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13 lines
15 KiB
Markdown
413 lines
15 KiB
Markdown
|
||
“빌어먹을, 오늘도 자리가 없잖아? 어이, 매트! 자리 좀 만들어줘!”
|
||
|
||
“자리를 원하면 네가 직접 의자랑 책상을 가지고 오든가, 왜 바쁜데 지랄이야!”
|
||
|
||
“손님한테 말하는 버릇이 뭐야!”
|
||
|
||
“너 같은 비렁뱅이는 내 손님이 아니니까, 썩 꺼져!”
|
||
|
||
“이 새끼가…!”
|
||
|
||
손님으로 보이는 이와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툼을 벌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
||
|
||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였기에.
|
||
|
||
도리어 저러한 다툼을 구경거리 삼아 즐기는 이들이 있을 뿐.
|
||
|
||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
|
||
|
||
대중적인 공간이자, 평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일종의 술집이자 여인숙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게였다.
|
||
|
||
짧게 줄여 ‘펍(Pub)’이라 부르는 이들이 더 많기도 했고.
|
||
|
||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며 시끌벅적한 펍이었고, 밤이 깊어도 취객들이 몰려들기에 고성과 싸움이 멈추지 않는 장소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은 적었다.
|
||
|
||
그도 그럴 게.
|
||
|
||
“어이, 싸우는 건 상관없는데, 길드만 안 나오게 해. 그럼 너만 손해야.”
|
||
|
||
“…….”
|
||
|
||
펍과 같은 곳은 대부분 길드의 산하 기관 중 하나인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
||
|
||
그렇기에 다툼이 벌어져도 조용히 끝나는 게 상식적이다.
|
||
|
||
“쳇, 내가 봐준다. 더럽게 맛없는 밥이나 줘봐.”
|
||
|
||
“…이 새끼는 주먹을 부르는 말만 하는군.”
|
||
|
||
또한 맛은 보장 못 하지만, 싼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술이나 커피도 저렴하니 펍의 주인과 척을 지는 것이 도리어 손해다.
|
||
|
||
이를 알기에 대충 팁으로 사과를 건네는 어느 목수였고, 사람들은 한 순간에 끝나버린 여흥을 마주하며 맥이 빠진다는 듯 김빠진 싸구려 라거(Lager)를 마셨다.
|
||
|
||
그런 시끌벅적한 와중, 나름 돈만 주면 아늑히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펍의 3층 라운지에서 두 사람이 술잔을 나누었다.
|
||
|
||
아, 정확히는.
|
||
|
||
“어딜 술을 마시려고.”
|
||
|
||
“저, 저도 성인인데요?”
|
||
|
||
“성인이겠지, 다만, 학술원 생도는 졸업할 때까지 음주가무 다 금지인 거 몰라? 감히 교관 앞에서 교칙을 깨려 하다니, 배짱도 좋군.”
|
||
|
||
“…너무하십니다.”
|
||
|
||
남성 홀로 술을 시킬 뿐, 숫기 없는 소년은 울상을 지으며 오렌지 주스만 훌쩍여야 했다.
|
||
|
||
술이 앞에 있는데, 주스나 마셔야 하다니, 이토록 서러울 수가 없-.
|
||
|
||
“-어? 맛있네?”
|
||
|
||
울상을 짓는 것도 잠시, 오렌지 주스가 산뜻하면서도 시원하다.
|
||
|
||
즉,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는 뜻이다.
|
||
|
||
싸구려만 파는 곳이 아니었는가?
|
||
|
||
남성, 이한은 놀란 표정을 지은 그를 피식 바라보며 말했다.
|
||
|
||
“이 펍이 좋은 이유가 돈만 내면 상당히 괜찮은 물건을 준다는 거다. 그 오렌지 주스에 쓰인 재료들도 나름 남부에서 공수한 걸 내와서 제법 남다르지. 술은 못 마시지만 아쉬움을 달랠 정도는 될 거다.”
|
||
|
||
“대박이네요.”
|
||
|
||
“왕국 식문화가 상당히 좋은 편이지, 그래선지 술도 특히 더 맛있다. 나중에 졸업하면 꼭 마셔봐라.”
|
||
|
||
“…꿀꺽.”
|
||
|
||
“자식, 술꾼이었구먼.”
|
||
|
||
보기와 달리 술맛을 아나 보다.
|
||
|
||
하긴, 저런 속내를 제대로 못 털어놓는 타입이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으니, 이상할 건 아니리라.
|
||
|
||
‘한 잔은 마시게 해줄 걸 그랬나?’
|
||
|
||
…으음, 아니다. 이게 맞는 것 같다.
|
||
|
||
그나 저 녀석이나, 입장이란 게 있는 바.
|
||
|
||
함부로 흠 잡힐 행동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옳으리라.
