
[7년 동안 이어진 전투로 어느 정도 승기를 잡기 시작한다.]
|
||
|
||
·
|
||
|
||
·
|
||
|
||
·
|
||
|
||
·
|
||
|
||
[백성들이 레비 폴트를 배신. 신전의 선동에 넘어감. 그 과정 중 가장 믿고 있던 동료들과 친구들을 잃는다.]
|
||
|
||
[슬픔에 의한 신성력 발현. 그녀가 성녀의 재목이었음이 밝혀진다.]
|
||
|
||
·
|
||
|
||
·
|
||
|
||
·
|
||
|
||
[마녀 재판 시작.]
|
||
|
||
·
|
||
|
||
·
|
||
|
||
·
|
||
|
||
[마지막까지 어린 아이를 구하고 사망. 이후 ‘위인’으로 추대된다.]
|
||
|
||
--------
|
||
|
||
……파트3는 영웅보단, 위인의 탄생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
||
|
||
영웅 캐릭터의 완성이었고, 또한 이러한 캐릭터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한 유저들의 눈물 겨운 노력이 필요할 터이고,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 아마 수십 시간은 투자해야 하리라.
|
||
|
||
아마 ‘레비 잔 다르크’란 캐릭터는 많은 유저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것이다.
|
||
|
||
개복치 같은 캐릭터이며, 답답하지만 그야말로 살릴 수만 있다면 유저들 입장에선 ‘업적’일 테니 말이다.
|
||
|
||
하여 이 영웅 캐릭터는 정말 잘 만들어진 캐릭터가 맞았다.
|
||
|
||
어느 게임 방송인이 맛깔나게 게임을 플레이(광고)하여, 알고리즘만 잘 타면 그야말로 초대박이 날 캐릭터.
|
||
|
||
회사 입장에선 이토록 좋은 캐릭터가 없다.
|
||
|
||
……분명 그랬으나.
|
||
|
||
- …안쓰럽고, 불쌍하네.
|
||
|
||
살아선 박복하고도 시련 가득한 삶만 살며, 죽은 이후에야 인정 받는다.
|
||
|
||
이것이 무어랄까, 현대 역사를 뒤져봐도 비슷한 경우가 많으니 공감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
||
|
||
하여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고개를 내저었다.
|
||
|
||
하여튼 게임 회사란 건.
|
||
|
||
- 돈 벌 방법은 기막히게 찾아요.
|
||
|
||
그러니 자기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거겠지.
|
||
|
||
혼잣말과 함께 쓴웃음을 짓는 그였다.
|
||
|
||
“-제,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집니다. 뭔가, 세부적인 내용이 더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전 그렇게까지 깊게 파고들지 않아서….”
|
||
|
||
“…….”
|
||
|
||
“후우, 죄송해요. 정작 해결법은 아무것도 모르네요.”
|
||
|
||
데릭은 많은 걸 얘기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할 만한 아이디어는 없었다.
|
||
|
||
도리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과 한숨이 나올 만한 것들만 있지 않을까 싶었다.
|
||
|
||
‘아, 더 자세히 알아둘걸.’
|
||
|
||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후회막심하다.
|
||
|
||
기획 단계에만 참여하고, 나머지 설정이나 이스터 에그는 그가 관여하지 않아 소녀를 구원할 힌트나 더 자세한 정보를 모르는 상태니 말이다.
|
||
|
||
데릭으로선 이런 자신이 답답했다.
|
||
|
||
중요한 상황마다 정작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말이다.
|
||
|
||
그렇게 사과를 건네고 있으려니.
|
||
|
||
“아니, 그거면 충분하다.”
|
||
|
||
돌연 그가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
||
|
||
“네에…?”
|
||
|
||
“고맙다. 덕분에 한결 결정하기 편해진 것 같다.”
|
||
|
||
“……?”
|
||
|
||
어딘지 후련한 표정을 짓는 그였고, 웃기까지 하였다.
|
||
|
||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이 말이다.
|
||
|
||
……대체 어디에서?
|
||
|
||
데릭은 눈을 끔뻑거리며 그를 보았으나, 그는 데릭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신.
|
||
|
||
“슬슬 가볼까.”
|
||
|
||
“…어디 가세요?”
|
||
|
||
“응?”
|
||
|
||
데릭은 상쾌한 얼굴로 몸을 푸는 그를 보며 묻고 말았다.
|
||
|
||
왠지 지금 묻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
|
||
아니나 다를까, 그는….
