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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멍하니 분수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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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하고 물이 힘차게 치솟는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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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거리 광장의 명물이자, 신분 상관없이 모두가 볼 수 있는 분수대는 보석이나 금, 그리고 대리석 등이 아낌없이 쓰여 휘황찬란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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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토록 귀중한 귀금속 등이 아낌없이 쓰여 훔쳐갈 우려가 있으니 경비대가 항상 교대로 분수대를 지키고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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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이 중앙 광장만큼 안전한 구역도 없을 터이며, 괜한 분란을 일으키는 이들도 전무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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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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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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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사색을 즐기기 좋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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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분란도 일어나지 않고, 방해꾼조차 없기에 마냥 앉아만 있어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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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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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그럴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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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일정 시간 이상 너무 오래 있으면 경비대의 시선을 사는 경우도 더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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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이곳에 오래 머무르는 건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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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푸른 수국을 연상케 하는 우아함과 단아함을 동시에 지닌 소녀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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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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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녀가 지나갈 때마다 경비대의 시선이 모였는데, 이는 소녀가 수상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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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어여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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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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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데, 저런 애가 이 거리에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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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아가씨보다 예쁜 애는 처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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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 분명 빵집 아가씨한테 반했을 때도 똑같이 했지 않았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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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랑은 갈대 같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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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 네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색욕이야,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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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혈기왕성한 청년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경비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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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경비 일을 대충 해선 안 될 노릇이지만, 돌아가는 눈알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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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혈기 넘치는 남정네들이 예쁜 여성을 보고 눈이 돌아가는 건 자연의 이치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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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을 보니 평민 같은데…, 이봐. 잠시 내 자리 좀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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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경비는 안 하고 어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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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난 ‘거동수상자’를 잠시 살피기 위해 가는 것뿐인데. 이것도 엄연히 임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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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짓 했다가 시말서로 안 끝난다. 지금 왕도 분위기 살벌한 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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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니까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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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면 용감한 건지, 아니면 뇌가 사타구니 쪽에 지배당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남성 경비대원 중 한 명이 거침없이 소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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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 신분으로 몰아붙여 통성명이나 좀 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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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경비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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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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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형씨. 새치기를 하면 안 되지. 내가 먼저 저쪽에 볼일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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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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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경비병 남성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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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의 옆까지 다가온 건지 모를 낯선 이가 어깨 위로 팔을 걸치니 바로 인상이 구겨지는 그였지만, 상대방을 확인하자 절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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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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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엄청나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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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성인 장정의 세 배를 압도하는 기골의 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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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경비병이 압도당한 이유는 상대방의 덩치가 마냥 거대해서만 이러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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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이 새끼!? 눈이 뭐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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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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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범죄자를 마주쳐도 강단 있는 경비병조차 서늘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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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치 정육점에 걸린 고기처럼 보는 살벌한 시선 앞에서 경비병은 뱀 앞에 쥐처럼 마냥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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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 조용히 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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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히 경비대를 협박하는 건가…, 거, 겁을 상실해도 유분수지, 어디서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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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경비대의 자존심이란 게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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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무서울지언정 경비대의 이름을 믿는 그였고, 충분히 먹힐 협박이라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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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가 마크보다 지위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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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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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씨네 상관 말이야. 짝눈이고, 술집을 유독 좋아하는 양반이지. 그래도 생긴 거랑 달리 경비대장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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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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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형씨 이름이 뭐야? 설마 마크 부하 중 이렇게 기개 있는 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이름이나 알려줘야겠어. 당신 밑에 이토록 훌륭한 부하가 있다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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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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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늘과 같은 상관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부르는 거한에게 감히 아무런 말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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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경비대장이 짝눈인 건 뜻밖에도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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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의안을 끼고 다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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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저 말을 마냥 거짓으로 여길 수 없었고, 경비병 남성은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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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실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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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설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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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은 만족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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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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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아니 레비는 저를 향해 다가오며 어울리지도 않는 친절한 미소를 지은 거한에게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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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자신을 감시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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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서늘함이 지나갔지만, 레비는 애써 속내를 숨기며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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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어쩐 일이지요. 아직 약속된 시일은 멀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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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오. 그냥 아가씨를 호위하려고 온 것이지. 괜히 아까 그 버러지처럼 이상한 것들이 엮이면 안 되지 않겠수? 아가씨는 소중한 ‘상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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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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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실수. 내가 워낙 천한 놈이라 단어 선택을 잘못했네! 이거 원, 입이 화근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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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세요. 제 몸 하나 건사하는 건 문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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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감이 온몸을 스쳤지만, 레비는 참을성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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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거한은 그런 레비의 성실한 인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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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는 없지. 아가씨가 언제 도망갈지 어떻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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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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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 없이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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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전 약속을 했고. 그걸 지키기 위해 모든 걸 포기했어요. 한데 그런 제 약속을 신뢰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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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토록 당하는 입장이지만, 레비는 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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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귀족의 약속에는 무게와 신뢰가 있어야 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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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트 가의 이름을 자긍심처럼 여기는 레비로선 저러한 의심 자체가 커다란 모욕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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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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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놈의 귀족의 명예를 한두 번 겪어봤을 것 같수? 명예는 개뿔, 하나같이 거짓부렁만 늘어놓던 망나니밖에 없더만! 한데 내가 왜 아가씨를 믿어야 하오? 그것도 가진 거라곤 쥐뿔도 없는 아가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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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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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더 큰 모욕을 내뱉었고, 레비의 손은 어느새 레이피어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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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뽑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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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거한은 콧방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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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가 그 나이치고 제법 날카로운 한 수가 있는 건 알겠는데, 나한텐 안 되니까, 그 칼 집어넣으슈. 괜히 팔이나 다리 한 짝 잃고 싶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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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바엔, 차라리 장애가 생기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여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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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눈이 진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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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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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은 그제야 평소 상대하는 귀족들과 달리, 소녀가 상당히 우직한 성품임을 깨달으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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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말다툼을 했다가 피를 보게 생겼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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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한 기사 같은 계집이구먼. 