|
||
|
||
이한은 애써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에일을 들이켰다.
|
||
|
||
풍부한 보리의 향과 진함.
|
||
|
||
보리도 상품(上品)의 것을 썼으며, 희석시키지 않은지라 더할 나위 없이 맛이 풍부하다.
|
||
|
||
흔히 전생에 마시던 맥주보다 딱 5배는 더 맛있다.
|
||
|
||
‘다른 건 모르겠는데, 왕국이 맥주는 진짜 잘 만들어.’
|
||
|
||
역시 오크통에서 제대로 숙성된 에일(Ale)은 훌륭했다.
|
||
|
||
“역시 난 라거보단 에일이 입에 맞네.”
|
||
|
||
라거보다 청량감은 적지만, 은은한 과일향이 올라와 이한은 에일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
||
|
||
뭐, 결국 어느 쪽이건 돈값을 하는 거겠지만.
|
||
|
||
“너,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세요? 3층 라운지면 가격도 제법 나갈 거고, 시켜야 하는 메뉴도 비쌀 텐데….”
|
||
|
||
“대신 그만한 가치가 있지. 조용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
||
|
||
1,2층과 달리 3층은 어느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큼 값을 한다.
|
||
|
||
만약 1,2층에서 마셨다면 미지근하고 물이 섞인 맥주로 입맛을 버릴 대로 버렸겠지.
|
||
|
||
그럴 바에야 돈 좀 내고 좋은 걸 먹는 게 낫다.
|
||
|
||
“내가 돈 안 아끼는 것 중 두 개가 장비랑 먹을 거다. 그러니 너도 든든히 먹어라. 오늘은 내가 쏘는 거니까.”
|
||
|
||
“…감사히 먹을게요.”
|
||
|
||
“감사하긴, 내가 고마워서 사는 건데.”
|
||
|
||
“하하….”
|
||
|
||
데릭은 어설프게 웃으며 자신을 잘 대해주는 이한이 어색할 따름이었다.
|
||
|
||
나름 비약을 만들어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임을 알기에 거절하기도 뭐하다.
|
||
|
||
솔직히 집으로 가 당장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
||
|
||
‘그래도 괜찮긴 하네.’
|
||
|
||
음식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
||
|
||
썩 나쁘지 않았다.
|
||
|
||
그동안 바빴던 삶에서 이러한 여유를 가진 적도 드물었으니 말이다.
|
||
|
||
“자,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라. 오늘 내 지갑은 두둑하니까.”
|
||
|
||
“…그, 그럼 몇 개만 더.”
|
||
|
||
“그래, 그래.”
|
||
|
||
흐뭇한 시선이 느껴진다.
|
||
|
||
자신이 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진다는 시선.
|
||
|
||
데릭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시선을 마주하며 그가 자신에게 상당히 고마움을 느낀다는 걸 느꼈다.
|
||
|
||
비약이 그토록 마음에 들었음일까?
|
||
|
||
‘시, 신경 쓰긴 했지.’
|
||
|
||
비약을 제조한 당사자로서 만족스러우면서도 쑥스럽기도 하다.
|
||
|
||
그 또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말이-.
|
||
|
||
“-하하.”
|
||
|
||
흠칫…!!
|
||
|
||
순간 데릭은 서늘함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
||
|
||
‘뭐, 뭐지?’
|
||
|
||
만족스럽게 웃는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오한이 등골을 스쳐 지난 것이다.
|
||
|
||
도적 스킬, [위기감지]가 미치도록 경고신호를 보낸다…!
|
||
|
||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을 마주한다면 이러할까 싶었고, 데릭은 이와 비슷한 감각을 어디선가 느낀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
||
|
||
‘이, 이 느낌을 내가 어디서 받았었더라?’
|
||
|
||
마냥 고마움을 전하려는 대접이 아닌, 무슨 꿍꿍이가 느껴지는 대접.
|
||
|
||
찜찜한 속에서 뇌리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스멀스멀 떠올린다.
|
||
|
||
‘……아.’
|
||
|
||
그리고 문득 기억났다.
|
||
|
||
이 느낌을 언제 받았었는지.
|
||
|
||
다름 아닌, 전생에 일병을 달았을 때 즈음….
|
||
|
||
‘주, 주임원사님이 나 전문하사 해볼 생각 없냐고 갈빗집 데리고 갔을 때 분명…!?’
|
||
|
||
주륵…!
|
||
|
||
데릭은 어느 순간 식은땀을 흥건하게 흘렸다.
|
||
|
||
…왠지 지금, 자처해서 호굴로 들어온 기분인지라.
|
||
|
||
‘수, 술을 못 마셔서 다행이야.’
|
||
|
||
데릭은 술을 안 마시길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하였다.
