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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마물 토벌전]으로 불리는 테러가 끝난 지도 어느새 보름이 넘어가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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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학장과 왕실감사의 기 싸움이 이어지고, 여러 가지로 문제는 많지만, 이제 저 문제는 정치의 연장선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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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들이 관여할 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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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다른 학부의 수업이나 분위기는 정상적으로 돌아온 지 오래였고, 서서히 테러의 잔향 또한 잊혀져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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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참으로 적절한 평가가 아닐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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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토록 평화를 만끽할 만도 한 게, 중간평가가 끝나면 사실상 ‘여름 휴교(休校)’가…, 그러니까 2개월 간 휴식기가 주어지는 셈이기에 생도나 교원이나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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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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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감미로운 발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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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목표하는 바가 있는 자라도 휴식이 싫은 이들은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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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들뜬 이들이 제법 많았고, 휴교일 동안 어떤 식으로 보낼지 체계적인 계획을 짜놓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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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도 타 학부 생도들과 별 다를 바 없이 어딘가 풀어진 분위기가 감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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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업이 끝나고 면담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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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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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스승이 갑작스레 긴장감을 팍 올려주는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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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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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같은 거 할 거 아니니까,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그래도 교관도 너희를 가르치는 입장이니, 휴식기 전 상담 비스름한 건 해야 해서 말이다. 귀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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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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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스승이 그래도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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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 내내 신전에 입원해야 하나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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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누가 보면 내가 대련만 하면 사람 입원시키는 놈인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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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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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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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곱게 안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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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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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순순히 눈을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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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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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얘들 여기 오기 전에 다 짜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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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은 개인 대 개인으로 진행되었고, 이한은 이것들이 정말 짜고 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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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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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로 돌아가 기사단과 같이 훈련할 예정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교관님에게 배움을 청하고 싶군요, 혹…, 초빙하면 영지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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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련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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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에서 일을 좀 받을 생각입니다. 가볍게 탐색부터 잡일까지, 돈도 벌고 실전 훈련도 쌓는 거죠. 그, 그리고 혹시 괜찮으면 교관님을 개인적으로 찾아와도 되겠습니까? 훈련을 받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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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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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학기부터 데뷔탕트 시즌이죠. 제가 소속된 살롱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가을을 대비할 것 같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교관님. 혹시 파트너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언을 했네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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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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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부러 구분하기 쉽도록 나눈 세 개의 팀들이었고,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대부분 엇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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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들은 영지로 가서 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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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들은 길드에서 일거리를 수주 받아 생계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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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은 나름 귀족 영애다운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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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것도 아닐 텐데, 세 개의 팀들은 각각 저들이 팀원들과 동일한 답변만을 내놓았고, 이한으로선 아이들이 지나치게 성실하여 도리어 어색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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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그의 반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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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라고 한들,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는 생도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번 해에 학술원에서 퇴학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음 해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니, 최대한 역량을 키우는 게 정상적인 선택지겠죠. 도리어 노는 놈이 있다면 얼굴이나 좀 보고 싶습니다. 얼마나 간이 크면 놀 수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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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노예, 아니 조교 1호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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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의 고충은 같은 생도가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나름 정리가 잘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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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새삼 조교 녀석이 인성만 빼고 다 완벽한 놈이다 싶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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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영지로 안 돌아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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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소금 뿌리십니까? 저 지금 절연 당한 상태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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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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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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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긁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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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인 걸 아는데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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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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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샌드백보다 기분 풀기가 좋다며 혼자 주억거렸고, 데미안 폴렛은 서러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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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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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각자의 발전성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고, 새삼 신분과 성별에 따라 할 일이 제각각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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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는데, 너흰 뭐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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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생도와의 면담이 끝나고 상담 인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한은 같이 불러 모은 삼인방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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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 동안 뭘 할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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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들은 왜 다 같이 부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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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면담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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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나리, 우리도 사생활이란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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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불려온 삼인방이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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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그들만 개인 면담이 아니라, 다 같이 부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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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불만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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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저것들을 세트로 불러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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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불만을 드러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자, 그들은 불만을 그만 보이며 곧장 답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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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는 아르노가 초대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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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까지 돌아가는 길이 멀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가문에서 같이 수학(受學)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대련 상대이기도 하고, 가문의 제자들에게도 제법 큰 자극이 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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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대받긴 했는데, 아쉽게도 잠시 우리 영감 좀 보러 갑니다. 하아, 그 양반 만나려니 벌써 막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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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다운 일정이었고, 이한은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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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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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휴식기 가지기 전에 진지하게 한 번 대련이나 할래? 3대1로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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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휴식기를 보충해주듯 이한은 배려를 보이며 특별한 제안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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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을 최상으로 올려줄 자신이 있다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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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삼인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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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 쿤타, 아직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 지금 교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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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나오는 기질이 전과 달리 상당히 난폭하십니다. 성장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자칫 부딪쳤다간 저희 중 한 명은 불구가 될 가능성이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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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했기에 몸이 더 좋아집니까? 나도 비법 좀 알려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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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강렬한 거절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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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도들과 달리 이한이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루었음을 남다른 재능으로 파악한 삼인방이었고, 그들은 이한의 포위망에 걸려들기 전에 얼른 튀기로 작정하며 재빨리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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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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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와 맞먹는 제로 백 속도로 사라지는 세 사람이었고, 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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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눈치 빠른 꼬맹이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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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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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면 달라진 몸의 컨디션을 조정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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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쉬움을 곱씹기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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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왔나. 