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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을 내뱉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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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렛 백작가의 차남 데미안은 저 혼자 중얼거린다고 중얼거리다가 목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울린 것에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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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적이던 주변 상황 때문에 더욱 크게 목소리가 울린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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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지금 중요한 건 목소리가 컸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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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타인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다가, 이를 모두가 알게 됐다는 것이 문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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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아카데미 생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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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초창부터 이미지에 타격이 생겼음을 알며 속이 쓰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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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모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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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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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좌천된 기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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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제게 욕을 먹었다고 해서 대들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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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가와 감히 대항할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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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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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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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있던 기사가 확신을 담아 그에게 말을 걸었고, 한 박자 늦게 대항한 데미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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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반말이고,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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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데미안의 시야는 까맣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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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으로 날아오는 교탁이 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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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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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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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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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다른 의미로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며, 동시에 벙 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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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가 날아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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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저 큰 교탁을 공처럼 날릴 수 있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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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할 말은 많았지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할 여러 심정을 숨긴 채 단상 위에 선 교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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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갑을 날린다는 게 교탁이 날아갔군.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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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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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다. 난 모욕을 당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장갑을 날리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같이 날아갔군. 흠, 교탁이 좀 가벼운 재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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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 진심을 알아달라는 듯 교탁 탓을 했으며, 일순 사람들은 뭐라 형용 못할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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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저 미친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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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공통된 생각을 떠올릴 때, 여전히 교탁에 맞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데미안이었고, 폴렛 가의 사람들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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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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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찌! 이런 무도한 자를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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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석에 있던 폴렛 가의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교관을 찢어죽일 듯 노려보았고, 이한을 향해 살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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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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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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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웃었고, 그것이 안 그래도 크게 타오르던 분노에 기름을 들붓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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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오오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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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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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렛 가의 기사가 검을 뽑아들었고, 일순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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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거리는 아지랑이는 뜨거운 불길의 아지랑이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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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화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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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의 극의를 깨우친 무인이 보이는 기예(技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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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요르드가 보였던 검명보다 한 단계 높은 경지가 아닐 수 없었고, 기사의 실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려주는 단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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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러한 기사의 검이 미친 교관을 향했고, 사람들이 말릴 새도 없이 기사의 검이 상대를 꿰뚫으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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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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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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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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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검이 상대를 꿰뚫기도 전, 집중력을 꿰뚫는 손도끼가 날아오며 기사의 몸짓을 잠시 주춤거리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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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사는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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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주춤거려선 안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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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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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먼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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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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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움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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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가속도를 내어 떨어지듯 이한은 순식간에 다가와 기사의 품을 파고들며 목덜미를 움켜잡았고, 그대로 기사의 몸을 위로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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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기사의 몸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위로 훌쩍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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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부유감과 함께 기사가 어찌 대항할 새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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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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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그대로 고공낙하 하며 바닥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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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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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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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단련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꺾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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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단련되어 꺾이지 않았을 뿐, 이미 상대는 고공에서 내려찍히며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에 실신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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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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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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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한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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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사의 목덜미를 잡은 채 놓지 않고 그대로 들어 올리더니 재차 찍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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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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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잡힌 기사는 생존의지를 발현하며 반항하듯 검을 역수로 쥐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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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이 아닐 수 없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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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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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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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을 허약하게 단련한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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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그의 배를 찌르려 했으나 뚫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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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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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근육과 뼈가 얼마나 질기고 단단한지를 기사는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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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은 좀 까질 수 있을지언정, 그의 살은 뚫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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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유저와 3년 동안 싸우고도 몸이 왜 멀쩡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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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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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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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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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놈의 의지를 칭찬해주며 이번에말로 놈을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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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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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두 번,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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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다섯 