|
||
|
||
자칫 그대로 호굴에 삼켜질 뻔한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
||
|
||
그리고 어떻게 조교로 부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꿍꿍이를 품었던 교관은….
|
||
|
||
‘소심이 이 녀석,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게 도망갈 궁리를 하는 것 같은데…, 쩝, 눈치 깠구먼.’
|
||
|
||
…하여튼.
|
||
|
||
‘이래서 눈치 좋은 꼬맹이는….’
|
||
|
||
교관은 실망했다!
|
||
|
||
* * *
|
||
|
||
…불온(?)한 목적이 있긴 했지만, 어찌됐건 간에 음식은 맛있었다.
|
||
|
||
감바스나 질 좋은 문어 요리, 로스트 비프와 같은 고기 요리까지.
|
||
|
||
펍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질 좋고 맛있는 식사이자 안주가 아닐 수 없다.
|
||
|
||
허나 이한은 에일을 딱 두 잔만 마시고, 세 잔 이상 마시지 않았다.
|
||
|
||
생긴 것만 보면 오크 통 하나를 통째로 비울 것 같은 양반이 왜 두 잔만 마시나 물어보니.
|
||
|
||
“술은 가볍게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지. 뭣보다 대작할 사람이 없으니 두 잔으로도 충분하다.”
|
||
|
||
“…으음.”
|
||
|
||
나름 타당한 답변.
|
||
|
||
술을 궤짝 째로 마시는 문화에 찌들린 소년은 묘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
||
|
||
…생각보다 더 건전한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자니, 다시금 동향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
|
||
|
||
‘지, 진짜 무림인은 아니겠지?’
|
||
|
||
그럼 너무 혼종인 게 아닐까 싶은 헛생각마저 들며 데릭은 침음을 삼키고 말았다.
|
||
|
||
“뭘 그렇게 시원찮게 먹고 있냐? 팍팍 먹어, 팍팍.”
|
||
|
||
“…아, 예에.”
|
||
|
||
이렇게 오지랖 부리며 음식을 권하는 걸 보면 동향인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
|
||
‘…아니, 이것도 헛생각이지.’
|
||
|
||
데릭은 자신이 너무 지금 그의 행동을 모두 과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인정했다.
|
||
|
||
처음으로 만났을지 모르는…, 처한 ‘입장’이 비슷할지도 모르는 사람.
|
||
|
||
하여 들뜬 나머지 사소한 행동에마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
||
|
||
이는 병이었다.
|
||
|
||
[과함]이란 이름을 가진 병.
|
||
|
||
‘지금은 딱히 의미를 두지 말자.’
|
||
|
||
그가 동향인이라 한들, 지금 그들의 입장은 달라질 것이 없다.
|
||
|
||
만약 그가 동향인 티를 팍팍 내며 먼저 속내를 밝히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
||
|
||
…자신이 먼저 속내를 밝힐 만한 용기는 없었고 말이다.
|
||
|
||
이럴 때면 참 제 성격이 싫다.
|
||
|
||
‘난 왜 이렇게 답답할까?’
|
||
|
||
데릭은 울상을 지었다.
|
||
|
||
“…혼자 잘도 노는군.”
|
||
|
||
“!?!!”
|
||
|
||
“고민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울상이라니…. 누가 보면 조현병으로 의심할 법한 상태군.”
|
||
|
||
“아, 아닙니다, 그런 거!”
|
||
|
||
“아니긴, 지금 네 상태만 보면 딱 조현병 초기다. 만약 위험한 거면 말하도록, 교관이 뒤통수를 힘껏 때려주마.”
|
||
|
||
“…그랬다간 반대로 머리가 터져 죽지 않을까요…?”
|
||
|
||
“힘 조절에는 자신이 있다. 머리만 딱 고쳐주마.”
|
||
|
||
“……설혹 조현병이 생겨도 그냥 신전 갈래요, 전.”
|
||
|
||
데릭은 진심이었다.
|
||
|
||
민간치료법을 믿느니 그냥 신전을 믿고 말지.
|
||
|
||
“뭐,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머리가 복잡하다면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도 답이 될 때가 있다. 본 교관에게 상담을 해도 괜찮고, 네 여자 친구에게 털어놓아도 괜찮을 테지.”
|
||
|
||
“카, 카린 영애님과 저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
||
|
||
“…딱히 보라돌이를 콕 짚지 않았다만?”
|
||
|
||
“!!?”
|
||
|
||
“음, 솔로 앞에서 염장질은 적당히 하도록. 본 교관의 주먹이 치료의 수단이 아니라 응징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니.”
|
||
|
||
“그, 그런 거 정말 아닌데…….”
|
||
|
||
말꼬리를 흐리며 데릭은 제 진솔함을 뱉어냈지만, 그는 영 믿지 않는 기색이었고, 입꼬리마저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
||
|
||
약점 하나가 잡혔다는 사실에 데릭은 그만 울상을 짓고 말았다.