예비 조교 3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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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검둥이라고 부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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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물게 표정이 썩어가는 그가, 감시대상 1호-회귀자가 미간을 찌푸렸고,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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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나같이 조교 제안을 하면 질색하는지 모르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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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가 어때서 다들 싫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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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이 데미안 폴렛을 어찌 다루는지를 보았는데, 하고 싶은 이들이 있을 것 같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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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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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묻는 시점부터 공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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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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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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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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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사관 시절에 비하면 진짜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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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당했던 것에 비하면 조교 1호가 당하는 건 새 발의 피일뿐인데, 이걸 알아주지 않아 섭섭함이 드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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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귀왕을 소환했던 자들에 대해 파악하는 중입니다. 듣자하니, 이미 ‘그 잘난’ ‘대공 전하’께서 그들의 흔적을 잡으신 상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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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가 말할 건 아니긴 한데, 아버지랑 사이가 좀 나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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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상담 내용이 좀 느와르 쪽으로 흐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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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가정의 어둠을 이런 식으로 느끼고 싶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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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애써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해 보고자 했지만, 기대를 배신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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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 좋고 나쁠 게 어디 있겠습니까? 감히 ‘서자 주제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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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확실히 부자지간 사이가 최악인 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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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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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 전날 봤을 땐 멀쩡하더니…. 제 사람들에게만 잘 대해주고, 아비로선 빵점인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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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부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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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선 잘하는데, 가정에는 소홀한 가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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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 녀석이 드물게 반감을 드러내는 것만 보아도 아마 그의 예측이 맞을 확률이 높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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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전하와 만나셨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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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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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십시오. 대공 전하는 제멋대로인 분입니다. 그런 주제에 ‘대의’는 없지요. 그런 자완 엮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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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정의 어둠을 내 앞에서 자꾸 들춰내지 말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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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자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제 자식이 만약 남 대하듯 경멸을 드러낸다면 상처를 입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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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석같은 양반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 리는 없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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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가장의 고단함에 공감해주는 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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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눈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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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흔적’을 찾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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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들을 소환한 잡것들에 대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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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당시 일을 떠올리며 피가 싸늘해지는 감각과 함께 목소리마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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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정보가 아닐까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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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개인적인 사감을 넣어두고, 대공이 물어온 정보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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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록 무정한 아비일지언정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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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십중팔구로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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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건 직접 들으러 가야할 테지만, 교관님께서 원하신다면 따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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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주위에 쥐새끼들이 많아서 몰래 주는 건 어려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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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제겐 과분한 수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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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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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제야 이놈이 대놓고 이런 중요한 정보를 학술원 안에서 발설하는 대담함의 근원이 뭔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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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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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오른팔마냥 항상 붙어 다니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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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단 암살자가 더 적성에 맞을 재능을 타고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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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금 주변에서 수상한 것들을 잡아들이고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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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 녀석, 쥐새끼 처리에도 재주가 있었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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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당분간 조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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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그놈에겐 나중에 내가 따로 보답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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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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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로엔은 서로 비슷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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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외모도 살아온 환경이나 배경도 천지차원일 터인 두 남자지만, 각자가 필사적인 삶을 살아온 것은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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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어딘지 비슷한 분위기를 내뿜는 두 남자는 서로 마주하고 있더라도 어색함은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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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신뢰관계가 아닐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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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전할 건 다 전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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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상담이었는데, 어째 은밀한 대화의 장 같은 게 돼 버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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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이나 저나, 조용히 살 사람들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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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양하고 싶은데, 은퇴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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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을 겁니다. 능력 있는 자를 쉬게 할 정도로 세상이 무르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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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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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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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가볍게 웃으며 그렇게 뒤돌아서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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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볼일은 끝났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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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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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중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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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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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본인조차 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어쩐지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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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은 나와 인연이 없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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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지랖 또한 처음으로 스승으로 인정한 자에게서 배워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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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었다면 시답지도 않고, 대의조차 없는 감정이라 편협하게 굴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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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싶진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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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똑같이 산다면 그 결말 또한 똑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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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사내는 조금은 다른 길로 가보자 결심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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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폴트. 그녀는 아마 아직 왕도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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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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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오지랖인 걸 알지만, 혹시나 싶어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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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게, 오지랖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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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차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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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가벼운 목례를 한 뒤, 그대로 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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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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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눈만 봐도 그가 가만히 있지 않으리란 게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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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떠밀 것도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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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역시 사람이 안 하던 짓은 하는 게 아니라며 쓴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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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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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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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로엔이 나간 문을 잠시 지켜보곤, 제 책상 서랍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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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학장한테 혼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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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칙에 따라자면 오늘 바로 수리해야 하는 것이 옳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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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직접 얼굴 보고 건네야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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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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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자퇴서]라 적힌 봉투를 반으로 찢으며 그대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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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무단결석하며, 면담마저 하러 오지 않은 ‘불량 곰순이’를 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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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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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애들이 한 번씩 사고를 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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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새삼 스승의 고단함과 애환을 느끼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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