번을 내리 그는 기사의 목덜미를 쥔 채 수차례 벽과 바닥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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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꺾이나, 제가 먼저 지치나 시험해보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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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었다면 지칠 법도 하건만, 이한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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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지금껏 쌓인 스트레스를 풀 듯 그는 날뛰었고,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죽일 듯 지금까지와 다른 기세를 발산하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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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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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단련된 기사의 몸이 단단할지언정 이번에는 절대로 버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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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검조차 뚫지 못한 그의 몸은, 전신 근력은 무쇠라 할지언정 구부릴 수 있다 자신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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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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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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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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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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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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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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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다행으로, 기사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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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마지막 낙하를 온몸으로 막아선 기사가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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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막았다고 해서 그가 무사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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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주어서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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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해야 할 거다. 감히 기사의 ‘결투’에 끼어든 책임을 져야 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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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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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남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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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건 뭐건, 결국 먼저 기사의 명예를 건드린 건 폴렛 백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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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검을 뽑은 것도 폴렛 가의 기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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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결투는 성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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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목이 떨어져야 끝날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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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의 결투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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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기꺼이 패자의 목숨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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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온 기사들의 철칙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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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가라 기사 소리 듣는 이한이지만, 이때만큼은 진짜 기사로 빙의라도 했는지 그는 명예를 명분삼아 모든 일을 합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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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같지만, 이게 먹힌다는 점이 재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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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지금 이한이 보인 압도적인 무력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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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가 강하지 않았으면 성립되지 않았을 장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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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렛 가의 가주를 맡은 로던 백작이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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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다. 좌천당한 기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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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죄부터 하겠네. 내 못난 아들이 자네를, 더 나아가 백은사자를 모욕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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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 새끼가 덤비기 전에 말했어야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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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손에 여전히 잡혀 덜렁거리고 있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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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뒤집혀진 상태였고, 언제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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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던 백작은 그를 안쓰럽게 지켜보며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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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네. 내가 말렸어야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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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말렸어야가 아니라, 진작 말렸어야지. 만약 내가 이놈 칼에 꿰뚫렸으면 안 나섰겠지. 이놈이 죽을 것 같으니까 끼어든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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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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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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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목에서 들린 소리였고, 만약 살아난다 한들 한동안 정양해야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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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살아만 있으면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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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단장이라네. 내 제자이기도 하다네. 성정은 거칠지만 이곳에서 으스러지기엔 아까운 인재라네. 부디 모든 잘못을 내가 받고 목을 내놓을 테니, 선처를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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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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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던은 그대로 검을 내려놓고 무릎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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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이 제 목을 주고 젊은 목숨을 살리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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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모습이었고, 갑작스러운 결투에 당혹스러워하고 아연실색하던 장내의 생도들과 귀빈들은 고결한 백작의 숭고함에 감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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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명예와 숭고함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기사와 귀족들이라면 이 모습에 그를 칭송하고 모든 잘잘못을 용서하였을지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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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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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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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에게 명예니 숭고함이니 하는 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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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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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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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완전 미친 인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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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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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인간이야 오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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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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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질린 기색이 한 가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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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질린 기색에는 백작이 저토록 숭고함을 내비치는데도 봐주지 않는 악질적인 행위에 대한 반감도 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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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그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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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이 그렇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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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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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그렇지 않다는 말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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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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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사, 훌륭하군. 후환이 될 이는 철저히 짓밟아야 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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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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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도 능하군. 보았나, 잭? 저 기사 처음 도끼를 던지면서 상대의 리듬을 완전히 빼앗아버렸네. 저런 건 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무수한 실전과 훈련으로 다져진 능숙함이 있어야 한다네, 저 기사 머리가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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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정돕니까? 그냥 힘만 무식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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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소리. 보이는 사람은 알 걸세. 일정한 경지에 이른 검사의 대결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건 심리전이며, 어찌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느냐지.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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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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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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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솜씨가 어떠했는지를 듣고 놀란 게 아니라, 자신의 젊은 주군이 이토록 상대를 찬사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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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제 주군은 상대를 놀라게 하면 놀라게 했지, 타인에게서 놀라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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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보물을 찾았구나,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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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군. 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이 보석을 찾은 듯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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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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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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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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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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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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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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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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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놈보다 짐승 같은 남자를 선호하는, 남들과 좀 남다른 취향을 가진 유령 여성은 군침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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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첫날 만에 감시대상에게 관심을 끌게 된 것을, 이한은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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