|
||
|
||
그때.
|
||
|
||
“-그래도 방금 한 말은 진담이다. 머리가 복잡하다면 털어놓는 상대가 있는 것은 좋다. 너무 혼자 끙끙 앓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으니까.”
|
||
|
||
“……”
|
||
|
||
사내의 진지한 조언.
|
||
|
||
그건 저보다 좀 오래 살았다고 해주는 조언이 아니라, 앞서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이가 해줄 수 있는 경험에 의한 조언이라고…..
|
||
|
||
데릭은 생각하고 말았다.
|
||
|
||
그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 절절함이 느껴졌으니까.
|
||
|
||
참으로….
|
||
|
||
‘뭐하던 분이었을까?’
|
||
|
||
데릭은 타인의 과거가 이토록 궁금해지는 것도 신기하다며 눈을 끔뻑였다.
|
||
|
||
…한편, 그의 과거를 상당히 궁금해 하는 데릭의 생각도 모른 채, 이한은 물을 입에 머금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
||
|
||
‘쩝, 이 가게도 앞으로 못 오겠구먼.’
|
||
|
||
이한은 1,2층을 빼곡하게 채운 인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
||
|
||
누군가는 평범하게 손님이 많을 뿐인 게 아니냐 싶을 것이고, 혹 그가 사람 많은 게 싫어서 이러나 싶을 수도 있지만.
|
||
|
||
그런 이유 때문에 그가 괜히 단골을 바꾸려는 게 아니었다.
|
||
|
||
‘쥐새끼투성이네, 이거.’
|
||
|
||
1,2층에서 느껴지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놈들 중 반절.
|
||
|
||
그 반절에서 하나같이 어색함이 느껴진다.
|
||
|
||
일부러 가게 주인과 싸우는 놈들부터 시작하여, 어색할 정도로 크게 대화하는 놈들까지 참으로 많기도 하다.
|
||
|
||
그리고 그들 전부가 모두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귀를 기울이고 있다.
|
||
|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었나?
|
||
|
||
딱 이를 실천하는 쥐새끼들이었다.
|
||
|
||
‘…거슬리네.’
|
||
|
||
오늘 태창이 녀석과는 제법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
||
|
||
술도 들어갔으니 큰마음 먹고 ‘이 세계관’에 대한 얘기나, 그도 아니면 ‘전생’이나 ‘빙의’에 대한 얘기까지 깊게 파고들고 싶었던 바.
|
||
|
||
그래서 돈 좀 써서 라운지에다 자리까지 잡았는데….
|
||
|
||
‘당분간 어디 가서 떠들지도 못하겠군.’
|
||
|
||
지금 상태론 어딜 가도 떠들면 안 되겠다.
|
||
|
||
설사 집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
||
|
||
정보원 중에는 [신비 보유자]가 있을 경우가 있으며, 참새나 고양이의 귀를 빌리는 신비도 있다 들었으니까.
|
||
|
||
‘이래서 관심이 무서운 건가.’
|
||
|
||
전날 이한의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아무래도 그에 대한 관심사가 커진 바.
|
||
|
||
하여 이토록 같잖게 그를 파악하려는 놈들이 늘어난 것일 터다.
|
||
|
||
그리고 대충 이따위로 간을 보려는 놈들이 누구인지는 가늠이 간다.
|
||
|
||
‘정보 길드.’
|
||
|
||
더 나아가선 [길드 총합]이 나선 게 아닐까 싶다.
|
||
|
||
툭툭.
|
||
|
||
이한은 식탁을 가볍게 치며 고심했다.
|
||
|
||
이 같잖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싶어서.
|
||
|
||
‘……조질까?’
|
||
|
||
안 그래도 실전 테스트가 필요하긴 했다.
|
||
|
||
몸 상태가 얼마나 바뀐지 확인할 겸, 칼부림을 부리는 것도 좋겠지.
|
||
|
||
이한은 슬그머니 품안에 넣어놓은 손도끼의 촉감에 집중했다.
|
||
|
||
언제라도 뽑을 수 있도록 촉각을 곤두세운 예민한 감각.
|
||
|
||
점차 기세가 들끓으려 하는 와중….
|
||
|
||
“…응?”
|
||
|
||
─그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눈을 끔뻑거리고 말았다.
|
||
|
||
그의 감각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감각은 3km 밖에서도 상대의 체취를 구별해내는 마약견과 같은 성능을 자랑했다.
|
||
|
||
그렇게 그는 멍하니 이 펍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의 등장에 입을 멍하니 벌리며.
|
||
|
||
“…곰순아?”
|
||
|
||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
||
|
||
레비 폴트.
|
||
|
||
우등생 소녀의 기척을 느끼며 이한은 드물게 당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