|
||
|
||
“별건 아니고. ‘시비’ 좀 걸려고.”
|
||
|
||
“예에?”
|
||
|
||
“그렇게만 알아둬라. 그리고 미안한데, 나 대신 학장한테 사직서 좀 전해줘라. 아무래도 시비 걸 상대가 사직서로 안 끝나겠다.”
|
||
|
||
“…아.”
|
||
|
||
뒤늦게 그의 말이 뭘 뜻하는지 눈치챈 데릭은 눈인 휘둥그렇게 뜨였다.
|
||
|
||
설마-.
|
||
|
||
“교, 교관-, …님?”
|
||
|
||
그렇게 데릭이 그를 불렀을 때.
|
||
|
||
휘이잉.
|
||
|
||
그는 이미 저 멀리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
||
|
||
주저함이란 단어가 그의 뇌리에는 없다는 듯이 말이다.
|
||
|
||
*
|
||
|
||
*
|
||
|
||
*
|
||
|
||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방향을 틀었다.
|
||
|
||
목적지가 정해졌고. 망설임도 사라졌지 않은가, 집에 들를 시간도 아까웠다.
|
||
|
||
그러나.
|
||
|
||
멈칫.
|
||
|
||
“…?”
|
||
|
||
“아, 기사님…!”
|
||
|
||
그가 가려는 길목 근처 나무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녀가 해맑게 그를 반겼다.
|
||
|
||
그가 여기 올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
||
|
||
그녀가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
||
|
||
“헤헤, 다행이다. 길이 엇갈리지 않아서.”
|
||
|
||
“왜 여기 있습니까?”
|
||
|
||
“레비 아가씨는 걱정 마세요. 자장가 불러주니까 곧장 잠들더라고요.”
|
||
|
||
“그건 문제가…, 그보다 혹시 자장가가 박치기인 건 아니죠?”
|
||
|
||
“네엥?”
|
||
|
||
“……헛소리였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여기-.”
|
||
|
||
“-여기요!”
|
||
|
||
“……?”
|
||
|
||
자신이 이곳에 올 줄 알았나?
|
||
|
||
그러한 물음을 던지려고 하자마자 레이라는 말을 자르며 그의 무구를 건네주었다.
|
||
|
||
우웅.
|
||
|
||
광택이 나는 것이, 방금 막 손질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갑옷과 칼, 그리고 한손 방패와 손도끼 등.
|
||
|
||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장비였다.
|
||
|
||
이한은 레이라가 건넨 무구를 받을 생각조차 못 하며 잠시 있자니, 레이라는 누군가를 흉내 내듯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
||
|
||
“왕녀님이 그러셨어요! ‘내 의동생은 단순한 면이 있지. 아무리 복잡하게 꼬여 있고, 그 매듭 자체가 막대한 가치가 있는 보물일지언정, 풀어야 한다면 도끼로 끊어낼 놈이다’ -라고요.”
|
||
|
||
“…….”
|
||
|
||
“또 ‘여의 의동생이라면 사고를 치더라도 천것들을 좀 혼내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 터, 칠 거면 나라가 뒤흔들릴 정도로 쳐야지,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여의 의동생이 아니다’ …라는 말도 전해주래요!”
|
||
|
||
“……썩을, 스토커도 아니고, 뭔….”
|
||
|
||
다 꿰뚫어 보고 있었나?
|
||
|
||
오늘 막 사고를 쳤는데, 여기까지 내다보다니….
|
||
|
||
하여튼, 그 누님은 한 번씩 오러 유저보다 더한 것 같다.
|
||
|
||
‘천기라도 읽나?’
|
||
|
||
지가 무슨 판타지 천기자야 뭐야….
|
||
|
||
진짜 천기자(예언자)가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생각하며, 이한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
||
|
||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다 들통 나니 괜히 멋쩍은 기분이 들어서.
|
||
|
||
민망하기도 하고, 어딘지 허무한 기분도 든다.
|
||
|
||
……그래도.
|
||
|
||
“감사합니다, 시녀님. 잘 쓸게요.”
|
||
|
||
“헤헤, 조심히 다녀오세요.”
|
||
|
||
“…네.”
|
||
|
||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한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
||
|
||
하여 그는 약속했다.
|
||
|
||
“오래는 안 걸릴 겁니다.”
|
||
|
||
“네에!”
|
||
|
||
그녀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빠르게 돌아오겠다고.
|
||
|
||
그리고 이한은 아직, 그녀와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으며.
|
||
|
||
─앞으로도 어길 생각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