이걸 어쩐다, 진짜 어디 한 군데 분지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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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하지만, 소녀는 소중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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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감히 상하게 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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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한테 괜히 한 소리 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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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양이었고, 거한은 말로 타이르자며 방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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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상한 귀족 영애를 순순하게 만드는 수단은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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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순순히 안 들으면 아가씨네 여동생이나 부인 쪽을 건드리는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길 원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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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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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 좀 들으쇼. 괜히 귀찮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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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인간을 상대할 때 최고의 수단은 양아치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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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친구, 애인 등을 건드리면 열의 아홉은 다 순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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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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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협박하지 마요. 협조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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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진즉 그럴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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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은 만족하면서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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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족이라 한들, 개인의 인생이 걸린 건데, 왜 저토록 지극정성으로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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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으면 가족이건 뭐건 다 팔아버릴 텐데. 하여튼 배가 불러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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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고단하게 살았다면, 가족이건 애인이건 다 부질없음을 알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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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귀족 영애란 것도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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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이 경우엔 애비를 잘못 만난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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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상한 소녀와 달리 딸을 팔아먹는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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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언젠가 여기사가 될 재목을 팔아넘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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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고도 또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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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고 소위 개 새끼 아래에 호랑이가 태어난 격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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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군침 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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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은 이런 여자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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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고결함 등을 가진 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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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자신 같은 천 것이 감히 노릴 수 없는 귀족 영애이기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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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기도 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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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은 욕망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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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감추기 위해 낡은 복장을 입은 소녀지만, 감출 수 없는 기품과 미색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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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려 그 미색이 완전히 꽃피우지 못했지만,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한들, 꽃은 꽃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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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을 보람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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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한동안 같이 붙어 다녀야 하는데…. 그동안 잘 구슬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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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소녀의 약점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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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걸고 수시로 트집 잡는다면, 침대까지 밀어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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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조합장도 시일이 될 때까지 보호하라고만 했지, 건드리지 말란 소리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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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거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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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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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소녀의 어깨에 가볍게 팔을 기대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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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팔짝 앞으로 네 인생에서 필요 없단 뜻으로 받아들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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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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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체 못 할 욕망을 우선시한 것이 어떠한 불행을, 아니 ‘재앙’을 초래할지를 거한은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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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깨달음에 불과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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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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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 마,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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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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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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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지르던 거한의 입이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강제로 입을 닥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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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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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발버둥치고 싶었지만, 그의 입을 막은 손에서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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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력’ 자체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압박감에 전신이 다 짓눌려지는 끔찍한 경험을 체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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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체험은 이제 시작이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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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드득, 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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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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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결코 접혀서는 안 될 방향으로 접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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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에서부터 들려오는 불길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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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돌이킬 수 없다는 ‘공포’가 밀려들며 거한은 필사의 저항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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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목숨의 기로 속에서 가끔 초인적인 힘을 내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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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한에겐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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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힘 준 거냐? …덩치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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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진짜 초인을 겪어본 사람이었고, 이따위 저항은 같잖지도 않다는 점이 거한의 첫 번째 불행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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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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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한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시선을 지은 채 거한을 땅바닥에 연신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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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놀이를 하듯이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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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딱지는 손에서 놓이는 순간이라도 있지, 거한은 손에서 놓쳐지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땅바닥에 부딪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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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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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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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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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열 번을 찍은 이후에도 거한은 이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설령 벗어났을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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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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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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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거한의 상태는 잘 다져진 고깃덩이와 같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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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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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였고, 참혹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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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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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거한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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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죽이지 않은 것이었고, 놈이 깨어났을 때 차라리 죽는 게 편하다는 게 뭔지 가르쳐주지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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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한의, …이제 고깃덩어리가 된 양아치의 두 번째 불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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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옷만 더러워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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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튄 옷을 툭툭 털며 이한은 불쾌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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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손댈 가치도 없는 양아치에게 손을 쓰는 것 자체가 기분만 더럽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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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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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폴트는 어느새 나타나 거한을 다져버린 스승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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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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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안 만나지 못했던 스승이건만, 왜 이토록 반갑고 그리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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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 못 할 복잡한 감정의 격류를 느끼며 레비가 무어라 변명이라도 내려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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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닌자, 아니 제자야, 일단 넌 나중에 면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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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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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약간’ 흥분한 상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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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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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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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만나 지금껏 이토록 흥분한, 아니 ‘화’가 난 것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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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을 붙이는 것조차 두려운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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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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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아치 새끼 길드 소속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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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왜 물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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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구나, 길드 소속.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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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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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게 교관을 붙잡으려 했지만, 질질 끌려갈 뿐, 그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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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는 울상을 지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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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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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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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어울리며 배운 나쁜 비속어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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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들의 존재의의를 작금에서야 깨닫게 되는 레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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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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